그 날은 유난히도 하늘에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언제나 내 세상은 까맸지만 그 날은 유난히 더 어둡고 짙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그때 나가지 말았더라면, 조금만 더 늦게 갔었더라면 아니 애초에 그의 세상에 내가 발을 들이지 않았더라면. 산타가 없는 세상에 살면서도 어린아이가 산타를 믿듯이 나 또한 돌아 갈 수 없는 세상에 살면서도 돌아가기를 꿈꿔왔다. 언제였을까, 순백색의 그의 세상에 내가 발을 들여 그의 색을 망가트리고 그의 세상까지도 망가트렸던 것은. 그의 세상을 망가트린 나는 그렇게 뻔뻔하게 살아있는데 말이다. 그의 세상이 내 눈에는 달님이 내려주신 동아줄로 보였던 것일까, 결국엔 호랑이처럼 밧줄과 함께 추락하기는 했다만. 그의 세상을 망치려고 했던 건 내가 의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세상은 이미 내가 망쳤고 그의 마지막 모습이 아닌 순백색의 어여쁜 모습으로 나타나 내게 잘 지내고 있다 안부를 전하니 내 죄책감만 늘어갈 수 밖에. 그렇게 예쁜아이에게 도대체 난 무슨 짓을 한건지. 이제 와 미안하다고 한들 그아이가 내게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제 내가 헛 것이 다 보이나." 위태위태하게 건너는 넌 분명 그, 그아이가 아닌가. 살아있었던건가. 분명히 네가 죽은 걸 난 봤는데... 어찌 네가 여기... 아, 이제 절 따라오라는 건가. 그래 아이야 난 네가 가자는데로 가련다. 날 죽음으로 내몰아도 좋으니 너를 따라 가련다. 쾅. 혼자 중얼거리던 한 사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급하게 달려오는 승용차에 치여 즉사하고 말았다. 분명 그 사내는 차에 치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편안한 미소를 짓고 이승을 떠난건지.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점점 줄어들고, 거의 들리지 않았을 쯔음 후드를 벗은 한 순백의 아이가 뒤를 돌아 보고 슬쩍 웃더니 사라졌다. ...저 뭐 쓴겁니까...? 쓰고나니 이상하지만 쓴게 아까우니 조용히 두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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