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 사이
수없이 이 시간에 올려다 본 하늘은 내 내 바람에도 불구하고 별 하나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정말 단 한 번쯤은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나만 있던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핸드폰 진동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조심히 핸드폰을 바라봤을 때는 아까부터 계속 오던 사람의 이름이 떠있었다. 곧 있어 꺼지는 핸드폰을 보자 부재중 전화가 30여 통이 있었다.
아무한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곧 또 울리는 전화에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성이름
“ ...... ”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화내는 소리가 아닌 아주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런 내 상황을 아는 건지 아무 말도 없던 그도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 어디야? ”
“ ...... ”
나는 그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넌 내가 어디 있는지 궁금한 게 아니니까,
그리고 정말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면 넌 여길 왔어야 하니까,
그렇게 나는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 는게 느껴졌다. 그대로 그 풀밭 위에 누웠다.
그리고 너의 목소리가 자장가를 삼아 눈을 감고 들었다.
“ 하..... 애들이 걱정해 ”
애들이 걱정한다라.. 그 말은 너는 내 걱정을 안 한다는 건가? 아니, 당연한 거겠지..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 정말.. 그 누구도 우리 사이를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린 애매한 사이이니까.
“ 제발.. 이름아... ”
애원하듯이 한숨과 더불어 조금 떨려오는 목소리에 감겨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그리고 머뭇거리던 너의 입에선..
“ 그만하자 우리.. 제발.. ”
그만하자는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눈에는 알 수 없는 눈물이 떨어졌다.
그거 알아? 나도 참 나쁜 년 인가 봐. 너의 그 한마디에 아까까지 막혀왔던 내 목이 아까까지 숨쉬기 힘든 내 가슴이 뻥 뚫리듯이 속이 편해져버렸어...
네가 그 말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야. 나는 그 순간 눈물이 쉴 새 없이 나왔고.
내 울음소리는 아주 조그마하게 핸드폰을 통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소리에 반응을 했는지 내 전화기에선 조금 젖은 듯한 미안하다는 말이 들렸다.
그 말은 오히려 내가 해야 하는 건데 말이야.
-
그렇게 기다리던 별은 끝끝내 보지 못 했다. 별은 못 봤지만 해가 뜨는 걸 본 나는 뒤이어 몰려오는 추위에 소름이 돋아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뒤에 있는 코트를 바로 입고 히터를 틀었다. 그러니 시간이 점점 지나가니깐 그제야 조금 몸이 녹아지는 게 느껴졌다.
어쩌다 보니 밤을 새워 버렸는데도 잠은 오지 않고 오히려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정신이 말짱했다.
그런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나는 그대로 바로 집을 향해 차를 돌렸다.
4시간이 걸려 도착한 집에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자마자 추운 냉기가 내 몸을 감싸 안았다. 나는 그대로 보일러를 틀고 바로 씻고 나왔다.
따뜻한 커피를 타고 식탁에 앉자마자 내 눈에 보인 건 언제 있었던 건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아주 조그마한 상자가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상자를 열었을 때엔, 슬픈 눈물이 아닌 너무나 행복한 눈물이 떨어졌다.
내 탄생석과 내 이니셜이 박힌 목걸이가 있었다.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상자를 내 화장대 서랍에 넣어 놓으면서 현관문을 바라봤다.
아. 비밀번호를 바꿔야겠구나. 비밀번호를 바꿔야 할 것 같은 생각에 현관문을 열어서 비밀번호를 바꾸려는데
내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화가 나보이는 호석이가 보였다.
“ 지금 뭐 하자는 거야? ”
갑자기 본 호석이가 반가워 일어나 웃었는데.. 왜 웃냐면서 춥다면서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는 말에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리고 그런 나의 손목을 잡더니 소파로 가서 날 앉히더니 나를 바라보는 호석이를 쳐다봤다.
“ 어디 간 건데? 왜 말도 안 하고 가? ”
“ ...... ”
“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회사도 안 나오고 ”
“ 월차 냈는데.... ”
“ 월차를 하루 전에 내는 사람이 어딨어?, 거기다 연락은 왜 안 받아? ”
“ 혼자 있고 싶어서 ”
“ 혼자 같은 소리하고 있네 진짜! 어제 남준이 형이 너 찾는다고 애들한테 연락하고 난리 친 건 알아? ”
아 그래서 안거였구나. 남준 오빠가 전화를 했었나 보다.
생각이 끝나자 아직도 화나 보이는 호석이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하자 어디 갔다 왔냐고 묻는 말 때문에 별 보러 라는 말을 했다 .
그런 내 말에 무슨 뜻인지 알았는지 표정이 급격히 변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런 내 모습에 왜 웃냐는 말에 그냥 표정이 웃겼다는 말에 조금 토라진 모습을 한 호석이였다.
“ 아 됐고! 그래서 회사는? ”
“ 내일.. 내일부터 가야지 그리고 호석아 ”
조금 머뭇거린 것도 있다.. 나와 너를 유일하게 아는 정호석한테 이야길 해야 할까 싶어서..
그래서 잠시 고민을 했다.. 내가 고민하는 게 보였는지 내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호석이를 바라봤다,
그래 솔직히 우리가 남들이 말하는 연인 사이도 아닌데.. 굳이 말을 해야 할까? 하지만 말하고 싶었다.
“ 나 끝났어 ”
“ ......뭐? ”
마음을 먹고 단호하게 끝났다는 말을 하자 처음에 알아듣지 못한 호석이는 뭔 소리인가 싶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그제야 이해가 된 건지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지더니 묻는 호석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에게 괜찮냐면서 물어오는 호석이를 바라보며 나는 웃으며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됐는지 그럼 됐다면서 내 등을 토닥여줬다.
언제나 나를 위로해줄 때처럼.
-
아침에 울릴 줄 알았던 알람이 울리지 않아 아침밥도 못 먹은 채로 회사로 출근을 했다.
가까스럽게 세이프를 한 나는 바로 자리로 돌아가 쌓여있는 서류들을 보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던 석진 선배가 왜 늦게 왔냐며 날 바라봤다.
“ 알람을 맞춰났는데 안 울려서요.. ”
나는 그대로 선배한테 폰을 보여줬고, 그런 내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웃으면서 무음으로 되어있는데? 확인 안 해봤어?라며 나한테 다시 지어줬다. 아.. 알람도 무음이 가능했구나..라고 혼잣말을 하자
“ 이름 후배 알람 처음 해봐? ”
라는 말에 순간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이구나.. 항상 네가 먼저 전화를 해서 울렸던 폰을 잡으면서 화장실로 들어갔으니까
나는 아니에요..라는 말과 함께 다시 자리에 안착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 이름아 부사장님이 호출하셨어 ”
라는 선배의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문 앞에 서서 가만히 있었을까 내가 열지 않은 문이 열렸고 그런 나를 내려다보는 남준 오빠가 보였다.
“ 들어와 ”
그리고 짧고 굵은 말에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라는 손짓에 조심스럽게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를 팔짱을 낀 채로 책상에 끝에 기대서 날 바라보는 남준 오빠를 바라봤다.
“ 어떻게 된 거야?”
“ 아.. 잠시.. 바람 좀 쐬러.. ”
“ 그럼 연락은”
“ 혼자 있고 싶어서 ”
“ 너 요즘 진짜 왜 그래? 내가 말했지 걱정시키게 하지 말라고 ”
조금 화나 보이는 남준 오빠의 모습에 바라보고 있었을까 자기 스스로 진정하려는 듯
머리를 한번 쓸더니 내 앞으로 왔다.
“ 내가 말했잖아, 내가 볼 수 있는 곳, 내가 갈수 있는 곳, 그런데만 있어달라고 ”
아주 슬픈 눈으로 나를 보며 말하는 남준 오빠의 모습에 순간 가슴이 아려왔다.
제발 부탁이라면서 내 손을 잡으면서 날 바라보는 남준 오빠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이제부터는 그럴게 약속해라는 말과 함께 오빠는 일어난 나를 안았다.
그리고 그런 나 또한 남준 오빠를 꽉 안았다. 이제부터 절대로 그런 일 없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
점심시간이 되어서 호석이랑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호석이의 전화기가 울리는 게 보였다.
혹시나 하고 내 전화기를 보자. 석진 선배한테 연락 온 흔적이 보였다.
아 못 받아서 호석이한테 한 거구나 싶어 바라보자 벌써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에 조심히 귀를 기울였다
- 정호석 이름이랑 같이 있어?
“ 네 왜요? ”
- 있다 디자인 회의 때 보내야 하는 자료가 있는데 내가 지금 밖이라서
“ 어디로요? ”
라는 말과 뒤이어 나온 말을 듣자 얼굴이 굳어진 호석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거 제가 가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자 뒤이어 나온 말은
“ 너 좀 있으면 회의 준비해야 하잖아 ”
라는 말과 함께 석진 선배가 유일하게 호석이한테만 하는 욕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라며 울상이 가득한 호석이의 전화기를 뺐어
제가 갈게요 선배라는 말과 함께 일어났다.
“ 가려고? ”
“ 어차피 내 일이었어 , 그리고 평생 안 볼 순 없잖아 ”
-
석진 선배가 말한 자료를 기획팀에서 받고, 선배 책상에 있는 자료를 갖고 그제야 그곳에 도착했다.
내 앞에 있는 문 앞 팻말에 써져있는 부장실이라는 팻말을 그대로 멍하니 쳐다만 봤다.
심호흡을 크게 한 뒤에 앞에 있는 문에 노크를 하니 곧이어 들어오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바쁘다는 걸 알려주듯이 나를 바라보지 않은 체 안경을 낀 채로 서류를 보고 있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을 때, 인기척과 아무런 말이 없는 걸
느꼈는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 ....... ”
“ ....... ”
“ 무슨 일이죠? ”
짧은 적막 속 내 눈을 먼저 피한 건 너였고, 다시 서류로 돌아간 너의 눈에
나도 모르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 있다가 들어갈 회의 자료들이요 ”
조심스럽게 나는 테이블로 다가가서 회의 자료를 건넸다.
내 말에 다시 고개를 들어 서류를 한번 보더니 다시 나를 쳐다봤고 너의 시선은 내 얼굴이 아닌 내 목으로 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해답을 찾은 건지 살풋 웃더니 다시 회의 자료를 봤고
“ 두고 가세요 ”
라는 말과 함께 다시 책상에 있는 서류로 눈이 돌아갔다.
나도 모르게 내 목을 어루만졌고 그대로 고개로 인사를 하고 그 자리에서
나올 수가 있었다. 뭘 바란 건지도 모르겠고, 어떤 걸 원하지도 않았지만. 왜 이렇게 벅차고 두근거리는지 모르겠다.
나도 너도, 끝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사이이면서 끝이라는 단어를 말했고,
우린 그 끝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