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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 나흘만이네요! 원래 주말밖에 컴퓨터 못하는 사정때문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

03, 03-2편은 세루를 엮느라 보낼겁니다ㅎㅎㅎㅎㅎㅎ ㅅㅀㅅ

참가자중에는 타그룹분들도 섞였어요!

 

토요일에 뵈요!^0^


[EXO/세루] CHECKMATE : 03 | 인스티즈

 

CHECKMATE

 

 

 

# 03 : Meet You

 

 

루한은 모든 능력에 백지상태였던 만큼 습득력이 빨랐다. 종대는 그런 루한에게 제가 아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여 훈련시켰다. 칼을 던지는 것 뿐만 아니라 손에 들고 공격하는 것 또한 루한은 곧잘 따라했다. 이외에도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걷는 것, 매복할 장소를 고르는 것 등 종대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루한에게 전수했다. 일주일의 트레이닝은 종대의 말대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쁘고 힘겹게 흘러갔다.

 

밤이 깊었지만 연습장은 밝았다.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을 멀거니 올려다보던 루한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쩌다가..., 그런 그를 계단에 앉히고 종대가 조용히 입을 뗐다.

 

 

"루한, 내일 인식회 있는 거 알지?"
"아, 네."
"절대로 네가 블랙팀이라고 언급하거나 미끼를 뿌려두면 안 되는 것도 알지?"
"알아요."

 

 

체크메이트가 시작하기에 앞서 참가자들과 코치들은 한 데 모여 안면을 트는 시간을 갖는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포지션이나 팀을 알려주는 것은 반칙으로, 그 즉시 처형되고 그 참가자가 속한 팀은 반칙패로 간주된다. 루한은 그저 누구던 묻는 것에만 대답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입을 열지 말아야지. 종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루한의 어깨를 툭툭 쳤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자. 들어가 쉬어."

 

 

기지개를 켜며 앓는 소리를 낸 루한이 몸을 일으켰다. 간단히 목례를 하고는 문을 밀어 연습장 출구로 향했다. 연습장 안은 인공적으로 햇빛을 비춰 하루 종일 밝았지만, 문을 나설때면 항상 어두웠다. 정오에 점심식사를 하러 숙소로 돌아갈 때 말고는 해를 볼 일이 없었다. 밤이 되어 어두워진, 엘리베이터 세 대가 연달아 붙어있는 연습장 출구에는 경기 전날 제 뒤에 서서 자신을 놀려먹었던(적어도 루한은 그렇게 느꼈다) 남자가 서 있었다. 루한이 그가 누군지 알아채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첫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어!"

 

 

저를 보던 시선이 느껴졌는지 루한 쪽을 쳐다보던 세훈이 루한을 발견하자 반갑다는 듯 웃었다.

 

 

"엘리베이터! 맞지?"

 

 

빙글거리며 말을 붙여오는 세훈이지만 루한은 그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얼마나 봤다고 반말이야, 루한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뭐야, 말 못해?"
"아뇨."
"근데 왜 무시해."

 

 

엮여서 좋을 것 없을 거라 생각해서 무시했더니 세훈은 끈질기게 말을 붙여왔다. 씩 웃고있던 미소마저 지우고 왜 무시하냐며 묻는 얼굴은 굳어있었다. 내가 잘못했나, 살짝 죄책감이 든 루한이 세훈을 힐끗 올려보고는 다시 생각을 고쳤다. 아냐, 게임 시작 전까지는 아무도 믿으면 안 돼. 누가 우리팀일지 어떻게 알아?

엘리베이터를 타고도 종알종알 말을 걸던 세훈은 자신의 층에 도착하자 내일 봐! 하며 미소지었다. 그마저도 고개를 돌려 못 들은 척 무시한 루한을 보며 작게 투덜거린 세훈이 복도를 꺾어 모습을 감췄다. 소리 없이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붕 뜨며 올라갔다. 혼자 남은 시간에 루한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직 자기 팀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 저 남자는 말을 걸어대고 그러는거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어느 팀인지 들었나? 그럴리가 없는데. 무슨 팀이든 일단 제 편으로 삼고 보자는 건가? 복잡해지는 머리를 저어 생각을 접은 루한이 게임에서 살아남는데만 전념하자며 연속적으로 터지는 호기심을 눌렀다. 붉은색의 숙소 문 앞에는 낯익은 편지가 떨어져있었다. 쓸데없는 분위기 조성이라고 생각하며 밀랍을 뜯어 펼치니 그 내용이 약간 길다.

 

 

『 내일은 인식회가 있습니다. 자신의 팀 컬러에 무관한 색깔의 옷을 입고 20층 연회장으로 오전 10시까지 모여주세요.

인식회에는 총 열두명의 참가자와 트레이너들이 자리합니다.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자신의 게임 관련 정보를 흘리는 것은 그 정보가 사실이던 거짓이던 반칙으로 간주되어 처형됩니다.

인식회는 약 3시간동안 진행 될 예정이며,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 대부분인 편지를 대충 훑고는 접어 주머니에 넣은 루한이 도어락을 풀고 방으로 들어갔다. 편지는 이제 안중에도 없고 다시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목적이 눈에 보이지가 않았다.

 

 

"아- 성가시게 진짜."

 

 

짜증까지 내며 생각을 떨쳐버린 루한이 푹신한 침대에 풀썩 엎어졌다. 지금 씻어봤자 내일 아침에 다시 씻어야되는데... 귀찮고 피곤한 마음에 그대로 눈을 감았다. 기다렸다는 듯 피로가 몰려왔다. 유리창을 뚫고 중앙도시의 불빛들이 방 안을 비추었다.

 

 


*

 

 

 

꿈도 꾸지 않고 푹 잔 루한이 눈을 떴을 때는 새벽 5시였다. 어슴푸레 짙은 푸른빛이 하늘을 적시고, 밤새 시끄럽던 도시는 잠잠했다. 엎드려 있는 채로 잠에 든 터라 온 몸이 삐걱거렸다. 귀찮아도 몸은 돌리고 잘걸, 인상을 쓰며 이리저리 몸을 틀던 루한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욕실로 향했다.

머리 위부터 시작해 발 끝까지 적시는 따뜻한 물에 다시 잠이 밀려왔다. 물을 맞으면서 샤워벤치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루한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거품을 잔뜩 내어 몸을 닦았다. 어제 트레이닝 내내 흘린 땀 때문에 샤워가 길어졌다.

가운을 걸치고 나와 대충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말린 루한이 스툴에 풀썩 앉았다.

 

 

"새벽이라 그런가... 완전 푹 잤는데."

 

 

온 몸이 노곤하고 잠이 쏟아졌다. 또 한번 크게 하품을 한 루한이 옷장을 열어 편한 옷을 꺼내 입었다. 아직 새벽이라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머리도 덜 말린 채로 문을 조용히 열고 닫은 루한이 소리없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고 익숙한듯 길을 찾아 문을 연 곳은 대낮같이 밝았다. 가끔 이른 아침에 연습장이 문을 열지 않았거나,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루한이 이 곳을 찾곤 했는데 새벽부터 불이 켜져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작은 길을 따라 걷던 루한의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저에게 말을 걸었다.

 

 

"이렇게 좋은 곳을 혼자서만 알고있었어?"

 

 

몇 번 들어본 목소리다. 새벽부터 왜 여기 와 있고 그래, 저 사람은? 자신이 즐겨오는 지하정원에 세훈이 있는 것이 썩 달갑지 않은 루한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연습장으로 바로 안 가고 어딜 가나 했더니."

 

 

세훈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맘에 든다는 표정을 띄운다. 몇번 루한을 따라와본 모양이다. 그 말뜻에 기분이 확 상한 루한이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미행이라도 했다는 겁니까?"
"그렇다고 해 두지, 뭐."

 

 

허,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친 루한이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고운 얼굴 막 구기면 안돼."

 

 

긴 손가락으로 루한의 미간을 꾹 누른 세훈이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킬킬거렸다. 저를 비웃는 것 같아 화가 치민 루한에게는 그저 자신을 내려만 보고 있는 세훈의 시선에도 불쾌함을 느꼈다. 미간에 올려진 손을 짜증스럽게 쳐낸 루한이 날카롭게 말을 뱉었다.

 

 

"잘- 있다가 올라가세요."

 

 

'아지트'를 뺏긴 것만 같아 화를 억누르며 등을 돌린 루한이 빠르게 문쪽으로 걸어갔다. 어어, 재빨리 뛰어와 루한의 어깨를 붙잡은 세훈이 루한을 휙 돌려세웠다.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은 아닌데."
"재밌네요."
"화났어?"

 

 

네, 엄청. 루한이 속으로 바득바득 소리쳤지만 그 말을 입밖으로 내뱉는 것만은 참았다.

 

 

"아뇨. 구경 잘 하시고 올라오시라구요."

 

 

어깨에 얹혀있는 손을 잡아 뗀 루한이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실어 말하고는 문고리를 잡았다. 이번에는 저를 막지 않는 그에게 살짝 목례를 해보이고는 그대로 문을 쾅 닫고 정원을 나왔다. 잠은 제대로 깼네, 루한이 입술을 깨물며 다시 제 숙소로 올라갔다. 시간은 아직 7시밖에 되지 않았다.

 

 


*

 

 


루한이 가고 혼자 남은 세훈이 손을 들어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렸다. 뭘 잘못한거야, 오세훈? 저 자신에게 물으며 답을 찾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왜? 미행해서? 그걸 미행이라고 해야되나? 아, 처음 봤을 때부터 맘에 안 들었으려나. 여러가지 추측만 난무할 뿐 이거다, 싶은 것은 없었다.

 


"사춘기 여자애도 아니고, 왜 저렇게 까칠해?"

 

 

툴툴거린 세훈이 주변을 한번 더 휙 둘러보고는 정원은 예쁘네-, 감상평을 남기고는 정원을 나갔다.

 

 

"루한-, 정원-."

 

 

생각하면 할 수록 잘 어울렸다. 무언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화사함? 아니야. 실제로 루한이 정원에 있는 모습을 보자 숨이 턱 막혔다. 예뻐서? 루한은 남자인데. 그럼 뭐지, 제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 이유를 내놓고 스스로 반박하며 고민하던 세훈이 결국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빛이 났다, 새벽에도, 깊은 밤에도, 정원처럼 루한은 빛났다고 세훈이 종결지었다. 그래서 그토록 자신이 말을 붙이고, 방금도 기분을 풀어주려 나름의 애를 썼던 거라고.

 

 

 

 

 

 

# 03 - 2 : Party

 

 

문을 열고 들어오니 종대가 소파에 길게 뻗어 누운 채 기다리고있었다. 어디 갔다와? 아, 정원이요. 정원? 아- 거기. 빨리 와서 다행이네. 앉아봐, 줄 거 있어.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종대와 루한이 마주앉았다.

 

 

"뭔데요?"

 

 

아직도 부아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테이블에 턱을 괸 루한이 시큰둥하게 물어왔다. 종대는 아랑곳않고 입꼬리를 슥 올려 웃으며 휘파람을 낮게 불었다.

 

 

"네가 좋아할만한 거."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하얀색 정사면체 메신저였다. 눈을 휘둥그레 뜬 루한이 메신저를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물었다. 목소리가 신이 난 듯 한 톤 올라갔다.

 

 

"이게 뭐에요!"
"메신저잖아, 뭘 또 물어."
"저 주는 거에요?"
"응. 게임중에 여러모로 필요하게 될 거야."

 

 

아이처럼 웃으며 좋아하는 루한을 보고 종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비록 자신이 사준 것은 아니고, 참가자들에게 목숨에 대한 기본적인 댓가 차원에서, 또 다른 기능을 위해 지급되는 것이지만. 그런 걸 말해줘 봤자 뭐가 좋겠는가. 종대는 간단하게 메신저를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너 듣고 있기는 해?"
"...아! 그럼요!"

 

 

말을 말지, 이미 자기 손에 들어온 메신저를 가지고 여기저기 만져보고 건드려보느라 루한은 종대의 설명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혼자 탐구하며 놀게 내버려둔 종대가 제 왼팔에 찬 시계를 흘끗 보더니 루한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옷 입어, 인식회 가야지."
"아... 인식회."

 

 

인식회 가면 그 자식 또 보겠네-싶은 생각에 다시 기분이 다운된 루한이 말없이 메신저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

 

 


아무 옷이나 집어입으려던 루한에게 보다못한 종대가 나서서 직접 옷을 골라주었다. 뭘 입어도 얼굴이 받쳐주니까 원, 벽에 등을 기댄 채 중얼거린 종대가 빨리 가자며 루한을 재촉했다. 이미 10분 정도 늦은 시각이었다.

헐레벌떡 뛰어가 연회장 문 앞에 서서 숨을 고른 둘이 연회장 안으로 발을 딛자 스물 두 명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로 향했다. 이렇게 시선이 집중된 것은 처음인지라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루한을 보고 세훈이 큭큭거린 것 같았다. 반면 종대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고 다녔다. 멋쩍게 서 있는 루한에게서 시선을 다시 거두지 않은 사람은 세훈 뿐이었다.

 

 

"왜 그렇게 서 있어, 와서 앉아!"

 

 

세훈의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그의 시선을 쫓아 루한과 눈을 마주치고는 웃으며 루한에게 손짓했다.

 

 

"너희 둘 기다리는데 이거 먹고싶은 거 참느라고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칭얼거리는 듯한 말투였다. 종대에게도 존칭을 하지 않는 걸로 보아 트레이너인 듯 했다. 그만 찡찡대요 형, 세훈이 팔뚝을 툭 치며 타박하자 그 남자는 고개를 돌려 다시 히죽 웃어보였다.

 

 

"앉아, 얼른."

 

 

이미 종대는 빈 자리에 앉아 어느 것 부터 먹을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휴, 그런 모습에 한숨을 폭 내쉰 루한이 종대의 옆에 남은 빈 자리에 앉았다. 하필이면 맞은편이 저 자식이라니, 눈 앞에 놓인 진수성찬에 기쁘기보다 세훈이 제 맞은편이라는 사실에 불쾌하기가 앞섰다.

 

 

"올해 참가자들은 자기소개같은거, 안하나?"

 

 

볼에 잔뜩 음식을 물고는 웅얼거린 세훈의 트레이너에게로 시선이 주목되었다.

 

 

"유치하게 그런 걸 왜 해?"
"뭐가 어때서? 통성명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럼 형부터 해 보던가."

 

 

그런 게 어딨어! 종대의 '뒤집어씌우기'에 당한 세훈의 트레이너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쿵쿵 내리쳤다. 그 모습에 종대는 마냥 재밌다는 양 웃음을 터뜨렸다. 세훈의 트레이너는 씹고 있던 것을 모두 삼킨 뒤 물을 한 잔 마시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김려욱, 27살! 얘 트레이너야."

 

 

포크를 들고 선서하듯이 오른팔을 번쩍 든 려욱이 짧게 소개를 마쳤다. 왠지 박수를 쳐야할 것 같은 느낌에 루한이 작게 소리내어 박수를 쳤다. 다음, 려욱이 세훈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강요했다. 세훈이 허리를 뒤틀어가며 피하다가 의자를 강하게 뒤로 끌면서 일어섰다.

 

 

"아 그만!!!"
"오, 일어서서 하는 거야?"

 

 

키득거린 려욱이 세훈의 배를 툭툭 쳤다. 빨리 해, 이것아.

 

 

"아- 이 형은 왜 이런 걸 하자고 해 가지고... 오세훈, 20살. 참가자고. ...음, 또 할 말이 있나,"
"없으면 앉아, 새끼야."

 

 

턱을 괸 채로 세훈을 올려다보던 다른 참가자가 킬킬거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세훈은 그의 말에도 기분이 상하지 않은 듯 그와 장난을 쳐대기 바빴다.

 

 

"벌써 친구 만든 거야? 그러다가 둘이 다른 팀이면 어쩌려고."
"뭐, 어떻게든 되겠죠."

 

 

답이 없다- 너네는. 려욱이 픽 웃고는 세훈의 팔을 당겨다가 앉혔다. 가만히 좀 있어, 애도 아니고. 그의 말에 입술을 쭉 내민 세훈이 제 '친구'에게 얼른 자기소개 하라며 우겼다.

 

 

"김종인, 20살이고... 나도 참가자."

 

 

귀찮다는 얼굴로 간단하게 소개를 끝낸 종인은 다시 눈 앞의 먹거리에 집중한 듯 했다. 그의 트레이너도 마지못해 소개를 했다.

 

 

"김종인 트레이너 차학연입니다."

 

 

점점 제 차례가 가까워져오자 루한이 냉수를 들어 목을 축였다. 이게 별일이라고 긴장이 되는 것이 웃겼다.

 

 

-우이판, 참가자입니다.
-22살 변백현입니다, 참가자구요.
-김기범. 변백현 트레이너야.
-나랑 우이판만 떨어져서 앉았네, 심창민이고, 우이판 트레이너.

 

 

이목이 루한에게로 쏠렸다. 루한이 입을 열자 아이스크림을 떠먹던 세훈도 수저질을 잠시 멈추었다.

 

 

"...루한-, 24살이고. 참가자예요."

 

 

세훈의 동공이 잠깐 커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24살? 말도 안돼, 루한은 그것을 봤는지 못 봤는지 종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시끄럽게 제 소개를 끝낸 종대가 자자, 빨리! 하며 옆사람을 재촉했다.

 

 

-정택운.
-미안, 얘가 원래 이래. 난 택운이 트레이너 김영운이고.
-김민석, 24살입니다.
-레이예요.
-우지호입니다. 참가자구요.
-타오입니다, 21살이에요.
-도경수라고 합니다. 22살.
-박찬열이예요!

 

 

마지막 참가자까지 자기소개가 끝나자 다시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루한이 모든 참가자들을 슥 훑어봤지만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 천지였다. 세훈과 종인만이 참가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입을 열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트레이너들만 시끄럽게 수다를 떨어댔다. 간혹 저들의 트레이너와 조금씩 말을 나누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아직 견제하는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다른 참가자들은 말이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맛있는 것도 목을 넘기지 못하겠다 싶어 루한이 조용히 일어섰다.

 

 

"어디 가?"
"답답해서요."

 

 

빨리 들어와, 종대가 잡고 있던 루한의 팔목을 놓아주며 말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루한이 커튼을 젖히고 발코니로 향했다. 5월의 바람이 얼굴을 쓸고 뒤로 흘렀다. 하- 눈을 감고 난간에 기댄 루한이 작게 한숨을 토했다. 지금 이렇게 '파티'를 즐기고는 있지만, 이 나름대로 잔잔한 분위기는 사흘 후 산산조각날 것이 뻔했다. 상대를 제거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관계를 줄이려 애썼다. 게다가 다른 참가자들도 같은 생각인 듯 일부러 친선을 도모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세훈 빼고.

 

 

흘러흘러 생각이 세훈에게로 닿자 루한이 감은 눈을 확 찡그렸다. 오세훈- 루한이 작게 읊었다. 짜증나, 이를 악물고 웅얼거린 루한이 다시 짙은 한숨을 뱉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한 루한이 체념했다는 목소리로 입술을 뗐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이렇게 매번 소리도 없이 따라온겁니까."
"응, 려욱이형이 제대로 가르쳐 준 게 이것 밖에 없네."
"잘- 배웠네요."
"그렇지?"

 

 

비꼬듯 말한 루한이지만 세훈은 그건 상관 없다는 듯 웃으며 루한의 옆에 기대어 섰다.

 

 

"왜 또 따라온건데요."
"24살이라며. 말 편하게 해."
"댁이랑 편하게 지내봤자일것 아닙니까."
"글쎄, 그건 모르지."

 

 

능글거리는 말투에 또 한 번 짜증이 치솟았다.

 

 

"대체 왜 저한테 자꾸 친한척하는거예요?"

 

 

흐응, 고민하는 척 눈썹을 치켜올린 세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몰라, 그냥? 기대도 안했다는 듯 루한이 한숨을 폭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세훈이 다시 키득거렸다.

 

 

"네가 첫날에 내 허리 밀고 뛰어갔잖아."
"그런가... 그래서요?"
"피해보상 받으려고."

 

 

참 나, 루한이 한쪽 입꼬리를 당겨 픽 웃었다. 갑자기 아픈 척 하며 허리춤을 부여잡는 세훈이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 아- 갑자기 허리가 아파, 엄살을 부리며 씩 웃은 세훈이 갑자기 루한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무거운 느낌에 루한이 인상을 찌푸렸다.

 

 

"근데-"
"......."
"루한?"
"......."
"진짜 예쁘게도 생겼다. 남자 맞아?"

 

 

한 마디 던질 때마다 가까워지는 하얀 얼굴에 루한이 손을 들어 세훈의 이마를 밀었다. 킬킬대며 웃은 세훈이 손에 들고있던 주스를 한번에 들이켜고는 루한의 오른손을 잡아 들며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이게 무슨! 루한이 당황하며 몰아붙일 새도 없이 세훈이 씩 웃으며

 

 

"사흘 뒤에 봐요, 까칠한 공주님!"

 

 

이라 속삭이고는 발코니에서 사라졌다.

상황을 인지하고 나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미친 새끼, 공주님이라니! 루한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들은 사람이 있나 확인했다.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참자, 다른 팀이기를 바랄 수밖에."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속을 진정시킨 루한이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반기는 종대에게 속이 안 좋다며 핑계를 대고는 저를 보며 히죽 웃는 세훈을 매섭게 흘겨보고 연회장을 나왔다. 끝까지 세훈은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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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 제취향저격당했어요ㅠㅠㅠㅜㅠ완전 제스타일ㅠㅠㅠㅜ능글거리는 세훈과 까칠한 루한 좋습니다 건강에 좋아요 일단 신알신할게요
10년 전
독자2
능글능글한 세훈이와 까칠한 루한이라닠ㅋㅋㅋㅋㅋ세상에.. 게다가 어떻게보면 하극상.. 짱짱이에요b 작가님 스릉흡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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