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곁에 있었기에 앞으로도, 아니 영원히 머무를 거라 생각했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이내 네가 옅게 그려졌다.
우리는 일곱 살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였다.
친구, 아니 어쩌면 가족.
손을 꼭 잡고 찾은 네 집엔 너의 아머니와 우리 아버지가 계셨다.
곧 가족이 될 거라 하셨다. 나와 너, 내 아버지, 네 어머니.
그 땐 그저 함께 있을 시간이 많아질 거란 말에 말에 웃음만 지었었다.
어렸을 때부터 숫기없는 성격 탓에 너와 내 친구는 서로가 다였다.
집에 들어가기를 싫어했고 필요없는 말을 흘리는 걸 가장 싫어했다.
놀이공원에서 먹는 솜사탕의 맛이 궁금하다고 했다.
난 솜사탕을 먹을 때의 네 표정이 궁금했다.
초등학생이라 하기에 꽤 작은 발에는 항상 분홍색 단화가 신겨 있었다.
네가 아프면 난 항상 손 끝이 시렸다.
내 손 끝이 시리면 항상 분홍색 단화가 시려보였다.
같이 살게 된 첫 날, 내 아버지는 무엇을 먹고 싶냐 하셨다.
그렇게 네 식구가 찾은 스테이크 집의 나이프를 쥐었다.
나이프를 쥔 오른쪽 손 끝이 시렸다.
네 이마에는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얼른 분홍색 단화를 눈으로 쫓았다.
낡아 헤진 단화의 코가 떨리고 있었다. 시려보였다.
높은 것을 무서워 했던 넌 1층, 난 2층 침대를 사용했다.
답답한 마음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당겼다.
살짝 열린 문 틈새로 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언성은, 높았다.
이내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서웠다.
다시 어머니를 잃게 될까 하는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힘들게 얻은 너와 멀어지면 어쩔까 하는.
어머니, 아버지의 이혼과 함께 너와 나는 같은 중학교로 진학했다.
그 무렵 이상한 소문이 학교에 떠돌기 시작했다.
너와 내가….
그래, 틀림없는 이상한 소문이었다. 이상한.
그렇게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너와 나는 어정쩡한 성적으로 대학에 갔다.
하고 싶은 일도, 적성도 뚜렷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대학교의 같은 학번, 같은 과. 원하던 바였다.
무난한 학교생활 중, 2학년이 됨과 동시에 너는 유학길을 택했다.
네가 없는 학교는 공허했다.
3년 남짓의 공허함 끝에 너는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오랜만에 보는 너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에 찾아간 공항.
공항에 발을 디디는 순간 바싹 언 손가락의 끝이 떨려왔다.
옛날부터 나의 안 좋은 예감은 늘 들어맞아서 넌 항상 놀라곤 했는데.
확실할까,
니가 돌아오는 것.
사실은,
네가 살아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순간적으로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