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써 보겠습니다.
하, 시발. 욕이 절로 나왔다. 이로 벌써 5번째였다. 이제는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그 애에 대해 나는 해탈한지 오래다. 더 이상 화 낼 기력도 없었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고마웠다. 하지만, 그 애는 별로 내가 겪어야 할 일들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고맙지?"
"어"
"고맙다면서, 좀 더 사랑스럽게 말해주면 안돼?"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애는 먼지가 이리저리 뜯긴 자국이 역력한 낡은 소파에 몸을 기대 다리를 꼰 채 날 바라봤다. 그거, 더럽잖아. 하나 새로 사줄게 라며 말을 건네면 그 애는 날 째려보기 일쑤였다. 돈지랄 하지말라면서. 돈지랄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야하지 않겠냐고 따지면 그 애는 말 없이 소파를 쓰다듬기만 했다. 왜 인지 이유는, 짐작이 갔지만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애의 행동은 말이 없어도 무슨 의민지 알 수가 있었다. 이런 의미를 단박에 알 수 있는 내가 한심스럽다. 그 애의 마음에 대해 이해하는 내가, 그게 너무나도 화가 났다.
"근데 네가 이러면, 나 뒷감당하기 힘들어."
"그건 네가 이겨내야지."
"무책임하잖아. 일은 네가 저질러놓고"
그 애에게 향해있던 눈을 거두곤 천장으로 옮겼다. 그 애는 계속 나에게로 시선을 유지했다. 방 안에는 쾌쾌한 냄새가 불쾌하게 퍼져있는 게, 꼭 그 애와 내 사이를 표현하는 것만 같다. 분명, 원래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애와 나, 우리 말고 나 말이다. 나는 애초에 쾌쾌한 냄새가 아니었다. 쾌쾌한 냄새라면, 이 애가 풍긴 것이지. 본래의 나는 산뜻했다. 여기저기 사랑 받았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배우며 자랐다. 앞으로도 쭉 그럴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애가 전부 망쳐버렸다. 망친 것도 모잘라, 나는 쾌쾌한 곳으로 끌고갔다. 다시 생각해보니 기분, 참 더럽다.
"무슨 생각해?"
"네 전과."
"자랑스럽지"
"지랄"
그 애는... 그래, 마치 광견 같다. 처음 만난 그 날 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는 광견이다. 또 그런 광견을 다루는 나 또한, 어느새 미친 사람이 되어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쾌쾌하던 그의 냄새가 나에게 퍼져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미친 사람이다.
**
"파혼만 몇 번재야!"
"죄송합니다"
"어렸을 땐 잘했으면서 지금 와서 왜이래? 이 애비가 얼굴 들기 얼마나 창피한 줄은 아냐!"
차마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고개만 푹 숙인 채 계속 굽실거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실은, 죄송하지 않았다. 내가 반성해야 할 이유따위 없었다. 이게, 전부 그 애 때문이니까. 그 애가 내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열을 올리며 화 내시는 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감고 생각해봤다. 그 애가 없는 내 삶을.
"가봐라"
"죄송합니다"
"듣기 싫다. 그냥 눈 앞에서 꺼지거라"
문을 닫곤 그 닫은 문에 몸을 기댔다. 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기댄 몸을 일으켜 한 발짝 나아가 다시 뒤 돌았다. 문 앞에 팻말이 눈에 보이는 게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 올라왔다. '회장실' 모든 게 짜증났다. 나는 어째서 이렇게 살아가야 하고, 이렇게 나아가야 하는 가에 대한 물음이 떠올랐다. 하루에도 수만 번씩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타당한 답은 나오질 않았다. 그 애가, 보고프다. 이런 사실에 또 짜증이 났다. 나는 어째서 그 애에 대해 이렇게도 배고파하는가.
그 애가 없더라면, 내가 이렇게 이 세상을 두 발로 걸어다니지도 않았겠다는 사실은 날 더 짜증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랬다, 그 애는 더 이상 내 인생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 버린 것이다.
도경수는,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오백 조각, 저도 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