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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별 4화

written by.테픈

 

 

 

04.

 

 

 

 

똑똑-.

 

 


"들어오세요."

 

 


 크리스는 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보고 있던 서류를 정리해서 서랍에 넣으며 대답했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민석이 쟁반 위에 두 잔의 컵을 들고 들어왔다. 선생님-, 하고 부르며 다가온 민석에게서는 옅은 커피향이 느껴졌다. 민석은 커피가 담긴 잔을 크리스 앞에 내려놓고 자신도 잔을 들어 크리스의 침대에 털썩 주저 앉았다. 크리스가 의자를 돌려 민석과 마주 앉았다.

 

 


"준면이는 레몬밤만 마시던데"
"나도 마셔봤는데 무슨 맛인지 모르겠더라구요"
"둘이 쌍둥이잖아"
"쌍둥이라도 다를 건 달라요"

 

 


 민석의 말대로 준면과 민석은 3분 차이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로, 얼핏 보면 조금 닮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준면과 민석은 키를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준면은 체질적으로 마른 편인 반면 민석은 지금은 운동으로 살을 많이 빼서 그렇지 어릴 때부터 통통한 편이였고, 준면은 엄마를 닮아 진한 쌍커풀이 있는데 비해 민석은 아빠를 닮아 쌍커풀없이 눈꼬리가 올라가 있어 마치 고양이 눈을 가졌다. 게다가 좋아하는 것들도 많이 달랐다. 준면은 깔끔한 허브티를 좋아하는데 비해 민석은 진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했다. 또  워낙 약한 탓에 집에서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준면과 달리 민석은 축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문과와 이과로도 나뉠 정도로 둘은 좋아하는 것이 달랐다.

 

 


 이렇게나 틀린데도 민석과 준면은 한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민석은 몸이 약한 준면을 항상 챙겨서 다녔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줬다. 캐나다에 있었을 때 둘을 처음 보고, 크리스는 참 예쁜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서로를 위할 줄 아는 형제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날밤, 제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저 고양이같은 아이가 준면과 같이 너무나 여리기만 했던 뒷 모습을.

 

 

 

"그래도 우리 둘이 통하는 거 하나 있어요"
"뭔데?"
"사람 보는 눈이요."
"사람 보는 눈?"

 

 


 우리 둘다 선생님 무척 좋아하는거 알죠?, 민석의 말에 크리스가 피식,하고 웃었다. 준면과는 다른 이유로 민석도 크리스가 좋았다.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고 지금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큰 손도 좋았다. 우리 둘의 친형 같은 기분이랄까. 그래서 캐나다에서도 자신의 약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었다.

 

 


 민석은 커피를 다 마신 빈잔을 챙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골에서의 첫 잠자리라 불편하지 않겠냐고 몇번이고 묻더니 푹 쉬라고 말하며 방을 나선다. 그런 민석을 보다가 다시 서랍에서 진찰서를 꺼냈다. 한참이나 서류를 들여다보던 크리스는 눈이 피곤해짐에 서류를 정리하고 침대에 누웠다. 낯설지만 그와 같은 집에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저 남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준면을 살리고 싶다고 생각한 크리스였다.

 

 

 

 

 

 

 

 


"선생님, 차 있죠?"
"응, 왜"
"나랑 오늘 시내 좀 나가요."

 

 

 

 알바자리 좀 찾으러, 민석은 아침을 먹으며 크리스에게 미리 부탁을 했다. 민석의 어머니 차가 있었지만, 민석은 애석하게도 운전을 하지 못했다. 대학가자마자 딴다는 운전면허였지만, 수능치기 전에 준면이 아프기 시작하며 부모님들은 캐나다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그 준비로 바빴기 때문에 그의 간호는 온전히 민석의 몫이였다. 다행히 민석은 수시로 이미 내정된 대학이 있었기 때문에 정시를 내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민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준면도 크리스에게 형이랑 나갔다 오라며 부탁을 했다. 준면의 부탁이라면 절대 거절 못하는 크리스였기에 민석은 준면을 향해 고맙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런 그를 보고는 준면이 설핏 웃어 보였다. 제 형은 가끔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럴 때였다.

 

 


"언제 나가야 하는데?"
"지금 나가도 되구, 좀 있다가 점심먹고 나가도 되고"
"그럼 밥먹고 바로 나가자."

 

 

 

 아침 일찍 자신도 볼일이 있다며 크리스는 일찍 나가자고 했다. 그에 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알바천국같은 곳에서 미리 봐둔 편의점 알바가 있었기 때문에 일찍 나가도 상관이 없었다. 다 먹고 일어서는 크리스를 따라 민석도 따라 일어났다. 대충 세수를 하고 방안에 굴러다니는 바지와 후두집업을 챙겨 입은 민석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1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크리스의 부름에 얼른 방을 나섰다.

 

 

 

 

 


 지각이였다. 지금 가도 2교시에 맞춰 갈까 말까였다. 그 와중에도 머리를 감은 종대는 아직도 덜 말라 한껏 젓어있는 머리카락을 대충 털어내고는 집을 나섰다. 이거 입에 무라!!, 엄마가 물려준 고구마를 입에 문채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대문을 열고 걸어 나오는데, 제 눈앞에는 고급 승용차 한대와 그 차에 타고 있는 민석, 그리고 키가 훤칠한 한남자가 보였다. 어제 어무이아부지가 말한 그 의사인가. 종대의 발걸음이 점점 느릿해졌다.

 

 

"희야"

 

 

 

 종대의 부름에 민석이 차를 타다가 뒤돌아 종대를 보았다. 크리스도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교복을 입은 소년이 서있었다. 누구야, 쟤. 낮은 목소리로 묻는 크리스에 민석은 옆집 고딩이라고 소개 했다.

 

 

 

"희야 어디가여?!"
"그냥 나가는데, 왜?"
"우와! 여기 이분이 의사선생님인가보지요? 키 디따 크시네여"

 

 


 크리스의 앞까지 걸어온 종대는 크리스를 올려다보며 진심으로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민석은 조금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가방을 메고 있는 저 종대라는 고딩이 왜 이 시간에 학교가 아닌 여기에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것도 지난번처럼 주말도 아닌 평일에.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메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야 너 지각이냐?"

 

 


 민석의 질문에 그제서야 자신이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느낀 종대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크리스를 지나쳐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종대를 확인하고는 민석이 혀를 차며 차에 올라탔다. 그 때였다.

 

 


"학생, 내 차 타고 가지."
"...네?!"
"학교까지 태워줄게. 버스는 늦지 않나?"

 

 


 크리스의 말에 뛰어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오는 종대였다. 보조석에 앉아 있던 민석이 꽤나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운적석에 앉던 크리스가 민석을 돌아봤다.

 

 


"쟤 싫어해?"
"싫어한다기 보다..."
"감사합니다!"

 

 


 민석의 말은 뒷자리에 타는 종대에 의해 끊겼다. 뒷문이 닫히자마자 크리스가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학생, 내가 온지 얼마 안되서 그러니까 길 좀 알려줘야돼, 크리스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한 종대가 가방을 벗어 편하게 품에 안았다.

 

 

 

"근데 의사쌤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 크리스."
"크리스요? 외국이름이네여?"
"외국인이니까"
"에? 정말요? 어디여?"
"중국계 캐나다인"
"진짜여? 진짜 신기하다!"

 

 


 몸을 앞좌석까지 당겨 목받침대를 잡은 종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백미러를 통해 그 모습을 본 크리스가 피식-하고 웃었다. 외국인은 처음 본다며 이것 저것 떠들기 시작한 종대는 그 와중에도 크리스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학생 이름은?"

 

 


 저 김종대요, 아 쌤 좀따 오른쪽 길로 빠지셔야해요 그게 빨라요!, 종대의 말에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했다. 그러다가 문득 너무나 조용한 민석에 힐끔 그를 확인했다.

 

 


"민석 괜찮아?"
"네? 네."

 

 


 그제서야 이야기를 멈추고 민석쪽을 쳐다본 종대는 대답만 하고 창밖을 보고 있는 그의 옆모습을 뚫어져라 보았다. 의사쌤이 괜찮냐고 묻는다는 건 역시나 어디가 아픈게 아닐까. 크리스라는 의사와 아침 일찍부터 어디를 가는 것인지, 아파서 병원에라도 가는 것일까. 아까 대문 앞에서만 해도 그런 티는 없었는데.

 

 


"아 맞다 약은?"
"먹었어요"
"아침먹고 꼭 챙겨야돼"
"알고 있어요. 엄마가 까먹을까봐 내가 했어요"

 

 


 둘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저도 모르게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 종대였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종대는 민석이 생각하는 것만큼 예의 없는 사람이 아니였다. 이제 알게 된지 2~3일밖에 되지 않은 사람에게 어디 아프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미 민석에게 처음 본 사람한테 반말이나 한 예의없는 사람이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애써 궁금한 것을 참고 있던 종대는 익숙한 길을 따라 자신의 학교 건물이 나타나자 세워달라고 말했다. 크리스 덕분에 버스로 오는 것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1교시 중에는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지각은 지각이였지만 말이다.

 

 


 감사합니다, 크리스쌤! 하고 밝게 인사를 하며 차에서 내린 종대는 크리스 옆에 여전히 말이 없는 민석에게도 인사를 했다. 희야 잘가요!, 그리고는 가방을 뒤로 똑바로 메고 빠른 걸음으로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중간에 몸을 돌려 아직 서있는 차에 손까지 흔들어주며.

 

 


"굉장히 펑키한 녀석이네"
"너무 밝아서 불편해요"
"너도 처음엔 저랬어"
"저 정도는 아니였을 걸요?"
"글쎄."

 

 


 고개를 갸웃거린 크리스가 그래서 넌 어디로 가야되냐고 묻자 민석은 가만히 교문 반대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내려가면 편의점 하나 있대요, 민석의 말에 크리스가 다시 핸들을 잡아 돌렸다.

 

 


"근데 저 학생 왜 너보고 희야라고 불러?"
"나도 희야가 뭔지 모르겠어요"

 

 

 

 

 

 
 교문 앞에 선 종대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렸다. 크리스의 차가 학교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을 본 종대는 어쩐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민석이 아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경계하던 그 모습을 떠올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아픈 것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었다.

 

 

 

 

 

 

 

-----------------------------------------------

 

쌍둥이별 4화입니다 :) 바쁜 와중에 조금씩 쓰다보니 4화까지 썼네요 ㅎㅎ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고 쓰고 싶은건 많고, 그래요 ㅎㅎ

오늘도 도쿄에서 sm콘이 있는데 우리 첸민이들 터지려나 몰라요...ㅠㅠㅠㅠㅠ

첸민이 터지길 바라며 쌍둥이별 4화 던지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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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종댘ㅋㅋㅋㅋ완전히 오해를 하고있군욬ㅋㅋㅋㅋ아 근데 저도 희야가 뭔지 궁금해욬ㅋㅌ언제 알려주실건가요~?
10년 전
테픈
희야는 곧 밝혀질거예요 ㅎㅎㅎ
10년 전
독자2
이제서야보게되네요ㅠㅠ한동안못들어와서ㅠㅠ잘보고있어요!!종대귀여워ㅠㅠ쟈가운민석이ㅠㅠ다음화보러갈게요!!
10년 전
테픈
감사합니다 ㅎㅎ 부족한 글을 항상 챙겨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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