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면서부터 슬슬 서로 철벽을 세우며 티격태격 거리기 시작하자 피디님이 웃으면서 달려오신다. 아무리 남사친 vs 여사친 컨셉도 좋지만 지금 촬영하는 프로그램은 우리 결혼했어요 라며 좀 더 달콤하게, 라며 피디님이 말씀을 하시는데 거짓말 안치고 '달'자 나오자마자 나랑 오빠랑 고개를 딱 돌려서 피디님을 째려봤다. 이 오빠랑요? 달콤? 달코오오옴? 오빠가 할애비에서 탈출하는 소리하고 앉아계시네요 피디님. 아니 서계시는군요. 하하. 그리곤 다시 고개를 돌려 서로의 눈을 찌릿 째려봤다. 아니 이럴거면 왜 그 사람들 속에서 구해준거래? 내 눈빛을 읽었는지 "하... 미션만 아니었어도."란다. 솔직히 자기도 지금 백프로 후회 중인거다.
결국 불쌍한 우리 피디님은 나랑 오빠를 이끌고 카페에 자리 잡고 앉힌 채 서로 소개와 소감을 나누라고 얘기하셨다. 도대체가 뭘 해야할지 종 잡을 수가 없다. 자기소개마저도 사실 우린 아는 사이고, 시청자분들도 우리가 어느 정도 아는 사이라는 걸 분명히 아실텐데. 새로운 컨셉이란 건 이렇게 늘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음료수 시켜올게요."
"네? 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죠?"
"네? 아니, 아이스 초"
"아, 뜨거운 아메리카노요? 알겠어요, 그걸로 주문해드릴게요."
아. 저 선배가 진짜.^^ 카메라가 돌아가니 욕도 못하겠고 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문하러 향하는 오빠를 쫄래쫄래 향했다. 그런 나의 뒤를 VJ님이 쫓아오고 계셨다.
주문하려고 카운터 앞에 선 오빠 옆에 나란히 서서 오빠가 주문하는 걸 지켜보았다. 그러자 재현오빠는 날 한 번 쓰윽 보더니 불쌍한건지, 아니면 내 눈빛에 생명에 위협을 느낀건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랑 아이스 초코 하나요." 라고 주문한다. 진작에 저렇게 얘기해주면 얼마나 좋아. 내가 아이스 초코만 먹는 거 알면서도 사람 인내심 테스트 하듯 꼭 한 번씩 이렇게 장난치는 오빠다. 그래도 이번엔 진짜 주문 안 했으니까 안 때리고 넘어가야지. 지난번에 에스프레소 주문한 거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왜 그러고 서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리 둘은 음료가 나올 때까지 서로의 다리를 발로 차며 계산대 앞에 서서 기다리다가 음료가 나오자 쟁반을 받아들고 다시 우리 자리로 돌아왔다. 돌아오자 우리를 반겨주는 건 분홍색 미션 종이였다. 아... 나 벌써부터 저 카드 지긋지긋해... 어떡해 언니...
[오늘의 미션]
안녕하세요, 우리 결혼했어요의 새로운 커플 여러분!
저희 프로그램에 합류하시게 된 걸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가상결혼이 시작될텐데요.
우선 서로를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만약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면, 부부호칭도 정해주세요.
그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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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미션카드를 둘이서 읽으니까 느낌이 색다르네요."
"그래요? 전 별로 안 다른데."
오 오빠 철벽도 이렇게 오랜만에 공개적으로 당하니까 느낌이 색다르네요, 이놈아. 촬영 중이라고 그만 철벽치라고 다리를 뻥 차자 오빠가 다시 내 발을 꾹 밟으며 째려본다. 나 샌들 신었는데, 이 인간이 정말 하이힐로 밟히고 싶나. 도대체 티격태격 대느냐고 무언가 진행이 되질 않는다. 앞으로 나 우결 촬영 어떻게 해 언니... 자꾸만 멤버들이 보고 싶어진다.
"...우리 뭐부터 할까요."
"서로 소개부터?"
"그래요 그럼."
그리곤 서로 동시에 일어났다. 아 진짜... 우리 사이가 자꾸 무안해지고 어색해지는 데에는 우리의 티격태격뿐만 아니라 분명 하늘의 도움이 있으리라 믿는다. 아니라면 항상 이렇게 거지같은 타이밍만 골라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가 없어. 라고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하다하다 하늘 탓까지 하다니. 내가 정말 정신줄을 놓은게 틀림 없다.
"안녕하세요, 아시겠지만 저는 그룹 3S의 멤버, 이여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남.편.님?"
"전 그룹 NCT 멤버 정재현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아내님."
그리곤 또다시 정적.
하하ㅏ하하핳... 피디님 얼굴 굳어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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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되겠어요 피디님, 이렇게 마주보고 자기소개라뇨... 저희 이래뵈도 5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인데..."
"그래요? 그렇게 힘들어요?"
"네, 죄송하지만 저희 나가서 걸으면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 벚꽃도 너무 이쁘고... 사실 오빠 얼굴보고 얘기할 자신이 없어요."
걷잡을 수 없는 우리 분위기에 피디님이 쉬는 시간을 외치시고, 그 틈을 타 오빠가 잠시 화장실에 가 자리를 비운 사이 피디님께 벚꽃 핑계를 대며 밖에 나가자고 졸랐다. 그러자 피디님도 그게 지금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좋은 방향으로 고민을 하시는 거 같았다. 그런 피디님의 얼굴을 되게 애절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다가온 오빠가, "여주야, 네 남편은 피디님이 아니라 나야." 란다. 와 소오오름. 나 놀래서 방금 넘어질뻔.
"어, 재현씨 왔어요? 재현씨, 여주양이 밖에서 좀 걷는 건 어떻겠냐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왜요? 제 얼굴 보고 얘기할 자신이 없대요?"
"네 뭐 그렇다는데..."
"왜, 내가 그렇게 잘 생겼어?"
"웃기지마요, 욕 나올까봐 그런거거든요. 내가 쌓인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 뭐가 그렇게 쌓였는데, 라는 말에 내가 웃으면서 뭐.. 블루베리 참치 호두 샌드위치랄까? 라니까 입을 싹 다문다. 어쭈, 자기도 지난번에 자기가 실수한 건 안다 그거지. 내가 그 상태로 째려보자 내 음료수까지 챙겨들고는 하하, 우리 저기로 가면 될까요? 라며 먼저 카페를 나선다. 가만보면 저 오빠도 마냥 정상은 아니란말이야. 그런 오빠의 뒤를 졸졸 쫓아가면서 말했다. "오빠 우리 컨셉 남사친 ♥ 여사친이래. 어떻게 해요?" 그러자 오빠가 뒤로 쓱 돌더니 주변을 살펴보고는 얘기한다.
"솔직히 말해, 너 긴장했지?"
"아니 그게 단독예능은 또 처음이니까..."
"거봐거봐, 긴장한 거였지? 너 긴장풀라고 계속 장난쳐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화만 내고. 난 또 그새 네 성격이 더러워진줄 알았잖아."
아니 이 오빠가 정말? ^^
앞에 오빠의 말에 설레서 헐...하려는 순간 이렇게 치고 들어온다. 확 진짜. 인상을 딱 쓰고 오빠를 쳐다보니까 오빠가 씨익 웃으면서 우리 이상태로 계속 티격태격하면서 나오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그냥 자기가 하는 대로 쫓아오라고 한다. 자기도 나름 오빠라고, 또 선배라고. 근데 의심쩍은 건 사실이다. 오빠도 단독 예능은 처음이면서.
-
"자, 어색한 말투는 집어치우고, 원래 우리대로 해봐요 후배님."
"오빠 먼저."
"그래 여주야."
"엉 재현선배."
"그럼 우리 먼저 시청자분들께 소개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그럼 이렇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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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화면]
그들의 동반 속마음 인터뷰
"자,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저희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새로운 커플인 이여주, 정재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저희는 회사 선후배로 서로 알고 지낸 지 연습생시절 포함해서 5년? 맞지?"
"넹, 5년 맞아요."
"네, 그래요. 5년이나 알고 지낸 사이고요, 사실은 두 그룹 중에서 제일 어색한 멤버 조합입니다."
"맞아요 맞아."
"왜 우리 둘이 뽑혔는지 의문이에요."
"그거 제가 오빠랑 싸우다가 매니저오빠한테 걸려서"
"저랑 왜 싸웠었죠?"
"선배가 아이스초코 대신 에스프레...흡! 으그느으!(이거 놔!)"
"그 이야긴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될 거 같네요.^^"
"크흡, 짜! 진짜!"
"아무튼 저희 둘 앞으로 열심히 할테니 이쁘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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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 스튜디오]
- 어머머,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라더니, 세상에 서로 치고박고 싸우네요 저 커플은.
-완전 새로운 컨셉의 커플의 등장이네요
-에릭남씨, 저게 바로 전형적인 남사친, 여사친 아니에요?
-그런가요? 저희는 저렇게까지 싸우진 않아서.. 하하
(여주, 재현 의문의 1패)
-
"선배!"
"왜요?"
"꽃 좀 따줘요!"
벚꽃이 너무 예뻐 벚꽃을 따다가 머리에 꽂고 사진을 찍고 싶은데 쪽팔리게 이게 또 손이 안 닿는거다. 그래서 정말 창피하지만 재현오빠에게 따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세상에나 이런 애취급은 또 난생처음 받아본다.
"여주어린이, 꽃을 따면, 꽃이 아야- 해요."
"네?"
"못 알아듣겠어요? 그럼 제가 영어로 말해줄게요. If you-"
"예아- 이해했구요, 제가 천번만번 잘못했어요. 됐죠? 가요 그냥."
내가 삐져서 뒤돌아가자 뒤에서 큭큭대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어제 전화로라도 오빠한테 장난 안 쳤으면 난 아마 여기서 억울해서 울분을 토하고 있을지도. 그와중에 어제 오빠한테 장난친 댓가라고 봐주고 있는 나도 참 웃기다. 아 근데 저 인간은 안 오고 뭐해?
"자, 여주야 여기."
"왜요, 꽃 따면 아야한다면서요."
"하나 정도는 나무도 봐주지 않을까요?"
"...그런가?"
어쩌면 내가 지나치게 단순한 걸지도.
"자 그럼 이제 사진찍어야지. 여주야, 여기 보세요- 찰칵!"
"...그게 뭐얔ㅋㅋㅋㅋ 혹시 돌잡이 전문 사진기사?"
"여주어린이! 에베레레레렐레 까꿍!"
"..오빠 제발 1절만..."
그렇게 우리의 위태위태한 가상결혼이 시작되었다.
-
[다음화 예고편]
안녕하세요 새로운 여주♥재현 커플 여러분!
지난 번에 여러분이 고른 신혼집이 드디어 마련되었어요!
각자 필요한 짐을 챙겨 신혼집으로 입주하길 바래요.
알콩달콩한 여러분의 신혼생활을 응원합니다!
+) 아직 부부 호칭은 못 정한건가요? 저희 기대하고 있어요!
참, 필요하면 장도 봐가지고 가세요!
-
"미쳤어 오빠? 이걸 왜 들고 와!"
"이게 은근슬쩍 말 놓는다?"
"어차피 나 빼고 다른 애들이랑 다 말 놓잖아!"
"..."
"아내가 말 좀 놓겠다는데!"
"뭐? 방금 너 뭐라고?"
"..."
"아이구, 아내님~ 그게 그렇게 서러우셨어요?"
"아 진짜... 재현오빠 진짜 완전 깨... 이런 스타일인 줄 몰랐는데..."
"뭐, 내가 왜, 뭐"
_
????
어쩌다 재현이가 저런 캐릭터가 되어버린거죠?
물론 지금 재현이가 여주 긴장풀어주려고 애쓰려는건 있는데 너무 막나가는데?...ㅋㅋㅋㅋㅋㅋㅋ
초록글![[NCT/재현] 우리 결혼했어요♥ _ 02화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18/21/30fd7e754c76ddec676cd674eee1ab7e.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