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수 민뭉이 썰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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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우리 집 민뭉이를 소개할게요.
민혁이를 키우기 시작한 건 작년 초 겨울2월쯤? , 반인반수란 걸 알게 된 건 작년 봄쯤이었을 거예요. 한창 벚꽃이 만개할 때쯤이었으니. 1년 반을 열렬히 사랑하고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준 쓰레기 같은 남자친구가 글쎄 자기가 바람을 피워 놓고 뻔뻔하게 헤어지자는 거 있죠? 술을 왕창 사서 집으로 들어와 처량하게 마시고 있는데 발 밑으로 솜뭉치 같은 게 걸렸어요.
"...무야(뭐야) 너...., 너도 싫어 저리가...!"
"ㅇㅅㅇ?"
솜뭉치의 정체는 전 남자친구가 생일 선물로 분양해준 하얀색 강아지였어요. 네, 맞습니다 바로 민혁이에요. 본의 아니게 강아지였던 민혁이에게 화풀이를 하며 술을 한잔 두 잔씩 먹다가 병나발을 불며 마시고 있는데 글쎄 아무도 없는 집에서 사람 손이 제가 들고 있던 소주 병을 채가는 게 아니겠어요?!
"...?" (사태파악 안됨.)
"나도 줘, 왜 혼자 먹어 주잉."
...판사님, 제가 지금 보고 있는게 뭐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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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무슨 생각해?"
"......"
"야!"
"너의 정체를 처음 알게 된 순간을 생각한다 왜."
"아, 너 술에 꼴아서 병나발 불었을 때?"
저 개새ㄲ..., 아니 강아지가 제 과거 회상을 막다니...^^ 하여튼 민혁이가 사람으로 변해 저에게 말을 걸자마자 술이 확 깨는 거 있죠? 그 다음은 어떻게 됐냐구요? 네, 처음엔 믿기지가 않아 몇 번이고 되물었지만 지금은 나름 잘 적응하고 같이 사는 중이에요...^^ 근데 이.. 개... 아니 귀여운 우리 민혁이가 그 때의 귀여움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저보다 더 사람같이 지내고 있네요^^^^^^
02. 취침
민혁이가 반인반수인걸 알게되고 나서 가장 고민했던건 바로 잠자리였어요. 여자 혼자만 사는 집에 침대가 두개나 있을 일이 없고..., 바닥에서 재우자니 방바닥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혹여나 감기가 걸릴까 걱정이였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차가운 방바닥에서 재우는건데.... 후
"민혁아."
"웅?"
"어디서 잘래?"
.....
"당연히 주인 옆이지! 항상 그랬잖아 'ㅁ^"
...그래요, 민혁이는 원래 항상 제 옆에서 같이 잤는데 문제는... 그 때는 강아지 였을 때고 지금은!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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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여기가 원래 이렇게 좁았나?"
"민혁아 네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커진거야."
"그런거 몰라! 잘 자 주인."
결국 민혁이와 한 침대에 눕게 됐습니다. 아,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희 민혁이 아직 어려서 보호해줘야 하거든요. 침대에 등을 돌리고 눕자마자 한 3분쯤 지났나요? 코를 골면서 자는 민혁이에, 고민한게 오히려 부끄러워졌습니다. 전 쓰레기 인가봐요. 오늘 얘기는 여기서 마무리 지을게요! 민혁이가 지금 귀엽다고 속지마세요 여러분. 저도 속았거든요. ㅂㄷㅂㄷ. 안녕.
03. 주인이 잠든 사이에
안녕하세요! 민혁이에요!! 지금 주인은 옆에서 예쁘게 새근새근 아주 잘 자고 있어요. 근데 잠버릇이 어찌나 고약한지 벌써 이불을 몇 번째 차는지... 다시 덮어줘도 어느샌가 보면 이불이 발 밑에 가 있네요.
"......"
주인은 어쩜 제가 옆에 있는데도 이렇게 잘 자는지. 누가 업어서 납치해가도 모르겠어요! 아 물론 누가 납치해 가기 전에 제가 막을꺼지만요.
지금 전 떨려서 일부로 주인한테 등 돌리고 자는 척을 했는데 주인은 정말로 쿨쿨 잘 자는 것 같아요. 난 떨려서 잠도 못 자는데! 근데 우리 주인 정말 생각해보니까.
"...예쁘다."
눈감고 있으니까 새삼스럽게 예쁘네요. 아까 울면서 있을 땐 조금 미워보였는데..., 아니 내가 무슨 소리를. 주인은 항상 예뻐요! 주인의 예쁜 점을 서술하려면 일주일은 더 필요할거에요. 그럼 저도 주인처럼 쿨쿨 자야겠어요! 안녕!
ㅎ... 네 홍일점썰은 안데려 오고 다른 것만 가져오는...저를... 매우 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