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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9 | 인스티즈

 

 

 

 

 

 

 

 

 

 

 

/

겨우 몇 개 성공했다 싶었는데 결국 마지막엔 또 박지민에게 실수를 한 것 같아 남은 시간은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내게 휴지를 건네준 후에도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나를 빤히 쳐다보았지만 그때부터는 내가 시선을 내리고 있는 것이 그가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미안해서로 바뀌어있었다. 그 뒤로 그는 눈에 띄게 말을 아꼈으니 내가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가만히 있던 팀장이 박지민을 불러 그가 자리를 금방 떠버렸으니 그나마 조금은 덜 눈치를 볼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배가 찬 김에 후딱 끝내고 집에 가버리자 더욱 속도를 냈던 것 같다. 박지민은 박지민이고 일은 일이니까. 그래서 나름은 빨리 일을 마쳤고 검토를 하는 팀장에게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야 나는 퇴근을 할 수가 있었다. 늦었다며 나를 데려다준다는 박지민에게 어렵게 거절의 말을 하고 혼자 집으로 향했다. 박지민을 보내고 지하철을 타러 걷고 있는 내게 팀장이 경적소리를 내며 옆에 멈춰 섰던 것도 있었지. 본인도 어울리지 않는 소리인 걸 아는지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자신이 늦게까지 잡아뒀으니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거냐며 데려다준다는 것을 돌려 말하고 있는 팀장에게도 정중히 거절을 해주었다.

 

내겐 꽤나 높은 난이도였던 야근을 마치고 지하철에서 내려 또각또각 걸었다. 이제쯤 마음이 풀어지다 보니 스물스물 다시 김태형에 대한 생각이 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일하는 중이어서, 바빠서 밀어내고 있었던 그가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질리지도 않나. 다시 며칠을 보지 못 했으면 좀 떨어질 만도 한데 그를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며 하루에도 몇 번씩 그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면 꼭 그를 마주한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9 | 인스티즈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9

 

 

 

 

 

 

 

 

 

 

 

이번 역시 반갑기는 했지만 꼴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아니, 좋은 줄 알았지. 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걷다가 걸음이 멈춘 이유는 자기 집 문 앞에 기대서있는 김태형 때문이었다.

 

 


"왔다."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그는 숙여있던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보고 싶긴 했지만 혹시라도 정말 마주치게 되면 그에 대한 내 마음이 깊어질까 걱정을 하며 일부러 야근까지 하면서 마주하지 않길 바랬는데. 결국은 야속하게 마주쳐 버린다. 꼭 내가 실수를 하는 날에, 내가 또 다른 실수를 하지 않고 싶어 할 때.

 

 


"나, 물어볼 거, 있어여."

 

 


멀쩡히 문에 기대 있는 그를 보고 또 왜 저러나 싶었지만 킁킁 코로 들어오는 술 냄새와 배배 꼬여있는 혀는 김태형이 잔뜩 취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취했으면 그냥 집으로 들어가지 설마 저 몸으로 나를 기다린 걸까 또 심장이 욱신했다. 하긴 그가 나와 눈을 맞춘 순간부터 욱신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보는 그는 걱정했던 것처럼 내게 떨림을 안겨주었다. 눈이 풀려서 자꾸 감기려는 듯 억지로 뜨려 하는 그의 모습에 조금 더 다가가 나 역시 그와 눈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었다. 내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기다렸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네?"

"그날. 어떻게 했냐고."

"...."

"그때 내가, 가지 말라고, 했잖아. 그날, 어떻게 했냐고."

 

 


처음 김태형을 본 날, 내게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위협감은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데 며칠이 지났다고 내 감정은 완전히 뒤바뀌어있었다.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던 듯한 그의 물음에도 분명 주제넘는 질문인데, 어이없어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나는 반대로 기분이 좋았다. 나긋이 물어오는 그의 물음을 들으며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다. 그날 이후로 이 남자의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도 그랬을까. 그도 내가 신경이 쓰여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생각을 했을까. 하면 안 되는 기대감이 올라왔다. 김태형의 말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복잡해진 마음에 만남에 집중을 하지 못 할까, 어차피 혜주의 전화도 끊어버렸고 곧장 집으로 향했었다. 그의 물음에 만나지 않았다고, 바로 집으로 갔다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결국 당신의 말을 듣지 않고 그 남자를 보러 갔다고 하면 김태형이 무슨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하는 것은 나쁜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쉽게 입을 떼서 대답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자꾸 신경 쓰여."

"...."

"자꾸 신경 쓰여, 짜증나게."

"...."

"너는 진짜 웃기거든?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막 나 피하고, 쳐내고."

"...."

"그래서 더 신경 쓰여. 그거 알아요?"

"...."

"나는 그렇게 피하면서, 다른 남자, 하, 웃겨."


"김태형씨!"

 

 


헛웃음을 픽 치다가 바닥에 쭈욱 미끄러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일부러 주저앉은 건지. 놀란 마음에 큰소리로 그를 부르며 잡아 세우려 해도 내 능력 밖이니 몸만 살짝 나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버렸다. 쿵- 소리가 들려왔고 꽤나 엉덩이가 아플 만도 한데 술을 먹어 감각이 없는지 미끄러진 채로 다리를 앞으로 쭈욱 펴고 앉았다. 으아- 그는 자리에 앉아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내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을 이 남자도 담아두고 있었구나, 나만 신경 쓰인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내가 자신을 쳐버리고 피할 때마다 이 남자도 상처를 받았었다.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러게 곧바로 사과를 해줄걸. 오해하지 않게, 그때그때 말해줄걸. 말해주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고, 당신을 싫어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고.

 

 


"같이 밥도 안 먹어주고."

"...."

"너무하잖아."

 

 


마구 헝클이던 손을 내리고 입술을 삐쭉 내민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내게 투정을 부렸다. 그놈에 밥은. 밥 혼자 먹다가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것인지 틈만 나면 내게 밥을 먹자며 난리다. 겉으론 그렇게 티를 안 냈지만 내가 거절했던 걸 속에 담아두고 서운해했던 모양이었다. 그동안, 이 남자와 마주했던 날 동안 김태형에게 서운했던 것이 있었다면 그 또한 내게 서운한 것이 많았던 것이다. 내게서 시선을 치워 허공만 바라보길래 대신 내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 때문에 술을 이렇게 마셨을까. 설마 내게 서운했던 감정 때문에 마시진 않았을까. 은근한 기대가 생겼다. 꼭 마셔야 하는 날이나 기분이 무척 좋은 날이나, 반대로 기분이 몹시 나쁜 날이 아니면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 나로서는 그가 술을 마신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나였으면 했다.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던 여자친구와 작은 다툼이 있어서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 자꾸만 눈에 밟히고 관심이 가는 나 때문에 술을 마셨기를. 못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이기적이고 유치한 사람이었나.

그러다 잠이 오는지 어떤 속눈썹보다 길어서 더욱 묵직해 보이는 눈꺼풀이 자꾸만 깜빡거렸다. 깜빡깜빡. 이내 감기고 만다. 가만히 그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는 거겠지. 움직임 하나 없이 귀여운 자세로 눈을 감고 있는 그가, 무방비 상태의 그가 조금은 안심이 되어서 그의 옆으로 다가가 쭈그리고 앉았다. 그의 색색거리는 숨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없이 복도는 조용했다. 머리를 조금 잘라도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더 길면 아래로 축축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이 그의 눈을 찌를 것 같았다. 속눈썹과 겹쳐있는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다시 지워버렸다. 아까부터 내게 불평을 했던 그의 입술은 여전히 삐쭉 나와있었다. 왜 그 모습에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인지. 미친 걸까. 그가 정말 좋아진 걸까.

그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 했다. 무슨 상관이냐고, 내가 당신을 그렇게 대한다고 한들 그게 왜 신경이 쓰이냐고. 그녀가 정말 여자친구가 맞냐고. 정말 맞다면, 내게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내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그에게 속으로 물었다. 그에게 정말 물어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내겐 여자친구도 있고 너는 그냥 나 가지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물고기일 뿐이라고. 그런 말들이 나올 것 같아 한심하게 겁이 나서 소리를 내 그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자고 있는 듯한 그의 앞인데도 혹시나 들어버릴까 입을 열지 못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쯤 평소에는 자세히 보지 못 했던 그를 마음껏 보고 있었을까. 밤중에 대리석 바닥에서 찬 기운이 올라와 몸이 으슬거릴텐데 그를 이대로 놔두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김태형씨. 일어나요."

"...."

"김태형씨."

"...."

"... 저...."

 

 


어깨를 잡고 일어나라며 마구 흔들고 싶었지만 허공 언저리에만 둥둥 떠다니는 내 손은 차마 김태형의 몸에 닿지 못 하고 있었다. 이걸 만져야 돼, 말아야 돼. 자꾸 멈칫, 멈칫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이름을 불러대도 일어날 생각은 안 하고 만질 수도 없고. 이대로 두고 들어가자니 그건 또 그럴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파렴치한 짓인가. 실은 그가 걱정이 되어서 그대로 놔둘 수가 없었다. 좀 미안하긴 하지만 나는 나름 노력을 해준답시고, 침을 꿀꺽 한번 삼키고 검지손가락으로 그의 어깨를 툭툭 밀었다.

 

 


"김태형씨, 좀 일어나봐요."

"...."

"아, 참."

 

 


슬쩍 콕콕 찍어도 일어나지 않자 더욱 세게 쿵쿵 찔렀다. 몸이 크게 흔들흔들거리다 드디어 번쩍 눈이 떠졌고 나는 얼른 그에게 손을 떼 다시 내 곁으로 가져왔다. 여전히 허공을 보면서 크게 꿈뻑.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몇 번 흔들다 앞머리를 착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는 김태형이었다. 아, 나는 그의 옆에 같이 앉아있었지. 나를 돌아본 그는 내게 더욱 가까워져있었다. 아까까지 그를 빤히 쳐다보았으면서 같이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얼굴이 잔뜩 달아올라 눈치를 보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자 그는 내 손과 눈을 번갈아보더니 이내 입을 뗀다.

 

 


"이거 봐. 내가 더러워?"

 

 


그런 거 아닌데. 설명해주고 싶었다. 나는 당신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고. 심지어 나는 그쪽을 좋아하기까지 한다고. 자느라 모를 줄 알았는데 내가 손이 아닌 손가락으로 자신을 밀어 깨웠다는 사실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지금 뭐 하는...!"

"그때도,"

"놓으...,"

"그때도 내 손 쳐냈잖아."

"...."

"봐. 내가 더러워?"

 

 


대답을 못 하고 입을 우물거리자 그는 내 품에 있던 손을 잡아채 꽉 잡았다.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손을 빼려 했지만 어찌나 꽉 잡던지 그의 손에 갇혀 빠지질 않았다. 그리곤 온몸이 긴장으로 똘똘 뭉쳐 조금은 숨을 헐떡이며 놓으라고 하는 내게 눈을 진득하게 맞춰오며 말을 이었다. 온몸이 뜨거웠다. 그게 손도 예외는 아닐 텐데 가늘게 발발 떨리고 있을 텐데. 자꾸 자신이 더럽냐고 물어오는 그 때문에 더 이상 손을 빼자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니까. 더 이상 그에게 나에 대한 오해가 생기도록 놔두고 싶지 않았다. 더럽지 않다. 싫지도 않다. 그가 잡아온 손이, 싫지 않았다.

 

 


"그런 거 아니에요. 나는 그냥. 사람 손길이 닿는 걸 싫어해요."

"나는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앞으로,"

"아쉽다."

 

 


내가 한 말을 듣기는 한 건지. 아쉽다며 마른 입술을 혀로 한번 핥고는 내 손을 더욱 잡아왔다. 해가 지고 조금은 선선해진 날씨에 온도가 내려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주위 공기는 뜨겁게 올라오고 있었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대낮처럼. 차가웠던 공기를 뜨겁게 대운 것은 나도 아니고 바로 김태형이었다. 긴장을 하고 있음에도 그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무척이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과 동시에 그가 잡고 있는 손을, 놓아버리고 싶었지만 또 그러고 싶지 않았다. 벌써 두 번째인가, 김태형의 손을 잡아 본 것이. 쿵쿵쿵 크게 뛰어대는 심장소리가 귀를 울렸다. 혹시나 그에게도 이 커다란 소리가 들릴까 걱정이 되었다. 혹시나 내 마음을 들킬까 봐. 더 이상 꾹 참고 있기가 힘들어서, 더 잡고 있어도 되는 그의 손을 놓아야 했다. 자꾸만 떨려오는 몸이, 마음이 그에 대한 내 감정을 더 깊어지지 않게 잡으려고.

 

 


"알았으면 그만 손 좀 놔줄래요?"

"싫어."

"...."

"니 손,"

"...."

"따뜻해."

 

 


그리고 역시나 그는 쉽게 손을 놔주지 않았다. 누구 때문인데. 그럼에도 그가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심장은 욱신거리며 아래쪽에선 울렁울렁 거려 마른침을 계속해서 삼켰다. 쭈그리고 앉아있던 다리는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주져앉을 듯했고 그와 닿아있는 손에선 어느새 땀이 나고 있었다. 그게 또 쪽팔리고 민망해서 그가 또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도 나는 이미 사람 손길이 닿는 것을 싫어한다고 해주었으니 약간은 풀어진 그의 손을 놓아버렸다. 그럼 그는 맞잡아 있던 내 손이 빠져 텅 비어버린 자신의 손을 빤히 바라본다.

 

 


"들어가요."

 

 


그의 앞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손바닥을 옷에 쓱쓱 닦아버리면 또 자신을 더럽다고 여긴다 생각할까 봐 축축한 그 채로 도어락을 열고 그에게 조용히 말한 뒤 언제부터 손이 아닌 나를 쳐다보며 그 자리에 앉아있는 그를 두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쿵쿵쿵, 누가 내 심장에 대고 대못질을 하는 것 같았다. 문을 닫자마자 기대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들어온 후로 옆집에서 도어락의 소리가 나지 않은 것을 보니 그는 아직도 저 밖에 있을 텐데. 혹시나 아직까지도 닫혀있는 문을 지나쳐 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그는 내게 떨림을 주었다. 큰일이다. 깊어지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혜주와도 나 자신과도 약속했는데. 자꾸만 내게 밀려오는 설렘이, 떨림이, 긴장이 그에게 점점 깊어지고 싶다 말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09 | 인스티즈

 

 

 

 

/

어제 그렇게 열심히 늦게까지 남아서 업무를 본 덕분인지 오늘은 정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었다. 꽤 큰 프로젝트였는데 제대로 끝내고 팀장에게 수고했다는 소리도 받아내고 발걸음을 사뿐사뿐 흩날리며 집으로 걸었다.

 

 

 

"어, 김아미!"

 

 


그러다 뒤에서 들리는 내 이름에 가벼웠던 걸음을 뚝 멈추었다. 그 목소리는 어젯밤 내가 들었던 것보다 발음이 정확했고 잠겨있지도 않았다. 김태형이었다.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동네에서 내 이름을, 그것도 저렇게 부를 사람은 그 밖에 없다는 것을. 대체 왜 항상 저렇게 부르는 것인지. 어제 늘어놓았던 반말들도 그렇고. 그의 부름에 조금 놀라기는 했다. 분명 나는 그가 어제밤의 일을 기억한다면 아침에 일어나 이불킥을 하며 침대를 돌돌 굴렀으리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를 봐도 그가 먼저 피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목소리로 내 이름이 불렸고 그는 기억을 못 하는 것일까, 아님.

 

 


"어제는...."

 

 


기억을 하고 있다. 하긴,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 하지만 내가 본 그로서는 자신이 무척 창피해해야 할 상황이라고 숨고 보는 성격이 아닐 것 같긴 했다. 살 것이 있었는지 동네 편의점에서 까만 봉지를 들고 나오던 그는 내가 돌아보자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래도 어제 일이 민망하기는 한 건지 첫 운을 떼며 비어있는 한 손으로 뒤통수를 싹싹 긁적였다.

 

 


"일단 이거 먹어요."

"괜찮아요."

"덥잖아. 먹어요."

 

 


아-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긁적거리던 손을 내리고 그는 까만 봉지를 뒤적거리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당연히 나는 거절을 했지만 내 거절을 받아들이는 그가 아니었다. 그래도 내게 먹으라며 더욱 가까이 다가왔고 하는 수 없이 얼른 받아들고 조금 떨어졌다. 받아든 내게 씩 웃어준 뒤 자기도 봉지에서 하나 꺼내 포장을 벗기고 입에 물며 가자고 고갯짓을 한 뒤 앞으로 걸었다. 딸기도 좋아하나 보네. 딸기맛, 핑크색이었다. 그의 뒷모습을 한번 보다 나도 포장을 벗기고 조금은 거리를 둔 채 그의 뒤를 따랐다.

 

 


"원래 잘 취하는 편은 아닌데, 어젠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

"그래서 결국 만났어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닐 텐데. 민망해서 그러는 건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어제 있었던 일을 그렇게 넘겨버리고 내게 물어왔다. 잔뜩 취해서 내게 투정도 부리고 내 손도 마음대로 잡고 놓아주지 않았으면서. 단지 기억나는 건 자신의 집 문 앞에서 나와 마주쳤다는 사실 하나만 있는 걸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넘겨버릴 수 있는 일이었나, 이 남자에겐. 난 그 후 집으로 들어가서 밤잠을 설칠 정도로 그때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 했는데 말이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만 그렇게 신경 쓴 건가. 그렇게 오랫동안 손을 잡고 있었던 것이,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났을까 걱정이 되어 물었다 생각했던 것이 그에겐 그저 호기심뿐이었던 걸까. 갑자기 그가 건네준 아이스크림도 맛이 없게 느껴져 혀로만 할짝거렸다. 내가 만약 그날 그 남자를 만나고 왔다 하면 김태형은 무슨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던 마음도 싹 사라져버렸다. 그래 봤자 그냥 궁금해서 묻는 것일 텐데 그렇게 말한들 내가 원하는 반응이 나오겠어.

 

 


"아니요."

"왜. 왜 안 만났는데? 나 때문에?"

 

 


아니라는 내 말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는 빨던 아이스크림을 입에서 꺼내 조금 큰 키로 나를 내려다보며 다다닥 다시 물음을 던져댔다. 너 때문이지. 그저 아무 일 아니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그에게 조금은 심술이 나서 여전히 툴툴거리는 투로 대답했다. 해가 저물어 가는데도 날씨는 아직 뜨거운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이스크림은 서서히 녹고 있었다.

 

 


"아니요. 그냥, 갑자기 일이 생겼어요."

"다행이다."

"그게 왜 김태형씨한테 다행인 걸까요."

"내가 말했잖아."

"...."

"신경 쓰인다고."

 

 


우뚝. 가던 길을 멈추었다. 어제 일로 조금 더 친해졌다고, 그가 조금 더 편해졌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가까이는 아니지만 그의 옆에서 걸을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의 막대를 쥐고 있는 손이 따끔따끔 약간의 긴장은 하고 있었지만 괜찮았다. 평소보다 아주 살짝 빨라진 심장박동도 그 정도면 괜찮았다. 그리고 그에게 어제의 일들이 묻히고 난 뒤로는 실망감과 허무함에 그 박동수마저 평소처럼 돌아왔고 이제 김태형은 정말 많이 익숙해졌구나 싶었다. 그랬는데. 내가 역시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게 맞는 걸까. 그의 입에서 신경이 쓰인다는 말만 나오면 내 심장은 더 빠르게 반응했다. 콩콩콩 다시금 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더운 공기 때문에 발그레해진 볼은 어느새 김태형 덕분에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이해되는 것도 없는 이 남자에게 나는 왜 자꾸 설레고 떨리는 걸까. 이 남자는 왜 자꾸 나를 흔드는 걸까.

점점 녹아가길래 얼른 먹고 치워버리자 한입 크게 베어 물으려 입에 아이스크림을 문 채로 그의 말에 온몸은 얼어붙었고 이내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 내 턱을 타고 조금 흘렀다. 나를 계속 보고 있었던 건지, 아님 멈춰버린 나를 내려다 본 것인지. 아이스크림을 입에서 빼고 흘러내린 것들을 닦으려는 때, 김태형은 나보다 먼저 내 턱을 손가락으로 쭈욱 훑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에 옮겨버린 아이스크림이 어디로 사라질까 보고 있으면 그의 입속으로 직행했다. 쪽- 자신의 손가락을 핥은 김태형은 아차 입을 벌리며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 미안. 만지는 거 싫어한다고 했지."

"...."

"나도 모르게. 미안."

 

 


그의 갑자스런 행동에 몸을 피할 시간도, 놀랄 시간도 없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이미 그의 말로 1차 몸의 경직이 온 상태였는데 그의 행동에 2차로 나는 딱딱한 돌이 되어버렸다. 그의 손이 훑고 지나간 입술과 턱이 붉게 화끈거렸다. 얼굴의 그 어느 쪽보다도 뜨겁게 화끈거렸다. 내 턱에 묻어있던 것들이 김태형의 입속으로 들어가고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숨을 턱 멈추었다. 그런 그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씨익 웃어 보였다. 숨이 막힐 쯤 후후- 내쉬며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그렇게 갑자기 들어오는 게 어딨어. 혜주가 분명 급하게 가지 말라고 했는데. 내 의지도 아닌데 너무 서둘러 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 줄줄 내 손을 타고 흐르고 있는 아이스크림은 관심 밖이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과 온몸이 다 덜덜 떨려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머리가 지끈했다. 그래서 고개를 휘휘 저으며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했다.

 

 


"괜찮아?"

"저, 저 먼저 가볼게요."

 

 


또 다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오는 김태형의 물음에 고개는 더욱 아래로 떨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죽을 것 같아. 그래서 내가 가버리면 혼자 어리둥절해할 그를 놔두고 정신을 애써 붙잡으며 앞으로 또각또각 빠르게 걸었다. 빨라진 걸음에 아이스크림은 뚝뚝 땅으로 떨어졌고 뜨거운 날씨 덕분에 금방 바닥에 스며들어갔다. 걸음을 빨리해서 숨이 차는 걸까 김태형 때문에 숨이 차는 걸까.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쯤 그에게 안 보일 정도로 멀어졌다 싶을 때 걸음을 차차 늦추었다. 또 다시 전과 같이 심장 언저리가 욱신욱신 쑤셔왔다. 처음엔 병이라도 걸린 줄 알았다. 심장병이라던가.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건 김태형 때문인 것을. 아래로 내려본 내 손엔 어느새 다 녹아버려 앙상하게 붙잡혀있는 딸기 아이스크림의 막대만이 눈에 들어왔다.

 

 

 

 

 

 

 

 

 

 

 

 

 

 

 


암호닉

 

통통 / 눈부신 / 태태 / 인사이드아웃 / 령아 / 초딩입맛 / 슙디 / 태형오빠 / 군주님 / 민트 / 태태이즈뭔들 /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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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오늘도 잘보고갑니다♥ 자기전에 좋은 글 봐서 잘잘수있을거같아욯ㅎㅎ 안녕히추무세요!
8년 전
독자2
일어나자마자 봐요 ㅎㅎㅎㅎㅎ 태형이가 도와줬으면...오해는 안했으면 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3
작가님! 암호닉 신청 가능하나요? 된다면 [스티치]로 할게요 ㅎㅎ 작가님 글 너무 재밌어서 여러번 정주행 했었는데 다시 재업하시고 시즌2까지 해주신다니 기대돼요!!
8년 전
독자4
작가님 진짜 재밌는 거 같아요! 제가 왜 이 글을 이제서야 보는지 ㅠ... 그래도 지금이라도 봐서 기분이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저도 혹시 암호닉 신청 되면 [봉글이]로 하겠습니다!
8년 전
독자5
글이 진짜 좋은 거 같아요ㅠㅠㅠ 저도 왜 이런 글을 이제서야 발견했는지ㅠㅠㅠㅠㅠㅠ [10041230] 으로 암호닉 신청해요!
8년 전
독자6
크ㅠㅠ 태형아 불도저처럼 치대주라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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