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이 상황이.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손목을 잡아오는 그의 손,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들어찼던 좁은 골목길, 그리고 예쁘게 웃는 그.
회색빛 연기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날 조롱하는 양 짙게 퍼지는 그 매캐한 연기가 목구녕 가득 들어와 맴돌았다.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어내었다. 입안을 혀로 훑어내자, 입안 가득한 비릿함에 나는 참을 수 없어 고개를 떨어트렸다.쿵, 쿵, 분명히 뛰고 있지만 옅다. 내가 숨을 쉬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애써 달달 떨리는 손을 가슴께에 얹어내었다. 미약하게나마 손 끝을 향해 울렁이는 박동소리를 위안 삼아, 나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직까지, 나는, 살아있구나. 붉은 손끝으로 선혈이 뚝뚝 떨어져 흰 와이셔츠 위에 아롱지며 떨어져 내렸다.꺼끌한 회색빛 담벼락에 몸을 간신히 기대어내었다.
아 씨발년아. 작작 좀 뱉어 씨이발 꼴초새끼.
적나라한 육두문자가 날라와 내 귓전에 때려박혔지만 나는 그 이야기들이 잘 들리지 않는다. 낄낄대는 저 무리의 소리가 아득하니 멀어져만 간다. 빙빙 도는 머리 속에 피곤함이 밀려들어와 범람해갔다. 으스러질 것 같은 몸은 살려달라 그리 고함을 지르고 있지만, 미안 나는 그 부름에 대답을 못해줄 것 같다.
아 지금 내 기분이 딱 음 이걸 뭐라고 말해야 내 기분이 잘 표현될까.
씨발 진짜 좆같네.
“오. 아직 안끝났는데 예쁜아. 벌써 지치면 오빠가 서운하지. 고개 들자. 예쁜 얼굴 가려져서 안보이잖아. ”
응?
달래 듯 설설 어루만지는 손길에 나는 고개를 틀어내었다. 턱선을 훑고 내려오는 그 쎄한 손가락엔 온기 조차 스며들어 있지 않았다. 서늘한 그 느낌은 마치 비늘로 뒤덮힌 뱀이 나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아 나는 한결같던 그 좆같음이 더욱 좆같음으로 변해갔다.
씨발. 어딜만져. 잡종새끼가.
세정그룹 사생아. 그 꼬릿표를 달고 이 학교를 쥐어잡는 망나니새끼였다. 더러운 피임에도 불구하고 제 아비의 뒤를 이을 마땅한 씨가 없어 발탁되어, 덜컥 왕좌에 앉아버린 졸부새끼. 세상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돈을 손에 가득하니 쥐어내니, 원래 미친놈이었어야할 그는, 탁월한 사냥개가 되어있었다. 완벽한 개새끼. 미친개. 이제는 그를 칭하는 꼬릿표가 바뀌었다. 세정그룹 망나니. 턱턱하니 막혀오는 목소리를 짜내어 그리 말하며 시선을 위로 올려내어 눈을 치켜떴다. 그러자 실소를 터트리며 기어코 예쁜 목소리로 웃고마는,
“ 아. 오빠 떨린다. ”
그는 그리 말하며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그는 웃는 것이 참 예뻤다. 이 순간 만큼은 그 웃음에 흠뻑 젖어버려 네 미소를 그릴 정도로, 갑작스레 으스러지도록 아랫 턱을 잡아오는 그의 우악스러움에 나는 미간을 찡그려내었다. 아 씨발. 그 힘에 터져나간 실언에 그 차가움에 온기가 번지 듯 퍼져들어갔다. 그의 손끝이 붉었다.
“ 예쁜아. 오빠 설레게. 자꾸 그럴래? ”
훅하니 들어오는 그의 얼굴은 멀겋다. 그 다운 차가움이 가득하니 들어찬 그 얼굴에 가늘게 접힌 눈매는 잔뜩 개구졌다. 앳된 아이. 모든 것이 그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이 하나 만큼은 딱, 온전한 그의 것이었다. 그 따스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한이 서려 몸을 잘게 떨었다. 그는 좀 처럼 날 놔줄 생각이없었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 처럼, 눈빛이 눈, 코, 입 차례차례 시선이 날아와 나에게 꽂혔다. 그렇게 찬찬히 훑어낸 그의 눈길이 닿은 곳이 홧홧하였다. 네 눈길에 타버린 양.
“ 민윤기. ”
던지듯 말한 그의 여유로운 목소리는 강압적임이 스며들어 있었다. 이건 모종의 이유로 끝을 알리는 암묵적인 룰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이름 석자. 하나로 나는 족쇄를 풀어낸 노예처럼 자유로워 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어내었다. 쉬이. 그러지마 예쁜아. 우악스럽게 잡아내었던 손의 힘을 풀어내며, 그의 엄지가 내 입술을 쓸어내었다. 씨발. 만지지말…그의 손이 나의 얼굴 가득 채워나간다 하더니, 나는 그대로 담벼락에 뒷통수가 꽂혔다. 아릿하게 터지는 고통에 입을 닫아내었다.
“ 예쁜아. 네 입말이야. ”
그거. 다 조져버리기 전에, 오빠 말 듣자. 착하지. 삼켜내 듯 말하는 뒷 말은 서늘하였다. 여전히 만면에 가득히 피워내는 웃음과 다르게 떠낸 눈동자 안에는 묘한 것이 일렁였다. 나는 왠지 모를 그것에 위험을 느꼈다. 공포가 입 밖으로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애써 그 것을 눌러내며 제 얼굴을 가득히 쥐어내며 누르는 그의 손을 잡아내었다. 차갑다.
그는 닿은 손길에 웃음소리를 흘려내고는 제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내며 손을 떼었다. 저릿하게 울리는 머리통과, 금방이라도 풀릴 것 같은 다리에 나는 담벼락에 더욱 더 등을 밀착시켜내며 눈을 감아내었다. 어둠이 금새 밀려들어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임에도 불구하고. 예쁘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 완연했다.
“ 근데, 그건 오빠가 맘 아파서 못하겠다. ”
다음번엔 불러줘 예쁜아.
길게 내려온 머리칼을 쓸어넘겨주며, 그는 웃음을 터트려내었다. 야. 피방각이다 오늘은. 형이 캐리한다. 이윽고 그의 손이 떨어지자 분주히 움직이는 발소리가 제 앞을 지나쳐갔다. 그와 같이 스쳐지나가 듯 오빠갈께. 또 보자 예쁜아.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의 동그란 뒷통수를 쳐다보았다. 천박히 웃는 계집년, 아까 말씨가 더럽던 새끼까지 모조리 멀어져만 갔다. 아 그들의 발치에 차여져 딸려가는 내 정신까지, 그들이 완전히 골목을 벗어나고 나서야 나는 주저앉 듯 그 골목에 널부러져있을 뿐이었다.
아 씨발. 진짜 죽을 것 같다.
어쩐지, 내 인생이 완벽하게 꼬인 예감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아내었다. 내 발치에 구르던 핸드폰의 액정은 제멋대로 금이 가있었다. 화면 가득 들어차는 이름 석자에 나는 통화응답 버튼을 누르고, 그대로, 아득해지는 시야에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다.
*
일단 프롤로그라 글이 많이 짧습니다!
또라이 민윤기가 보고싶어서 쓴 글입니다. 문득 자다가 민윤기의 그 얼굴이 스쳐서 급하게 썼어요
반응연재가 될 것 같습니당 :)
붙잡고 있었던 시간에 비해 글이 참 구리네요. 다음엔 더 나아지겠죠, 사실 글을 안쓴지 너무 오래되서 참 횡설수설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실거라 생각하고, 저는 떠납니다 쫑쫑
암호닉은 감사히 받습니다! 제가 정리를 예쁘게 잘 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