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페이지 따로 만들어서 암호닉 받아요!*
*댓글, 엄지는 사랑입니다.*
*
“4번 테이블에 양념 3인분!”
“…”
“김탄, 4번 테이블에 양념꼬치 3인분이라고!”
“…”
“마!!”
“엉? 미안, 오늘따라 우리 정국이 입술이 통통한 게, 시선을 못 떼겠네 아주.”
어느덧 〈꼬치에 꽂혀>에서 알바를 하게 된 지 보름. ‘비밀’을 발설할 시 묻어버리겠다던 사장님의 협박은 사실 쓸모없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여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딱히 특별한 비밀이랄 것도 없었으니까. 아, 물론 내 말을 민사장님네 양꼬치집 알바가 시시하다거나 재미없다는 뜻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꼬치에 꽂혀>에서의 알바 생활은 21을 통틀어 해본 알바를 통틀어 최고라고 호언장담할 수 있다.
시급도 8000원씩이나 주는 데다 내 인생 탑 쓰리 안에 들 만한 존잘레스, 정국이의 얼굴을 매일같이 감상할 수 있으니까.
(알고보니 존잘레스 정국이는 나랑 동갑이란다. 오빠스러운 갭차이에 겁나 발렸다)
오늘같이 운이 좋은 날에는 사장님도 가게에 나오신다.
“형!! 김탄이 또 나 성희롱해요.”
“야, 성희롱이라니 사람 섭하게. 조금 격하게 아껴주는 거랬지, 누나가.”
“너는 왜 또 멀쩡하게 일하는 애를 음흉하게 쳐다보고 그래.”
“아유, 그럼 정국이 대신 사장님 쳐다봐도 되죠? 혹시 셔츠 안에 아무것도 안 입었어요? 뽀얀 속살이 비치는 것 같…"
“전정국이 잘못했네.”
어유, 우리 사장님 속살이 어쩜 저래 하얗담. 본격적으로 감상하기도 전에 미간을 잔뜩 구긴 사장님이 내 시선에 황급히 앞치마를 입으며 홱 돌아섰다.
아, 형! 저한테 떠넘기지 말랬죠! 전정국이 징징댔지만 얄짤없었다. 어이구 자, 그럼 우리 정국이 잠깐만 거기 싱크대에 기대 있는 자세 그대로 서 있을까?
자, 찰칵, 찍고. 고개 조금만 틀어서, 옳지. 찰칵, 찰칵.
“미친, 도촬하지 말라고!”
“니가 너무 잘생긴 걸 어떡해 정국아. 사진 나온 거 보여줄까? 이야아, 이 턱선 살아있는 거 봐. 짜식.”
“씨바 진짜…”
아 욕하는 것도 존나 섹시하구요. 펑 터져나오는 코피를 휴지로 황급히 막으며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찾는다. 자, 우리 정국이 아까 말했던 씨바 다시 말해볼까?
경상도 억양 살려서 악센트 제대로 터트려 주고. 아, 아니다. 비디오가 제격이다. 이제부터 새벽에 방탄소년단 짤 대신 이거 보면 되겠네.
하, 정국아 나랑 결혼할래? 누나가 잘해줄게.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게 해줄게.
*
“여어-, 민실장 안에 있나?”
한참을 동영상을 찍느네 마느네 하며 정국이와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딸랑, 소리가 나며 가게 문이 열렸다. 길고 균형잡힌 실루엣이 처음, 눈이 아플 정도로 현란한 하와이언 셔츠가 그 다음. 토가 나올 정도로 잘생긴 배우형 얼굴이 마지막으로 시야에 박혔다. 얼굴이 너무 충격적으로 아름다워서 목과 팔목, 손가락에 주렁주렁 매달린 촌스러운 금덩어리들마저 올바른 패션의 일부로 보일 지경이었다.
“…씨발. 돌겠네.”
“내말이 그말이야. 씨바, 나 전생에 무슨 캡틴 아메리카였니? 요즘 미남복 오지게 터진다, 미친.”
“여기는 어쩐 일이시죠, 석진 형님.”
뭐여. 서로 아는 사이? 가게에 들어선 남자를 사람 하나를 죽일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던 정국이가 잇새로 인사 아닌 인사를 내뱉었다.
와, 잠깐 근데 전정국 턱에 힘줄 올라오는 거 봐. 돌았나봐 진짜.
문가에 서 있는 냉미남은 정국이와 달리 잔뜩 여유로운 얼굴이다. 얼굴에 완연한 미소까지 띄운 게 겁나…
“…씹덕 터진다…”
“흠?”
아차, 또 생각만 한다는 게 입밖으로 나와버렸다. 흥미롭다는 투로 나를 쳐다보던 냉미남이 이를 보이며 피식 웃는데, 또 코피가 퐝.
와 나. 양꼬치 가게에서 일하는 게 언제부터 이렇게 극한직업이었냐?! 이러다가 심장이 남아나지를 않겠구만.
뭔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어서 스마트폰을 꺼내는 게 망설여졌지만, 아무렴 어때. 잘생긴 사람은 카메라에 또 담아줘야 예의인 것을.
무음모드가 없는 아이폰을 저주하며 나는 재빨리 무음카메라 어플을 켰다. 자, 정국이랑 투샷 한번, 클로즈업 한번. 웃는 거 한번. 캬, 뉘집 아드님이신지 기똥차게 생기셨다.
“저 여자애는, 누구?”
“…무시하시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워 온 앤데 정신이 좀 온전치가 못합니다.”
…존나 단호한 표정으로 그렇게 단정짓지 말라고. 울컥해서 전정국의 동그란 뒷통수만 죽어라 노려보는데 타이밍 좋게 남자가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시벌, 그쪽은 수긍하지 말라고!!
“그나저나 우리 전정국이, 많이 컸다. 형을 야려보는 것도 배우고, 어?”
“형님이야말로 간이 많이 부으셨나 봅니다? 여기까지 찾아올 베짱을 부리시는 걸 보니.”
“귀엽긴 한데 애송이 젖비린내 맡으려고 온 건 아니지. 민실장 어딨냐.”
“여깄다, 왜.”
앞치마 차림의 사장님이 타이밍 좋게 주방에서 나왔다. ㅁ,뭐야. 분위기 개무섭네. 4번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은 이미 자리를 뜬 지 오래다.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바지주머니에 손을 구겨넣은 사장님이 슬리퍼를 직직 끌며 걸어가 OPEN에서 CLOSE로 유리문의 표시를 돌리는데 존나 킹스맨의 한장면인 줄.
물론 우리의 민사장님은 수트 대신 앞치마를 걸치고 있고, 권총의 기능도 함께 수행하는 간지나는 장우산 대신 양고기가 끼워진 쇠꼬치를 들고 있지만.
“이야, 이게 누구야. 피칠갑 민윤기잖아?”
“그 촌스러운 셔츠와 금목걸이는 여전하네, 김실장. 양아치 티 내는 것도 아니고 유치하긴.”
“너야말로 싸가지가 여전하네. 그래도 옛날 친군데 문전박대라니 섭섭하잖아.”
“친구? 개좆같은 소리하고 있네.”
와, 사장님 포스 개쩔어. 어느새 내 옆에 서 있는 정국이에게 속닥거리자 짜식이 특유의 한심해 죽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야, 쓸데없는 일에 얽히기 전에 주방에 들어가 있어.”
“저 배우처럼 생긴 남자 누구야?”
“…말 씹지 말고.”
“사장님 동창이야? 옛날 사업 파트너?”
“넌 진짜 멍청한 거냐, 아니면 그냥 멍청한 흉내만 내는 거냐? 딱 봐도 조폭이잖아!”
“헐. 사장님 조폭이에요?!”
사장님과 하와이언셔츠 냉미남 사이의 팽팽하던 긴장이 탁 풀어지며 모든 시선이 내게 쏠렸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정국이가 미치겠다는 투로 얼굴을 손에 묻는 걸 보니 괜히 물었나 싶기도 하다.
미간에 주름을 팍 쓰던 사장님이 고개를 까닥이며 피식, 썩소를 지었다. 미친, 급박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폰 연속촬영기능으로 한 100장 정도 찍어뒀어야 하는 표정이다. 존나 섹시해!!!!
“아니.”
후, 그럼 그렇지. 깜짝 놀랐잖아.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 사장님 특유의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가 훅 치고 들어왔다.
“조폭’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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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과분한 사랑에 감사드립니다ㅠㅠㅠ
헣허 석찌 드디어 등장했구요 순차적으로 다른 애들도 슬슬...
지난 주 브금은 '안녕 바다- 별빛이 내린다'
이번 주 브금은 Whiplash OST- Whiplash 입니당
조만간 암호닉 페이지 열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