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정석
배경음악은 두번째 달 - 더질더질
내 나이 28세.
나에게 몰입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남에게 관심을 갖고 살기에는 아깝다라는 생각에 여태껏 제대로 된 연애경험 無
물론
아예 남자를 만나지는 않았던 것은 아니다.
( 거절하지를 못 해서 사귀었다가 다 차임 )
남자에대해 관심도 없고, 외로움도 느껴본 적 없기에 평생 화려한 싱글로 살아갈 것 이다.
란 생각을 며칠전 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건어물녀의 정석인 나에게
첫 사랑이 나타난 것 같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은 처음이니 첫 사랑으로 하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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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7년만에 막내인생을 청산하고
'콘셉트 아티스트'로서 첫 솔로 기획을 맡았다.
올해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큰 행사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 문화살리기'란 주제의 페스티벌이다.
꽤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대외적으로는 이름 그대로 우리 고유 문화를 살리는 것이였고 우리 내부에서는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겠다.
기획, 연출 분야는 경험과 연륜이 중요시 여기다보니
7년 간 막내의 인생에 내가 헤더를 할 기회가 없었다.
드.디.어.
'우리 문화 살리기'란 프로젝트를 통해 나름 이바닥에서 7년이라는 짬밥이 있는 나는 (아둥바둥) 선배들의 뒷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쌓앗던 능력들을 발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여태껏 제의가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더 공부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선배들만 쫓아 다녔는데.....드디어 빛을 보는 것이야!!!
7년 만에 헤더가 되는 거라고!
(감격)
***
드디어 팀이 구성되고 처음으로 같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어 무대연출팀과 총괄기획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무대 총괄 기획자가 27세라며 !
좋은 대학나와서 엘리트코스 밟은 능력자라며 !
나는 별볼일 없는 대학가서 자퇴했는데..
워... 기죽어..
아냐! 기죽지 말자
난! 100퍼센트! 실력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고!
강여주, 너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야!
혼자 온갖 생각을 하고 혼자 다짐을 하고~
" 안녕하세요 "
" .. "
" ? "
".."
" 강여주씨 아니세요? "
" 아.. 아! 맞아요! 반갑습니다. 강여주라고 합니다 "
" 네, 이석민이라고 합니다 "
ㅇ오..오! 마이 데스티니!
그렇게
첫 만남에서 첫 눈에 반해버린 나는
첫 사랑을 찾았다.
28년 인생을 살면서 첫 사랑이라니..
애도 아니고 뭔 첫 사랑 타령인지 조금 창피하기는 하다만
진짜 !
너무 좋은 것을 어찌하나....
***
" 아 지쳐 "
공과 사는 확실히 구별하자 주의인 나는 일을 할 때는 정말 사적인 감정을 배제시켰다.
일은 일이니까!
그런데 아무리 사적인 감정을 배제시켜도 일은 풀리지 않았다.
왜냐면
모든 것에서 충돌하는 석민씨와 나의 의견에 일이 쉽사리 진척될 리가.... (별별별)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
석민씨도 나만큼 지쳐있는 듯 싶다.
물론 컨셉을 정할 때 총괄기획자의 의사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
이 프로젝트의 컨셉기획은 내가 맡고 있는데 !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그는 늘 나에게 다른 것을 원했다.
나 또한 내 의견을 접을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그와 나는 끝없이 충돌할 수 밖에.
역시 잘난 놈들이란..
지 의견을 굽힐 줄을 몰라요.
어후, 이석민!!!!
멋있어!!!!!
그래도 일하는 석민씨는 멋있다고ㅠㅠㅠㅠ
나 진짜ㅠㅠㅠㅠㅠ 제대로 반했구나
지친 표정의 석민씨가 다른 팀원을 따라 나가고 불과 몇분 전까지 그가 앉아있엇던 자리를 쳐다보며 멍 때리는데
" 힘들죠? "
언제 들어온 것인지. 커피를 건내는 그 이다.
" 예? 예..석민씨도 힘드시죠? "
" 뭐, 조금요? "
" 하하 "
맞은 편 의자에 앉는 그의 모습에
나는 어색한 웃음만 흘리고 있다.
흘긋흘긋 석민씨의 얼굴을 훔쳐보기는 했지만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며 마주보는 건 부끄럽다고!!
혼자 소리없는 절규를 하고 있는데 석민씨가 입을 열었다.
" 저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
" 네? "
" 절대 여주씨가 싫어서 의견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
" 이러한 과정으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믿어요 "
그가 조심스레 건내는 말에 내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 당연하죠,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한 과정인걸요 "
" 그러니 석민씨도 저 미워말아요 "
" 에이, 제가 여주씨를 어찌 미워해요 "
저 스윗함 어찌하면 좋으리요 !
또 다시 소리없는 절규였다.
***
" 하... "
모든 이들의 입에서 기운없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지친다.... 정말!!!!!
악!!!악!!악!!!!!
늘 그렇 듯 오늘도 이어진 의견충돌에 아직 하나도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머리아프네.
신경질적으로 내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 어이구, 우리 헤더님 머리가 쑥대머리네요 "
허허.. 예...선배님..
제가 지금 제 상태가 문제겠어요. 이 상황이 문제지..
제 머리가 쑥대머리인게 문제겠어요. 이 상황이 문제지..
내가 옥중가를 불러야겠네...어휴.
...............헐?
" 쑥대머리 ! "
책상을 치고 벌떡 일어난 나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며 쳐다보았다.
그러나 !
그게 무슨 상관인가!
" 맞아! 그거였어! "
내 아이디어에 스스로 감탄하며 환희의 박수를 쳤다.
이건 박수쳐줘야해. 아 강여주 넌 최고야! 진짜!
" ㅇ왜 그래? "
선배의 당황스러운 표정에도 아랑곳않고 혼자 신나있다가 석민씨와 눈이 마주치자 밀려오는 창피함에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정리하며 자리에 앉았다.
" 새로운 판소리를 만드는 것은 어때요? "
" 새로운 판소리요? "
" 네! 춘향가, 심청가가 같이 익숙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현대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
" 아니면 외국동화의 판소리버전이라던지 ! "
" 공연 자체를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는 거에요! "
석민씨도 꽤 마음에 든건지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환희를 지를 수 밖에!!!
" 공연 진행을 판소리로 이어가는건 어때? "
" 오, 괜찮은데? 무브먼트도 그렇게 짜볼게 "
다행히 모든 팀원들도 내 의견에 찬성하는 듯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있었다.
후련한 마음으로 활기를 되 찾은 팀을 바라보고 있으니
" 여주씨 나이스~ "
" 석민씨도 나이스~ "
석민씨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여유가 느껴졌다.
.
.
.
" 여주씨 커피 마시러 갈래요? "
" 네. 좋아요 "
이제 대략적인 구성을 끝내놓으니 날개가 돋친듯 일이 진행되었고
석민씨와 나는 더 이상 으르렁 거릴 필요도 사라졌다
이제! 계속!
사이좋게 일만 마무리하면 되는 것 이야!
왠지 설레는 기분에
내 앞에 놓여진 딸기 쉐이크를 빨대로 휘젓고 있는데
" 여주씨 기분 좋아요? "
" 네! 석민씨도 기분 좋아보이는 걸요! "
" 예쁜 여주씨랑 마주보고 있는데 당연히 기분이 좋죠 "
내 귀에 꿀이 흐르는 것 같아요ㅠㅠㅠㅠ석민씨한테 시집갈래ㅠㅠㅠㅠ
" 여주씨는 제가 아는 사람이랑 많이 닮았어요 "
" 정말요? "
" 네, 제가 좋아했던 사람인데 어린아이같이 좋아하는 모습도, 성격도 똑 같아요 "
"아..... "
좋아했던...? 여자친구가 있었나?
하긴, 저런 외모에 여자친구가 없었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근데..뭔가 축 처지는 기분이다.
" 제가 이 일을 꿈꾸게 된 것도 그 사람 영향이에요 "
" 오래 전부터 알고계신 분 인가봐요? "
" 제가 고등학생 때 알았으니, 오래되었죠 "
" 아아... 지금도 연락하세요? "
"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사실인가봐요. 갑자기 말도 없이 떠나 버렸어요. 자주 도서관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같이 국악공연도 보러가고, 같이 축구를 보러가기도 하고, 같이 농구를 하기도 했는데.. "
" 말 없이 훌쩍 떠나버렸어요. "
" .. "
" 얼마나 괘씸하던지.. 말 좀 해주고 가지. 여주씨 생각에도 너무 한 것 같죠? "
석민씨는 본인 앞에 있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 이번에는 첫사랑이 아니니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
" 이번에는 말 없이 가지 마요. 누나 "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그래, 도겸아 "
그렇게 내 두번째 사랑이 시작되었다.
" 다행히 나도 첫 사랑은 아니네 "
" 은근 기분 나쁘네.. 누구였어요? "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첫사랑은 내 앞의 너가 아니더라
내 첫사랑은 19살의 이석민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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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첫사랑의 석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