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거울 앞에 서 있다.
뚱뚱하고 못난 내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못해 거울이 밉기까지 하다.
체중계 위로 올라갔다.
조금은 빠졌을 까 했다. 빠졌기를 바랬다.
"...0.5kg"
어떤 사람에게 0.5kg는 많이 빠진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몸무게가 114kg이나 나가는 내게는 빠진 것도 아니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때까지는 빼야하는데.
이런 못난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은 데 말이다.
헤어진 후로 10kg로나 더 쪘다.
살 빼서 복수하려고 했지만 내일부터 또 내일부터 미룬게 벌써 2달 째다.
3달 후에 다시 만날 때는 꼭 나도 빛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헤어지던 그 순간 너가 준 그 상처는 평생이 가도 못 잊을 것 같다.
'이유? 듣고 싶어?'
'갑자기 왜 헤어지자는 건데?'
'너 정말 몰라서 물어? 넌 거울도 안 보냐?'
'먼저 사귀자고 한 건 너야.'
'그야 당연히 그 때는 네가 화려했으니까. 지금의 너와는 급이 달랐지.'
'내 겉모습만 보고 사귄거야? 넌 날 사랑하기는 했니?'
'그러는 너는? 너도 즐겼잖아. 1급수랑 다니고 싶으면 이렇게 되지 말았어야지.'
'뭐?'
'말이 더 필요해? 헤어져. 아, 그 신발 내가 사준거잖아. 이 자리에서 주면 좋겠어.'
'너 정말....'
'헤어지자고.'
그 날 나는 추운 초겨울, 맨발로 커피숍을 걸어나왔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나를 맞이하는 찬 바람은 내게 현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는 울면서 집까지 왔고 그 다음날 바로 휴학을 했다.
그렇게 2달.
2달동안 집에서 울며 먹고 살이 빠지기는 커녕 오히려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마냥 퉁퉁해졌다.
슬픈 영화란 영화는 다 찾아보면서 먹은 팝콘은 내 배의 일부가 되었고 의자에서 일어날 때마다 나는 온갖 춤을 춰야했다.
어제 같은 과 찬희형에게 문자가 왔었다.
[오늘 방학했는데 우리 언제 한번 술 한잔해야지. 언제까지 떠난 애인 때문에 질질 짤 수는 없잖아.]
정곡을 찔렸다.
[개학 언제예요?]
[이번에 좀 길지. 3월 2일까지.]
[선배 내일 바뻐요?]
[응. 모레는 좀 한가해.]
[그럼 모레 술 사들고 저희 집으로 오시면 안돼요?]
답장이 없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어이 없는 말이였다.
말도 없이 휴학해버린 주제에 술을 사준다도 아니고 술 사들고 와달라니.
핸드폰을 침대에 던지고 고개를 드니 다시 거울이 보인다.
진짜 못났다.
아..... 배고프다.
냉장고 안에는 저번 주에 한 덩어리로 사놓은 베이컨과 두 병의 막걸리가 있었다.
서양과 동양의 만남인가.
다이어트 따위 또 다 잊었다.
뚱뚱해서 그런건지 암튼 더 서럽게도 막걸리 한병에 나는 뻗었다.
[그래. 갈게.]
"선배!"
"야..."
"들어오세요. 집 청소는 기대하지 마세요."
"야..... 너 어째 더 찐거 같다?"
"선배!"
"그깟 애인이 뭐라고. 야, 유창현 너는 진짜 속도 없냐? 그렇게 당해놓고 음식이 들어가?"
"....그러게요."
"안 되겠다. 내가 내일 친구 하나 붙여줄게."
"싫어요. 이 꼴로 누굴 만나요."
"얼씨구? 그래서 그 꼴로 계속 사시려구요?"
"이씨! 그러는 선배는요! 맨날 돌아가면서 여자 바뀌면서!"
"너도 2년 전엔 나를 능가하는 바람둥이셨습니다?"
"난 사귀지는 않았어요!"
2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 떴다하면 여학생이건 남학생이건 몰려들던 대 스타였던 내가 여기서 술이나 마시고 있다니.
누구나 나랑 친구가 애인이 되고 싶어 했었는데 그 때는 아무도 몰랐겠지.
내가 이렇게 뚱뚱해지고 못생겨져서 애인한테 차여서 집에서 울다가 막걸리 한병에 취할 줄은..
나도 한 때는 누군가의 꿈이며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그야 당연히 그 때는 네가 화려했으니까. 지금의 너와는 급이 달랐지.'
넌 정말 그 이유 때문에 날 만났던 걸까.
그 이유 밖에 없었던 걸까.
나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기는 했었을 까.
"야, 벌써 맛가냐? 야!"
"...몰라..여~~~......."
"....외모가 다는 아닌데 말이야."
"..........."
"너가 이렇게 될지 아무도 몰랐겠지."
".................."
"그래도 넌 그 때 마음도 이뻤다."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