헿 괜히 또 저번 화에 달아주신 댓글들 보면서 감동 먹구 그랬네여 저란 사람 쉬운 사람... 0ㅇ0
기다린다는 말 잘 보구 있단 말 넘넘 좋아해요 (어필)
한 화, 한 화 봐 주셔서 감사하구 이번 화도 재밌게 봐주세열 @.@
정주행 혹은 재탕 하시는 분들 위해서 포인트 낮췄어요 !
[카디] 청춘만세 06
w.써틴
김종인은 그렇게 말 하고서 벌떡 일어났다. 내 어깨를 손등으로 툭 치고서는 따라와. 라고 말하곤 빠르게 변백현의 반을 나갔다. 그런 김종인의 행동에 당황한 김민석과 변백현이 너 어디가! 를 반복해서 외쳤지만 김종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둘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났다.
"나 갔다 올게."
"야, 종 치기 3분 전이야."
"에이, 갔다 올게!"
이미 시야 밖으로 나가버린 김종인을 따라 가려고 가볍게 뛰었다. 복도에 나오자 김종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김종인에게 다가가서 김종인의 등을 두 손으로 퍽 소리가 나게 쳤다. 김종인은 나에게 화를 내려고 했는지 화난 표정으로 뒤돌아 보다가 숨이 차서 헉헉대는 날 보며 인상을 썼다. 내 어깨를 두 손으로 붙잡고서는 머리부터 나를 아래로 훑어 봤다. 김종인은 불편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따라 오랬지, 뛰래?"
"그치만, 니가, 빨리, 가서..!"
"..숨 고르고 얘기해."
김종인이 뒷 머리를 손으로 마구 헤집었다. 내가 아무리 빨리 가도, 넌 뛰면 안 되지. 바보야. 김종인의 목소리가 나를 울컥하게 했다. 내가 더 이상 숨 가빠하지 않을때 까지 기다린 김종인은 깊게 숨을 쉬었다. 체념 한 것 같은 얼굴로 날 보던 김종인이 말했다.
"내가 잘못 생각 한 것 같다."
"..어?"
"미안."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나에게 김종인이 두 손을 모아 장난으로 용서를 구하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너 데리고 가서 담배 필 생각을 했어. 김종인의 말에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김종인은 내 머리를 손으로 몇번 쓸어 내리고서는 어깨에 손을 올렸다. 키 차이 때문에 마치 팔걸이 같은 꼴이 된 나를 보고 김종인은 약간 비웃었다. 내가 팔꿈치로 김종인의 옆구리를 치자 김종인은 맞고서 크게 웃었다.
반에 들어와 자기 자리에 앉은 김종인은 내게 앞자리에 앉으라며 눈짓을 했다. 나는 김종인의 앞자리에 등받이에 가슴을 대고, 그러니까 김종인과 마주보고 앉았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나 그렇게 병자 아니야. 왜 맨날 나만 빼 놓고 가."
".. 너 병자야. 그때도 쓰러졌었잖아. 운동장 두바퀴 뛰고."
김종인은 그렇게 말하고 해맑게 웃었다. 어떻게 보면 바보같기도 한 그 웃음에 나도 모르게 투덜대던 미간을 쭉 폈다. 김종인이 두 손가락을 담배 피듯이 브이자를 만든 후 동그랗게 모은 입에다 가져다 댔다. 손가락이 입술에서 멀어지고, 입에서 김종인의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다음엔 데리고 갈게. 김종인이 그렇게 말 했다. 나는 허세 가득한 김종인의 행동에 웃었고, 김종인은 왜 웃냐며 나를 살짝 밀치더니 결국은 김종인도 웃음을 터트렸다.
운동하는 애가 담배를 피면 어떡하냐는 나의 말에 김종인은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운동을 오래 할 생각이 없다고. 축구가 좋아서 하는 거긴 하지만, 딱히 직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없고 계속 잘한다 잘한다 하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가다 보니 결국 축구부 까지 들게 됐지만 아직 뭘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생각 해 본 적도 없고 그냥 그렇다고. 그런 자신이 담배를 안 펴야 할 이유가 뭐냐고.
나는 그 말을 듣고서 벙져서 어떤 말도 하지 못 했다. 속으로는 늘 생각 하던 말이었지만, 막상 김종인의 눈을 보고서는 차마 말 하지 못 하겠던 말이 입 속에서 굴러다녔다. 종인아, 나는. 니가 국가 대표를 했으면 좋겠어. 넌 그럴 수 있어.
"야, 나 너랑 하고 싶은 일 되게 많아."
"뭐야. 애인이냐?"
김종인은 퉁명스러운 내 말투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을 하나 하나 접어가며 나와 하고 싶은 일들을 요목 조목 말했다. 수업 빼먹고 영화 보러 가기나 훈련, 야자 땡땡이 치고 피씨방 가기 같은 사소한 것들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애인이냐고 장난치긴 했지만 진지하게 말하는 김종인의 말투에 나는 속으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자습이 끝나고 나는 그때처럼 혼자 더 남아서 공을 차는 김종인을 기다리려고 스탠드에 앉았다. 김종인은 나를 보고 손 한번 흔들더니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해서 축구공을 굴려댔다.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는 김종인을 바라보고만 있다가 핸드폰을 꺼내서 카카오톡을 눌렀다. 단체 카톡에서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시덥잖은 농담과 이야깃거리들을 올렸고, 나는 천개 가까이 온 그 카톡들을 확인 하다가 김종인이 옆에 앉자마자 깜짝 놀라서 소리를 악 질렀다. 김종인이 크게 웃었다.
"..아 뭐야 진짜.. 깜짝 놀랬네."
"흐, 도경수 지인짜 웃긴다."
김종인은 그렇게 말 하면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김종인은 담배를 하나 꺼내고는 내게 자신과 어울리는 까만색 담배 곽을 살짝 던졌다. 얼떨결에 두 손으로 담배 곽을 받은 나는 궁금한 눈빛으로 김종인을 쳐다봤다. 김종인은 웃었다. 구경하라고. 가자. 김종인이 엉덩이를 털면서 일어났고 나도 따라서 일어나 김종인의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갔다. 김종인은 교문을 나오자 마자 손에 들고 있었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가방을 뒤지더니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김종인의 입 끝에 물린 새하얀 담배가 빨갛게 타들어갔다.
"나 이제 너 눈치 안 본다?"
"그러던지.."
나는 김종인이 내게 던져준 담배곽을 이리 저리 돌려가며 관찰했다. 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너도 가오 잡는 구나? 내 말에 김종인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래. 그렇지. 김종인은 내가 아무리 사소한 말을 해도 웃곤 했다. 독한 거 피지 말라고 칭얼대는 나한테 김종인은 정면으로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코 속으로 파고드는 담배 연기에 깜짝 놀란 내가 잔 기침을 여러번 해 대자 김종인은 자기가 친 장난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괜찮냐며 연거푸 물어오는 김종인의 팔을 세차게 뿌리쳤다.
"이 미친, 아 목 따갑잖아!"
"미안, 미안. 괜찮아..?"
"..괜찮아."
김종인은 나즈막하게 욕을 하곤 아직 한참 남은 담배를 버렸다. 뻘쭘한 얼굴을 숨기지 못 한채 김종인은 연거푸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괜히 짜증낸 내가 무안해 질 정도로. 그 이후로 대화 없이 걷던 우리 둘은 우리 집 앞에서 멈춰 섰다. 김종인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붙잡아 돌렸다. 김종인이 머쓱해 하며 말했다.
"나.. 담배 끊을까?"
"왜?"
"..아니, 니 말대로 운동 하는 애가 담배 피는거.. 이상하기도 하고..,"
"됐어. 계속 펴. 멋있으니까."
김종인은 내 말에 해맑게 웃었다.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이며 눈썹을 매만진 김종인이 내게 인사했다. 잘 들어가. 나는 그 말에 내가 애냐며 대답하고 돌아섰다. 손에 쥔 담배 갑을 보곤 버릴까 하다가 가방에 넣었다. 계절이 지나가면서 은근히 차가워진 공기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