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대 : (착잡) 월급이고 뭐고, 과외 때려 칠까….
너징은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화들짝 놀라 소파에서 일어나. 후우, 후우. 긴장하지 말고. 이게 뭐라고 긴장을 해, 하긴.
누, 누구세요ㅡ. 너징은 뻔히 누가 왔는지 알면서 넌지시 누구냐 물었어. '아, 그… 과외 해드리기로 했던..'
숫기가 없는 건지 말꼬리를 길게 늘이는 남자, 아니 너징의 과외 선생님이 될 사람이었어. 그에 너징이 살짝 웃고 현관문을 열었어.
그래서, 이게 이렇게 된다구요? 응. 그렇지. 왜요? 응? 그니까, 이게 왜 그게 돼요. …다시 천천히 설명할게. 이게, 이렇게..
'나는 Y대 1학년이고, 앞으로 너 전 과목 과외 하게 될거야. 이름은, 김종대.'
깔끔히 정리된 너징의 방에 들어와 책상을 펴고 마주 앉아 과외 선생님이 처음으로 한 말이었어.
처음 과외 선생님의 말을 듣고는 이 사람도 꽤나 다정한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예상과 다르지 않게 세심하게 하나하나 문제를 짚어주는 종대였어.
낮지 않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문제를 설명하면서 눈도 맞춰주고, 문제를 맞추면 웃으며 칭찬도 해주고. 과외 첫 시간이라 조금 설렁설렁 할 수도 있었겠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너징은 그럴 틈도 없이 문제를 풀었어. 과외가 진행된 지 한 시간 즈음 지났을까. 너징이 평소에도 잘하던 과목들의 오늘 할 분량을 마치고
가장 중요하고, 너징이 제일 못하는 수학과 영어를 할 차례가 왔어. 아니, 쌤 그래서 이게 왜 그게 되냐구요.
종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어. 아, 난 진짜 이해가 안가네. 쌤. 왜 답이 이렇게 나올까요? 이거 이거, 문제가 이상해. 그쵸? 문제가 잘못했네.
너징이 툴툴대며 수학 문제집을 종대 쪽으로 스윽 밀고 팔을 뒤로 짚었어. 아아,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어….
너징은 이해력이 참 빨라. 평소에 책도 즐겨 읽기 때문에 국어라던가, 사회라던가 하는 쪽의 과목들은 성적이 꽤 나왔어.
읽고 이해하는 건 쉬웠거든. 외우는것도 못하는 편은 아니었고. 그런데 문제는, 수학이랑 영어지. 너징도 종대를 따라 작게 한숨을 내쉬었어.
근데 선생님, 문제가 있어요. 너징이 수학문제를 끙끙대며 풀다가 샤프를 놓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어.
"저 영어 아예 기초가 안 잡혀 있거든요, 동사고 형용사고 뭐가 뭔지 모르겠거든요. 지금 수학이 문제가 아니거든요…."
"……."
종대가 너징에게 기초 테스트를 해보지 않은 걸 깊이 후회하며 너징이 펴고 있던 문제집을 잘 정리해 덮었어. 오늘은, 스터디 플랜을 짜보자.
종대가 A4용지 두 장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어. 그리곤 턱을 괴고 앉아 너징을 뚫어져라 바라봤어. 뭘, 어디서부터 해야 하지.
과외 알바는 처음 해보는 종대, 과외는 처음 받아보는 너징이라 서로 말없이 눈만 끔뻑이고 있었어.
우선, 국어나 사회 같은 건 너 평소 하던 대로 하면서 나랑 조금씩 복습하고 하면 될 것 같아. 나도 고등학교 때 그랬거든.
너처럼 수학이랑 영어만 못했어. 수학이랑 영어 못하면 반은 포기했다고 보면 되는데, 나는 그래도 포기 안 하고 기초부터 했거든?
그랬더니 오르더라. 한 번에 훅 오르지는 않는데, 조금씩 오르다가 슬슬 귀가 트이고 눈이 뜨이면 말 그대로 점수가 쭉쭉 올라.
종대의 말에 너징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어. 그래서, 뭘 어쩌자구요. 계획 짜주신다면서요.
너징이 겉으로 티는 못내고 종대의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어.
그래서, 수학이랑 영어 위주로 하는 게 좋겠다. 어머님이 너 일주일에 주말 빼고 평일 내내 과외 해달라고 하셨거든?
우리가 하루에 두 시간씩 볼 거니까, 일주일이면 열 시간. 열 시간이 있잖아, 어. 열 시간이 있는데…. 일단 이틀은 종일 수학만, 이틀은 종일 영어만.
그리고 하루는 다른 과목들 복습하고 모르는 거 풀어보고 하자. 수학이랑 영어 어느 정도 이해되면 그때쯤 다시 계획은 짜면 되니까.
"그럼, 계획 끝!"
"쌤, 저 아까 풀던 거 모르겠는ㄷ…."
"공부는 내일부터 할건데?"
"…예?"
"공부는 원래 내일부터 하는 거야. 오늘은 첫날이니까 선생님이랑 알아가는 시간을 갖도록 하지."
처음엔 긴장을 했었던 건지, 그 긴장이 이제는 풀린 건지 숨어있던 장난기가 슬슬 모습을 들어내는 종대였어.
장난스러운 투로 너징에게 공부는 내일부터 하자는 과외 선생님, 종대에 너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같이 웃음을 흘렸어.
너징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네. 한 시간이나, 한 시간, 한 시간… 밖에 안 남았네.
+
긍정적 마인드의 종대쌤과
앞길이 멀고도 먼 징어.
어휴.. 이 글도 앞길이 멀고 머네요.
전편에 그렇게 까지 응원을 해주실건 없는데 응원받으니 기분은 좋네요, 뭐.
난 내님들이 걱정하는것만큼 멘탈이 약하지 않아요.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전편 초록글올려줘서 고마워요 내님들~,~♥ 잠깐이었지만 나는 봤지롱.
내님들 나 초록글 올려주는데 재주있나봐. (감동)(울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