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야 성용아. 나 이뻐?"
나는 커튼을 열며 날 쳐다보고 있는 내 앞에 서있는 단 한명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활짝 웃고있는 모습에, 나는 가만히 억지로 입을 올리며
"호박에, 줄 긋는다고…"
"야!!"
"농담, 농담! 잘 어울린다."
그 놈한테는 과분할 정도로.
그러자, 금새 밝은 얼굴로 활짝 웃으며 서 있는 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행복한 얼굴로 웃는 여자. 내가 존나, 병신이였지. 어렸을적 부터 함께였던, 니가 뭐라고 업신여기며 구자철에게 소개시켜주는게 아니였는데. 몇일 안갈거라고 생각하면서 금방 헤어질 줄 알았던 너희 둘은…
"와- 진짜 이쁘다, 내 신부."
나는 신부방으로 들어온 녀석을 쳐다보았다. 까만색의 정장에, 까만색의 나비넥타이를 찬, 내 하나뿐인 친구. 그런 녀석을 보고나서야 속이 뒤틀려졌다. 그제서야 이 여자와 결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시발, 시발, 시발.
나비넥타이를 뜯어내버리고 싶었다. 왜 너한테 소개시켜줬는지, 시발, 왜 나는 그애의 신랑자리가 아닌 하객의 신분으로 여기에서 널 쳐다보고 있는건지.
너와 어렸을적 부터 알고지내던 건 나였는데.
나한테는 병신같이 너 뿐이였는데.
그애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신랑, 준비 해 주세요-."
"어, 나가야겠다. 자기야, 이따봐! 사랑해!! 성용아, 진짜로 진짜로 고맙다. 행복하게 살게."
미친.
영원히 불행해라.
행복하면서 살지마라.
나는 존나 나쁜새끼니까, 니네 둘이 행복해 하는 꼴 못본다.
나는 한동안 의자에 앉아서 나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애를 쳐다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엔 행복감이 떠올랐다. 그게 싫다.
"병신아, 좋냐?"
비꼬듯이 녀석의 앞으로 다가갔다.
"응, 성용아 고마워."
뭐가.
"자철씨랑 행복하게 살게. 정말 고마워."
병신이.
시발 날 존나 초라하게 만들고 잇어. 둘 다 시발.
존나 짜증나.
"…그래."
"신부님- 준비해 주세요!"
"아, 예! 나 나가봐야 겠다. 너도 얼른 나와!"
그애가 의자에서 일어났고, 보조 여자들이 애의 웨딩드레스 뒷자락을 잡아주며 방 밖으로 나갔다.
"… 향수는 쓰지말지, 독하네…"
나는 코 밑을 비볐다.
어느새 부턴가 그애에게서 자철이의 냄새가 났다.
자철이가 자주 쓰던 향수 냄새.
엄청 독하다.
[이대훈]
"야- 진짜 내 친구! 완전 잘했어!!" 전국체전이 다 끝나가고, 나는 매일 경기마다 날 응원하러 오는 친구를 쳐다보았다. 녀석이 저가 더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날 껴안았고, 나는 내 친구 뒤로 꼬리처럼 따라붙는 여잘 쳐다보았다. 친구녀석의 어깨너머로 살짝 웃으며 고갤 숙이는 여자. 몇달 전에 친구는 내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알려주었다. 그리고 처음 경기 날, 따라왔던 여자는 편안한 옷차림의, 긴 생머리의 여자였다. 그때부터 였다. 친구녀석의 여자친구를 몰래 곁눈질로 살피고 있었던 것은. "야, 야 간만에 술이나 한잔 하자, 응? 내가 쏠게, 가자가자!" 친구는 그런말을 하며 내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나왔다. 술은 질색인데… "이럴 줄 알았어, 흥민씨, 흥민씨!" 테이블에 턱을괴고, 테이블에 머리를 박은 친구녀석을 흔들어 깨우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적지 않게 걸친 술에 여자의 얼굴에도 홍조가 떠올랐다. 그런 모습에 작은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그런 내 시선이 신경쓰였는지 발갛게 오른 볼에 손을 올리는 여자. "나요,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예?" "흥민이 자는데에도 가만히 있는 거… 좋게 생각 하라구요." 나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술 먹는게 아니였는데, 어쩐지 이 여자 앞이니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걸쳤더니 벌써부터 어질하다. "조심해요…!" 어? 좋은 냄새다. 술에 쩔은 고립된 술집에 좋은 향기가 났다. 나는 고갤 돌렸고, 내 앞엔 조금 끙끙 거리며 날 받쳐주는 '그 여자'가 보였다. 홍조가 붉게 올라 조금은 인상을 찌푸린 체로, 날 받쳐주는 손가락의 체온이 따듯했다. 그런 그 여자의 모습에 짖굳게 웃으며 좀 더 내 몸에 체중을 싣어 여자 쪽으로 기대었다. 그러자, 윽- 소리를 내며 주춤 거리는 여자. 아, 귀엽다. 아, 이 여자 왜 흥민이 여자친구인 걸까. 왜? "정신 좀 차려요!" "…좋아해요." 그런 말을 하며 은은한 파란색의 불빛을 발하고 있는 천장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그러자 여자의 끙끙 거리던 소리가 뚝 멈추었다. "그냥, 그렇다구요." 나는 몸 중심을 제대로 잡아, 흥민이를 잡아 들쳐 매었다. "따라와요, 택시 잡아줄게요." 술 값 정리도, 모두 한 체 술집 밖으로 나왔다. "이제 경기보러 오지마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선을 넘을 거 같아서 그래요. [김주영] "주영씨…" 날 바라보는 그녀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있었다. 왜? 나도 모른다. "왜요, 내가 싫어?"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겁먹은 생쥐마냥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억지로 웃고있던 내 입꼬리로 내려갔다. 아 짜증나게… "내가 대려다 준다고 했잖아요. 문자 못 봤어요?" "…남자친구가…" 아- 남자친구. 내 친한 친구놈. 나는 킥킥 거리며 웃었다. 나도 참, 미쳤지. 친구의 여자친구를 좋아한다는게 말이돼? 아, 나는 제외. "그냥, 내가 대려다 줄게요. 그 녀석한테 그냥 혼자간다고 문자 보내면 돼고."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저한테 왜이러세요?" 부들부들 떨고있는 목소리가, 먀냥 듣기좋은 고양이의 울음소리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 나 미쳤나보다. 남자는 우정이 먼저라는데 왜 나는 이 여자가 먼저일까. 왜 이여자를 가지고 싶어할까. 가지고 싶다? 아니지,'사랑해서 옆에두고 싶다'란 표현이 맞을라나… 나는 그런 그녀의 질문에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 조금은 불쌍한 표정도 짓고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 연기자로 나갈까봐. "이런말 해도 돼나… 좋아해요." 첫 눈에 반하단 소리에 짐짓 비웃으며 뻐큐를 날려주던 나였는데, 병신같게도 여자친구를 소개해준다던 친구의 말에 그래? 라고 선뜻 나간 자리에 그녀가 보였다. 그리고 머저리 같은 첫 눈에 반한다는 그 경멸했던 문장이 떠올랐다. 그녀는 나와 운명인 것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주영씬…" "아, 알아요. 내 친구의 여자친구 잖아요." 그러자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뺏어올 수 있어요." 그녀의 동그란 누이 더 동그랗고 커다랗게 확장됬다. 아, 병신, 진짜 귀엽다. 웃으면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친구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친구에게서 그녀를 뺏어오고 싶었다. 친구에게 웃어주었던 웃음을 빼앗고 싶었고,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손가락째 뽑아내어 던져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나는 내게 손을 내밀지 않고 두손반 꽉 붙들고 있는 그녀의 손을 억지로 잡아채어 발걸음을 놀렸다. 놀라며, 엉거주춤, 걸음을 떼어내며 또각또각,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좋았다. 내 뒤를 따라오는 인기척도 좋고, 그녀의 향수냄새도 좋고, 내 행동에 겁먹어 부들부들 떨리는 숨결도 좋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미친놈이 되어 남의 여자를 가지고 싶어하는지, 이렇게 집착해대면서 까지 그녀의 마음을 얻고싶어하는지, 나도 의문이다. 그냥 본능이 이끄는 대로 하고있을 뿐이다. 그러면 그녀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뭐, 적당히는 해야겠지. "…놔주세요." 역효과가 나면 어쩌지. "주영씨…" 울먹임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아… 손을 놓아주자 아픈 듯 손을 가져가 손목을 문대는 행동을 쳐다보았다. "내가 싫어요?" "우린 아니에요… 저는 주영씨…" "안다니까, 내 친구 여자친구라는 거." "……" "제가 묻고싶은 건, 내가 싫냐고." "……무서워요." 시발. "이러지 마세요, 주영씨…" "아니, 그거말고. 주영아라고 불러봐요." 네? 하고 날 올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미소지었다. "그러면 친근감 있고, 덜 무섭지 않을까? 어쩌지, 나는 그 쪽 좋은데. 내 친구랑 헤어지면 안돼요? 그 커플링도 빼고."
"안돼는거 아는데, 그걸 참기는 또 싫더라고. 내 옆에 두고 싶으니까요. 나 좀 그렇죠? 그러니까 내가 하자는 대로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놀랐쬬??
힣
이거 올리고 버꽃 올리고 사라질꺼임ㅋㅋㅋㅋㅋㅋㅋ
독자님들 보고싶어서 어쩌죠?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무튼 난 공부하러 사라지겠음다시 올 나를 향해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