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비. 아직도 알아낸 정보 뭐 없어?
" 정보? 있긴 있지. "
제노사이드 건물의 10층 복도 구석의 비상구에서 통화를 하던 지원이 눈동자를 한번 굴리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 제노사이드의 보스라는 작자는 약 중독자에 담배를 하루에 한갑씩 피운데. 나도 여기서는 짬밥 취급 받아서 주워 듣는 정보밖에 없다고! "
- 아, 빨간 병아리? 약 중독자야? 어린녀석이 못하는게 없네.
" 이봐 ,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내가 좀 높은 직책을 가져야 장부를 빼돌리던지 말던지 할거아니야! "
- 내가 거기 간부도 아닌데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해? 공이라도 세워 봐!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에 지원이 잠시 핸드폰을 귀에서 떼어내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귀에 가져다 대었다. 쓰고 있던 비니가 거추장스러운지 비니를 거칠게 벗어내리는 지원의 손목에는 십자가 모양의 문신이 선명하게 새겨져있었다.
" 공을 세울 방법이 없잖아. 여기 철저하게 간부들 중심으로 일들이 굴러가. 나같은 짬밥은 창녀촌이나 가서 여자들이나 관리한다니까? 애초에 약 거래같은 정보를 내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
- 어떻게든지 해봐. 마약 거래 장부 빼돌리지 않으면 무너뜨릴 수 없잖아.
남자의 목소리에 지원이 평소의 웃는 낯이 아닌 잔뜩 굳은 표정으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무언가 결심했는지 강경한 목소리로 남자에게 " 어떻게든지 장부 빼돌릴게. 그러니까 손해좀 보자. " 라고 말을 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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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병째 한빈의 팔뚝에 꽂혀있던 주사병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모르핀과 환각제, 약간의 흥분제가 섞인 주사액은 과도하게 주입할 시에 부작용이 심하기에 2병 이상은 주입하지 않던 한빈이였지만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약을 계속해서 몸 안에 주입하고 있었다. 앉아서도 몸을 가누지 못하던 한빈이 잔뜩 풀린 눈을 떠보이며 담배연기로 가득 찬 방안을 천천히 훑었다. 오늘따라 헝크러진 옷차림과 축 가라앉은 빨간 머리는 묘한 느낌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한참동안 방안을 훑던 한빈이 쇼파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창가로 걸어가던 한빈이 닫혀있는 창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 손님이 올 것 같은데. "
차분하게 가라앉은 머리를 거칠게 손으로 흐트러뜨린 한빈이 창가에 기대어 서더니 혀를 입술로 한번 축이고는 실실 웃기 시작했다. 과도한 약 복용으로 숨이 가빠오는지 잠시 인상을 찌푸린 한빈이 호흡을 가다듬더니 바닥에 떨어져있는 자신의 리볼버를 바라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 총은 저기에 있는데, 손님은 문 앞에 있잖아? "
순간 쿵- 하는 소음을 내며 방 문이 거칠게 열렸다. 방 문이 열리고 온통 검정색으로 도배를 한 차림의 남자 두명이 빠른 속도로 방 안으로 들어서 창가에 기대어 서있는 한빈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방에 풍기는 담배냄새과 묘하게 머리를 울리는 냄새에 잠시 인상을 찌푸린 두명의 남자가 한빈에게 조금씩 다가서며 거리를 좁혀왔다. 총구를 머리에 들이밀고 다가오는데도 가늘게 눈을 뜬 상태로 가만히 서있던 한빈이 습관적으로 혀를 입술로 한번 축이며 중얼거렸다.
" 오늘 16층 top floor 경비가 모두 비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
" 뭐라는거야? 죽기 싫으면 거래 장부 순순히 넘겨. "
두명의 남자들 중 조금 더 덩치가 큰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빈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더니 소리쳤다. 그에 시끄럽다는듯이 한쪽 귀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린 한빈이 잔뜩 늘어지는 목소리로 " 귀 울리잖아. 안그래도 난 지금 니가 눈 4개달린 괴물로 보인다고. "라며 중얼거리더니 비틀거리며 책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기는 것 마저 힘에 부치는지 호흡이 가빠지는 한빈이 짜증스럽게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 더 풀러내었다. 총 3개가 풀린 단추에 쇄골이 드러났고 총을 든 남자들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가만히 한빈의 행동을 따라 총구의 방향을 바꾸었다.
" 담배가 없네. "
책상으로 간신히 다가간 한빈이 책상위에서 담배각을 집어들더니 중얼거렸다. 순간 탕- 하는 총성과 함께 두명의 남자 중 한명의 남자가 방아쇠를 당겼고 총알은 그대로 한빈의 옆구리를 스쳐지나갔다. 순식간에 붉게 물드는 와이셔츠에 한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 옆구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손바닥에 묻어나는 핏 자욱에 인상을 찌푸린 한빈이손바닥을 들어올려 손가락을 타고 떨어지는 핏방울을 혀로 한번 핥짝이더니 그대로 손가락을 한번 혀로 쭉 핥아내려갔다.
" 말했지? "
비록 급소는 피해갔지만 옆구리를 총알이 스쳤음에도 고통하나 호소하지 않고 제 피를 핥는 엽기적인 행동을 하는 한빈을 경악하며 바라보던 남자들이 움찔 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여전히 한빈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새나와 와이셔츠를 적시고 있었다.
" 난 네 녀석들이 눈 4개 달린 괴물로 보인다고. 피 나니까 약기운 더 돌잖아. 지금은 눈이 6개라고. "
순간이였다. 한빈이 몸을 낮춰 방 바닥에 아무렇게 굴러다니던 총을 집어든 것은. 손에 감기는 리볼버의 차가운 감촉에 나른하게 웃어보인 한빈이 안전장치를 해제한 후 당황한 남자의 머리에 겨누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귀를 울리는 총성과 함께 남자의 이마에서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뒤로 자빠졌다. 한빈이 또 다른 남자에게 총을 겨누었지만 약 기운이 도는지 비틀거리는 통에 총구는 애꿎은 천장을 향했고 다시 한번 총성이 울리며 천장에 보기 싫은 구멍이 하나 나버렸다. 비틀거리며 중심을 간신히 잡는 한빈의 모습에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지 남자가 다급하게 한빈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정확하게 머리통을 겨눈 후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손가락에 힘을 주었고 탕 -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것은 한빈이 아닌 남자였다.
" 괜찮으십니까? "
남자가 옆으로 쓰러지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원이였다. 나름대로 조직의 돈을 주고 산 총잡이였지만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지원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두 남자를 힐끔 바라보다 가만히 서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빈에게 시선을 옮겼다. 벗어버릴 작정이였는지 3개의 단추가 풀린 흰 와이셔츠가 쇄골과 목덜미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고 옷의 옆구리는 피로 잔뜩 젖어 있었다. 항상 올리던 붉은 머리는 오늘따라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방 안에서 미미하게 풍기는 환각제의 향에 지원이 멍하니 한빈을 바라보다 거세게 고개를 내저었다.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원을 바라보던 한빈이 들고있던 총을 천천히 들어 지원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그에 당황한 것은 순전히 지원 뿐이였다. 살려줬는데 왜 총구를 겨눠? 지원이 속으로 생각하며 욕을 곱씹었다.
" 안녕, 한별이 "
여전히 지원에게 총구를 겨눈 상태로 작게 중얼거리는 한빈의 목소리에 지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당장이라도 감길듯 느리게 깜박이는 눈을 바라봤다.
" 한별이가 여러명이네 … "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작게 웃은 한빈이 그대로 총을 바닥에 떨구고 앞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그에 당황한 지원이 다급하게 다가가 한빈을 부축했고 손바닥에 축축하게 묻어나는 검 붉은 핏자욱에 쓰읍,하고 침을 삼키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 좀 미친놈이여도 장부 찾으려면 살려야겠지… . "
딱 봐도 약을 한 듯한 한빈이 주입한 약의 성분 중에는 분명 진통제 역할을 하는 모르핀이 첨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로인해 총이 스친 고통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 후, 한빈을 들쳐 업은 지원이 방 구석에 있는 침대로 다가가 한빈을 눕혀두었다. 받은 훈련이라고 해봤자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받았지 사람을 치료하는 훈련은 받은 적이 없는 터라 현재 지원은 굉장히 곤란한 상태였다. 부드러운 이불이 볼을 스치자 한빈이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실실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 아 기분 좋다. "
옆구리에서 피나 쏟아대며 몸도 못 가누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작게 중얼거리는 한빈의 모습에 헛 웃음을 터뜨린 지원이 이불에 묻어나는 핏자욱에 어깨를 으쓱였다. 순간,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에 지원이 뒤를 돌아 문 쪽을 바라봤고 이내 문 안으로 호감형의 남자가 모습을 들어냈다.
" 누구야. "
다짜고짜 총구를 들이미는 남자의 행동에 지원이 당황한 것을 티내지 않으려 싱글벙글 웃어보이며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구며 " 저번 주에 새로 들어왔습니다. "라고 말하며 양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으며 총구를 여전히 들이민 상태로 가까히 다가오던 남자가 " 저 녀석들은 니가 죽인거냐? "라며 물어왔고 그에 어깨를 으쓱인 지원이 대답했다.
" 한명만요. "
남자가 지원의 말에 총구를 천천히 내리며 지원을 위 아래로 빠르게 훑었다.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상태로 지원에게 다가오던 남자가 침대에 널부러져있는 한빈의 모습에 " 아이고, 이번엔 총까지 맞으셨네 "라고 중얼거리더니 머쓱하게 자리에 서있는 지원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 13층 오른쪽 복도로 돌아 3번 째 방에서 사람 좀 데리고 와. "
" 구준회 안녕. "
한참동안이나 조용히 누워있기에 잠든줄 알았던 한빈이 준회의 목소리에 늘어지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준회는 그런 한빈의 말을 무시한 채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침대로 다가가 거칠게 한빈이 입고있던 와이셔츠를 풀러내렸다. 어느덧 다 풀린 단추로 판판한 가슴팍이 드러났고 옆구리의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한 것인지 피가 계속해서 솓구치고 있었다.
" 약 했냐? "
" 응 "
" 미련한 새끼. 거기 뭐하냐. 13층가서 데려오라니까. "
준회의 날이 선 목소리에 지원이 풀어 헤쳐진 와이셔츠에 시선을 두던 것을 다급하게 떼어낸 채 고개를 끄덕여 방을 나섰다. 그래도 한빈의 목숨을 살린 것이니 조금은 간부들과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지원이 빠르게 걸음을 옮겼고 엘레베이터에 타는 순간까지 아른거리는 한빈의 형체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내저은 지원이 짜증 스럽게 13층 버튼을 눌렀다.
마음에 안들어서 한참 수정했네요 ....엉엉 ㅠㅠㅠㅠ왜 섹시하지 못해 ㅠㅠㅠㅠㅠㅠ 약이라는 금같은 소재가 있는데 왜 퇴폐적이지 못하니 ㅠㅠㅠㅠㅠ? 제 똥손을 원망할 뿐입니다. 꺽꺽꺽..
top floor = 한빈이 주로 활동하는 16층의 명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