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신부
07
뫼비우스의 띠
"하아 하아..."
목이 턱 막힐 정도로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더 이상 뛰었다간 발이 다 까져 걷지도 못할 것같아 근처 나무 밑으로 급하게 몸을 숨겼다.
뛰다가 넘어져서 쓸린 무릎이 아프긴 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나는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그 꼬맹이를 찾아야 하나?
날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다른 여우들에게 들키기 전에 이 곳을 벗어나야 한다.
바스락-
...방금 소린 뭐지?
나는 온 몸의 신경을 귀로 집중했다.
그때
발자국같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나는 공포에 온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나선 정확히 내 앞에서 그 발걸음이 멈췄다.
나는 차마 그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내 앞에 있는 그는 온 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있었다.
그렇다.
그는 죽지 않았다.
"찾았잖아"
그의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
그의 목에는 내가 그의 목에 박아넣었던 칼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때, 그의 목에 있던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며 제자리를 찾아가던 살점은 어느새 그의 벌어진 상처를 모두 메꾸었다.
그 짧은 시간에, 그의 목은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목이 되었다.
"놀랐구나?"
"...."
"죽을 줄 알았는데 안죽어서"
"...."
"목찌르는 걸로 죽으면 난 진작에 죽었지"
"....흐읍.. 끅"
"울지마, 그러니깐 그 말도 안되는 소리는 왜 믿었어"
"여우구술이라니,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잖아"
"....흐으..ㅈ,저를 죽일 건가요?"
갑자기 그가 한 손으로 내 목을 졸랐다.
갑자기 막혀오는 숨에 계속해서 입에선 컥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이 붉게 빛났다.
"걱정말라니깐, 난 우리 색시 안죽여"
"...ㅋ,컥"
"근데 이번엔 많이 괘씸하네"
그는 자신의 이빨을 드러낸 채 내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었다.
갑자기 느껴지는 낯선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 세게 물지는 않았는지
그저 따끔할 뿐이었다.
입술을 뗌과 동시에 내 목을 조르던 그의 손도 떼어졌다.
"컥... 하아.. 하"
"아파?"
"...흐으 ...흡"
"울지마, 내가 더 아팠어"
"내가 그렇게 싫어? 죽일 만큼?"
"...."
그는 조심스레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의 손이 닿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의 손을 쳐냈다.
그러자
그의 손이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자신의 손을 거뒀다.
"이 모습으로 나타나면 좀 안무섭나?"
"너...!"
내 눈앞에 있던 그는 갑자기 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아이는
나한테 그를 죽이는 법을 알려준 아이였다.
그래, 왠지 익숙하다고 했어
나는 그에게 농락당한 거야.
갑자기 어린아이의 모습이 된 그는 조그마한 손을 뻗어 조심스레 내 눈물을 닦았다.
"색시야... 울지마"
"...."
"울고싶은 건 난데 왜 네가 계속 울어"
그의 시선이 내 다리로 향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처투성이인 내 무릎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게 왜 그랬어. 다치기나 하고"
그의 조그마한 손이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작은 두 손으로 내 두 무릎을 감싸자
붉은 빛이 나며 내 다리에 있던 상처가 모두 아물었다.
동시에 그의 눈도 붉게 빛났다.
마치 다친 적이 있기는 하냐는 듯이
그는 같은 방식으로 피딱지가 진 내 발까지 치료를 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내가 알던 그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섰다.
"뭐해, 얼른 목 안아"
나는 그의 목을 팔로 감쌌다.
그러자 그는 내 다리 밑으로 팔을 넣고 나를 공주님자세로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나는 그렇게 그에게 안긴 채
다시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방까지 도착한 그는 나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이불을 덮었다.
이불은 언제 간 건지 그의 핏자국들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 벽에 희마하게 남아있는 핏자국들이 눈에 띄었다.
"....도망치느라 힘들었을 텐데 좀 자"
"....왜 저에요?"
"...."
"다른 사람들 많은데 왜 하필 저에요... 저 정말 집가고 싶어요..."
"하, 나는 네가 나한테 사과라도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
"왜 너냐고? 이유가 필요해? 들으면 뭔가 달라져?"
"네가 나를 죽일 방법도, 나에게 벗어날 방법도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아"
"앞으론 도망칠 생각 꿈도 꾸지마"
*
자신의 방에 도착한 지민은 신경질을 내며 등불을 집어던졌다.
바닥에 앉아 두 손에 제 얼굴을 묻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거봐요. 제가 말했잖아요"
"날 죽이려고 했어. 아니 죽였어"
"상처받을 거 예상하고 한 거잖아요"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데"
"...."
"왜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울지마세요. 이런 약한 모습 어울리지 않아요"
"내가...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지민의 앞에 있던 누군가는 지민을 감싸안아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그녀가 당신을 사랑하도록 제가 노력할게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그녀의 친구가 되어야 하는데"
"...허락해줄 거죠?"
"....응, 그녀가 날 사랑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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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또 다른 인물의 등장...?
그래요.
그 남자아이의 정체는 지민이었답니다!!!
저는 남자아이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차릴 줄 알았는데
일부러 글씨도 붉은색으로 하고!
예상외로 제가 그대들에게 혼란을 줬군뇨 ㅎㅎ
우선 처음부터 말하자면
처음 신부가 아이를 만났을 때 지민이가 그런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여주를 속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여주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연기를 한 거죠!
지민이 신부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시험하기 위해 꾸며낸 계획이란 거죠 ㅎㅎ
지민은 그래도 마음 한 편에 그녀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여주는 지민을 죽이려고 했고
이로써 여주는 지민을 사랑하지 않고 오히려 한 치의 미련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죠.
여기서 지민은 절망하게 되는 거고요.
여우신부를 읽을 때는 여주의 심리변화를 주목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신부가 지민에게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 공포 밖에 없다는 게 지민이를 죽이려는 행동을 통해 드러나게 되었고요.
지민이가 신부에게 이성을 홀리는 능력을 쓰지 않는 이유는
그녀에게 진정한 사랑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능력으로 얻게된 거짓된 사랑은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들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죠.
자, 궁예에 성공하신 신부님들!!!
제가 궁예 보면서 얼마나 소름이었는지 몰라요ㅎ
그대를 궁예로 임명합니다 (?)
아 그리고 늦게 와서 미안해요
원래 더 일찍 오려고 했는데
친구랑 급하게 술약속 잡혀서
한 잔 걸치느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