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신부
08
08
시작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밤을 설친 탓인지 아니면 무리하게 몸을 움직인 탓인지 온 몸이 뻐근했다.
하지만 그가 치료한 무릎과 발은 상처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의 능력 중 하나인가.
문이 열리고 여우들이 밥상을 들고 왔다.
평소에는 역겨움에 거의 밥을 거르다시피 했지만
왜인지 오늘은 배가 고팠다.
인간의 본능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누군가를 죽이려 해놓고 밥타령이라니.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과연 그를 잔인하고 무섭다고 말할 수 있는가?
얼굴에 튄 그의 따뜻한 피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에 가득히 흐르는 끈적이는 피를 보고도 어떤 역겨움도 들지 않았다.
인간에게 있다는 그 흔한 죄책감또한 들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그의 목을 찌른 나는
그럼 나는 뭔데?
어디선가 배운 적이 있다.
후각세포는 적응이 빠르다고
나는 이미 이 곳에 가득한 피비린내에 익숙해졌다.
가만히 있어도 헛구역질을 나게 하던 이 피비린내에
이미 내 후각세포는 적응해버린 것이다.
앉아서 우걱우걱 짐승처럼 밥을 퍼먹었다.
입 안에 음식물이 가득차 더 이상 넣을 공간이 없음에도
계속해서 우겨 넣었다.
상에 있는 음식들을 다 비우고 나서야 내 우걱거리던 입이 멈췄다.
속이 더부룩했다.
어젯밤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드르륵-
그가 왔나
그가 들어왔을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긴 머리를 가진 한 여자가 들어왔다.
여우가 아닌가?
그녀의 치맛자락에는 여우꼬리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마저도 매혹시킬 그 아름다운 외모가
그녀가 여우라는 것을 알려줬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다른 여우들과는 달리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이 무섭지만은 않았다.
조금 더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앞으로 이 궁전에서의 생활을 도와줄 거에요"
"...."
"신부님이 이해해주세요. 그분은 인간에 대해 잘모르니까요. 인간이 이곳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얼마나 외로움을 느끼는지."
"그가 당신을 저한테 보낸 건가요?"
"네, 그분이 특별히 허락해주셨어요. 리에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그냥 편하게 친구처럼 대하세요."
"당신도 저 밖에 있는 여우들과 같은 존재인가요?"
"음... 아마도...?"
"아마도라뇨?"
"저도 여우가 맞긴 한데"
"...."
"저도 당신과 같은 '인간' 출신이거든요"
"...네?"
"그러니깐 당신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지 잘알아요"
"...."
"말 편하게 해요. 제가 당신의 편이 되어드릴테니"
나는 그녀, 즉 리에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고
그녀에 관한 이야기도 조금 듣게 되었다.
그녀는 200년 전에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유학을 온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가 그녀를 필요로 해서 그와 비슷한 존재로 만들고
오로지 그의 '힘'으로 계속해서 그녀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조금씩 내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녀는 무언가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아마도 같은 '인간' 출신이라 그런지 나를 더욱 이해해주었다.
하지만 여기는 그 누구도 믿으면 안됐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녀를 점점 편안히 여기는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그 날 하루는 리에 덕분에 처음으로 '공포'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어두컴컴한 밤이 찾아왔다.
아직은 홀쭉한 달을 보며 속으로 빌었다.
달아, 달아. 그대로 있어다오.
그때, 문이 부드럽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가 들어왔다.
그는 평상시처럼 침대로 의자를 끌고 내 앞에 앉았다.
"색시야, 뭐해?"
"...."
"....대답, 안해주네"
"...."
그가 내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탁-
나는 내 손을 감싸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뿌리쳐진 자신의 손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제 제가 당신에게 한 행위, 미안하다고 생각 안해요"
"...."
"전혀 죄책감도 없고요."
"...."
"그쪽이 날 제멋대로 데리고 왔으니깐, 난 집에 가고싶은 마음 하나 뿐이었어요"
"....색시야"
"당신이 원하는대로 여기 있을게요. 도망치지도 않을게요"
"정말...?"
그가 날 보며 베시시 웃었다.
난 왜 그의 웃음이 이리도 소름이 끼칠까.
"대신, 내가 앞으로 당신을 사랑할 일은 없어요"
"...."
"빈껍데기랑 살면서"
"영원히 고통받으며 살아요"
그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졌다.
두려움을 속으로 삼키며 애써 담담한 척 말했지만
아직도 나는 그가 무섭다.
그는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허릿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여자들은"
"이런 거 좋아한다고 해서"
"....여자들은 이런 거 좋아한다고 해서 구해왔는데"
그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헤어핀이었다.
그는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어 올린 후 머리카락 사이에 핀을 찔러 넣었다.
그는 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삔을 꽂았다.
"...."
"역시 예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방을 벗어났다.
마치 잡아달라는 듯이
나는 머리삔을 만지작 거리며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가 나간 이후에도 머리에 꽂힌 삔을 한참동안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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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가 별로 없네요... 쉬어가는 화라고 생각해줘여
ㅎ... 여러분들 저 새로운 인물 남자라고 안했습니다만...?
멤버 추측하는 여러분 왜케 귀여워요?
워더
새로운 인물의 활약을 기대해주쎄요!!
그리고 다른 멤버를 넣느냐 안넣느냐 드디어 정했습니다!
스토리도 딱 맞췄어요!!
뭘로 정했는지 안말해줄 거임 ㅎㅎ
미리 알면 no 잼이니까여
암호닉 정리하다가 날아가서...^^
다시 첨부터 정리해야 해요 ...ㅎ
그리고 암호닉 계속 신청하시는 분들 계시는데
안타깝지만 이미 마감을 했답니다ㅠㅠㅠ
다시 받을 생각은 아직까진 없어요! 죄송해요 엉엉 ㅠㅠ
+)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대한 여러분의 반응
....?
여자?
그니깐 새로운 인물이 여자라고..?
저기여 자까님...
여기서 여자를 추가하시묜....
아 뭔가 새로운 발암이 시작될 것 같은 이 찝찝함....
아니 저기여 자까님 지금 여자를 추가하면 어쩌자는 거에여
안그래도 지금 러브러브해야 하는데에!!!!
진짜 우리 취미니 건들기만 해봐
여주 괴롭히기만 해봐
아주 아작을 내버리랑께
+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