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귀걸이 」
# 13
"들어오세요."
엘리베이터 기준으로 T자 형의 복도 중심에서 왼쪽 방향으로 태환 선배를 이끌었고 내가 사는 집앞에 도착해서 버튼을 눌러 장금 해제한 다음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벌어진 문틈을 다리로 밀어 활짝 열어 제쳤다. 옆에 서 있는 태환 선배를 먼저 들여보내며 양손에 묵직한 비닐봉투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실례할게. 여기가 양이 사는 곳이구나."
"하하. 좁죠?"
신발을 벗고 좁은 입구부터 두리번 두리번 구경하는 태환 선배 뒤를 따라 걸어가면서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오늘 청소했던가? 숨어있는 태환 선배를 끌어낼 생각으로 이것저것 옷을 대어보며 꾸미는 통에 집안은 전혀 신경쓰질 못했다.
부엌과 함께 붙어 있는 곳은 식당 겸 거실로 사용하고 있었고, 미닫이문으로 독립된 방은 침실과 공부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거실은 그런대로 깔끔했다. 평소에도 어지럽히는 편이 아니라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별반 다를 것없는 모습이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아일랜드 탁자 위에 식료품 더미를 올려 놓았다.
비닐봉투에서 주섬주섬 하나씩 꺼냈고 집안으로 대강 훑어보던 태환 선배도 다가와 거들었다.
"그래도 오피스텔치고는 넓은데? 꽤 큰 평수겠다. 투룸이고."
"그렇긴 하죠."
"흐음...잘 꾸미고 사네?"
"그런가요? 기본 인테리어가 잘되서 그런 것 같아요. 전 꾸미는 능력이 거의 없거든요. 선배야말로 잘하고 살 것 같아요. 선배도 독립해서 살죠?"
"응. 그리고 나도 마찬가진걸. 다음에 놀러와."
카레가루같은 일반적인 것들은 한쪽에 정리하고 냉장식품들은 따로 분류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덕분에 거의 텅빈 냉장고가 음식 재료들로 가득 찼다.
"양. 그동안 뭐먹고 살았어?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잖아. 생수하고...이건 뭐지?"
"에...그냥...보통 즉석요리제품 사먹고 선배가 싸다주는 도시락 먹고...뭐 그렇죠."
"어휴...정말. 너나 성용이나 똑같다. 자철이는 그나마 부모님이랑 살아서 잘 먹고 다니는데, 어쩜 자취하는 애들은 이런지 몰라."
"에..."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정하던 태환 선배의 잔소리에 머쓱해져 뒷머리만 긁적였다. 난 이게 보통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고 오히려 태환 선배가 별난게 아닐까 싶었다.
보통 중국 남자들은 가정에 충실하고 집안일도 스스로 하고 요리도 잘한다. 나도 기본적인 건 할 줄 아는 편이고 좋아하는 요리 한가지 정도는 능숙하게 만들 줄 알았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하는 모습을 보아왔고 어느정도 커서부터는 직접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 유학 오면서 공부하기도 바빠서 요리하는 게 귀찮았다. 거기다 즉석요리 제품들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전자레인지에만 돌리면 따끈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더욱 게으름만 늘어갔다. 그런 게 익숙해지다 보니, 태환 선배가 물었을 때 요리 못한다고 말해버렸다.
맛있는 도시락까지 싸준다고 하는데 누가 마다하며 그 금단의 맛을 이미 맛본 사람으로서 다시 변명할 여지도 쏙 사라지고 없었다.
한국에 있으면서 살펴본 결과 주변 남자들은 지금의 나와 다를게 없었고 태환 선배가 말했듯이 성용 선배도 마찬가지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한국 남자지만 중국 남자들보다 더 가정적인 태환 선배가 이상한 것을 떠나 신기했다.
외모도 예쁘고 손짓하나도 우아해서 털털한 진짜 여자들보다 더 여성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지만 그 느낌이 결코 게이스럽진 않았고 그냥 사람 자체의 성품같아서 더 좋았다. 때문에 남녀할 것없이 인기 많은 것일거라고 짐작했다.
"정리 다 했다~ 흐음...이제 뭐할까?"
특유의 나긋한 목소리로 묻는 태환 선배에게 뭔가 하고자 할만 한 놀이가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곰곰히 생각하는 그를 쳐다보다가 목이 말라서 생수를 꺼내 뚜껑을 열어 머그컵에 따랐다. 한모금 꿀꺽 삼키는데 스윽 일어나 어디론가 가는게 아닌가.
태환 선배의 다리가 움직이는 방향은 현재 미닫이문으로 닫혀 있는 방이었다.
짐작컨데 정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할 곳이었고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순간 놀라서 입안에 머금었던 물이 기도로 잘못 들어갔다.
"콜록콜록."
사레들리는 바람에 기침이 터져나왔다. 코끝이 찡해왔고 눈물이 핑 돌았다.
난데없는 기침소리에 태환 선배가 뒤돌았고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한번 걸린 사레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왜 그래?"
"콜록...사레...콜록콜록...들려서...콜록...크음...하아...하아..."
"조심해서 마시지. 이제 괜찮아?"
"...네...크흠..."
태환 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잘못된 대답, 아니 잘못된 선택이었다.
멀쩡해보이자 선배는 그대로 방쪽으로 가서 문을 열려고 했다. 손잡이를 잡고 옆으로 미는 모습에 재빨리 다가갔지만 태환 선배의 행동이 더 빨랐다.
드르륵 소음과 함께 문이 열렸고 예상대로 어지럽혀져 있는 방안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망했다. 유흥의 유자도 모르는 두사람이라 자취집으로 온 것이지만 사귀고 나서 집의 첫 방문인데다 그에게만은 깔끔한 인상을 주고 싶었는데 운이 전혀 따라주질 않았다.
열린 문 사이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간 태환 선배는 여기저기 살펴본 후 감상평을 늘어놓았다.
"깨끗이 잘 쓰네?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후후."
"아, 아니...원래는 이렇게 안 이런데..."
"더럽게?"
"아뇨. 이보다 깨끗이 사용한다구요."
"흐음~그래? 이정도도 깨끗하게 쓰는 편인데? 옷가지나 이불만 더 정리하면 좋겠지만, 이것도 양호하지."
생각과 다르게 관대한 평에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지만 의아함도 들었다. 이것보다 더럽게 살면 사람이 사는 곳인가?
먼저털고 청소기로 밀어 청소하는 건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번정도이고 일반쓰레기나 재활용쓰레기는 분리해서 해당날짜에 내어놓는 정도 밖에 하질 않았다.
기본적인 것들이다. 내가 깨끗함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결벽증이 있어서 몸이 녹초가 되도록 티끌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얼굴에 궁금한 표정이 떠올랐는지 태환 선배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 성용이네 한번 가봐. 아주 볼만할거야."
"어떻길래요?"
"으음...짜증나는 정도? 한번 갈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
짜증날 정도로 더럽다는 뜻일까. 아주 해사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과 말하는 내용이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서 왠지 으스스했다.
내용을 제외하고 표정과 목소리, 말투만 보면 전혀 짜증스러워보이지 않는 탓에 온도 차가 급격하게 느껴졌다. 태환 선배의 무서운 모습을 은밀히 들쳐본 것 같다.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침대 위에 늘어진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치우기 시작했다. 옷걸이에 걸어 옷장 안에 집어 넣고 입었던 점퍼류는 바깥 행거에 걸었다.
바지도 옷걸이 집게로 집어 행거에 걸려고 했는데 주머니쪽에서 뭉특한 촉감이 만져졌다.
"뭐지?"
주머니 안에 있던 것은 티슈덩어리였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생각해냈다.
이 비싼 귀걸이를 무참하게 보관하고 있다니 나도 참 성격이 설렁설렁했다. 이대로 잊고 빨래통에 넣어 세탁기에 돌렸다면 어찌되었을지 순간 아찔해졌다.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이상한 장미향기와 알파벳 편지의 묘령의 여자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날 그 여자뿐만 아니라 태환 선배와 성용 선배도 있었고 마지막까지 있었던 사람은 태환 선배였다.
그렇다면 정체 모를 그녀가 아니라 태환 선배의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 생각해봐도 낯뜨거울만큼 뜨거웠던 그 밤에 나와 함께 했던 사람은 태환 선배였고 귀걸이의 주인일 확률이 무척 높았다. 호텔로 데려온 그 여자가 일부러 귀걸이를 먼저 빼어두고 술에 취한 사람에게 최음제까지 먹이진 않았을테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섹스 이후에 할 법한 행동이었다.
뭉쳐진 티슈를 벌려 그 안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한쌍의 귀걸이를 집어 손바닥에 올렸다. 예술적인 컷팅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값비싸다고 생각되어질만큼 귀걸이의 광채는 조금의 퇴색도 없었다.
"선배."
"응?"
바지는 대충 행거에 올려놓고 태환 선배를 불렀다. 어질러진 방을 치우다 말고 멈춰선 날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던 태환 선배는 나의 부름에 답했다.
왠지 모르게 긴장되었고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그날 밤이 어땠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전부 까발려진 사이에다 교제까지 하기로 했는데 왜 이러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벌써 범인이 공개된 줄도 모르고 지목된 용의자들을 두고 누가 범인인지 아닌지 추리하는 멍청한 탐정같았다.
그런데 선배가 귀를 뚫었던가? 요즘 흔히 패션으로 여자들 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귀를 뚫었지만 태환 선배에게서 귀걸이 자국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며 질문했다.
"저기...혹시 귀걸이 하세요?"
"귀걸이?"
"네."
"아, 맞아. 귀 뚫었거든. 최근에 아끼는 귀걸이를 잊어먹은 후에는 안하고 다니지만...가끔씩 기분전환용으로 했었어."
빙고! 태환 선배의 말에 99% 확신이 섰다. 즉시 손바닥에 놓인 귀걸이를 태환 선배의 눈앞에 가져대었다.
"혹시 이 귀걸이 선배거에요?"
"어?"
"아니에요?"
"어디서 났어? 내꺼 맞는 것 같은데...?"
"아, 그날 있잖아요...다음날 호텔에서 나올 때 있길래 갖고 나왔거든요. 까먹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생각나서..."
"아...그때...거기에 두고 왔구나."
귀걸이 한짝을 집어들고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을 되찾은 듯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찔할 만큼 아름다웠다. 쿵쾅쿵쾅 심장이 두근거렸고 급격하게 흐르는 혈류에 눈앞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러고보니 언제 귀 뚫었어요? 귀뚫은 자국이 안보여서 몰랐는데..."
"예전에...고등학생때쯤? 그리고 잘보면 자국 있어. 양. 귀걸이 끼워줄래?"
"...네?"
귀걸이를 다시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틀어 귀를 들어댄다. 근처에 걸린 거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해달라고 하는 말에 좀 전부터 힘차게 두근거리는 심장은 초토화 되기 직전이었다. 매끈한 턱선과 이어지는 곧은 하얀 목선이 몹시 유혹적으로 느껴졌다.
태환 선배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어서 수전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떨리는 손으로 선배의 귀에 귀걸이를 가져대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얕은 구멍이 보였다. 부드러운 귓볼이 손끝 감각에 걸렸고 그 부드러움에 나도 몰래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이러지. 진정 좀 해라. 그만 침 삼키고!
어젯 밤부터 오늘 오전 나절까지 적극적이었던 나와 눈물을 흘리며 수줍었던 태환 선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태환 선배는 그날 밤의 비밀이 드러나기 전, 침착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돌아왔고 난 그의 예쁜 미소에 매번 두근거리기 바빠서 어설픈 어린 후배로 되돌아 와 있었다.
목울대가 몇번 오르락 내리락하고 나서야 양쪽 귓볼에 귀걸이를 끼울 수 있었다. 짧은 시간내에 땀이 차 미끈한 손바닥을 바지단에 문질러 닦아냈다.
"선배, 다 끼웠어요."
"그래? 고마워."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끼어진 귓볼을 만지며 만족스럽게 웃는 모습이 너무도 예쁘다.
만지고 싶다. 키스하고 싶다.
그러나 한번 흐트러진 용기는 연기처럼 사라져서 과감하게 태환 선배의 얼굴을 잡고 키스할 수 없었다. 아까 전의 용기라면 두근거림을 억누를 새 없이 입을 맞추고 혀를 집어 넣어 키스 해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키스의 달달함을 몸소 체험하고 있겠지.
내가 울렁이는 가슴을 잡는지도 모르고 태환 선배는 벽쪽에 둔 책상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처박아 놓은 구겨진 종이더미에서 종이 하나를 들어올렸다.
"양. 이게 뭐야? 쓰레기?"
"아? 그건..."
태환 선배가 들어올린 종이는 다름 아닌 의문의 여자에게서 온 알파벳 쪽지였다. 기분이 나빠서 모조리 구겨 구석에 처박아 놓았었다.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 태환 선배에게 신경쓰느라 이쪽은 전혀 신경쓰질 못했다.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 활활 타오르게 하는 역할밖에 안되었다.
"U? 알파벳이네...?"
"아...그거 쓰레기에요.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요."
그날 호텔에 데려간 여자가 보낸 것이 틀림없었고 그녀를 쫓아보낸 것은 다름아닌 태환 선배와 성용 선배였다.
술자리를 가지고 상담했을 때 의문의 편지를 받는다고만 했지 이런 알파벳 종이 쪽지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의문의 편지가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해서 지금쯤 거의 잊었을지도 모르는 일을 일부러 상기시킬 필요는 없었다. 걱정만 가중시키는 꼴이다.
"장미 냄새...어디서 맡아본 것 같은데..."
"어?"
아직 종이에 밴 향기가 남아 있었나보다. 미간에 주름을 세우며 향기의 정체를 고심하는 태환 선배의 손에 쥐어진 종이를 잡아채어 원래 있던 자리로 던져놓았다.
"...잘 모르겠다."
"신경쓰지 마요. 어디서 묻었나봐요."
"그런가? 양은 장미향기 좋아하니?"
"에?"
"난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그냥 거부감이 있달까..."
딱히 향기가 좋고 나쁘고 그런 것은 생각해본 적 없었다. 단지 향기롭다는 것.
또한 지독해서 지금까지도 기억할정도였다. 그 향기만 맡으면 그날의 황홀한 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태환 선배는 장미 향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나보다. 항상 보이는 상냥한 눈빛과 다른게 차가워서 눈빛만 본다면 선배가 아닌 것처럼 낯설었다.
무슨 이유라도 있나?
"갑자기 기분이 꿀꿀하다. 우리 술마실까?"
"술이요?"
"응. 우리 사온거 있잖아~"
"아...네."
먼저 방에서 나가 간이 탁자를 거실 가운데 펴고 소주와 와인 그리고 간단한 안주거리까지 세팅하는 태환 선배를 보고 머리만 긁적였다.
갑자기 왜 저러는지 모르겠지만 장미 향기에 안좋은 추억이 있다는 것쯤은 짐작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직 해도 지지 않는 대낮부터 술 마시자고 하지 않을 터였다.
거기다 술도 약한 사람이 먼저 설레발 칠 이유가 없었다. 태환 선배는 술잔까지 탁자 위에 놓고 멍하니 선 채로 있는 나를 어서 이리오라며 손짓했다.
"어서 앉아."
"...네에."
상 위에 놓인 유리잔을 들었고 태환 선배는 그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자신은 와인을 마시겠다며 코로크 마개를 뽑아 따르려는 것을 내가 도로 잡아채어 따라주었다.
알콜향이 물씬 풍기는 투명한 술과 알싸한 포도향내가 나는 검붉은 술이 각자의 손에 들렸고 마시기 전에 잔을 부딪혔다. 맑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간간히 안주를 집어 먹으며 몇잔의 술을 비웠다. 대낮부터 무슨 술인지 모르겠지만 태환 선배가 원하니까.
그리고 오늘따라 술이 달다.
"우웅...쑨~"
"...?"
과일주라서 도수가 은근히 쎈 편이지만 와인은 잘 마신다고 홀짝홀짝 잘 마시던 태환 선배였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태환 선배를 쳐다보니 뺨과 눈가가 붉어졌고 짙게 쌍커풀 진 눈은 조금 풀려 있었다. 눈동자의 초점이 엇갈리는 것이 취했다.
거기다 혀까지 꼬으며 말하는 모습이 취한게 확실했다.
"히힛...쑨~"
"...!"
평소보다 더 웃음이 헤펐고 나른한 말투와 살짝 풀린 눈빛이 무척 야릇해보였다.
나를 부르던 태환 선배는 이윽고 내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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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걸이로 찾아왔습니다ㅎㅎㅎ
귀걸이도 벌써 13편째군요. 갈길이 머네요~멀어~
다음편은 좀 야릇한 장면이...(예전에 말했다시피 그렇게 야하진 않을거에요.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