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제발 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 쓰는 석민이 글)
나와 이석민은 반에서 알아주는 앙숙이다. 이석민은 나와 친했던 친구와 사귀던 사이였는데, 그 친구가 말하길 '이석민이 바람을 피우고 여자를 끼고 놀아서 헤어진 거다.'라고 말을 하고 또, 헤어진 뒤 힘들어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선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이석민이 그런 아이인 줄로만 알았다. 물론 지금은 그 친구와 고등학교가 갈려서 연락도 끊고 안 만나고 있다. 게다가 좋게 헤어진 것도 아니고, 그 친구가 나랑 제일 친한 친구와 나 사이를 이간질 시켜 그 친구들과도 안 좋게 헤어졌다.
그렇게 고등학교 첫 입학식이 되고 교문 앞에 쓰여있는 명단을 보는데, 내 이름 아래에 '이석민'이라는 이름 석자가 쓰여있었다. 익숙한 이름에 한참을 생각하다가 곧 그 친구가 얘기해줬던 이름이라는 사실이 기억났다. 물론 개랑은 안 좋게 끝났지만 이석민이라는 얘가 그랬다는 사실은 내 입장에선 변하지 않기에, 친하게 지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
아니나 다를까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이석민은 여자를 좋아하고, 친절이 헤픈 아이였다. 첫 만남부터 안 좋았던 건 아니지만, 내 눈엔 이석민이 그저 그런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아 말을 걸어오는데도 모진 말만 나가고, 안 좋게 생각하니, 이석민을 대하는 시선과 표정까지도 자연스럽게 일그러졌다. 애들에게 들어보니 이석민은 원래 누구 싫어하는 사람 하나 없이 둥글게 살아가는 아이라고 하는데, 내가 그렇게 대하니 자기도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같이 날 미워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야, 뭘 봐."
"웃겨, 얼굴 안 치우냐?"
***
하루는 내 감정과 이석민의 감정이 극에 달해 있을 때였다. 우리 둘은 수업 시작 전에도 한바탕 싸우고선, 종이 치고 선생님이 들어오셔서야 간신히 상황이 중재 돼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은 건지 나와 이석민은 짝꿍이었다. 반 아이들은 우리 둘이 사이가 좋지 않은 걸 알아, 자기들 딴에는 재미를 위해 우리 둘을 짝으로 몰아갔는데, 제비뽑기 결과. 정말로 우리 둘이 짝이 되어버렸다.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다시 다투기 시작해 시답지 않은 말싸움이 이어가다가, 곧 머릿속에 그 친구의 이름이 문득 생각났다.
"김영희."
"뭐?"
"이러니까, 영희가 헤어지자 한거지."
"야, 말 다했어?"
영희의 이름을 언급하며 얘기를 하자 많이 화가 났던 건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지른 이석민에, 반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선생님의 시선까지. 친절하기로 소문난 영어 선생님 마저 아까부터 우리의 행동이 거슬렸는지 우리 둘을 복도 밖으로 내쫓았고 반 아이들은 다시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복도로 나와 5분가량을 멍을 때리며 있었을까, 갑자기 이석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애들도 있는데 이런 얘기를... 물론 맨 뒷자리 사이드라 들은 아이들은 정말 극소수 거나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한 것도 그렇고 말이 너무 심했던 것 같아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이석민의 입에서 먼저 말이 나왔다. 야, 성이름
"너 걔랑 친했어?"
"...뭐 조금."
"지금은?"
"대판 싸우고 서로 쌩까는데."
"걔가 뭐라던."
"니가 여자끼고 놀아서 헤어진거라고."
물어오는 이석민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답을 뱉고는 후회했다. 또 너무 심하게 말했나... 고개를 돌려 숙인 이석민의 동그란 정수리를 보고 있었을까 갑자기 고개를 팍 든 이석민 덕분에 이석민과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마주친 두 눈에 흠칫 놀라 시선을 떼자 곧 이석민이 한 말 때문에 다시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거 다 거짓말이야."
"?"
"다 지어낸거라고. 내가 여자를 끼고 놀아서 헤어진게 아니라 그 반대야."
"......"
"걔가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운거라고."
"아."
그저 멍청하게 아,라는 말 밖에 뱉을 수 없었다. 뒤 이어 그거 때문에 많이 시달렸다고 말을 하는 이석민에 정말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난 그것도 모르고 죄 없는 애를 여태껏 미워한 거야? 김영희와 싸울 때 걔가 한 모든 얘기를 의심해 봤어야 했었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손만 움직이면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러단 종이 칠 것 같아 이석민의 이름을 불렀다.
"야, 이석민."
"왜."
"...미안."
"...."
땅에 고개를 박고 작게 얘기를 하자 얼굴이 벌게지는 게 느껴졌다. 아무 말도 없는 이석민에, 정말 단단히 화가 나서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해, 고개를 들자 이내 웃고 있는 이석민과 다시 한번 눈이 마주쳤다. 날 빤히 바라보던 이석민이 손을 올려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귀엽다 성이름 진짜."
"...치워."
"이제 다 알았으면 나 미워하지 마."
"..."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그 뒤로 이석민에게 마음을 연 것 같다. 친절이 헤프지만, 그 헤픔이 조금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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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무려 5월 11일에 써 놨던 글... 아마 연습실 가는 빨간버스 안에서 썼던 것 같은데 사실 미루고 미루다 정말 여름이 다 갈때 쯤에 올릴까 생각했는데, 다른 글을 얼른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무엇보다 석민이 글을 올리고 싶었기에! 작가의 이름은 '석민'꽃이지만 쓴 글 중에 석민이의 글은 한개... 그마저도 조각... 과연 작가는 누구꽃인가.
이 작품은 아마 上, 下로 나뉠 것 같습니다. 하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 (하지만 항상 기대치 만큼은 못하는 석민꽃,,,)
〈빠지신 분들은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 암호닉 신청은 암호닉신청 글에서만! 받고 있습니다.>
ㄱ. 규애 꽃길 계지계맞 귤콩 규가네닭갈비
ㄴ. 눕정한 내셉틴 너예쁘다 논쿱스
ㄷ. 디켄 닭방 두유워누
ㄹ. 라유
ㅁ. 민규꽃 밍구워누 만떼 메모지 미키 망고맘 마그마 밍니언
ㅂ. 붐바스틱 박뿡 버승관과부논이
ㅃ. 쀼뀨쀼
ㅅ. 샤다캐 설레임 세포 선물공룡디노 순영파워 스물나흘 순영일이삼 사랑둥이 순영왕자님
ㅇ.에스쿱스 일공공사 오월 유유 워누꽃 아이닌 우리집엔신라면
ㅈ. 전주댁 잠만보 제주도민
ㅊ. 착한공 치킨반반 초록책상
ㅋ. 키시 쿠쿠
ㅍ. 피치피치
ㅎ. 호우쉬주의보 현지짱짱 흄흄 호시기두마리치킨
0. 0815 606호
항상 사랑해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