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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모토 아리카, 라고 합니다."
"거, 참 똘똘하게 생겼구나."
교장이 내 어깨를 천천히 두들겼다. 나는 교장의 달가운 시선에 어설피 미소만 지었다.
아버지는 내 어깨를 여러번 두들기고는 내 옷가지가 들어있는 가방을 손에 쥐어주었다.
"이제 가보거라."
"앞에 학생회장을 데리고 왔단다. 이곳에서의 규칙과 구조를 전부 알려줄테니 잘 따르면 된단다."
불안한 시선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일부러 내 눈을 피하고 있는 듯 커다란 유리창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가방 손잡이를 꽉 쥐고는 그대로 인사를 한 채 교장실을 나왔다. 아버지에게 연락이 닿으면 그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리라고 다짐한 채 말이다.
교장실을 나오니 벽에 기댄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학생 하나가 서 있었다. 이 아이가 교장이 말한 학생 회장인 듯 보였다.
나는 그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다. 물론 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 암묵적으로 얼굴만 확인한 채 고개를 돌렸다.
학생회장은 꽤나 깐깐해보였다. 빳빳하게 세운 교복 깃에 광이 나는 구두. 학생회장은 나를 위 아래로 다시금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
"딱 보아하니 조선인이구나."
학생회장의 첫 대사였다. 나는 학생회장의 말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행동에 학생회장은 꽤나 우스웠는지 왼쪽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렸다. 부유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돼지털 같은 머릿결. 그리고 한쪽에 끼고 있는 시집. 글쟁이를 흉내내는 한량 같아 보이기도 했다.
나는 학생회장의 어줍잖은 대사에 괜찮은 답을 들려주고 싶지 않아 그저 입술만 깨물었다.
학생회장은 두번째 대사를 읊으며 첫 발을 내딛었다.
"계집애같이 생겼네."
두 번째 대사는 내 심장을 두들겼다. 그렇게 티가 나나. 나는 등을 지고 걷는 학생회장 뒤에서 괜시리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남학교에 입학하려고 갖은 수를 써서 왔는데 이렇게 들킬 수는 없었다.
나는 꽤 큰 보폭으로 걷는 학생회장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그런 소리 꽤 들어."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회장이 갑자기 걸음을 뚝 멈췄다.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들고 있던 가방을 놓치고야 말았다.
복도에 큰 소음이 울려퍼졌다. 나는 안절부절하며 다시금 가방을 고쳐 쥐었다.
학생회장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특이한 들꽃이라도 본 것 마냥 표정이 흥미로웠다.
나는 학생회장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나보다 키도 크고, 돈도 많아 뵈는 아이에게 눈싸움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칭찬으로 들리니?"
"뭐, 뭐가."
"계집아이 같다는 말, 칭찬으로 들리냔 말이야."
"그럼 무슨 뜻으로 한 말인데?"
"글쎄."
학생회장의 입꼬리가 다시금 올라갔다. 꽤 비열한 미소를 잘 짓는구나 싶었다.
나는 학생회장의 눈초리를 계속 바라보다 결국엔 피하고 말았다.
"왜 안 가니."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계집아이 같다는 말은 어줍잖은 텃세였어."
"뭐?"
"이곳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텃세가 심해. 그러니까…."
"……."
"잘 버텨보란 뜻이야."
나중에서야 들었지만 학생회장은 매번 새로운 아이가 올 때마다 이렇게 간을 본다고 한다.
그리고 판단한다. 이 아이가 얼마나 버티고 나갈지에 대해.
학생회장은 나를 보고 딱 여섯 달을 버티고 나간다고 내기를 했다고 한다.
왜 여섯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학생회장이 여지껏 말한 기간 중 가장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