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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역행의 역습 전체글ll조회 558l 1

 

흘러가는 시간에 저며드는 세월에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아무것도 물들지 않은 흑백 세상에서 보이는 건 사람들 뿐 어떠한 색도 어떠한 색채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흑백 캔버스 위로 어떤 색인지도 모를 물감을 선택해 선을 그렸다. 틀렸어 역시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던 그림을. 무심코 바라보던 캔버스를. 내가 놓을 수 없었던 그 붓을. 가슴이 아파서 놓기도 싫었던 내 꿈을. 이제서야 현실에 부딪히면서 놓아 버렸다. 포기하는 생각조차 꿈 꿀 수 없었던 그랬던 내 길을 이제서야 놓아 줄 수있었다. 아무런 기억을 살려봐도 어떤 색도 떠오르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 보면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저며왔던 내 가슴이 점점 더 아파왔다. 그 시선들이 생각보다 너무 따가워서. 차가워서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쟤 아직도 그림 그린대? 

-설마. 아무런 색도 보이지 않으면서 이제 어떻게 그린다고. 

 

사실이었던 그들의 말은 주먹으로 가슴을 퍽퍽 치는 것보다 아팠다. 평범했던 나는 평소와 같이 흑백 세상에서 살아갔고 그 중 몇은 자신의 운명을 찾아 다채로운 세상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나도 몇 개월 전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인생을 살아왔던 그 사람을 만났고 나도 처음으로 색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그 세계는 너무 아름다웠다. 엄마의 눈 색깔은 짙은 갈색. 아빠의 눈 색은 새 까만 검정색. 그리고 내 눈은 고동색. 처음보는 나의 색 그리고 그들의 눈은 생각보다 너무 깊어 잊을 수가 없었다. 눈을 느리게 감아도 빨리 감아도 그저 꿈뻑꿈뻑 거울을 바라보면 항상 같은 색. 흑백이 아닌 색이라는 것에 너무 놀라웠다.  

 

그리고, '그' 는 내 세상에서 가장 눈이 부셨고, 아름다웠다. 그런 그가 낙엽이 밟혀 바스라지는 것처럼 무너지게 될 줄은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흑백 세상에서 캔버스를 바라 볼 때 턱 막히는 이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그래도 놓을 수 없었다. 내가 하고싶은 일. 내가 상상하던 것들. 어느것을 모든것을 '무한' 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내 인생의 시발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을 정도였다. 흑백 세상에서 보았던 그 그림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니까. 내가 나의 그 사람을 만나 그 그림을 아름다운 빛깔로 너무 보고싶었으니까. 

 

작고 작은 먼지들도 너무나도 눈이 부신 햇살도 그저 흑백에서는 밝은 '백'과 '흑'의 음영의 조화였을 뿐이었다. 해는 무슨 색일까. 책에서 나와있는 것으로 분명 빨간색일 거야. 아, 주황색인가. 음 파란색이어도 좋을 것같아. 

 

그래도, 내가 그를 만나기 전 흑백 세상에서 하던 가장 행복한 고민 중 하나. 세상의 색은 어떤 색일까. 나는 과연 어떤 머리칼을 가지고 태어났을까. 심지어 태양의 색까지도.  

 

그리고, 그렇게 그를 만났다.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그림에 관한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 날 그 남자 아이는 처음으로 그림을 배워 본다며 깨끗한 이젤과 캔버스를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웃음으로 시작해 어지러움. 심각한 울렁증이 시작되었고 내 눈 앞은 의심스러울 정도로 변해 갔다. 마치 내가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듯. 수채화가 번져가듯 흑백 세상은 점점 알록달록 얼룩덜룩 변해갔다.  

 

-야... 너... 

 

심지어 그 남자아이도 나와 눈을 마주하면서 눈을 점점 크게 떴다. 그리고 그 또한 얼룩덜룩 하게 변해가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처음 본 사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아무런 색이 없던 시절. 흑백 세상에서 나오게 된 우리 둘은 첫 만남부터 눈물을 흘렸다. 

 

서로에게 어색함 보다는 먹먹함이 먼저였다. 무엇이든 그리고 싶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주변 사람들이 너는 아직이냐는 듯한 시선을 보낼 때. 그럴 때마다 먹먹했던 내 가슴을. 그 아이 또한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는지. 애초에 이 세상에서 운명의 상대라는 것은 같은 시간. 같은 초. 그리고 같은 때에 태어났을 때 성립된다고 한다. 입자들을 하나하나 나노 단위로 나눠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생김새만 다를 뿐 한 개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었다. 

 

우리 둘은 새 하얀 캔버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제 흑백이 아닌 여러가지 색으로 짜여있는 팔레트도 바라봤다.  

-뭐 그릴거야 넌?  

-난 일단... 캔버스를 단색으로 여러 개 채워 보고싶어. 

 

지금까지 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캔버스를 붉은 색 계열로 칠해 보고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수채화 물감을 팔레트 위에 짰다. 그리고 그는 살며시 웃었다. 

-그럼 나도 너처럼 해 봐야지. 그리고 뭘 그릴지 생각해 보고싶어. 

 

처음으로 색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날. 가슴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던 그 날처럼. 시야가 다채롭게 보이기 시작하던 그 날. 무엇인가 구멍이라도 뚫린듯 탁- 하고 가슴이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당혹감이 서렸다. 

 

이상하게도 그 아이와 학원에서 만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 졌다. 나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졌고 옅은 홍조는 장작이라도 태우는 듯 화끈 거리는 것같았다. 

 

감정이라는 건 생각보다 심오했다.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내 자신이 점 점 바보같아졌다. 그 아무렇지 않던 그 아이의 체취가 어쩌다 한 번 강력하게 바람에 실려 불어오면 코 끝이 간질간질. 가슴은 두근두근 했다. 

 

손 끝에는 뭉툭해진 4B 연필이 둥글게 자리했다. 새까맣게 번져 묻어버린 자국들이 가슴에 남아있는 지워지지 않아 빨갛게 부어버린 심장마냥 아팠다. 색을 잃어간다는 게 생각보다 너무 아팠다. 눈가가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그것을 더욱 더 소매로 벅 벅 문질렀다.  

 

좋아한다는 마음은 메마른 꽃처럼 바스러졌다. 바랜 꽃잎은 휘날리며 내 뺨을 때렸다. 그 아이가 죽었다. 간질거리던 향기도. 얼굴도. 미소도.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  

 

같이 오기로 했던 이 곳. 같은 미대에 입학했던 우리 둘은 평생을 그림만 열망할 줄 알았다. 그것은 모두 다 거짓이었다. 물기 하나 없는 메마른 땅에는 네가 없다는 걸 증명하듯 그림자가 없었다. 해가 뜨든 형광등 아래였든 나의 새까만 그림자 옆에는 나보다 큰 그림자가 존재했었는데 말이었다.  

 

같은 화실에서 그리던 그림을 보았다. 반은 그 아이가 그리던 꽃. 반은 내가 그리던 꽃. 이 꽃은 널 생각하면서 그렸던 것이었다. 운명의 상대를 잃었다는 것에 대해 상실감이 컸던 것보다 내 사랑을 잃었다는 것이 더 마음이 아팠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 아이가 남기고 간 내 상처들은. 

 

죽는다는 건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다. 그저 화실에서 쓸 물감을 사러 나간 그 아이는 그날도 여전히 분홍이었다. 발그레한 얼굴과 보기 좋게 하얀피부는 항상 분홍빛을 내다 못 해 꽃 같았다. 많이 좋아했는데. 물감을 사러 나간 그 아이는 내가 이제 흑백 세상을 살게될 것을 알았을까. 

 

파란색 트럭이 신호위반을 하였고 그 아이는 날아갔다. 날개가 달린 것처럼 하늘 위로 솟았다가 바로 떨어지는 그는 알고 있었을까. 내가 널 좋아했는지. 

 

그 아이가 죽을 때 직감했다. 꺼지지 않은 수술실 밖을 방황하던 나였다. 초록색의 불빛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시야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내 눈에 바다가 차 올랐다. 

 

액자를 쓸었다. 점점 잃어가는 시력에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그리고 창 밖을 보았다. 회색 세상에서 분홍색으로 물들어있는 꽃잎들이 휘날린다. 안개가 진다. 춥다.  

 

석민아, 꽃잎의 분홍이... 참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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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9.13
헐... 먹먹해요.... ㅠㅜㅜㅜㅜ 좋은글 잘읽고가여 작가님 좋은밤되세여!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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