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각. 블락비의 잭팟. 김남준편. 선도부장, 전교회장이 있으면 당연히 전교 1등도 있는 법. 전교 1등 김남준은 항상 백설공주 손거울을 들고 다닌다. 책보다 거울을 더 많이 보는 새끼가 어떻게 전국 상위 1%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야, 야. 나 봐봐." "왜?"
"눈웃음 쩔지."
"진짜 미안한데 나 지금 토하고 싶어." "이, 씹." 요새는 간땡이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몰라도 억지눈웃음을 연습하고 앉아있는 꼴을 보면 존나 기름칠 잘한 하회탈같다. 이 새끼 약간 태어날 때부터 허세끼가 있는 듯 하다. 내가 진짜 이런 말 잘 안하는데 핵극혐이다. 지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멘탈도, 외모도 너무 섹시하다고.
...(점점 측은해지기 시작함.)
문제는 점점 그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는 건데 진짜 요새는 굿이라도 해야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맨날 나를 붙잡고 물어본다.(왜 다들 나한테 지랄들인 건지, 인생이 너무 피곤하다.) "야. 나 진짜 어때?" "(짜증)뭘." "여자들이 봤을 때 남자로서." "날 여자로 보냐?"
"(깊은 깨달음)"
"이 새끼가." 그래도 이 새끼 은근히 로맨티스트다. 고2 때, 생애 진정한 첫사랑이 생겼다고 말하던 그 때의 일이다. 하루는 애가 나를 양손으로 존나 치면서 몸을 베베 꼬길래 진짜 미쳤나, 싶었다. 내가 나 건들지 말랬지. 나 요새 복싱배운다고. 그랬더니 간절히 내 얘기를 들어달라며 옆 분단의 의자를 끌어다가 내 책상 옆에다가 두길래 이건 신종 정신병인가 싶었지만 마음씨가 넓고 착한데 이쁘기까지 한 내가 참았다.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경악)"
"뭐냐, 그 눈빛. 당장 집어넣어." 옆집 사는 두 살 많은 누나인데 아침마다 마주칠 때마다 그 얼굴이 그렇게 이쁘다고 마치 두부같다고 하면서 지 혼자 애칭까지 만들어서 우리 두부~거리는 걸 진짜 같이 인생 끝내려다 말았다. 아무튼 그렇게 며칠동안은 연애코치를 해줬었다. 그래도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알지 않냐며 나를 굳건히 믿고는 내가 하라는 대로 순순히 하던 녀석이다. 그럼 뭐하냐, 나도 모솔인데.
...
나의 도움으로 결국 그 썸이라는 걸 타던 김남준이었다. 맨날 애가 휴대폰만 보면서 피식피식 지 혼자 쪼개고, 얼굴 빨개지고 몸을 이리저리 못 가누고. 아주 중증 중에 아주 상중증에 해당되는 행동들을 하고 다녔었다. 한때 이 새끼 별명이 만취 김남준이었다. 설명은 따로 하지 않겠다. 아무튼 이 만취 김남준이 갑자기 한 순간에 무표정이 되고,애가 책에 얼굴 박고 다니기 시작한 거다. 책만 보고 다니다가 자빠지고, 부딪히고 하는 걸 한 두번 본 게 아니다. 그러더니 결국 나중에는 쭈뼛거리며 나에게 오던 김남준이었다.
"이 형님 까였다."
"헐, 왜?" "같이 노래방 갔어." "(이해못함)그게 왜?" (상황파악)(이해 끝) 니가 잘못했네. 내 말에 흑흑 거리며 우는 척하는 녀석이었다. 이 새끼와 나는 아주 흥이 많아서 툭하면 둘이 같이 노래방을 가곤 했는데...(절레절레)
"사랑의 빠떼리가 다 됐나봐요옹~"
애창곡이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인데 그 노래를 여지없이 불렀겠지. 그리고 나서 비의 레이니즘까지 하면.
"오, 예아~"
흥이 나도 모르게 절제가 안 됐어. 한숨을 푹, 쉬는 녀석의 어깨를 그저 토닥일 수 밖에 없었다. 흥 많은 게 죄냐. 그러고나서 그 날 하루는 야자를 째고 노래방에서 4시간동안 김남준이 부르는 버즈의 가시를 들어야만 했다. 제발 가라고오옭~ 아주 가라고오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