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3학년 일상의 시작]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벌써 3년째 되었지만 그 전과 다르다 싶은건 딱히 없다.
변한걸 꼽으라면 정국이의 성장...?
키가크고, 얘가 사춘기가 끝났다는거
그것 뿐인 것 같다.
"점심시간이다."
"또 피 덕지덕지 뭍은거 먹을거지"
"나는 그게 주식인데 먹어야지."
"음...."
"왜 보기싫어? 그냥 너가 먹는거 먹을까?"
"괜찮아. 그럼 나는 초밥"
"너는 인간이니까 제대로 다 익혀진거 먹어"
"꾸가....나 초밥.."
"잘못먹고 속앓이하면 안돼"
"밥안먹을래 그럼"
"밥먹어"
"나 초밥 조금만 먹으면 안돼? 응? 꾸가?"
".....조금만 먹어 알았지?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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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뭣 모르고 옆에서 정국이가 먹고 있던 생고기를 그대로 주워먹어버린 기억이
그래,
돼지의 피가 덕지덕지 뭍혀있던 그 바닥에 떨어진 생고기를 꿀떡 삼켜버려 심하게 배탈이 났던기억이 있다.
당연히 전정국이 먹고있으니 나도 배가 고팠기에 떨어져있던 고기조각을 주워먹었다.
이유는 없다. 그저 정국이가 먹고 있었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반인반수가 무엇인지도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무엇인지도
그 경계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을 때의 일이라서 덜 챙피하긴 하다만,
일단 그렇게 배탈이 난 이후에는 내 입에 들어가기 전 모든 육류,어류는 정확히 다 익혀져 나왔다.
지금처럼 가끔씩 밥을 먹지 않겠다는 협박을 하고 조금씩 먹긴하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는 모든이가 흔하게 먹는 초밥과 육회도 못먹게 할 정도로 극성을 부렸던 전정국이다.
-
점심시간이 되어 반인반수 전용 식당...식당이라고도 뭐한 곳에 오니, 푸르른 공원이 펼쳐져 있다.
보통 사람들 처럼 모두 같은 식단의 급식을 배부하는 것이 아니라,
종족별로 나뉘어 식단이 배부되거나
정국이와 같이 신분이 높은 쪽에 속하는 반류들은
직접 공수해온 식사를 한다.
뭐 이학교에 전정국 같은 신분에 위치한 반인반수가 있을리 만무하지만
일단은 만들어진 식사공간으로 자리한다.
신선한 육류를 섭취하는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더라,
품위유지를 위해서는
"준비 다 되었습니다."
"와, 오늘은 더 신선한가봐 피가 아주 크으으으으"
"뛰어다니지말고, 조심해야지"
"아가씨께서는 육회와 초밥이 드시고 싶다고 하신다고 하셔서,"
"헐 있어요???"
"식사와 간단하게 준비해두었습니다."
"아 좋아 진짜"
"두분오늘도 함께 식사하시겠습니까?"
"네"
"아싸 초바ㅏ아ㅏㅂ 꾸야 초밥초밥!!"
초밥에 눈이 반짝반짝할 내 눈을 한번 보고는 살풋웃버리는 정국이다.
내 머리를 그 큰 손으로 쓰다듬고 콧잔등을 부빈후
정국이가 늑대의 모습으로 변해 그렇게 커다란 몸집을 내려 앉으면
나는 그렇게 정국이에게 기대서 점심식사를 시작한다.
정국이의 부드러운 꼬리를 무릎위에 올리고서 그렇게
"저 초밥더 먹으면 안돼요..?"
"죄송합니다."
"...죄송하시지 않으셔도 되니까 주시면 안돼요???"
"도련님께서 오늘 4피스 이상은 절대 드리지 말라고하셔서.."
"..........."
몰래 정국이 몰래 요리사분께 다가가 초밥이 더 없냐고 물어봤지만,
내가 오늘 점심에 먹을 수 있는 초밥이 겨우 4개란다. 겨우 4개
"전정국..."
심통이나는 바람에
아직 식사중이신 아주 고귀하신 정국도련님
등에 올라타 늘어져서는 땡깡 아닌 땡깡을 부린다.
그럼에도 놀라기는 커녕 꼬리로 내 다리를 살살 쓸어댄다.
"삐진거 맞으니까 빨리 초밥 더줘도 된다고 아저씨한테 말해줘"
그 꼬리는 다시 내게 안된다는 듯 날 살살 토닥인다
초밥이나 달라니까 자기는 먹고싶은거 마음대로 먹으면서,
나는 먹지 못하게하고 심통이난다.
"나 초밥 더 먹고싶어"
"너 날거 많이먹으면 탈나, 그때 배앓이한거 생각 안나?"
"그거 몇살때 그랬는지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10살 때"
"우리 지금 몇살인데"
"19살"
제 식사가 끝났는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기 등에 있던 나를 내려 앉히고,
초밥은 절대 더 먹어선는 안된다고 말한다.
제 밥을 뺏어먹고 9년전 배앓이를 했다는 이유로
"그럼 나 이제 밥안먹어"
"너 지금까지 초밥밖에 안먹었어?"
"응"
"빨리 먹어야지, 점심시간 30분밖에 안남았는데"
"초밥이면 다먹을게 진짜로"
"안돼"
"배탈안날걸?"
"안돼"
"내가 나이가 몇인데 내 점심까지 너한테 허락받아야돼?"
"응, 당연히 허락받아야지"
"....내일부터 급식먹을래 차라리"
"암컷늑대는 수컷늑대가 잡아다 주는 먹이만 먹어야돼"
"난 사람이야 사람"
"괜찮아 내가 각인했으니까 그니까 내가 먹으라고 하는 것만 먹어"
"........."
그래 내가 각인만 아니였어도,
이 늑대에게 홀리지는 않았을거야.
그리고 끝까지 초밥을 지켜냈겠지.
*
"내방에서 제발좀....어?"
"빨리 이리와"
".....오늘 아침에 청소했는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려는 내 의지와는 달리
목덜미..라기 보단 옷을 물어서 방구석으로 데려가 내려놓고는
내 뒤로 배를 내보이고 누워버리는 전정국에 탄식이나온다.
'허, 참 이거봐라?' 이런식으로
어디 제 눕기편한곳으로 나를 데려가 툭 던져놓아버려?
그리고
"내방에 니 털이 얼마나 많이 날리는지는 생각이 안되려나?"
분명 오늘 아침 청소기가 돌려져 깨끗할 내방에는
몽실몽실한 전정국 털이 날아다닌다.
'나폴나폴'이라는 의태어가 상황에 딱 들어맞다 못해
빛한 점 들어가지 못할 만큼의 궁합을 보인다.
괜히 괴롭힌다고 배부근에 퉁퉁 머리를 대어도
그 길다랗고 큰 꼬리로 등만 쓸어주고만다.
내 물음에는 왜 또 대답을 안하는지,
그냥 동그랗게 몸을 만든답시고 생긴 빈곳에
나도 따라누워 몸을 말아버리니 내 몸을 꼬리로 덮어버린다.
"나도 너처럼 반인반수였으면 좋겠다"
"왜 이번엔 뭐가 부러워서 그랬으면 좋겠어?"
"꼬리가 제일 부러워, 나도 꼬리갖고싶어"
앞서 말하지 않았나 꼬리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너 꼬리 생기면 나도 매일 가지고 놀아야지"
"좀 싫겠다."
"왜"
"뭔가 기분나빠"
"내가 꼬리 가지고 노는게 기분나빠?"
"응 완전 기분 나쁠거 같애"
장난을 칠까 하고, 기분이 나쁠 것 같다고 말하니
아주 빠르게 꼬리를 치워버리고
아직까지도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드는 그 얼굴...?대가리..를 들이밀고 나를 쳐다본다.
괜히, 장난쳤나 싶기도하고, 또 왜 얘는 얼굴을 들이미는건가 싶기도하고
"내가 이 모습일 때는 얼굴 들이밀지 말라고했지"
"왜 기분이 나쁠거 같은데"
"아 뭐, 그냥"
"왜 내가 그러면 기분이 나빠?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 뭐...기분 나쁠거 같은 느낌이 들어"
"........."
당황스러워, 어버버 거리며 말을 내뱉으니 기분이 상했는지
픽하고 고개를 돌려버리고 내침대로 가서 누워버린다.
'아. 또 털이 덕지덕지 잔뜩 묻겠구나'라는생각이 머리속을 스쳐갔지만,
일단 삐진걸 풀어줘야 하니까 빠르게 다가가 장난이라고 생각없이 말한거라며
'내가 그럴리 없지 않냐?'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해댈 수 밖에 없다.
"전정국"
"꼬리 건들지마"
"정국아, 삐졌어? 화났나??"
"내가 왜 삐져 화난거야"
"아유, 왜그런담"
"내가 뭘했다고, 바로 싫다고 하냐"
"장난이지~~"
"꼬리 만지지마 기분나빠"
"나 나갈까?"
"......"
"그럼 화가 풀리려나? 나가야지 뭐 그럼"
그러려고 할 생각은 절대 없었지만 방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뭔가가 살포시 내려와 내 앞을 막고는 배부근에 머리를 부비적 거린다.
나는 그 무언가를 껴안아 부드러운 털을 쓸어주며 부둥부둥 거리면 그 무언가는 가만히 그 손길을 피하지 않는다.
"화안났어 나가지마"
"화다풀렸어?"
"안났다니까"
"장난친거야 장난"
"........"
"만약에 나한테 꼬리생기면 가지고 놀아도 돼"
"....기분 안나쁠거 같아 그럼?"
"기분이 왜 나빠, 너가 그러는 건데"
"맞아 나도 내꼬리 너가 만져주면 좋아"
"그래 그래, 그니까 내가 꼬리 만지고 있을때 장난좀치지마"
결국엔 삐짐이 풀렸는지 자기를 더 쓰다듬어달라고 머리를 부비는 힘이 꽤 세졌다.
내가 힘이 부쳐 밀릴거라는 생각은 하질않았는이 아주 세게 밀어부친다.
분명 문에서 아주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문이 닿는 벽까지 밀려 결국엔 벽에기대어서 그 보드라운 털을 쓸어주니 아주 배까지 뒤집어버린다.
"계속 이모습으로 있을거야? 나 이모습일 때는 조금 무서운데"
"나는 이게 편한데"
"너 지금 덩치 엄청커"
"알아 그래도 나는 지금이 좋은데"
"얼굴 그만부비고 빨리 빨리"
"........."
"빨리"
내말은 잘듣지 우리 꾸야.
"뽀뽀하자, 네말 들어줬으니까. 너도 내 말 들어줘"
나도 네말 잘들어 우리 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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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규뀨뀨뀨ㅠ뀪 초밥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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