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쇄용지 < ep1 불청객 >
"안녕하세요 태현씨~!" 한빈이 너도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갑작스레 일어난 지금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태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몰랐다. 오랜만에 집에 들어온다던 민호에 집안청소까지 깔끔하게 해놓고 쇼파에 앉아 손톱만 물어뜯고 있었을 쯔음, 띵동하며 초인종이 울렸다. 반가운마음에 문을 열고 민호를 반기는데, 민호 뒤로 딸려들어오는 낯선이들에 태현이 뭐냐는 듯 민호를 쳐다보았다. 여태껏 저희들만의 사랑이 싹트는 집에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지 않았던 민호였던것도 있었지만, 민호의 손에 들린 그들의 커다란 짐가방에 알수없는 불길함 드는 태현이다.
"아..네, 안녕하세요.."
"한빈이는 저 방쓰고, 잉어는 그 옆방-" "하핳...방이라니..?" "앞으로 몇달간은 같이 지내야할것같아, 괜찮지?" 민호가 하얀 이를 씨익 들어내며 덜떨어진 웃음을 지었다. 허... 황당함에 태현의 표정이 금방이라도 짜게 식을뻔 하였지만, 앞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두 남녀의 시선이 의식되는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하하, 당연히 되지. 이를 앙문 소리가 잇새로 새자 민호가 눈치없이 환하게 웃으며 잉어와 한빈을 소개했다. 아니 저새끼가..
"소개가 늦었네. 김한빈 18살이고, 김잉어 22살이고 둘이 남매! 그리고 우리 태현이는 19살!"
이렇게 생겼어도 공부 꽤 잘 하니까, 한빈이 모르는거 있으면 태현이한테 다 물어봐. 이번에 수능도 완전 대박쳤어. 억지로 말아올린 입꼬리에 안면근육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런 가식적인 웃음 뒤로 어설프게 숨겨진 저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호가 덜떨어진 농담따위를 하며 한빈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한빈이 이제 고3이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누나말 잘 듣고! 연휴날 고모님이 할 법한 얘기를 하는 민호에 한빈이 질린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저의 어깨에 걸쳐진 민호의 팔을 흘깃보고는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삐딱하게 저를 올려다보는 한빈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듯했다. 왜 저렇게 쳐다보지..
"추워서 그러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아! 들어오세요! ㅂ..방에 들어가서 쉬세요..하하" 감사합니다! 자신의 말이 끝나자 환하게 웃으며 한빈을 끌고 와다다 방으로 들어가는 잉어를 보다가 한숨을 뱉었다. 후우..송민호.. "쟤네 뭐야? 그리고 아저씬 뭐야?" "ㅇ..왜그래 갑자기.." "뭐 갑자기? 진짜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사람이 누군데?" "너도 요즈음 외롭다고 집에 빨리 오라고 그랬잖아-" 시발 섹스하자는거지!! 태현이 두 남매의 방까지 들릴까 싶어 소곤소곤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
"그 바보같은 아.. 는 뭐야? 진짜로 몰랐어?" "알려줘야 알지.. 너도 알잖아 나 돌려말하면 몰라." "그럼 내가 섹스하게 집에 일찍 들어와. 이래야겠어?" "야아..부끄럽게.." 그건 너무 직설적이잖아. 얼굴을 붉히며 몸울 베베꼬는 민호에 태현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이 둔탱이를 어떡해야해.. 가만히 어깨를 들썩이며 화를 죽이던 태현이 한숨을 크게 쉬었다. 저 사람들 언제 나간데? "내가 집 구할때까지 있으라고 그랬어."
"...뭐라고?" "쟤네 지금 뉴욕에서 비행기타고 바로 온거라 정신도 없을거야. 한빈이는 고3 이고 잉어도 한국오자마자 프로젝트 하나 크게 맡아서 바쁠거고." 우리한테 피해 주는것도 없을거고, 너도 재수할거 아니잖아? 이해시키듯이 얘기했지만 풀어질기미가 보이지 않는 태현의 표정에 민호가 결국 태현을 품에 안고 아양을 떨었다. 으응? 아 태현아 요즈음 왜이렇게 예민해앵~. 아 왜이래 징그럽게..! 태현이 기겁을 하며 민호를 떼어놓으려했지만, 그럴수록 더 꽉 안아오는 민호에 태현도 몸에 힘을 풀고 민호를 받아들였다. 화내지마, 오랜만에 얼굴보는건데.. 낮은 목소리로 달콤하게 귓가 가까이 말하는 민호에 태현이 나른하게 표정을 풀었다.
벌컥. "ㅇ..아..물마시려고요..하하"
"ㅋ..컵은 아무거나 쓰셔도 되요..하..하.." **
꼴깍꼴깍 캬-.
목으로 넘어가는 시원함에 아저씨같은 소리를 낸 잉어가 살짝 젖은 제 입주변을 닦았다. 방문을 너무 시끄럽게 열었는지, 저가 나오자 마자 따라붙는 시선에 당황하며 횡설수설하니, 저보다 더 당황한 태현이 민호오빠를 세게 밀쳐내었다. 그때 민호오빠 표정 좀 웃겼는데..큭큭. 갈곳을 잃어 이리저리 방황하던 눈동자를 하고 재빨리 본인의 방으로 사라지던 태현이 귀여웠다. 내가 방해한건가..키스라도 할 분위기였는데..좀 미안하네. 둘이 사귀는 것은 2년 전 뉴욕에서 민호와 친했을 적부터 알고있었다. 샌드위치를 먹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자기 애인 예쁘지 않냐고 어찌나 그렇게 자랑을 하던지..
"저 오빠도 팔불출이야, 팔불출.."
컵을 설거지통에 담그고 저의 방쪽으로 몸을 틀었다. 따뜻한 마룻바닥과 건조한 발바닥이 반들반들하게 마찰하는 느낌이 좋은지 스케이트 타듯이 직직 맨발을 끌며 방으로 들어간 잉어가 깔아놓은 이불위로 풀썩 엎어졌다. "아..엎드려서 자면 가슴 납작해지는데.." 히잉... 한숨을 뱉은 잉어가 캐리어 속 옷가지사이에서 액자를 꺼내며 천장을 보고 누웠다. "흐응 나도 우리 애인 보고싶네.." 액자 유리 위의 옅게 뭍은 먼지를 닦아내고는 머리맡에 예쁘게 놓아두었다. 그리고 옆에 놓여진 핸드폰을 꺼내든 잉어가 몇 번 자판을 눌러 메세지를 전송하였다. 이윽고 금세 1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쿵쾅쿵쾅 벌컥-.
"불은 누나가 좀 끄지?" 쾅. 오구오구 내 새끼,그래도 끌거면서 툴툴대기는♥
**
"오랜만에 같이 잔다.."
"좋아?" 응, 완전 좋아. 마주보고 누워 태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코 끝이 닿을 듯 말듯 가까워진 거리에 왜인지 모를 간질거림이 느껴져왔다. 으음~남태현 냄새-좋다. 하며 민호가 음미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태현이 깔깔 웃으며 퍽퍽 어깨를 쳐댔다. 푸하, 아저씨 변태같아-! ㅇ..어..좀 아프..ㄷ.. 하하. 어정쩡하게 웃은 민호가 확하니 태현의 허리를 꽉 끌어당겼다. 웅? 순간적으로 양 팔을 앞으로 모은 태현이 쑥스럽게 웃으며 민호의 가슴팍을 살짝 밀어냈다. 으응..왜이래..
"으아, 남태현 오랜만에 안아본다-."
"아, 좋다.." "...집에 혼자있을때 뭐했어?" 그냥 티비보고..음악듣고, 아저씨 생각도 좀..하고? 우와, 남태현 졸라 감동. 아저씬 내 생각 좀 했어? 생각뿐 아니라 꿈도 꿨어, 너무 보고싶어서. 일때문에 바쁜 민호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줄자, 저절로 그와 비례하게 얼굴을 보는 날도 줄었었다. 오늘같이 사고만 안치면 정말 예쁠텐ㄷ..우부븝. 우리 태현이, 얼른자자~! 뭐라고 웅얼웅얼 말하는 태현을 무시하고 가슴팍에 꽉 껴안은 민호가 눈을 감으며 태현의 동그란 뒷통수를 살살 쓸어만졌다. 아저씨..나 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