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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엑소 성찬
홀로 전체글ll조회 2201l 1

 

 

입술이 터졌다. 겨울엔 모든게 건조해지기 마련이다. 하얗게 일어난 입술은 일정한 선으로 자욱이 깊이 남더니 끝내 중간부분이 톡. 터져버렸다. 경수는 손등으로 입술을 꾹꾹 누르고는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듯 매마른 시멘트 거리를 걸었다. 기침이 자꾸 나왔다. 초겨울의 바람은 뼛속을 스며든다. 경수는 코트를 더욱 여몄다. 코끝엔 감각이 없이 얼얼함만 가득하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찬 공기는 코를 통해 폐로 가득 들어차더니 입을통해 밖으로 나왔다. 온 몸에 구멍이 송송 뚫린듯한 기분이였다. 속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서 바람이 들어, 푸석푸석하게 된것같았다. 경수의 맥빠지고 무거운 걸음걸이. 그 동작은 가뿐하지 못하고 둔했다. 경수의 기분이 이토록 싱숭생숭한 이유는, 성질이 흉측하고 근거가 없어 헤아리기 어렵던 백현이 일주일이 다 되어가도록 경수를 죽도록 때리거나, 짐승처럼 달려들어 목덜미를 빨아대는 일을 하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수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가늘고 긴 눈동자는 마치 경수를 다 꿰뚫어 보는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매서웠는데, 이젠 눈이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백현의 방에선 더이상 담배냄새가 나지 않았고 껄렁껄렁하게 걸어다니던 백현을 복도 그 어디에서도 우연찮게 만나는 일이 없다. 일주일동안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경수의 몸뚱아리는 서서히 제 기능을 되찾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잘된일이지만, 형으로써 백현을 걱정하는 경수는 그리 잘된일이라고 말할수도 없다. 그동안 백현이 저에게 저지른 만행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에, 뻔뻔스럽게 찾아가서 ‘무슨 일 있어?’ 라는 말을 꺼낼만한 배짱이 없기 때문이다. 경수는 아직도 백현을 무서워하고, 증오하니까.

 

 

 

 


 

 

 

“1학년들 싸움났어.”

 

구경가자. 남자애들이 소란스럽게 뒷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경수가 등교를 하자마자 일어난 일이다. 왠만해선 2학년들은 1학년들이 싸운든 말든 일채 신경을 안쓰는 편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떼를 지어 우르르 뛰어갈 정도면 한명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맞았거나, 또는 박빙의 승부거나 그랬을 것이다. 문득 궁금함이 피어올랐다. 얼마나 큰 싸움이면 반에 남아있는 사람이 나 한명밖에 없을까. 그래도 경수는 쭉 반에 남아있는 편을 택했다.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정신을 다잡으며 의자를 바짝 끌어앉아 문제집을 꺼냈다. 모서리를 접어둔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복도가 소란스러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굉음과 함께 누군가 앞문을 열어재꼈다. 경수는 화들짝 놀라 앞문을 바라봤다. 빠른 걸음의 익숙한 얼굴이 피칠갑의 남자를 잡아 끌고온다. 머릿속에서 경보가 울려퍼졌다. 왜 나타난걸까. 왜 싸움의 주인공이 하필 너인걸까. 항상 가해자 역할만 하는것도 지겹지 않을까?

 

“변백현.”

 

변백현이였다. 눈을 의심하게 되는 장면이다. 경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에는 백현과,경수 그리고 반쯤 죽어가는 남자애 세명 뿐이였다. 수십명의 학생들은 이 상황이 즐겁다는듯 문과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서 세명을 주시하였다. 경수의 귀엔 웅성웅성거리는 소음같은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남자의 신음과 백현의 욕짓거리만 귀에 선명히 박혔다. 어떡하라는 거야 백현아. 경수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백현의 앞으로 다가간다. 백현이 화가난 표정으로 멱살을 잡은 남자의 오른쪽 다리를 쎄게 걷어찬다. 남자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경수의 앞으로 고꾸라졌다. 백현은 어쩔줄몰라하는 경수를 꿋꿋히 쳐다보며 남자의 머리를 지긋이 밟는다. 그리고 말을 한다.

 

“사과해”

“……”

“도경수한테, 사과해”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흐느끼는 남자의 목소리에 경수는 큰 눈으로 백현을 휙 노려봤다. 백현의 눈가가 찢어져 있다. 입도 터져있다. 볼은 시퍼런 멍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런 상처들은 경수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 저런 더러운 싸움에 기어코 자신을 끌여들이는지. 경수가 신경질적으로 백현의 손목을 끌고 교실을 나갔다. 교실 앞 복도에 뭉쳐있던 아이들은 다들 길을 터주었다. 경수에게 끌려오는 백현의 모습은 처음으로 둘의 사이가 틀어졌던 그 날을 연상시켰다. 그날에도 경수는 백현의 손목을 잡고 공터로 끌고갔었다. 그때도 추운 겨울이였다. 그리고 경수는 백현에게 말했었다. ‘그런 애들이랑 몰려다니지 마’ 생각해보니 그 말을 할때까진 백현은 순순히 듣고있었다. 백현의 주먹이 나간 순간은 ‘형 말 들어야지?’ 라는 문단에서 였다. 그 말에 백현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해지더니 다짜고짜 경수의 뺨을 때렸다. 입가에 피가 맺힐정도로 강하게. 경수가 갑작스럽 백현의 폭력에 어안이 벙벙해져 있자, 백현은 경수의 넥타이를 잡아다 풀었었다. 그리고, 손목을 칭칭 묶었다. 자기의 넥타이도 풀더니, 두번, 두번 묶었다. 경수는 아팠다. 경수는 백현이 자신이 형인걸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난 친동생이 생겨서 좋은데, 넌, 내가 싫어? 그래. 그때 든 감정이였다. 그 뒤로 자신을 형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백현이 미웠다. 형제 사이에 해선 안되는 짓을 할 정도로 내가 싫은거야 넌? 백현의 손목을 끌고 한참을 가던 경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처없이 걸어온 곳은 학교 바로 뒤에 위치한 소각장 이였다.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크게 울렸지만 백현과 경수는 가만히 소각장에 서있었다. 먼저 입을 연것은 경수였다.

 

“왜 그랬어?”

 

백현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가 경수의 물음에 번뜩 고개를 든다. 날카로운 눈이 경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경수는 등 뒤로 감춘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것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되풀이한다. 왜 그랬어. 경수의 책망 하는듯한 말투에 백현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내 가정사를 들추고 니 얘기까지 꺼내길래.” 참으로 이중적인 핑계다. 여태껏 경수를 죽일듯이 폭행해오고 울며불며 그만하라고 애원해도 기절할때까지 관계를 맺은것이 누군데. 남이 나를 욕하면 짜증나고, 본인이 나를 때리는것은 상관 없다는 말인가? 툭. 눈물이 떨어졌다. 경수도 사람인지라 미움받는게 싫었다. 백현은 미움을 넘어서서 자신을 버틸수 없을정도로 괴롭혀왔다. 경수의 머릿속에 그동안 백현의 폭력들이 자잘히 세겨진다. 뚝. 뚝. 눈물을 흘리던 경수는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백현의 뺨을 쳤다. 백현의 고개가 힘없이 꺾인다. 경수는 소리쳤다.

 

“사람이 왜 그리 못났어?“

“……”

“넌 내가 장난같니?”

“……”

“난 니 형이야. 변백현.”

 

잠자코 경수의 처절한 외침을 듣던 백현이 ‘형’ 소리가 들리자마자 경수의 어깨를 밀쳤다. 백현의 눈가가 시뻘개져 있는것 같기도 했다. 경수는 힘없이 콘크리트 벽에 등을 부딪혔다. 백현이 서서히 경수를 향해 다가왔다. 두려움에 경수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덜덜 떨린다. 지금 다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백현과의 응어리를 풀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현이 먼저 입을 열기전에 또 다시 바락바락 소리쳤다.

 

“넌 남이 내 욕하면 안 괜찮고, 니가 나 패는건 괜찮아?”

“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여?”

“어 씨발 너 진짜 만만해. 알아? 나 혼자 두고두고 괴롭히려고. 너 그냥 좆나 장난감처럼 보여.”

“너라고 하지마. 형이라고해.”

“형 타령좀 그만해 미친년아.”

“왜? 싫어? 다시말해줘? 난 니 형이고 등본에도 적혀있,”

“형. 형. 그놈의 형. 난 너같은놈 형으로 둔적 없다고, 몇, 번을 말해 씨바알!”

 

 

백현이 분에 못이겨 비명을 질렀다. 비명에 울음이 섞여있다는걸 느꼈다. 백현은 그 자리에서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다가 경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확히 일주일 만이다. 경수는 속수무책으로 벗겨나가는 조끼를 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 '형이야… 백현아 네 형이야…' 중얼거렸다. '형한테 이러면 안되잖아…' 그 말은 백현의 심기를 저릿하게 자극했다. 경수는 처음 만났던 중학생의 백현을 떠올린다. 백현은 어린나이에 아빠가 이혼을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형제라던가, 엄마. 그런것들에 아주 낯설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것같다. 백현은 경수를 형으로 받아들이기 싫을 것이다. 다른 성과 다른 생김새 다른 유전자. 남남이라고 볼수 있을정도의 사람이 자신의 형이 되는게 싫어서 그런것일거다. 물론 그것은 경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경수의 눈이 새빨개졌다. 겨울공기와 차가운 백현의 손이 살 위로 톡 튀어나온 갈비뼈를 꾹,꾹 눌러댔다. 그 생생한 감촉은 '모든건 변하지 않았다' 라는 현실을 일깨워줬다. 백현은 경수의 입술을 물어뜯듯이 키스했다. 아침에 터졌던 경수의 도톰한 입술은 다시 피맛을 내며 벌어졌다. 백현의 손은 경수의 허리를 느릿느릿하게 더듬거렸다. 아, 따끔거린다. 백현이 경수의 찢어진 입술 상처를 혀로 지분거렸다. 온 몸은 차가운데, 백현이 머금은 입술은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한낮같은 느낌이였다. 찌르듯이 아픈 입술. 가시에 찔린듯 하다. 경수는 연신 백현의 품을 벗어날려고 허우적거리다가 두 팔을 백현의 등 위에 올렸다. 입술이 너무 따가워서 손으로 백현의 등을 따작 따작 잡아 뜯었다. 변하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친한 형제사이가 되고싶다던 작은 바램은 더욱더 이상한 길로 나아가고 있었고 결국 바뀐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프다고 울고불고 종국에는 숨을 쉬지 못할정도인 경수를 신경쓰지 않는 백현이 천천히 삽입한다. 관계를 가지며 처음으로 든 생각이다. 처음으로 든 생각치곤 아주 절실했다. 경수는 자신의 발악에도 덤덤한 백현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으윽, 안돼… 형이야…형이야 백현,아"

"닥쳐,"

 

도경수는 변백현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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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느낌 좋네요 작가님....
10년 전
홀로
감사합니다..ㅠㅠ
10년 전
독자2
너무 재밌어요 작가님....다음편이 너무 기다려지네요....백현이의 마음이 너무 궁금하네요 ㅠㅠ 기다릴께요
10년 전
홀로
재미있게 봐주셔서 다행이네요^^ 다음편은 오늘내일중으로 올리겠습니다 감사해요~
10년 전
독자3
오늘도 잘 읽고가요 백현이는 경수가 좋아서 저러는건가ㅜㅜ 경수가자꾸형이라고 선을그으니까 .. 문체가너무좋아요 읽다보니 내가슴이다아림ㅜㅜ 흑흑 비회원이라 댓글이보일라나
10년 전
홀로
이제야 비회원 댓글이 보이네요. 백현의 마음은 下편에서 알려질 예정입니다. 비회원이신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댓글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S2
10년 전
독자3
헐 대박 진심 짱이에요 어떡해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 기대되요 하ㅜㅜ 작가님 기다릴게요♥
10년 전
홀로
감사드려요ㅎㅎ 다음편도 얼른 쪄야겠네요S2
10년 전
독자4
진짜분위기짱이에여ㅠㅠㅠ이런거완전좋아여ㅜㅜㅜㅠ신알신하고가여빨오셔야해여작가님ㅠㅠㅠㅠ
10년 전
홀로
신알신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드려여...ㅠㅠㅠㅠㅠㅠ 빨리써서 오늘이나 내일. 되도록 오늘 올수있게 할게요~ 사랑합니다
10년 전
독자5
헐진짜취향저격ㅠㅠㅠ작가님 이렇게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다음편도 기다려지네요 잘 읽고갑니다
10년 전
홀로
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어주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ㅠㅠ S2
10년 전
독자6
아 저 느낌은 진짜 마치 내 동생은 내가 욕해도 되는데 남이 욕하먄 기분이 나쁜 그런.. 백현이가형소리에 반응하는겨ㅠㅠ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형제끼리 금단의 사랑..? 잘보고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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