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황자 왕요 x 부인 망상 썰 4
요는 부인을 안아들고 자신의 처소로 달려갔어. 품 안의 부인은 정신을 잃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아픈지 희미하게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지.
평소의 요라면 하인을 시켜 부인을 부인의 처소로 옮겼을거야. 하지만 지금 요는 어디든 그저 서재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데리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그래서 정신없이 부인을 안고 달리는데, 얼핏 느껴지는 부인의 몸은 마치 불에 데인듯 뜨거웠음.
"의원을 불러라, 어서!!"
요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달려온 하인들이 부인을 모시기 위해 뒤를 쫓았지만 차마 따라잡을 수 없었어. 황자로서의 체통을 지켜야하기에 뛰기는 커녕 평소에 땀흘리는 것도 즐기지 않는 요의 발걸음이 빈 손으로 달리는 하인들보다 빨랐거든.
결벽이 심해 처소에 들어오는 하인의 수까지도 철저하게 제한하는 요의 평소 성격을 잘 아는 아랫것들은 요가 부인을 자신의 침상에 눕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란 얼굴을 해.
하지만 지금의 요는 그런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 했어. 사실 누군가 아프다는 사실 하나로 이렇게 땀이 날 정도로 당황한 것도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었지.
요는 동복인 14황자 정이가 아팠을 때에도 태연하게 차를 마시며 서책만 읽던 아이였거든.
하지만 이상하게 부인이 아파 쓰러진 것을 봤을 때에는 심장이 내려앉는 줄로만 알았어.
자기 자신이 아파 쓰러져도 이렇게 마음이 답답하진 않을거라고 생각했지. 식은땀을 흘리면서 앓는 부인을 보니, 마음 속에 뭔가 콱하고 박혀버린 느낌이야.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의원을 기다리며 누워있는 부인을 바라보다가, 문득 부인이 하고있는 머리꽂이를 발견해. 그걸 보니 안그래도 답답한 가슴에 돌덩이가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 들었지.
부인은 워낙 꾸미지 않는 성격이라 늘 하인들이 억지로 입히고 달아주는 것 외에는 장신구에 관심이 없었어.
그런데 두사람이 혼인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후 유씨의 생일이었음. 정이는 어머니께 장신구를 사드리고 싶다며 싫다는 요를 끌고 나갔었어. 여자라면 누구든 다 눈이 돌아갈만큼 화려한 장신구들을 보며 정이는 어머니께 가장 어울리는 것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고, 요는 그런 정이를 귀찮아하며 서 있었지.
'그렇게 서 계시지만 마시고 형님께서도 부인께 드릴 장신구라도 하나 고르시지요?'
요는 귀찮고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정이의 말을 무시했지만, 계속 '하여간 형님은 여인네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십니다. 부인과 잘 지내지 못하신다고 제가 어머니께 다 말씀 드릴 것입니다.' 하고 협박하는 바람에 결국 14황자가 황후를 위해 고른 머리꽂이 두개 중 하나를 부인에게 선물했었음.
요가 직접 고른 것도 아니었고, 정이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 하나를 내려놓을 때 그냥 두개 다 사라고 해놓고 남은 것을 부인께 준 것인데 그때 부인의 표정은 정말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의 표정이었어. 요가 무심하게 내민 머리꽂이를 받아든 부인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한참이나 그것을 바라보다가, 감동 받았는지 눈물까지 글썽거렸지.
그 후로 그렇게 꾸미기 싫어하던 사람이 저 머리꽂이 하나만큼은 죽어도 빼지 않았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지내던 요는 부인이 매일같이 하고 다니는 장신구가 자기가 준 것인지도 이제야 눈치챘지만.
부인의 머리가 흐트러진 바람에 흘러내리는 머리꽂이를 보고 요는 조심스럽게 부인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
사실 부인이 불편할테니 빼주는게 맞았지만, 어째서인지 빼고싶지 않았어. 그래서 조심스러운 손길로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머리꽂이를 다시 고정시켰지.
부인이 자신을 생각하며 늘 하고 다녔을 저 장신구가 평생 저 자리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었어. 부인이 더 이상 저 장신구를 하고 다니지 않는 날부터 두 사람의 인연도 끝일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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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은 부인을 진찰하고는 열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는 약재를 하인들에게 건네주고 떠났어.
다행히 큰 병은 아니고, 그냥 고뿔에 걸린 것인데 부인은 워낙 찬 성질이 많은 몸이라 남들보다 조금 더 심하게 걸리는 것이라고 했음. 의원은 약재를 잘 달여 마시고, 찬 곳을 피해서 요양하면 곧 괜찮아 질 것이라고 말했지.
하지만 그런 의원의 말에도 요는 계속 안달난 사람처럼 침상 앞에 서 있었음. 의원은 괜찮다고 했지만 부인이 너무 아파하니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어.
큰 병도 아니고, 며칠 쉬면 괜찮아 진다고 하더니 어째서 계속 정신도 못차리고 저렇게 누워서 땀만 흘리는지..
아픈 부인을 보며 요는 짧은 시간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어.
그동안 자길 괴롭히던 무거운 돌덩이 같은 마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다른 형제들이 부인을 칭찬할 때마다 언짢은 기분이 들었는지, 왜 백아가 집에 올 때마다 거슬리는지. 왜 부인이 더 이상 자길 기다려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드는지. 하지만 명확한 답을 내릴 수가 없었지.
요에게 이런 감정은 모두 처음이었거든. 누군가를 걱정하고, 기다리고,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도대체 무슨 마음인지 요는 알 수가 없었어.
황후는 요가 어릴때부터 요에게 감정을 잘라버리라고 말했어. 정이가 아파도 걱정하지 말고,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연민을 느끼지 말라고 했지.
요가 아끼던 새가 죽어도, 모든 것은 죽게 되어있으니 슬퍼해선 안된다고 말했어. 친우도, 형제도, 모두 버려야 할 것들이라고 했어. 황제가 되기 위해선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한다고.
그런 황후의 밑에서 자란 요가 지금 자신의 흔들리는 감정을 한번에 받아들일 수 있을리가 없었음.
그때 부인이 작게 기침하며 눈을 떴어. 요는 부인의 기척에 놀라 부인에게로 다가갔고, 초점이 멍해보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정신을 차린 부인과 눈이 마주쳤음.
부인은 멍하니 자기 옆의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었어. 뭔가 기억이 잘려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지.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재에서 요가 마실 차를 우려내고 있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누워있는건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부인은 요에게 줄 차를 건네다가 요의 소매에 뜨거운 차를 쏟...
"황..자님.. 팔..."
거기까지 기억하고 나니 부인은 잠긴 목소리로 말하며 요의 팔을 쳐다봐. 바보같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요의 소매에 차를 쏟아버렸는데, 혹시 데이기라도 했으면 어쩌나 싶어서.
요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기 팔이 괜찮은지부터 확인하는 부인을 보고 또 다시 먹먹한 기분이 들어. 부인은 아직도 아파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한다는 말이 자기는 괜찮냐는 말이야.
아마 늘 그랬겠지. 부인은 요가 자길 봐주지 않아도 늘 그자리 그대로 요를 기다리고, 하염없이 요만 바라보고 있었을거야. 예전엔 몰랐던 것들을 하나 둘 깨닫기 시작하자 요는 처음으로 스스로가 너무 작게 느껴지기 시작했지. 늘 고려 최고가 될 사내라고, 자신이야말로 이 고려의 주인이 될 황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째서 눈 앞의 작은 여인에게는 그렇게 못난 사내로 밖에 대해줄 수 없었는지... 스스로에게 화가 났어.
"몸이 좋지 않으면 바로 의원을 불렀어야지, 왜 그렇게 미련하게 참고만 계셨습니까?"
"황자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부인께서 쏟으신 차는 팔에 닿지도 않았고 젖은 것은 이제 다 말랐습니다."
"하.. 다행입니다... 정말.."
"부인께서는 화도 나지 않으신가 봅니다."
요는 줄곧 부인을 걱정하는 마음 뿐이었는데, 부인이 정신을 차리고 나니 오히려 화가 나기 시작했지.
그도 그럴것이 바보같은 부인은 어떻게 이렇게 다른 사람 생각밖에 못하는지.. 솔직히 요는 부인이 깨어나고 나서 자신에게 화를 내어도 다 받아줄 생각을 하고 있었어.
아픈 것도 모르고 그 찬 바람 드는 곳에서 시중을 들게하고, 실수로 조금 차를 쏟은걸 가지고 손부터 올라갔으니.
세상에 그런 남편이 어딨냐며 하소연해도 다 받아줄 생각이었지. 그 뿐이겠어? 계속해서 드는 죄책감과, 후회 때문에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정작 부인은 요에게 화는 커녕 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듯 했어.
"제가 무엇에 화를 내어야 합니까..?"
부인은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요를 보다가, 자기가 누워있는 곳이 자신의 처소가 아님을 깨닫고 일어나려고 했어.
집안에서 이렇게 화려한 곳은 아마 요의 처소밖에 없을 테니까. 깜짝 놀란 부인이 몸을 비틀어 일어나려고 하자, 요가 다시 부인의 어깨를 잡아 눕혀.
"내가 부인께..."
여기까지 말하니 요는 갑자기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해.
화를 내지 않는다고, 어째서 사람이 그렇게 물러 터졌냐며 부인을 타박하면 결국 또 부인을 상처주는 것 밖에 되지 않을테니.
부인은 잘못한 게 전혀 없었지. 부인이 요에게 아프다고 말하지 않은건, 말하지 않은게 아니라 못했던 것일지도 몰라. 여태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되돌아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 단 한번도 살갑게 대한 적 없었고, 인사치레로라도 몸은 어떠냐 물어본 적이 없었지. 눈 한번 제대로 마춰본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부인이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하겠어.
요는 부인이 화를 내지 않는 이유는, 부인이 물러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너무 못났기 때문이란걸 느끼곤 갑자기 부끄러워져.
어쩌면 부인이 생각하는 요는 당연히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화가 나지 않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남들이 보면 손가락질할 행동들이, 요라서. 요이기 때문에 부인은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부끄러웠어.
그래서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억지로 부인을 다시 눕힌 뒤 도망치듯 처소를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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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누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찾아뵈려고 했는데 요 형님께서 자꾸만 나중에 오라고 하셔서 기다리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예, 괜찮습니다. 황자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덕분에 이제 많이 좋아졌으니 걱정마세요."
부인은 우는 시늉을 하며 자신의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10황자, 14황자를 보며 생긋 웃었어. 그렇게 앓아 쓰러지고 며칠을 누워만 있다가 어제부터 좀 괜찮아졌거든. 원래부터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프면 이랬어. 진짜 죽을만큼 아프다가 언제 아팠냐는 듯 괜찮아졌지.
14황자가 요의 이름을 꺼내자 잠깐 흠칫하긴 했지만 부인은 곧 아무일 아닌 듯 웃으며 황자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
백아는 해씨부인도 아파 쓰러지기 일보직전인데, 부인까지 아파 몸져 누웠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걱정을 많이 했었음. 근데 부인이 괜찮은걸 확인하고 보니 마음이 놓이면서 괜히 요한테 화가 나기 시작함. 정이의 말처럼 원래 백아는 누이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누이를 찾으려고 했었어. 하지만 요는 별것 아니라는 듯 부인이 하루종일 잠만 자니까 오지말고 나중에 찾으라고 백아를 집에 들지 못하게 했음.
며칠 사이에 수척해진 누이의 얼굴을 보아하니 그냥 고뿔에 걸린 정도가 아니라 많이 아팠던 모양인데, 셋째 형님은 어째서 그리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지.
"셋째 형님은 어디 나가셨습니까?"
"아.. 예. 근래들어 많이 바쁘신 듯 합니다."
백아가 요에 대해 물어보자 부인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어. 그도 그럴것이 부인은 자신이 아프고 나서 요와 더 멀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음.
시중을 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재에 쓰러져있던 자신을 직접 처소까지 안고 달려간게 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부인은 정말 놀랐어. 왠지 요는 자기가 쓰러져도 눈 하나 깜빡 안할 것 같았거든. 근데 자기 처소에 부인을 눕혀주고, 심지어 의원이 오기까지 곁에서 직접 간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 자기 귀를 의심했음.
하지만 의외의 호의에 놀라고, 기쁜 것도 잠시 요는 부인이 깨어난 후론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부인을 피했어.
원래는 부인이 요를 피했었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요를 찾으려고 하면 늘 핑계를 대며 나가버리거나,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많았지.
그래서 부인은 혹시 자기가 잠결에 무슨 헛소리라도 한 게 아닌지, 실수한 건 아닌지 계속 걱정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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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있을 이른 시각이었지만 요는 서둘러 집을 나설 채비를 했어.
요 며칠동안 부인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을 만들어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더 잦았거든. 일부러 부인이 일어나기 전에 밖으로 나가서 얼굴 마주칠 일이 없도록 하고 있었지.
그런데 오늘은 아무래도 부인이 제대로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했어.
분명 처소에서 자고 있어야 할 사람이 문 앞에서 요를 기다리고 있었거든.
요는 오랜만에 보는 부인의 얼굴에 마음이 놓였지만 일부러 평소와 다름없이 태연한 얼굴로 부인에게 걸어갔어.
"아침 공기가 차갑습니다. 주무실 시간에 어찌 여기 서 계십니까?"
"황자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날이 좋지 않으니 이만 들어가시고 다음에 말씀하시지요. 혹 또 무슨 탈이라도 나실까 걱정되어 그러니."
이번에도 요는 부인에게 대충 얼버무리곤 피하려고 했어. 하지만 오늘만큼은 부인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지.
부인은 자신을 지나치려는 요의 앞을 살짝 가로막으며 요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어. 서먹하게 지내는건 익숙했기에 참을 수 있었어. 요가 자신을 찾지 않는 것도, 말을 섞지 않고, 눈을 바라봐주지 않는 것도. 사실 전과 다를게 없는 일상이었지. 하지만 아주 미묘하게 달라진 요의 행동들 때문에 부인은 자꾸만 그런 요가 신경쓰였어.
"제가 쓰러졌을때 황자님께서 안으로 옮겨주셨다 들었습니다. 또 염치없이 황자님 처소에서 며칠이나 요양하였는데, 감사드린다는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어요."
"그런 것이라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인께서 말씀하지 않으셔도 그 마음 다 알고 있으니."
요의 말에 부인은 순간적으로 울컥해. 요가 부인의 마음을 다 안다고? 그럴리가 없었어.
부인이 어떤 심정으로 요를 피해 다녔는지, 어떤 마음으로 매일같이 요의 처소 앞을 서성거렸는지. 요가 늦을 때마다 무슨 생각으로 잠도 못자고 요를 기다렸는지.
한번이라도 좋으니 요와 이야기 나누고, 눈을 마주치고 싶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는지. 요가 알 리가 없었어.
"허면 제가 황자님을 연모하는 마음도.. 다 알고 계십니까?"
"......"
"황자님께서 저를 연모하지 않으신다는 걸 다 알면서.. 이리 욕심을 부려서라도 황자님 곁에 있고자 미련한 짓을 하는 제 마음도 다 알고 계시겠습니다."
부인의 말에 요는 당황해. 단 한번도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밝힌 적은 없는 사람이었거든.
혼인하고 나서는 어렴풋이 부인이 자길 연모한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지만, 자기가 차갑게 대하고 찾지 않으니 부인도 결국 마음을 접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자길 피했던 거라고 생각했지. 부인은 차마 요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땅만 쳐다보고 있었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흘러 나오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
요는 부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사실 요도 하고싶은 말이 많았어. 부인에게 걱정 많이 했다고, 부인이 빨리 나아서 참 다행이라고. 다시는 그렇게 아프지 말라고, 몸이 좋지 않으면 자기에게 먼저 말해달라고. 바보같이 서재 밖에서 찬바람 맞으며 기다리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처소 앞에서 서성거리지 말라고. 부인에겐 언제나 열려있는 곳이니 언제든 들어도 좋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
하지만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지.
부인은 그런 요의 반응이 또 다른 거절로 느껴졌어. 부인의 마음을 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건,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뜻처럼 느껴졌거든.
결국 부인은 왈칵 쏟아지려 하는 눈물을 삼키기 위해 입술을 꽉 물고 자리를 피하기 위해 요에게 몸을 숙여 인사했어. 그리곤 요를 지나쳐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지.
그때 요가 부인의 손을 붙잡았어. 왠지 부인을 이렇게 보내면 안될 것 같았지.
요에게 억지로 돌려 세워진 부인의 얼굴은 엉망이었어. 일부러 소리를 참으려 입술을 악물고 있었지만 흘러나오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었지.
부인은 요가 자신의 못난 꼴을 보는게 싫어 붙잡히지 않은 팔로 얼굴을 가려버렸어.
"부인."
"후회됩니다..."
"......"
"황자님과 혼인한 것이, 후회됩니다. 이리 아플 줄 알았더라면.. 이리... 이리 힘들 줄 알았더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부인의 말에 요는 부인의 팔을 붙잡은 손에서 점점 힘이 빠져 나가는걸 느껴.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지.
자신과 혼인한 것을 후회한다며 우는 부인의 모습은 요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 애초에 처음부터 사랑따윈 찾아볼 수 없는 정략 혼인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를 일이었지.
"가문이 아니었다면 저같은 것에겐 눈길도 주지 않으셨으리란 것도 다 알면서.. 황자님께서 왜 저와 혼인하셨는지 다 알면서, 그렇게라도 황자님 곁에 있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인...."
"제가 미련한 짓을 했습니다. 황자님과 백년가약을 맺고, 함께 웃을 일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정말.. 어리석게도..."
요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담담하게 말하는 부인의 목소리에 대꾸도 못하고 가만히 서있다, 결국 부인을 붙잡은 손을 놓고말아.
부인은 요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를 떴음. 요는 부인이 멀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고개를 들어 부인의 뒤를 눈으로 쫓았어.
멀리 돌아가는 부인의 머리에는 요가 선물한 장신구가 없었지.
그제서야 요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되었어. 아, 내가 부인을 연모하고 있구나.. 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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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요가 자기 마음을 알게 됐는데, 어째 열차는 이미 떠난 느낌...ㅠㅠㅠㅠ
하지만 열차 떠났다고 그냥 손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겠죠 'ㅅ' 자기 마음을 깨달았으니 우리요 이제 직진하자 ㅠㅠㅠ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해요. 부족한게 많은 글이지만 함께 요앓이 길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
질문 있으시면 해주세요 대답해드릴게요 ♥
♥♥♥♥ 김까닥님, 야생님, 우유님, 인생님, 낙지님, 알겠느냐님, 굔단님, 회전님, 요요님, 요랑님, 보네님, 7번님, 화관님, 알제리님, 민슈프림님, 플로라님, 바나낭님, 부슈님, 다미원님, 망개떡일진님, 빠뺘뾰님, 우까님, 연님 제 마음을 그대들에게 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