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유타/재현] 죽은 자들의 도시
W. 붐바야
02
: いちごいちえ
정재현이라는 남자는 다짜고짜 나를 둘러메더니 어디론가 향해 걸어갔다.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그 남자의 등을 주먹으로 세게 쳐도 그는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갔다.
소리 질러도 여기는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거야? 이 남자에게 반항하는 것을 포기하고 두리번거렸다. 선생님들이 있긴 할까. 그리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남자는 날 앉혔다.
폭신하다는 것을 느껴 밑을 보면 익숙한 의자. 피아노의자였다. 의심스러워서 이 곳을 둘러봤다. 여긴 아무리봐도 음악실이였다. 내 앞에 있는건 낡은 피아노.
그리고 정재현은 의자를 질질 끌면서 가져와 내 옆에 놔두더니 앉았다. 뭐하자는거야. 계속 그 애를 쳐다봤다.
" 해 "
" 뭘? "
" 연주하라고. 너 피아노 치잖아. "
내가 24구까지 유명했었나. 헛웃음이 나왔다. 그 남자는 또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폈다. 허공에 떠다니는 연기.
서로 아무말이 없었고 이 분위기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겨우 힘겹게 입을 열었다.
" .. 왜 날 구해줬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왜 피아노 치라는거야? "
내 말에 정재현은 피식 웃더니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꾹 밟았다. 그리고 살짝 일어서더니 내게 다가와 한 손으로 내 얼굴을 잡았다.
" 아까처럼 당하고싶지 않으면 해 "
얼굴에 살기가 느껴졌다. 또한 아까처럼 당하고싶지않기에 어쩔 수 없이 입술을 꽉 물고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오랫동안 관리 안해왔는지 불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소리로 피아노 치기 싫은데. 힐끗 보면 턱을 괴고 죽일기세로 날 보고 있었다.
결국 아무 곡을 선정해서 연주했다. 아무 곡이라기보단 이 상황에 어울리는. 좆같은 내 인생과 어울리는 곡이었다. 연주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원래 길지만 더 이상 연주하기 싫어 끝을 내버렸다. 오랜만에 연주하니까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24구에서 연주했다는게 찝찝할 뿐이었다.
눈치보면서 그 아이를 쳐다봤다. 그 아이는 아무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더니 연주가 끝났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나를 쳐다봤다. 정말 차가운 눈빛이었다.
" ..교향곡인 것 같은데. "
" 아, 응. Antonin Dvorak 의 신세계. 교향곡 9번 4악장이야. "
내 말에 흐음거리다가 갑자기 내가 앉고 있던 피아노 의자를 잡아 당기더니 내 옆에 앉았다. 당황스러워서 아무말 없이 쳐다봤다.
피아노뚜껑을 닫더니 턱을 괴고는 날 쳐다봤다.
" 너 아까처럼 그 애들한테 당하고 싶진않지? "
" ... 그런거 왜 물어. "
" 대답이나 해. "
라며 상처 난 내 얼굴을 어루어만지는데 그 손길이 왜 소름이 돋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씨익 웃더니 더욱 가까이 왔다.
" 나랑 거래해. "
" 뭐? "
" 널 건드리는 사람 없게끔 내가 네 옆에 지켜줄테니 내 조건 들어줘. "
" ... 무슨 소리하는거야. "
" 두 가지인데, 둘 다 별거 아니야. "
" .... "
" 내가 피아노 연주 해달라고 할때 해줘.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
라는 말에 반박할려고 했지만 피아노 소리가 들려와 입을 꾹 닫았다. 정재현은 아무말 없이 한 음씩 치더니 뚝 끊기고는
" 내가 지금 사람 찾고 있는데 같이 찾아줘. "
" 야. 내가 네 조건을 들어줄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
" 정재현. 그게 내 이름이야. 멀쩡한 이름 놔두고 왜 야라고 불러. "
" .. 하여튼, 첫번째 조건은 들어 줄 수 있지만 두번째는 뭐야. "
" 꼭 찾아야만 해. 근데 이름도 얼굴도 몰라. 지금 몇구에 사는지도 몰라. "
" 근데 사람을 어떻게 찾아? "
" 내가 알고 있는 단서는 두 개밖에 없어. 이거 "
라며, 내가 입고 있던 외투 주머니 안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투명지 안에 들어 있는 깃털모양의 귀걸이.
귀걸이면 여자인가싶었다. 그리고 날 스윽 쳐다보는 정재현. 내 턱을 잡더니
" 그리고 너처럼 1구에서 살았다는게 단서야. "
" ... 내가 안하겠다고 하면? "
" 넌 해야돼. 아니 할 수 밖에 없어. 여긴 나 말고 네 편은 없으니까 이 세상. 아니 24구에서는. "
" 왜 그 사람 찾는건데? "
내 말에 정재현은 내 턱을 잡던 손으로 내 손을 잡아 깍지를 꽉 꼈다. 살짝 저려와서 흠칫했다. 그리고 처음 날 쳐다볼때 그 살가운 미소를 지었다.
" 내가 이 더럽고 좆같은 24구에서 죽지않고 힘겹게 버텨가면서 살아가는 이유 뭔지 알아? "
" .... "
" 내가 찾고 있다는 사람 죽일려고. 그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야. "
죽은 자들의 도시
집에 와서 바로 침대에 누웠을까. 자꾸 정재현이 했던 말이 아른거렸다. 자기가 살아가는 이유. 오직 그 사람 하나 죽일려고. 뭐랄까 내 눈에는 복수로 보였다.
그 만큼 평생 잊지않고 기억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정재현 외투 주머니를 뒤졌다. 그냥 입고 가라는 말과 가지고 있으라는 그 단서. 귀걸이였다.
누워서 그 귀걸이를 꺼내 이리저리 구경했다. 이걸로 어떻게 사람을 찾아. 한숨이 나왔다. 오늘은 겨우 정재현 옆에 있어서 그나마 조용해질 수 있었지만
정재현이 없다면 난 아마 또 당하고 있을테지. 어떻게 해야될지 막막했다. 결정하면 자기 찾아오라고 했지. 정재현이 내 편이 되어준다라. 그럼 든든한 아군을 얻는거겠지.
순간, 똑똑하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아무말하지 못하고 거실에 나와 현관 앞에 섰다. 또 다시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난 뭔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다.
사람 그림자가 저렇게 크던가? 싶을 정도로 유리창에 보이는 어마어마한 그림자. 누구세요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내 입을 틀어막았다. 몇초간의 정적.
그리고 그 그림자는 괴성의 소리를 지르더니 삐그덕거리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내 입을 틀어막은 손을 떼어내는 누군가.
횡급하게 뒤돌아봤지만 불이 들어오지 않는 집이라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내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음의 목소리.
" 저건 죽음의 까마귀라고 2주에 한번씩 집마다 찾아와. 대답하거나 문 열어주면 그대로 죽으니까 조용히 있으면 돼. 그럼 그냥 갈테니. "
정재현인가싶었지만 낯선 목소리여서 아무말 못했다. 24구에는 별 게 다 있어. 갑자기 1구가 그리워졌다. 그 남자는 날 데리고 어디론가 갔다.
느낌상 부엌이였는데 날 앉히더니 서랍장을 뒤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찾았는지 더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뭐지. 단순한 도둑인가?
하지만 내 앞에 앉는소리가 들려왔고 탁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불빛이 보였다. 식탁 위에 있는 건 초였다. 그리고 내 앞에 보이는 한 남자.
검은 모자, 그리고 검은 마스크를 낀 한 남자. 마스크를 내리더니 날 쳐다봤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 밤에는 불 안키는게 좋을거야. 웬만하면 이걸로 버텨. "
" ..... "
" 네가 유일하게 1구에서 왔다는 애... "
" 절 죽이러 왔어요? "
문득 안내요원의 말이 떠올랐다. 날 노리는 사람 있을거고 조심하라는 말. 내 말의 그 남자는 그렇다면? 라고 내게 물어왔다.
" 기꺼이 죽어줄게요. "
" ..... "
" 솔직히 이 곳에 온 후로부터 내 삶은 영영 사라졌으니까. "
내 말에 헛웃음을 짓더니 욕을 읊조리면서 다리를 식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고개를 젖혀 담배를 꺼내 담배를 폈다. 왜 내 주위에는 담배 피는 사람들밖에 없는거야.
"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 죽이러 온거 아니니까 걱정마. "
" .. 아저씨 "
아저씨라는 말에 발끈했는지 다리를 내려놓고 나를 쳐다보더니 무슨 말을 하려다가 아,됐다.됐어. 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왜라며 내게 대답해주는 남자.
" 우리 어디서 봤어요? "
" ... 왜. "
" 아저씨가 낯설지 않아서요. "
" 아니. 본 적 없어. "
라며 단호하게 말하는 남자였다. 그리고 담배를 마저 폈다. 뭐하는 사람이지. 이 사람에 대해 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나쁜 사람같진 않았다.
오히려 날 도와줄 것 같은 사람.. 그렇게 보였다. 적어도 내게는.
" 근데 우리집은 왜 온거에요? "
" 1구에서 온 애가 누군지 궁금해서. 그게 너였구나. "
그 말이 의미심장스럽게 들려왔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담배를 끄고는 일어서더니 거실로 향해 걸어갔다. 나도 그 남자를 따라갔을까.
그 남자는 창문을 열더니 그 틀에 올라갔다. 난 급한 마음에 그 사람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고개를 돌아 나를 보는 남자.
" .. 저 24구에 온 지 얼마 안됐고 아까 또 그런 일이 있으면.. "
" .... "
" 그러니까 초면에 죄송하지만 이런 부탁을 해도.. "
횡설수설하면서 나 좀 도와달라고 말할려고하는데 왜 이렇게 말이 안나오는지 모르겠다. 아까 그런거 나오면 나 혼자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니까.
아까의 그 불안함떄문인지 또 다시 울컥했다.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잡던 옷소매를 놓을려는 순간 내 손을 잡는 남자.
" 일단 내일 밤에 또 올테니까 그때 이야기 해. 지금은 바쁘니까. "
" ... 아저씨 이름이라도 알려주고 가요. "
내 손을 잡았다가 다시 놓고는 내 머리를 쓰담더니 이 말만 하고 사라졌다.
" .. 유타. 나카모토 유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