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2016.03.09 오늘 아침에 김너봉이 마스크를 쓰고 왔다. 왜지? 의문이였다. 근데 계속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했다. 그제야 알았다. 감기가 심한 것 같았다. 아침 조회시간에도 계속 엎드려 있었는데 1교시 이동수업 후 2교시 때 둘러보니 김너봉이 교실에 없었다. 짼 건가? 아니 임시회장까지 하는 애가 쨌을 리는 없고. 뭔가 싶었다. 그리고 3교시 때도 수업을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 갔나? 아냐 가방은 있는데...? 박수영한테 슬쩍 물어보니 이동수업 끝나고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 쓰러졌단다. 독감인 것 같다고 했다. 좀 걱정되더라. 4교시 시작 전 쉬는 시간에 김너봉이 교실로 돌아왔다. 애들이랑 떠들다가 김너봉이 들어온 걸 보고 조용히 빠져나와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주변 애들이 오~~~이러면서 엮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내 기분이 막 나쁜 건 아닌데 김너봉이 기분 나쁠까봐 두렵고 막 그랬다.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왜 두려워하는거지? 근데 얜 독감에 쓰러질 정도면 심각한건데 내일 학교 나올 수는 있으려나.. 07. 2016.03.10 오늘 학교에서 회장을 뽑았다. 회장은 뭐 당연하게 김너봉이 됐다. 아, 어제 병원을 다녀왔던건지 건강한건지 오늘 어제보다 한결 나아진 목소리와 상태로 김너봉이는 학교에 나왔다. 회장은 김너봉이, 부회장은 권순영이 됐다. 보통 그런 거 당선되면 좀 떨떠름해하는 애들이 많던데 역시 우리 반은 뭔가 남달라, 둘다 엄청 뿌듯해한다. 권순영이 김너봉이한테 "아 내가 회장할 수 있었는데!!!" 하고 칭얼대니깐 김너봉이 "야 이게 너와 나의 클라스 차이야 넌 어차피 나한테 안돼ㅋyou know?ㅋ"하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어린애 같아 아빠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친한 애 둘이 임원 맡았으니 학급 하나는 기막히게 잘 돌아가겠구만. 얘네 둘은 임원 하면서 더 친해지겠다, 싸우는 거 더 자주 볼 수 있는건가. 기대된다. 아 근데 얘네 노는 거 보고 있으면 뭔가 재밌어서 끼고 싶기도 하고 막 그렇다. 근데 쟤네는 어쩜 저렇게나 친할 수 있는걸까?새삼 궁금하네, 내일 물어봐야겠다. 08. 2016.03.11 오늘 학교에 가서 권순영한테 어쩜 그리 둘이 친한지 물어봤다. 둘은 개그코드도 잘 맞고 학원도 같이 다녔어서 더 가까워졌다더라. 그러면서 권순영이 하는 소리가 나더러 김너봉을 좋아하냐 그런다. 참 나, 어이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수가 없다. 김너봉 얘기를 많이 한다고 내가 김너봉읗 좋아하는 거란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뭔지 사실 잘 모르지만, 얘기를 많이 하면 그건 좋아한다는 건가? 사실 나도 내 감정을 잘 모른다, 누굴 좋아해본 적이 있어야 뭘 알지..아니 나 뭐래 어쨌든 정말 난 김너봉을 안 좋아한다, 아마..? 09. 2016.03.12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봄바람 선선하게 불어오는 것이 참 기분이 좋더라. 그래서 오늘은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수업을 했다. 아, 오늘 지난 국어수업 과제였던 독서감상문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선생님이 오늘 날씨는 3월의 정석이라며 3번을 시켰는데 그게 김너봉이였다. 김너봉이는 내 옆 분단 자리인데 일어나서 발표를 하자 바람을 타고 김너봉이의 달달한 벚꽃 향기가 스며들어왔다. 괜히 더 기분좋아지는 향기였다. 얘랑 벚꽂보러 가면 벚꽃향이 2배이려나? 독하지도 않고 은은하게 흘러오는 벚꽃 향이 진짜 달달했다. 아 다시 맡고싶은 냄새야, 아니 나 너무 변태같은가? 10. 2016.03.13 오늘 권순영이 엄마가 할머니댁을 가셔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데 혼밥은 너무 싫다며 우리 집에 왔다. 내가 이것저것 밥을 차리는 동안 권순영이 내 방을 구경하다가 이 일기장을 봐 버렸다. 그러고 나서는 한참 나더러 다시 김너봉을 좋아한다며 놀려댔다. 정말 아니라고 했는데 권순영이 이쯤되면 좋아하는 감정을 모르는 새끼라며 비꽜다. 얘한테는 조롱이였는데 난 너무 정확히 맞춰버린 권순영이 소름돋아 그대로 얼어버렸고 나의 마음을 눈치챈 권순영이 얘기해줬다. 김너봉이 쓰러졌다고 했을 때 걱정되지 않았냐길래 걱정됐다고 얘기했다. 아니, 사람이 쓰러지면 걱정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김너봉이한테 자꾸 눈길이 가냐고 물어보더라. 향도 좋고 그냥 그 뿜어져나오는 분위기가 시선을 빼앗아가는 것 뿐이라 눈길 가는 것도 맞다고 했다. 그랬더니 옳다구나 하고선 좋아하는 게 맞단다. 니가 어떻게 그걸 확신하냐 하자 내 일기엔 절반 이상이 김너봉이 있다더라. 좋아하는 감정이 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하자 신경쓰이고 걱정되고 눈길이 가면 그게 호감이라더라. 권순영이 가고 나서 일기를 다시 읽어봤다. 그렇네, 내 일기엔 김너봉이 늘 있다. 자꾸 김너봉이 신경쓰여왔고, 걱정됐고, 눈길이 간다. 그래, 그런 거였다. 맞다, 난 김너봉을 좋아한다.
더보기 |
헿...너무 늦었죠ㅜㅜㅜㅜㅜㅜ현생에 치여 사는 바람에...너무 급전개인 느낌이 없지않아 있는 것 같긴 한데 빨리 대놓고 달달한 스토리를 쓰고 싶어 미치겠습니다...헿...ㅎㅎ헿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