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은 유난히도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 오죽 하면 태풍이 몰아치는 무서운 비바람에도 아름다 운 밤이라며 나에게 노래 불러줄 것을 요구할 정도 로, 녀석은 비를 참으로 좋아했더랬다. 나는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였다. 온통 기분이 찝찝 해지는 그 날씨를 왜 그렇게도 좋아했는지. 하지만 나는 녀석이 없는 지금에서야, 빗소리를 들으며 행 복감을 느낀다. 차가운 대리석 탁자에 엎드려서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비 오는 모양새를 가만히 쳐 다보았다. 그때는 이승현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왜 뒤늦게야 그 마음이 백번이고 이해가 가는 것인지 나도 참 심술궂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그랬다. 무언가가 떠나거나 내 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귀중함을 깨닳고는 후회한다. 이승현도 그 ‘후회’의 한 부분이였다.온 세상이 축축하다. 이승현과는 이미 헤어진 후지 만, 나는 이렇게 비 오는 날마다 녀석을 그린다. 아 직 남아있는 사랑 같은 감정이 아니였다. 그저 비 를 보면 자연스럽게 녀석의 얼굴이, 목소리가, 웃음 이 떠올랐으니깐. 사람들은 이와 같은 감정을 ‘그 리움’이라고 부른다.오늘은 문득 헤어졌던 그 날이 떠올른다. 반짝반짝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서는 이별을 고하는 입술도, 울고 있는 주제에 나를 꼭 안아주던 모순된 미소도, 고마웠다며 제 손에 끼어진 반지를 내 손에 올려놓 았던 모습도. 모두다 생생하다. 그날도 장대처럼 비가 쏟아졌던 것 같다.~너무 오랜만이라서 송구스럽고또 짧은 재탕 조각글이라 더 죄송하네요..사정이 많았어요ㅠㅠ 진짜 면목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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