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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백현은 안경을 고쳐쓰고 다시 필기에 집중했다.사각사각대는 샤프소리가 찬열의 귀를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간질거리게 하는 바람에 그는 열심히 칠판에 분필질하는 선생님을 보다가 말다가를 반복한다.찬열은 다시 눈을 곧게 뜨고 칠판을 바라보았다.사각사각-사각사각.아-신경쓰여.귀를 후비적대고는 턱을 괴고 편한 자세로 다시 칠판을 바라본다.사각사각-사각사각.신경 쓰인다고!그가 인상을 확 찡그렸다.사실,찬열이 신경 쓰이는 건 샤프소리가 아니지만.

 

찬열은 끝내 백현에게 눈을 돌렸다.백현아,여기 좀 봐.입모양으로 말했지만 그는 여전히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오늘따라 왜 이렇게 집중을 잘해….또 하나 사실,백현은 집중하는 척하는 것이었다.백현은 부러 눈을 치켜뜨고 또박또박 글자를 반듯하게 써내려갔다.찬열아,앞을 봐….백현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오늘은 반일제인터라 4교시가 끝나면 각자 동아리로 모이는 탓에 백현은 타이밍 참 알맞다고 생각했다.하필 이런 때에 반일제가 뭐람,시험도 가까워졌는데.속으로 투덜대는 백현이었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백현은 찬열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수업 종이 치자 금세 아이들의 소리로 반이 소란스러워지고 선생님은 바로 마무리를 하고 반을 빠져나간다.백현은 교과서를 정리하고 다음 수업을 확인하기 위해 수업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백현아- 마침내 찬열이 백현에게 말을 건넸다.백현은 순간 온 몸이 굳어 빳빳해졌다.

 

"나 축제 나갈까?"
"..축제?"
"친구가 랩 피쳐링해달라는데 어떡할까 해서"

 

백현이 눈만 깜빡거렸다.어떻게 할까?찬열이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백현은 눈을 도르르 굴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니가 하고 싶으면..뭐"
"안궁금해?"
"..뭐가?"
"나 랩하는거 말야"


찬열이 씩 웃었다.백현은 어..하고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잘 어울릴 것 같다,너 목소리도 좋잖아."
"내 목소리가 좋아?"
"응."
"좋아해?"
"...."


이런 목소리.찬열이 턱을 괸 채 낮은 음성으로 그렇게 덧붙였다.백현은 순간 숨을 후읍 들이켰다가 찬열의 덧붙이는 말에 다시 바람 빠지듯 숨을 내쉬었다.좋아..해.백현이 작게 말했다.부러우니까.. 그리곤 덧붙였다.찬열이 다시 기분 좋은 미소를 띄는데 어쩐지 눈을 마주하기가 힘들어 작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빼냈다.놀리는건가?백현은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가야겠다"
"..그래"
"근데 팝송이라서,부르다가 막 발음 꼬이는 거 아닌가 몰라"

 

찬열은 말을 하며 백현을 바라보았지만 어쩐지 피하는 듯한 모습에 조금 의문을 품었다.아무렴 어때,찬열이 생각했다.좋아해,부러우니까.그 두 마디에 괜시리 기분이 밝아진 찬열이었다.

 


-

 

"아,졸려죽는 줄 알았어."
"...그래?"
"넌 안졸렸어?열심히 보던데."

 

영화동아리에 들었던 찬열과 난 반일제인 턱에 원래같았으면 영화를 보러 담당선생님과 아이들과 갔겠지만 오늘은 특별히 보여줄 영화가 있다며 반에서 스크린TV로 영화를 보여주셨다.영화의 제목은 케빈에 대하여였다.사실 영화에 별 흥미가 없을 뿐더러 그렇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기분이 아니라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했지만 영화의 부제를 읽은 순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너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영화의 부제였다.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던지 찬열은 영화를 보다 말고 말을 걸고 여러 번 휴대폰도 만지작거렸으나 난 그 부제가 신경이 쓰여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했었다.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후 난,꽤 먹먹하고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다수의 아이들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잠을 자거나 재미가 없다고 불평하기도 했으나 난 영화의 내용이 언뜻 이해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케빈은 엄마인 에바의 밑에서 원치 않은 임신으로 태어났다.그런 에바에게 아이를 키우는 것도 모자라 더 큰 시련은 케빈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인데,엄마의 앞에서만 이유 모를 반항을 일삼는 소시오패스적인 행동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친 엄마 에바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라고 난 정리할 수 있었다.영화가 끝난 후에도 먹먹한 감정은 꽤 오랫동안 남아있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한 마디때문인 듯 했다.네가 태어나기 전 네 엄마는 더 행복했단다-라는 그 대사가 내 마음을 징하게도 울려서 난 쉽사리 그 영화의 늪에서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케빈은 아마 챙겨주는 듯 하면서도 자신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는 에바의 모순적인 태도에 반항을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언가 와닿는 것이 깊어 서글펐다.

 


어제 연지의 말에 너무 정신이 빠져버려서 동아리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무슨 말을 했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모를 만큼 헤롱거렸던 것 같은데,먹먹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니 왠지 조금 생각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무슨 생각해?"
"..어?아니..갈까?"

 


하지만 여전히 찬열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버거워 나는 또 자연스레 시선을 피했다.찬열이,이상하다는 말….나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는 그 말에 집에 들어와 잠들기 전까지 계속 침대에 누워 연지가 한 말을 되새겼었다.찬열을 이해할 수 없던건 비단 연지뿐만이 아니라 나도 해당되는 문제였다.연지도 말했듯,또 경수도 말했듯 찬열은 내가 모르는 면이 있는 것이 있는 듯 했다.그렇지만...사실 이건 두 번째 문제였다.

 

 


연지가,찬열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 이해할 수 있는 문제였다.제가 평소에 느끼는 것처럼 찬열은 저에 비해 잘생기기도 했고,키도 크고..친절하기도 해서-백현 입장에선-연지가 찬열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또는 그랬구나-가 되는 것이 맞았다.하지만..

 

 

'그럴 수 있었던 건 너덕분이었어.'

오랫동안 친구이자 짝사랑 상대였던 연지에게,제 친구인 찬열과 대화하기 위해 저의 이름을 내세워 써왔다는 생각에 조금 서운한,아니 많이 서운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찬열이를 좋아했다고,그래 물론 그럴 수 있지.그럴 수도 있어.그래도..난 갑자기 마음이 적적해져 입을 꾹 다물었다.찬열도,연지도 모두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려웠다.이렇게 되어버리니 편하게 기댈 곳도 없어진 듯 해서 씁쓸했다.찬열은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오늘 우리 집 가자,엄마가 너 보고 싶대."
"...나?왜?"
"몰라,니가 맘에 들었나 봐."


가방을 정리한 후 복도를 걷다가 찬열이 불쑥 그렇게 말했다.당황스러워서 이유를 물었는데 하는 말은 더 당황스러웠다.찬열이 집은 한 번밖에 가본 적이 없는데….게다가 지금은 얼굴도 마주하기 힘든 마당에 찬열의 집까지 가자니 도저히 내가 못버틸 것 같아 거절하고 싶었다.하지만..생각해보면 어제 연지와 약속은 지켰으나 찬열의 제안은 거절한 셈이라 또 안된다고 말하기도 꺼려졌다.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안했다.


"..그래 가지 뭐"
"진짜?"


찬열이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자연스럽게 어깨를 두르는데 순간 흠칫했다.중앙현관을 지나 또 교문을 지나서는데 다른 방향으로 가자니 뭔가 어색하기도 했다.


"아,편하다 이거."
"...."

그야 네 키가 크니까….난 어깨 위 올려진 그 팔이 심히 신경 쓰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이렇게 둘이서 가는 거 처음인가?"
"..두번째지,저번에 한 번 갔었으니까"
"아-"


찬열의 걸음이 빨라 나도 따라 빨리 걸어야했다.무심결에 찬열의 얼굴을 보았는데 날 빤히 보고 있어 당황해 금세 얼굴을 돌려버렸다.그러자 장난스럽게 웃으며 왜 자꾸 피해?하고 볼을 찌른다. ...찬열과 있으면 애가 된 느낌이다.분명 난 그대론데,찬열이 날 애로 만들어놓는 것 같았다.내가 아무 대답 없이 있다가 왜 자꾸 피하냐니까-하고 계속 물으며 건드려대는 턱에 하지마..하고 작게 말했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또 소리 내어 웃어댄다.그런데 찬열이 소리 내어 웃자 난 뜬금없이 또 다시 연지가 생각이 났다.얼마 전부터 계속 표정이 안좋아보이던 연지는,지금 생각해보니 몸이 안좋은 것이 아니었던 듯 했다.찬열이때문이구나….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었다.연지는,많이 힘들어하던데.찬열이는 아니구나.난 왠지 연지가 안쓰러웠다.

 

"..찬열아,근데.."
"어?"
"연지가.."


너 좋아한다고 그러더라.어제 연지가 말했던 것처럼 찬열이 매몰차게 거절한 것이 사실일까 싶어 떠 본 말이었다.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찬열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셔버렸다.그리고선 잠시 말을 멈추는데 난 왜인지 모르게 긴장이 되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알아."
"..."
"어색하잖아 친구 사이에,난 걔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는데.그래서 그냥 거절했어."


의외로 곧바로 그 일을 말하는 찬열이었다.표정도 진심같아보여서 딱히 할 말이 없었다.그래도,그래도….너무도 아무렇지 않은 찬열에 괜히 무슨 말을 더 하지 않을까 싶어 귀를 기울였지만 그 이상의 말은 없었다.왜인지 모르지만 실망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걔가,다른 무슨 말했어?"
"..응?아니,"
"..그래"


다른 무슨 말이란 게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그냥 아니라고 대답해버렸다.난 찬열을 보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이상하다,찬열이.연지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표정이 변하는 것이 정말 이상했다.무언가,조금 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떠오르지만 그 것을 딱히 이름 붙일 만한 마땅한 것이 없어 그냥 이상하다-하고 치부하기로 했다.또 하나,이상한 것이 있었다.아버지에게 맞은 뒤 도망치다시피 집에서 뛰쳐나온 그 때에 찬열을 마주했을 때 그 표정.당혹도,동정도,어느 무엇도 아닌 무언가 말 그대로 '이상한' 그 표정을 정의 내릴 수가 없었다.난 다시금 찬열을 살몃 돌아보았다.내가 마주하자 마자 닿는 시선이,또 이상했다.


찬열이는
이상하다.

 

"..사실 연지가 말하더라"
"..."
"너한테 고백도 했다고,근데 거절당했다고.."
"어쩔 수 없었어 그건-"
"..왜?"


나는 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을 그만 소리내어 물었다.찬열도 잠시 말을 멈췄다.그런데,정말 왜일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지,당연히"


아.난 그 당연한 말에 무언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아….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구나.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멍청하게.

 

 

 

 


"..누군데?내가 아는 사람이야?"
"누구인지 궁금해?"
"..."
"너"


발이 멈췄다.난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아까 전 내가 들은 말이 무엇인지 되새겼다.눈도 깜빡여지지가 않고 숨 쉬는 법도 까먹은 것처럼 그렇게 정말 석고상마냥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좋아하는 사람이 누군데?누구인지 궁금해?

 

 

너.



 

 

 

 

 

 

 


"...."
"..왜 그래,농담이야."
"........"
"미안,너무 장난이 심했나..정신 차려."
"..아.."

 


진짜였으면 기절했겠네.찬열이 내가 감탄사를 내뱉자 그제서야 작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아...나는 그제서야 제대로 숨을 쉬는 듯한 느낌이었다.난 왜 진짜라고 믿었던거야- 내 모습이 얼마나 바보같을까 싶어 창피했다.


이런 장난 하나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내가 찬열이는 재미 없겠지 싶어 또 괜한 걱정이 들었다.다시 자연스럽게 찬열의 집 방향으로 걸으며 생각했다.찬열도 내 반응이 무안했던 건지 별 말이 없었다.나는 왠지 모를 압박을 받는 느낌이었다.

 


"..나도 좋아하는 사람 있어 사실"
"..뭐?"

찬열이 적잖게 당황하여 날 곧게 쳐다보았다.무언가,부담스러웠다.

 

 

 


"너.."
"......"

 

 

반응을 살피려 시선을 돌렸는데 순간 찬열의 얼 빠진 표정이 보여 웃겨서 풉-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와,나도 장난 성공했다 싶은 마음에 조금 뿌듯했다.찬열아,장난이야 나도.내가 덧붙여 말했다.찬열이 눈을 두 어번 깜빡이더니,아까 나처럼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처음 보는 찬열이의 새로운 반응이었다.무언가 신기해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가자,뭐해.반쯤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의 찬열의 손목을 잡고 가자고 이끌었다.어,어….찬열은 생각보다 쉽게 이끌려왔다.

 

* *

BGM-DJ okawari-encounter

쓰면서도 백현이가 답답해서ㅋㅋㅋㅋㅋㅋㅋ으으

겨우팔화끝냈네요

아 그리고 불협화음은 구독료 다 없앴어요 그냥

연습용 삼아 쓰는 거라 포인트 주고 읽을거린 아니라서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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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으으으 다이렉트로 한 번에 다 읽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ㅈㅠ진짜 재밌네요ㅠㅠㅠㅠ근데 쭉쭉 읽어서 그런가 머리가 어질어질 복잡하네요 ㅋㅋㅋㅋㅋ'그'가 종인이인 건가?? 찬열이는 그냥 저 찬열이 그대로인 거죠? 아 근데 왜 이런 글이 구독료가 없는 거죠??????문체대박인뎅....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했어요!♥
10년 전
독자2
둘다 장난 한번에 심장이 쿵큥했겠네욬ㅋㅋㅋㅋㅋ귀여웤ㅋㅋㅋㅋ
10년 전
독자3
장난치는 백현이도 귀엽네요~매일 저렇게 귀여웠으면ㅎ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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