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유학온지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나는 여전히 중국, 이 나라에 정을 붙이지 못 하고 있었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이 곳.
사람도, 도시도, 모든 곳이 달라서 이방인인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 곳.
장난인지 진심인지 나를 놀려대는 중국인 친구들.
친절하게 대해주면서도 가끔 일부러 빠르게 중국어로 말하며 나를 따돌리는 그들.
내가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면 첸은 한국인이잖아! 천천히 말하라며 낄낄대는 그들.
그리고 내 이름 첸에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왜 첸이냐며, 니가 새벽별이야? 라며 시비를 거는 그들.
다른 중국인들을 만나고 싶어도 아직 어색한 중국어때문에 그나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그들과 같이 다닐 수 밖에 없어서 답답했다.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겉만 번지르르하지 치안은 거지같았다.
뭐, 어떻게 티비만 틀면 사건 사고 소식만 나오는지, 원.
실제로도 내가 밤마실을 용기있게 나갔다가 술주정뱅이에게 호되게 당할 뻔했었고.
그래서 지금은 처량맞게 아파트 옥상에서 야경이나 구경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밖은 나가고 싶어도 아직은 나에게 위험한 도시니까.
답답함과 짜증에 속 시원하게 씨빨!!!!!!!! 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한국인은 이 아파트에서 나밖에 살지 않아 걸리면 바로 쫓겨날 것 같아서 그저 한심하게 속으로만 궁시렁궁시렁거렸다.
중국까지 와서 쩌리 인생이라니, 김종대 인생 왜 이러냐.
"저기요."
한참 꿍얼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고 나는 놀라 뒤를 쳐다보자 한 중국인이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미소 지었다.
"처음 보네요. 저, 이 옥상 자주 놀러오는데. 여기 오신 지 얼마 안 되셨나요?"
"아... 네."
"반가워요. 제 이름은 장이씽이에요. 여기 옥상 올라오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는데 손님이 있어서 기쁘네요."
장이씽은 보조개를 파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의 친절한 행동에 나역시 히죽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저도 반가워요. 제 이름은 첸이에요.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고 904호에서 살아요. 그쪽은 어디서 살아요?"
"저는 이 아파트 주민이 아니에요. 다른 곳에서 사는데 이 곳에 바라보는 야경이 너무 예뻐서 자주 올라와요. 그런데 첸, 한국인이라고 했죠? 한국 이름은 뭐에요?"
"종대에요. 김종대."
내 이름에 그는 종다이? 종따이? 하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중국인인 그에게 내 한국 이름은 어려웠나 보다.
"이름이 너무 부르기 어려워요. 첸으로 불러도 되죠?"
"물론이죠. 그런데... 그 쪽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23살이에요."
"아, 저는 21살인데! 저보다 형이시네요.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형도 말 편하게 놓으세요."
"그래, 첸."
형은 그 특유의 보조개 파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나는 웃었다.
그저 대화만 했을 뿐인데 치유되는 느낌이다.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처음부터 이런 중국인을 만났어야 했는데. 옥상에 늦게 올라온 나를 탓했다.
이 아파트에 오자마자 옥상에 갈걸. 그럼 그 동안 궁상 안 떨어도 됬었는데.
"형, 형 그럼 저랑 같이... 친하게 지낼 수 있어요...? 아직... 중국에 적응을 잘 못해서 친구가 많이 없어요."
제발, 제발! 반짝이는 눈으로 형을 쳐다보자 형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괜찮아. 잘 지내보자, 첸."
첫 글이라서 떨리네요 ㄷㄷㄷㄷ
글 일부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