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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눈 온다!"







12월 초, 평소와 같이 야자를 끝내고 집에 가던 10시 34분. 올해의 첫눈이 왔다. 삼삼오오 길을 가던 아이들은 하나 같이 하늘로 고개를 올려 떨어지는 눈을 맞이했다.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눈을 만지는 아이들도 있었고 남자아이들 중에는 입을 벌려 맛을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학업에 지쳐있던 고삼학생들은 눈이 오는 것만으로도 신이나있었다. 허나 그 중 나 하나만이 꿋꿋이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어릴 때야 눈이 오면 방방 뛰어다니며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그저 '길 더러워지겠다.' 라는 생각정도 밖에 들지 않았다. 검은 패딩과 베이지색 목도리 위로 하얀 눈들이 쌓였다가 녹았다. 분홍색 장갑을 낀 손으로 그중에서 녹지 않은 것들을 털어냈다. 이렇게 귀찮기만 한데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좋아했었지.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먼저 버스정류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정류장에 도착해 핸드폰을 확인하기 위해 오른쪽 손에 끼워진 장갑을 벗었다. 마침 찬바람이 불어 내 손을 스쳐가는데 얼음을 종이처럼 만들어 감싼 것 같았다.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니 남은 시간은 5분.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혀 차는 소리가 나왔다. 다른 버스들은 다 곧도착, 2분 정도였는데. 하지만 집에 가는 버스가 이것 하나밖에 없으니 참고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핸드폰을 집어넣고 목도리에 얼굴을 묻었다. 이마는 앞머리로 눈 아래까지는 목도리로 덮여있어서 눈만 시려웠다. 버스가 오기 전까지 눈을 감고 기다렸다. 그것도 마냥 감고있다가는 버스를 놓칠까봐 중간중간 소리가 들리면 확인해야 했다. 초록버스, 초록버스, 초록버스. 아, 파란버스다. 3대의 버스가 지나간 정류장에 혼자 남아 파란버스를 기다렸다. 집이 멀어 혼자 집에 가는 길이었지만 버스조차 같이 타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외로움이 배가 되는 것 같았다.


버스를 타고 1시간, 걸어서 15분. 총 3시간 30분이 걸리는 통학길에서 할 수 있는 건 수행평가 공부 혹은 수면보충이었다. 지금처럼 집에 가는 길에는 거의 잠을 잔다. 밖에 부는 찬바람 덕분에 덩달아 차가워진 창문에 기대고 있으면 두피 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버스에서 틀어주는 히터 바람은 자장가같았다. 겨울이면 자리에 앉자마자 5분도 되지 않아 잠에 들게 만들었다.


'이번 정류소는 -입니다. 다음 정류소는 -입니다.'


그리고 'This stop is-' 로 시작되는 멘트를 날리겠지. 내려할 정류장 전전에서 잠이 깼다. 평소같으면 내릴 때 깨어날텐데 오늘은 더 빨랐다. 더 앉아있어도 괜찮았지만 다시 잠에 들어 내리지 못할까봐 가방을 메고 문 앞에 섰다. 멍하니 창 밖을 응시하고 서있으니 내려야할 정류장이 눈 앞에 보였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고 내렸다. 따뜻했던 버스와는 다르게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는 밖에서는 자연스럽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12시를 향해 시곗바늘이 기울어갈 지금같은 시간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간혹 가다가 보이는 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아저씨, 급하다는 듯이 집에 들어가는 회사원뿐이었다. 터벅터벅- 운동화와 바닥이 닿아 쓸리는 소리가 귀에 박혔다. 겨울에 듣는 소리는 좀 더 고요하고 적막한 것 같았다.


쭉 직진으로 걷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빌라가 하나 나온다. 오래된 건물이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인데 주인집은 재건축을 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쇠손잡이를 잡고 유리문을 당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 버스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밖보다는 따뜻했다. 계단 27개를 걸어 올라가면 우리집이 나온다. 그리고 익숙한 소리가 집 안에서 새어 나온다.







"내가 언제까지 참아야 하냐고!"


"아 거, 일하고 온 사람한테 그딴 말밖에 못해?"


"일? 일은 나도 해. 월급도 제때 못받아오는 일하고 온 걸로 유난 떨지마."


"너 지금 말 다 했냐?"







적당히 좀 하지, 둘 다 시원찮으면서. 저렇게 말싸움이 시작되고 나면 나나 동생이나 집에 들어와도 투명인간 취급이었다. 그러니까 애가 피시방으로만 돌고 집에 들어오지를 않지. 나도 마음같아서는 외박을 하고 싶었지만 피시방은 담배냄새 때문에 싫었고 다른 곳에 가기에는 돈이 없었다. 싸우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석식을 먹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에 신청하지 않았더니 집에 오면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었다.


찬장을 뒤적여 식빵 두장을 꺼냈다. 그리고 싱크대에서 작은 숟가락을 챙겼고 냉장고를 열어 딸기잼을 챙기고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닫자 듣기 싫은 목소리들의 크기가 좀 작게 들렸다. 그래도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 건 아니라 가방에 들어있는 귀마개를 꺼내 귀에 꽂았다. 어두운 방이 스탠드를 키자 밝아졌다. 책상 앞에 앉아 식빵에 잼을 발랐다. 오늘은 괜히 그러고싶은 마음에 달아서 물릴만큼 떠서 바른 뒤 다른 빵을 덮었다. 그리고 한 입을 먹자마자 후회했다.


식빵을 다 먹고 나서 패딩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냈다. 차가운 밖에 있다가 따뜻해진 손으로 만지자 핸드폰에 물기가 생겼다. 입고 있던 옷에 슥 닦고 인터넷을 켰다. 포털 사이트 상단에 떠있는 기사를 클릭해봤다가 제목만으로도 예상가는 내용이 써져있길래 뒤로 버튼을 눌렀다. 다른 기사들도 비슷해보여 웹툰 페이지로 손가락을 옮겼다. 모의고사 준비때문에 밀렸던 웹툰들을 보고 나니 12시 30분이 다 되어갔다.


귀마개를 빼 문에 기대어 소리를 확인했다. 잠잠해진 걸 보니 둘 다 안방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머리 감는 건 아침에 일어났을 때로 미루기로 하고 세수와 양치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치약을 쭉- 짜고 세면대 거울에 비친 모습을 확인해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겨울이어도 어김없이 떡진 앞머리와 고등학교 입학 이후 없었던 적이 없었던 다크서클이 눈에 띄었다. 그 아래로는 매일 앉아서 공부하고 먹기만 해서 살이 오른 볼과 팔이 보였다. 상반신만 보이는 거울에서 이정도면 전신을 말 다한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살이 빠질까 고민하다가 일단 수능이 끝난 다음에 하자라고 생각하고 양치를 시작했다. 세수까지 마치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대충 로션만 바르고 곧장 침대로 향했다. 평소같았으면 못해도 2시까지는 공부를 하다 잤을텐데 오늘은 그러기가 싫었다. 괜히 오늘따라 이불이 더 푹신한 것 같기도 한 그런 기분이었다. 버스에서 거의 한시간을 자고 들어왔지만 침대에 누우니 또 잠이 쏟아졌다. 눈을 감고 머리 끝까지 이불을 끌어당겼다. 온전히 덮여있는 기분에 편안함이 들었고 곧 잠에 들었다.








Reflection








여긴 어디지. 아, 꿈꾸는 건가. 평소에는 꿈도 안꾸는데.


따뜻한 햇볕에 눈을 뜨니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누워있는 채로 고개를 돌리니 노랗고 분홍색인 작은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강한 향기는 아니었지만 바람을 따라서 풀잎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우선 어딘지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자다 일어나 뿌옇게 보이는 시야 덕분에 주변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아래로 떨어져있던 양손으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눈이 빨게질만큼 힘을 주어 비비는데 어떤 손 하나가 나를 저지했다.








"그렇게 비비면 눈 아파. 비비지마."


"어..."


"이것봐, 눈 다 빨게졌네."


"누구야?"


"나 따라와봐. 좋은 거 보여줄게."









내 손을 저지한 건 은발머리를 한 남장애였다. 내가 눈을 꿈뻑거리며 쳐다보자 엄지 손가락으로 내 눈가를 쓸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얘는 누구지. 그에게 누구냐고 물어보았지만 자신을 따라오라는 엉뚱한 대답을 하고는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손길을 뿌리치지도 않고 오히려 같이 달리며 따라갔다. 그를 따라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눈을 떴을 때 내가 앉아있던 곳은 따뜻한 꽃밭이었는데 그 주변은 찬바람이 부는 어두운 공간이었다. 우주 속에 꽃밭과 함께 덩그러니 놓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남자애가 가는 길에는 꽃밭이 이어지고 풍경도 맑은 하늘로 바뀌었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 풍경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기야. 하, 숨찬다. 너는 괜찮아?"


"헉... 어... 괜찮아."


"힘들면 바로 말해야 돼?"


"알았어."


"착하다, 가자."









남자애가 웃으니 한 쪽 볼이 쏙 들어가 웅덩이를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그 안에 손을 넣어볼 뻔 했다. 어느 동굴에 도착하자 그는 숨을 고르면서 내게 말했다. 괜찮냐고. 안타깝게도 현실과 꿈 속 체력이 같아서 얼마 뛰지 않았는데도 숨이 가빴다. 그래도 심호흡을 몇번 하니 진정이 되었다.


몸을 숙여 숨을 고르던 내가 바로 서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조심스럽게 그 손을 맞잡는데 뭐랄까, 쭉 햇빛을 쐬던 꽃잎을 만지는 것 같았다. 부드러운 느낌에 기분이 좋아 미소를 띄우니 그도 덩달아 웃었다. 그리고 '여기는 돌이 많으니까 조심해.' 라는 말과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동굴 안은 내가 알고있던 동굴과는 달랐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둡기는 커녕 밝게 빛나는 보석들 때문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 보석들 틈새에는 연보라색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아까 꽃밭에 있던 것들이랑은 모양이 조금 달랐지만 풀잎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내가 고개를 돌리며 구경하자 앞에서 소리를 내어 웃었다. 어쩐지 민망해져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니 나를 돌아보며 '귀여워.' 라고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보석들이 점점 작아지더니 다음에는 에메랄드색 강이 나왔다. 강보다는 조금 더 작았다. 시냇물 흐르듯이 졸졸졸 흐르고 있었는데 안이 투명하게 비춰서 굉장히 아름다웠다. 내가 금방이라도 물에 빠질 것처럼 강을 보고 있으니 남자애도 나처럼 수그렸다. 그는 강이 아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흘끔 그쪽을 쳐다보니 턱까지 괴고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는데 바로 시선을 피했다. 아까 꽃밭에서 봤던 꽃마냥 귀가 빨게지는 게 느껴졌다.


강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데 안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저게 뭐지싶어 고개를 조금 더 숙이는데 옆에서 풍덩- 소리가 들렸다. 남자애가 그대로 강 안을 들어간 것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냅다 소리를 질렀다.










"남준아!"










내가 쟤 이름은 어떻게 알고있는 거지? 스스로 소리를 지르고 스스로 놀라 앞으로 숙였던 몸을 뒤로 당겼다. 그러자 헤엄쳐 올라오는 사람의 형체가 보이더니 곧 남준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남준이는 한 손으로 저의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나를 보고 베시시 웃었다. 그리고 다른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놀란 표정으로 뭐라 말하려고 하자 남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너 줄게.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가져왔어."


"이게 뭐야...?"


"이 강에서만 나는 꽃. 나는 유리꽃이라고 불러."


"유리꽃... 고마워."


"네가 좋으면 좋아."











남준이의 손에 들린 것은 투명한 꽃잎을 가진 작은 꽃이었다. 내가 그 꽃을 받으려 손을 내밀자 '잠깐만-' 하고 말하더니 땅으로 올라와 아까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허공에 떠있던 내 왼손을 가져갔다. 꽃을 들고 내 손에 이리저리 맞추어 보더니 곧 다 됐다면서 내 손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네번째 손가락에 반짝이는 유리꽃이 반지가 되어 끼워져있었다.


'예쁘다...' 하고 중얼거리니 '응, 예쁘다. 너도, 그 반지도.' 라고 대답해왔다. 감동을 받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데 언제 마른 건지 머리와 얼굴이 물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송거렸다. 그는 읏샤 소리를 내면서 계속 반지를 쳐다보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 역시 반지를 낀 손으로 그의 손을 다시 마주잡았다.


이번에는 강을 따라서 걸었다. 동굴 안이라서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부는데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았다. 강 아래에는 아까보다 더 큰 꽃밭이 있었다. 진한 분홍색 꽃이 만발해있었는데 여태봤던 꽃들과는 달리 과일 냄새같은 달큰한 향이 나는 것 같았다. 몇 발자국 더 걷지 않아 그가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나는 입고 있던 치마를 쓸어 정리한 뒤 그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남준이는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바람을 쐬고 있었다. 나는 그런 남준이를 보다가 주변에 있는 꽃을 몇 송일 꺾어서 화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꽃밭은 위에서 보면 분홍색만 가득한 것처럼 보였는데 안에는 파랗고 하얀 꽃들도 많았다. 작은 꽃들도 사이사이 엮어서 완성하고 나니 얼추 모양새가 갖춰진 것이 제법 예뻐보였다. 그대로 남준이에게 화관을 씌워주었다.


눈을 감고 있던 남준이는 머리에 무언가가 닿자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제 머리 위를 손으로 몇 번 만지더니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미소를 띄운 얼굴로 말했다.





[방탄소년단/김남준] Reflection | 인스티즈





"이게 뭐야-"


"선물. 너도 나한테 줬잖아."


"난 이런 거 안받아도 괜찮은데."


"아니야,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


"고마워. 너 밖에 없어."









와, 청승맞게 눈물 나올 것 같아. 간질간질한 그의 대답에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부드러운 손이 내 양볼을 감싸 다시 고개를 들게 했다. 남준이는 다정한 목소리로 '숙이지마. 드는 쪽이 더 예뻐.' 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마주쳐 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치맛자락을 꽉 부여잡고 있는 것 뿐이었다. 그런 나를 본 남준이는 미소를 한 번 짓고 일어섰다. 바지를 툭툭 털고 다시 손을 털었다. 나도 남준이를 따라 일어섰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무작정 뛰었다. 그러자 남준이와 동굴에 왔을 때처럼 내가 발걸음을 옮기는데로 풍경이 변했다.


이번에는 초록빛이 가득한 숲이었다. 안에서는 매미 우는 소리가 귀가 아릴만큼 들려왔다. 뒤를 돌아 남준이를 확인하는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데 앞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입고 있던 노란색 맨투맨은 어디 갔는지 하얀 셔츠르 입고 있었다. 내가 만들었던 화관은 그대로 그의 머리 위에 있었다.









"이쪽이야."









숲이었지만 동굴에서 말하는 것처럼 남준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느새 매미 소리는 멈추고 주변이 고요해졌다. 남준이는 먼저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가 뒤에서 그를 따라갔다. 그의 손에는 작은 식빵이 들려있었다. 그 식빵에는 붉은잼이 잔뜩 묻어있어서 남준이의 손도 잼 범벅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남준이는 개의치 않고 빵을 조금씩 떼서 땅에 떨어뜨리고 있었다. 빵을 다 떨어뜨리고 나서는 잼이 묻은 손을 제 셔츠에 슥슥 닦았다.







"네가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떡해. 넌 이 빵 좋아하니까."


"아니, 그닥 좋아하지는..."









내가 왜 빵을 떨어뜨릴까 생각하자마자 남준이가 말했다. 분명 아까 옷에 닦는 것을 보았는데 그의 셔츠는 깨끗했다. 빵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내 대답을 듣고 다 알고있다는 얼굴로 미소를 지은 뒤 앞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바뀐 건지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손등을 이마의 땀을 훔치자 우뚝 멈춰선 남준이가 큰 나무 아래를 가리키고 말했다. '조금만 쉬다 갈까?'


나무 아래는 방금과는 다르게 꽤나 시원했다. 같은 날씨 안에 있는 것이 맞긴한 걸까 싶을정도였다. 남준이는 먼저 나무 아래에 앉아 제 옆을 두드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웃으면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남준이의 어깨에 기대고 넓게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았다. 남준이도 내 머리에 저의 머리를 약간 기대고 있었다. 또, 내 허벅지에 놓여있던 내 손에 살며시 깍지를 껴왔다.









"남준아."


"응?"


"너는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어?"


"네가 태어날 때부터."


"그럼 얼마나 혼자 있었어?"


"... 네가 나를 만나러 오기 전까지."


"외로웠겠다."


"외롭지는 않았어. 네가 올 줄 알고있었으니까."


"..."


"근데 그게 언제일지 가늠도 안가니까, 조금 힘들었지."










남준이는 말을 마치고 깍지를 낀 손에 힘을 더 주어 잡다가 내 손을 놓았다. 그리고 내 머리에 기대었던 머리를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남준이와 눈을 마주치자 그의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까맣게 변했다. 내가 당황한 얼굴로 그를 다시 쳐다보자 말했다.









"너 이제 가봐야 돼."


"나 가기 싫어..."


"아니야. 지금 가야돼."


"남준아..."


"보고싶을 거야, 아주 많이."










내가 남준이의 양손을 잡자 차분히 내 무릎 위에 손을 올려주었다. 고개를 저어가며 싫다고 말해도 그는 완강했다. 남준이의 하얀 셔츠가 점점 검은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손을 흔들고있었는데 내가 점점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처음 눈을 떴을 때처럼 시야가 점점 뿌얘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눈을 비벼도 남준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하염없이 남준이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조차도 시간이 지나니 들리지 않았다.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남준아!"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눈에 보이는 건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질러진 책상, 대충 걸어놓은 교복, 아까 먹었던 식빵을 담았던 접시. 나는 혼란스러운 생각에 달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숨이 찼다. 뭐지? 머릿 속에서는 남준이와 있었던 일들이 뒤섞여서 재생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물이라도 마시려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일어나자마자 부시럭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무릎을 굽혀 확인해보니 꿈에서 봤던 꽃반지와 빛이 바랜 메모지가 있었다. 메모지에 써져있는 문구를 읽는 순간 속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또 보자, 우리]











요즘 리플렉션에 빠져서 남준이 글이 너무 찌고싶었어요. 완전 어린왕자 같고 그런 느낌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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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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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무네큥입니다! 와 남준이 곡으로 이렇게 멋지면서도 울컥하는 글을 쓰신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리플렉션 길 걸으면서 들으면 뭔가 아무런 생각 없이 자아성찰하게 되는 것 같은데 글로 보니까 훵씬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아요 준이 말대로 또 볼 수 있기를...
7년 전
독자3
헝 작가님...좋아요... 와 대박이다...분위기 어쩌죠ㅠㅠㅠㅠㅠㅠㅠㅠ 윤기야 나랑 살자로 암호닉 신청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4
작가님... 답댓 보구서 왔는데 어쩜 이리... 쩌네요. 쩔어. 암호닉 신청해도 되나요(쭈뼛) 그렇다면 범인은전정국 으로 신청할께요 ❤❤
7년 전
독자5
레드불1일1캔입니다 작가님 ㅠㅠㅠ 이거 분위기 너무 좋아요!!!!!! 막 살랑살랑 마음을 설레게하네요 !!!!!!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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