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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바론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닌 부모님 다음으로 소중할 만큼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밝혔습니다.기자님." 나는 도저히 정신을 붙잡을 수가 없어 앞을 보며 넋을 놓고 멍을 때리던 중에 정국이의 말에 놀라서 무릎 위에 얹은 채 쥐고 있던 마이크를 바닥으로 떨어 트리고 말았다.급히 스탭이 들어 와 테이블 아래로 떨어진 마이크를 주워 주었고 기자는 그 상황에서도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렇다면 굳이 그저 친구가 아닌 그 만큼 소중한 친구라고 밝히셨던 이유가 따로 있는건가요?" "그건-" "아,저!저 사실은 중학교 시절 정국씨가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받던 시절이 있었는데요...네!그 때 제가 구해줘서..." "아,정국이가?" "네...그때는 정국이가 키도 작고 조금 통통하고!그랬어요!" 나는 스탭이 마이크를 주워주자마자 정국이의 표정에서 화가 느껴지기 시작해 입을 열려는 걸 급히 가로채 대신 대답을 하였다.무작정 말을 가로채긴 했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까 통 생각이 안나 말을 더듬으며 시간을 벌었고 생각을 해냈다는게 고작 중학교 시절 일이였다. 감독님은 정국이의 그런 과거가 믿겨지지 않는 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내게 되물었고 나는 어색하게 지었고 고개를 연신 끄덕 대며 그렇다고,그랬다고 웃어 넘기려 애썼다. "정국이에게는 그 당시에 손을 내밀어 준 게 되게 고마웠나봐요.항상 정말 소중한 친구라고 얘기해주면서 제가 아니였으면 이렇게 못 지내고 있었을거라고 얘기하더라구요.하하..." 기자는 애매모호한 표정을 보이며 마이크를 내려 놓았고 그제서야 나또한 한숨을 내쉬며 마이크를 테이블 위에 가볍게 내려 놓았다.흘낏 살핀 정국이의 표정은 감독님에게 가려져 언뜻 보였고 고개를 숙인 채 어째서인지 허탈해 보였다. 성황리에 제작발표회가 마무리 되었고 대기실에서 잠시 대기를 했다.그 순간 팀장님이 문을 열고 들어 왔고 조금 어두운 표정을 보이시다 말고 입을 여셨다. "하,정국이 있지-" "...더 이상 정국이랑 말 안나오게 할게요." "......" "저 연기하고 싶습니다.이번 드라마 제 생에 첫 데뷔작이고 회사에서도 많이 신경써주셨잖아요.잘 해내고 싶어요." "그냥 친구 아니지." "......" "티 안내려고 너희 딴에는 애 쓰는 것 같더라.정국이만 볼 때도 너만 볼 때도 정말 얘네가 학생이 맞나 싶을 만큼 어른스럽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어서 놀랐어.근데 너희 대본 리딩 할 때며 촬영 할 때며 느껴지더라,아직 고등학생이구나." "그런 일 다신 없도록 할게요.팀장님,저는 이번 작품 끝나고 다신 새작품 못하는 한이 있더래도,이번 작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일이 있더래도 이번 것만은 꼭 마무리 짓고 싶어요." "그래,알겠다.그럼 정리하고 나와." "네." 나 하나 때문에 드라마가 다른 이유로 안좋은 얘기를 듣는 것도 정국이가 들을 필요 없는 말을 듣는 것도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 처음 생긴 꿈이 얼룩지는 것도 모두 싫었다. "...정국아." 문을 열고 나서던 팀장님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문 앞의 전정국.분명 내 모든 얘기를 들었을 테다.팀장님은 나에게 눈짓을 보내오셨고 나는 그냥 가방을 챙겨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팀장님은 당황한 듯한 표정을 보이셨고 문 밖에서 마주친 정국이의 표정은 그 어느 순간 보다 암담했다. 뒤돌아 보지 말자,뒤도는 순간 모든게 무너진다.나는 죄 없는 가방만을 강하게 움켜 쥐고 앞만 보고 주자창으로 향했다.팀장님은 급히 나를 뒤 따라 빠른 걸음으로 쫓아 나오셨고 그 긴 복도엔 나의 구두 소리 뿐,정국이의 구두 소리는 끝내 들려오지 않았다. "컷,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했어!" "제가 뭘요,감독님이 제일 고생하셨죠." "아이구,얼른 들어가!" "감독님 다음 촬영에 뵙겠습니다!" 제작 발표회 이후 첫 촬영이 마무리 되었다.그 동안 두번의 방송이 나갔고 집에서 부모님과 동생에게 전화가 왔었다.그동안 연락 한번 안했던 그 동안의 같은 반 아이들에게 마저 어떻게 번호를 알았는지 연락이 왔다. 정국이는 내내 감정 없는 듯하다가도 촬영만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배역에 몰입하였고 그런 모습이 낯설면서도 오히려 편했다. "...잠깐만." "......" "얘기 좀 하자." "못할 것 같은데." "갑자기 왜 그러는건데." "잘 해 보고 싶어서." "나랑 계속 지내면 잘 할 수가 없다는거야?" "어,그런 것 같아." "...하."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나는 항상 니가 꿈 이루기만을 지켜 보면서 참고 기다렸어." "......" "항상 내가 하고 싶은 건 뒷전이고.니가 연습생이 됬을 때는 니가 데뷔하기 직전까지 이유도 모른 채 연락 한번 못하면서 그냥 하루하루 죽어라 너 다시 만나기만을 기다렸고,그 이후에도 너가 상 받기만을 기다렸어." "그건," "그냥 항상 내 꿈은 너였던 것 같아." "하," "근데 그 순간이 잠깐이 되던 어떻던 나도 진짜 내 꿈 이루고 싶어.근데 니가 계속 이러면 나 못 이룬다잖아." 나는 날 붙잡고 있던 정국이의 손을 놓고 촬영장을 빠져 나왔다.대기실로 들어가는 그 모퉁이를 돌자 마자 나는 벽에 기대어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이젠 눈물도 안나네. * 어느새 촬영이 막바지로 이르어 마지막화 촬영의 마지막이 다가왔다.아,시간이란게 원래 이렇게나 빠른거구나.학교에서 지옥 같이 하루하루를 보낼 땐 시간은 왜 이렇게 의미 없게 느린걸까하는 생각밖에 해본 적이 없었던 나였다. "괜찮겠어,첫 키스신?" "여태 다 처음 해본 것 투성이였는데 저 잘했잖아요." "그렇지.그래도 불편할까봐 원테이크로 잡았어.한방에 끝내!자 들어가자!" 촬영 시작 전부터 그렇게 전정국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키스신.그땐 나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하려니 영 어색해서 손 하나마저 어찌해야할지 감이 안잡혔다.마치 정국이와 처음 입을 맞추던 날 같아서 정국이와 자세를 맞추다 말고 풋-하고 웃음이 터졌다. "죄송합니다!"
"감정 잡아." 방금 잠깐 웃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던 것 같은데 잘못 본걸까.웃었던 게 맞다면 같은 생각을 했던걸까.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감독님이 슛을 외치셨다 나는 대본 대로 누워 있는 정국이의 담요 정도를 정리해 덮어주면 되었기에 천천히 감정을 잡았지만 정국이는 바로 대사를 치고 들어 왔다.
"...어디가." "어,잠든 줄 알고..." 정국이는 대본대로 나의 손을 붙잡아 옆에 앉혔고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켰다.그대로 대사 없이 눈을 마주치다가 키스.대사가 없이 한참 눈만을 마주치다가 입을 맞추어야하는 그 동안의 적막이 나는 숨이 막혀 왔다. 눈을 마주치고 점점 가까이 오는 정국이와 계속해서 눈을 마주칠 수록 왠지 모르게 마음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어 왔다.이러다가는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질 것만 같은.하지만 그 순간 정국이는 내게 입을 맞추어 왔고 그렇게 가만히 오케이 소리가 들려 올 때까지 머물었다. 얼마 뒤,오케이 소리가 들려 왔고 입을 떼어내고 두눈을 살며시 뜨는 순간 내 볼 위로 눈물 한방울이 톡 차갑게 떨어졌다. "...왜 울어." "안울어,고생했다." 내 눈물인가 싶어 눈물을 훔쳐 내려는 찰나 정국이의 빨개진 두눈이 보였다.나는 볼에 떨어진 눈물을 닦아 내려다 말고 그냥 두었다. 왜 우느냐 묻자 정국이는 급히 눈물을 훔친 채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떴다.그 모습이 정국이와 함께한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이 드라마에 대한 정국이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렇게 의미 없는 가벼운 종방연과 함께 나의 첫작품이자 마지막작품이 된 드라마가 마무리 되었었다. * "...뭐야,그게 끝이야?" "진짜 별거 없었어요." "그냥 정말 순수하디 순수한 고등학생들의 첫사랑이였네 정말." "그렇죠,뭐.제가 처음부터 말씀 드렸었잖아요." "아-,재미없네.나는 내가 우리 310호 도화계변에서 복숭아 꽃 두 송이가 복숭아 나무 한그루를 탄생시켰습니다!이런 강력한 사건이 생길 줄 알았었는데." "하,그것 참 아쉽네요.ㅋㅋㅋ" "근데 너 그때 계약은 어쩌고 그 드라마만 하고 나온거야?" "나온게 아니죠,쫓겨 났다고 해야하나.드라마 하는 동안에도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평범한 친구 사이가 저럴 수가 있냐,누가 봐도 친구는 아니다.이런 말 내내 나오고 소속사도 꽂아준거네,뭐네 말이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그대로 나가세요-해서 나온거야?" "광고 하나 찍자고 그래서 알겠다고.광고 큰거 하나 찍고 돈 받고 나왔죠.애초에 저도 그만 두고 싶었는데 계약 때문에 참고 있던건데 왠 떡인가 싶어서 받고 나왔어요." "아쉽네,드라마 보는 내내 연기 참 많이 늘었구나 잘하네 하면서 본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그게 6년 전이 되어버렸네요.진짜 엊그제가 교복 입고 밤 새면서 속앓이하면서 찍었던 것 같은데." "너 정국이 친구로도 다신 볼 생각 없는거야?" "제가 볼 생각이 있으면 뭐해요.제가 잘못한건데 그쪽에서 볼 생각이 생겨야 보던 말던 하지.매년 쌤이 그렇게 불러대도 안왔잖아요.그거 보면 뻔해요,나 용서할 생각 없는 거." "아이구야,그만 좀 마셔라.내가 복숭아꽃을 피우려고 애썼지 이런 술꾼을 만들려고 애쓴 적이 없는데." 매년 선생님은 우리가 졸업 후,첫 도화계변 아이들을 불러 모아 모임을 갖곤하셨다.여태 전정국은 단 한번도 얼굴을 비춘적이 없었고 선생님은 매년 항상 '부모들이 아들 키워 봤자 다 필요 없다는 말,천번만번 이해가 간다!'란 말을 하셨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그냥 내가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밖에 안느껴졌다. "선생님,전정국은 예쁘고 어린 연예인 막 만나고 그러다가 결혼하고 그러겠죠...? "...그렇겠지.하,근데 나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속 울렁 거리다 못해 헛것이 다 보인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너도 작작 마셔." "...하,진짜 전정국 그 새끼랑 결혼하고 싶었는데." "......" "...진짜 그 새끼랑 결혼 할 줄 알았어요,난." "결혼하고 싶었단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끝냈어." "...어,전정국 목소리." "그래,전정국 목소리." ---------------------------------------- ...ㅠㅅㅜ...2주만에 나타나다니...죄송합니다 주말 마다....나라가 이 모양인지라 시간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오늘도 간신히 쏟아지는 잠과 싸우며 간신히 업로드는 합니다만 날씨 탓에 감기 기운이 있는지 제 정신 같지도 않고 아주 상태가 말이 아니라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차마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말도 안되는 상태로라도 글을 올립니다 부디 하루 빨리 제가 편히 글을 쓸 수 있는 나라가 되길...^ㅁ^... 벌써 다음화면 마지막화............!!!!!(;ㅁ;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마지막화에서 만나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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