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엑소 - 첫 눈 (Piano ver.)
사내 로맨스는 아찔하다.
IF_02_박지민
※이 글은 본편의 모든 떡밥을 무시하며, 남자 주인공이 박지민이었을 경우를 가정한 번외편입니다.
"그래서, 이번 2박 3일 프랑스 출장은 박지민 대리와 성ㅇㅇ 사원이 가는 걸로 결정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번 주까지 발표 초안 잡고 수정해서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하세요."
민팀장님의 말에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짧게 대답을 하고는 슬쩍 박 대리님을 보니 대리님도 나와 눈을 마주치며 베시시 웃어보인다. 세상에나. 회사일에 치여서 휴가 때도 놀러 가긴 커녕, 집순이처럼 집에만 콕 박혀 휴식을 취했는데 이렇게라도 오랜만에 해외에 나갈 기회가 생기다니. 이런 이득이 다 있나!
오후 회의가 끝나고 오늘부터 완벽한 발표준비를 위해 박 대리님과 몇날 몇일을 야근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어차피 일 처리 하고나면 남는 시간이 얼마 없을테지만, 그래도 기분은 좀 나겠지.
***
이것 저것 준비를 하다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 벌써 출국 하루 전이 되었다. 저번 주에 발표 초안을 완성하긴 했지만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민 팀장님, 부장님, 그 위의 확인까지 받고나서야 발표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그리 큰 역할을 맡은 건 아니었지만 대리님과 완벽하게 맞춰둬야하기 때문에 오늘까지도 남아서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지금 나는, 휴게실에 단 둘이 앉아 대본을 읽어보고, 녹음도 해보고 하다가 쉼없이 연습해서 지친 건지 녹초같은 얼굴을 한 채 카페라도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며 터덜터덜 문을 열고 나간 박 대리님을 기다리는 중이다.
몇 분 째 멍하니 만들어둔 피피티를 보다 대본을 보는 걸 반복하고있는데 갑자기 열리는 문에 놀라 고개를 드니 대리님이 웃으며 내 앞자리에 앉더니 내 앞으로 음료가 담긴 컵을 내민다.
"밤에 커피 마시면 잠 못 잘 것 같아서, 그냥 딸기 스무디로 사왔는데, 괜찮죠?"
"네, 저야 감사하죠. 어, 근데 대리님은 커피 아니에요? 왜 제꺼만..."
"나는 괜찮고, ㅇㅇ씨는 아직 애니까 그렇지. 얼른 마셔요."
"와, 진짜 너무해요. 그래봤자 얼마 차이도 안 나는데..."
"그래도 내가 밥도 몇 백번은 더 먹었을 걸요? 저번에는 오빠라고 불러주더니 요즘은 해주지도 않고..."
...뭔가 되게 말리는 기분이다. 분명히 딱 한 번 밖에 오빠라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매일매일 불러주다가 요즘엔 안 불러주는 나쁜 애가 된 기분이랄까.
괜히 머리를 긁적이다 박 대리님 앞에 있는 커피가 스무디보다 300배는 맛있어보이는 것 같은 착각에 대리님이 노트북을 보고있을 때 슬쩍 손을 뻗으니 눈은 노트북에 고정한 채로 '내려놔요, 그거 내꺼야.' 라고 말한다.
...진짜 안 보는 것 같으면서도 눈치는 엄청 빠르다니까. 괜히 입술을 삐죽이며 손을 내려 대본만 다시 훑으며 마무리를 하고 대리님과 함께 회사에서 내려왔다.
오늘은 마지막이라며, 집까지 태워다주겠다는 말에 마치 오늘 처음 타는 것처럼 대리님의 차에 올랐다. 사실은 출장 사흘 남은 기념으로, 출장 이틀남은 기념으로 그제도, 어제도 차를 타고 갔지만 나도 어째 모른 척 넘어가는 데 익숙해진 것 같다. 평소와 같이 일상적인 얘기를 하다 어째 더 빨리 도착한 것 같은 집에, 문을 열고 내리려는데 대리님이 내 팔을 잡더니 눈을 접어 웃으신다.
"아 맞다. 나 말 못 한 거 하나 있는데."
"네? 뭔데요?"
"우리 발표랑 바이어 미팅까지 하루에 다 하게 돼서, 시간이 좀 남을 것 같아요."
"...네? 그게 무슨..."
"원래 이튿 날 발표, 셋째 날 오전 미팅하고 바로 출국이었는데 미팅이 이튿 날 오후로 당겨져서. 놀 수 있을 것 같다구요. 어때요, 안 들었으면 후회할 뻔 했죠?"
"...세상에. 완전 좋아요. 헐, 저 진짜 완전 오랜만에 나가는 건데! 와, 와... 진짜 설렌다. 우리 그럼 막 놀아도 되는 거죠? 어떡해, 너무 신나요. 아, 어떡하지? 대리님, 저 설레서 잠 못 잘 것 같아요."
"그렇게 좋아요?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내 격한 반응에 그렇게 좋냐며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 대리님에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그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와, 하루가 빈다니! 입국이 아침 비행기라 못 노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시간이 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얼굴에 웃음꽃을 잔뜩 피운 채 어디에 가야할지 곰곰히 생각하는데, 대리님이 내 손목을 잡고있던 손을 조금 내려 따뜻하게 내 손을 맞잡는다.
"오늘 들어가서 얼른 쉬어요. 내일 오전 비행기니까. 데리러 올게요."
"...어,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 가볼게요."
손을 잡고 장난스레 살살 쓰다듬는 행동에 괜히 얼굴이 붉어져 눈만 빠르게 깜빡거리다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하여튼, 방심할만 하면 훅 들어오는 박 대리님 때문에 요즘 심장 떨어질 뻔 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다. 대리님의 차가 떠나는 걸 보고 집으로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캐리어를 꺼냈다. 프랑스 가는 것만 해도 좋은데, 게다가 여가시간이 있다니. 벌써부터 행복해 죽겠는 기분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은 채로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들어야 했다.
***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잠들었던 것 같다. 어젯밤, 기껏 잠을 자겠다고 누워놓고도 눈이 도저히 감기지 않아 발표 대본을 한 번 더 읽어보기도하고, 빠진 물건이 없나 체크도 해보았지만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 결국 새벽 다섯시까지 뜬눈으로 있다 느릿느릿 일어나 준비를 시작한 탓이었다.
그런데 아마 밤을 샌 사람은 나뿐이 아닌 것 같다.
몇 시간을 자다 눈을 떴을 때, 박 대리님 역시 내 어깨에 기대어 곤히 잠을 자고있었으니까. 자세가 어정쩡하게 고정된 채로 한참이 지난 후에야 눈을 뜬 대리님은 내 어깨에서 제가 자고있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나서는 얼마만에 앉아보는 비즈니스석인데, 서비스는 다 즐겨야하지 않겠냐며 함께 비행기 2층 바에도 올라갔다오고, 기내식도 먹으며 나름 즐겁게 보냈다.
사실 나도 불어를 할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잘 하는 편은 아니었고, 기본적인 회화밖에 할 수 없었기때문에 공항에 내린 뒤로는 박대리님 팔만 꼭 붙들고 다녔는데 그런 내 모습이 웃겼는지 대리님은 큭큭 웃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덕분에 호텔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내일 당장 발표가 있기 때문에 대충 방에서 짐을 풀고 내 방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가운을 입은 채 머리를 말리고있는데 울리는 벨소리에 놀라 수건을 든 채로 가서 문을 여니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보고있는 대리님이 있다.
"...어, 씻었어요?"
"아, 네. 안에 옷 입은 건데... 불편하시면 갈아입을까요?"
"아니에요, 괜찮아. 예뻐요."
"그럼 뭐... 들어오세요."
대리님의 말에 볼이 조금 붉어졌지만 그저 베시시 웃으니 대리님이 들어왔고, 거실에 있는 소파에 털썩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피곤해죽겠지만 그걸 티내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아 대본만 들고 달달 외우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불어가 아니라 영어발표라는 거. 물론 불어 발표였으면 여기 오지도 못했을 게 뻔하니까 뭐... 항상 완벽하게 준비를 해둬도 불안함은 없어지지 않는 편이라 종이만 한 손에 든 채 시선을 고정했다.
***
사내 로맨스는 아찔하다.
W.봄처녀
***
언제 잠에 들었는지 몰랐다. 알람시계 소리에 눈을 떠보니 벌써 아침 7시였고, 난 침대에 옮겨진 채 이불까지 꼭꼭 덮고 잠을 자고있었다. 아마 대본을 읽다 잠든 나를 대리님이 옮겨두신 것 같았다. 엄청 무거웠을텐데. 망했다.
한숨만 푹 내쉬다 부스스한 얼굴로 이불을 대충 정리해두고 비틀대며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와 준비해둔 옷을 입고 모든 준비를 마치니 8시 30분이었다. 시차적응은 뭐, 어제 잠을 하도많이 자서 그런지 그렇게 큰 영향은 없는 것 같았다.
대충 호텔에서 주는 아침을 대리님과 함께 먹고 발표회장으로 향했다. 이게 그냥 여행이었다면 완전 낭만적인 파리에서의 이튿 날이었겠지만, 오늘은 그 어떤 날도 아닌 그저 '기획 발표, 미팅이 있는 날' 이었다.
사실 이렇게 큰 발표를 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도 좀 됐다. 그래서 아침에 전정국한테 응원 문자 온 것도 대충 영혼없이 답장해버렸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입술만 잘근거리며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고있는데 대리님이 그걸 눈치챈 건지 큰 손으로 내 손에 깍지를 껴온다.
그 행동에 고개를 틀어 대리님을 올려다보자 웃으며 잡은 손에 힘을 준다.
"긴장하지마요. 여기 발표하러 온 것만 해도 우리 회사에서 ㅇㅇ씨가 발표 잘 한다는 거야."
"...그래도 이렇게 큰 곳에서 하는 건 처음인데, 실수라도 하면..."
"실수하면 내가 커버할게요. 그러려고 우리 계속 연습하고, 맞춰보고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긴장 풀어요. 응?"
나와 눈을 맞추며 하는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니 그제야 아빠미소를 지으며 내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쓸어주는 행동에 물고있던 입술을 풀어내고 몸에 힘을 뺐다. 어느 정도 마인드컨트롤이 될 때 쯤 택시가 크고 웅장하게 생긴 건물 앞에 멈춰섰고, 검은색으로 맞춰입은 치마가 구겨지지 않았는지 한 번 확인하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물론 그 순간까지도 괜찮다는 듯 손을 꽉 잡아주는 대리님이 있었기에 서로 마주보며 작게 웃어보이고 대본을 꼭 쥐었다.
***
"벌써 네 시네. 오늘 수고 많았어요, ㅇㅇ씨."
"와, 오늘은 시간 되게 빨리 간 것 같아요. 그래도 몇 주 준비한 만큼 잘 한 거 맞겠죠? 우리 또 민 팀장님한테 까이면..."
"그럼 그냥 회사 나오지 말죠. 나랑 파업해요, 파업."
발표는 생각보다 잘 마칠 수 있었다. 앞에 수많은 외국인들과 임원분들이 계셔서 긴장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준비한 걸 실수없이 보여줄 수 있었고, 현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오후 미팅은 말이 미팅이지, 실제로는 다같이 모여서 파티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물론 프랑스인이 1/3 이상이어서 이번에도 대리님 옆에 꼭 붙어있었지만.
미팅장을 빠져나오긴 했는데, 막상 발표에 정신이 팔려서 어딜 가야할지 미리 정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덕에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대리님을 바라보자 나와 똑같은 생각인건지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내려다본다.
"...근데 우리 어디가죠? 발표때문에 아무 생각을 못 했네."
"그러니까요. 음, 어... 대리님 어디 가고싶은 곳 있으세요?"
"글쎄, 난 다 괜찮은데. 아, 거기 한 번 가보고싶었다."
"어딘데요?"
"가보면 알아요. 여자친구 생기면 꼭 가보고싶었거든."
"...네?"
"가요, 얼른."
대리님의 입에서 나온 '여자친구' 라는 단어에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는데 내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내 손을 잡고 택시를 잡는다.
...어째 아까부터 손잡는 게 되게 익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도 손을 풀지 않는 나도 좀 이상한 것 같고.
***
"...와, 진짜 예쁘다. 파리에 이런 데가 있는지 몰랐어요."
"나도 잘 몰랐는데, 저번에 친구가 알려줘서. 괜찮죠?"
"네, 완전 예뻐요. 우리 빨리 타러 가요! 빨리, 네?"
"알았어요, 알았어. 넘어지니까 뛰지는 말구요."
아무래도 해가 다 질 때 쯤 관람차에 오른 탓인지 더 예쁜 노을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탄 관람차에 올라 정상과 가까워질수록 붉은 색깔을 내며 타는 노을을 가만히 보는데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대리님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기에 고개를 돌리자 뭔가 되게, 안절부절한 표정을 한 채 날 보고계신다.
...안 그래도 지금 분위기 조금 어색해지려는 거 애써 모른 척 하고있었는데, 이미 다 망한 것 같다.
"...그, 내가 사실 할 말이 있는데요."
"네, 뭔데요?"
"...아니에요. 아, 이거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말을 못 하겠어서. 이따 호텔 가서 내 방으로 올래요? 마지막 날인데, 와인 한 잔 해요."
"네, 뭐... 저는 상관 없어요. 좋아요."
"응, 근데 내가 아까 여자친구랑 오고싶댔잖아요, 왜 ㅇㅇ씨랑 온 건지 안 물어봐요? 난 물어볼 줄 알았는데."
"어... 모르는 척 하고있었는데, 물어볼까요?"
"...아니에요."
딱 봐도 뻔해서요, 지금 그 표정이 더 귀엽거든요. 뒷 말을 애써 입술을 물어 삼켰다.
왜 안 물어보냐니, 나도 조금 눈치를 챘으니까 일부러 물어보지 않은 건데. 먼저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려는 생각이었지만 이젠 어째 안절부절 못하는 대리님의 표정이 귀여워서 말을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또 굳이 얘기를 꺼내는 모습조차도 완전 귀여워버렸다(?).
그리고 그 때부터 쭉 뭔가 나한테 서운해보이는 얼굴로 내 옆에서 있던 대리님은 관람차에서 내리고 나서도 아랫입술을 삐죽 내민 채 호텔까지 걸어왔다. 멀리 보이는 야경 속 관람차도 예쁘게 보이는 데다, 춥지 않게 적당히 부는 바람까지도 기분좋게 느껴졌기에 엘리베이터에 올라서도 베시시 웃으며 대리님을 올려다봤다.
"...왜 그렇게 웃으면서 봐요."
"제가 뭘요? 그냥 기분이 좋아서..."
"치, 아니... 아니에요. 씻고 내 방으로 와요. 안 오면 진짜 나 제대로 삐질 겁니다."
"...이미 삐진 것 같은데."
"뭐요?"
"아니에요, 아무 것도. 얼른 갈게요."
대충 얼버무려 대답을 하고는 웃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솔직히 박 대리님의 마음을 눈치챈지는 꽤 됐다. 대리님은 전정국이나 민 팀장님처럼 틱틱대면서 다 챙겨주는, 흔히 말하는 '츤데레' 스타일도 아니었고, 그렇게 대놓고 티나게 나를 챙겨주고 아프면 약도 사다주고 하는데 어쩌면 모른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원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회사에서 친한 편이었고, 이번 프로젝트, 발표를 준비하며 나도 나름대로 내 마음을 열심히 티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박 대리님은 평소에 빠른 눈치를 다 어디다 두신건지, 이럴 때만 완전 쑥맥티를 내신다.
괜히 아까 봤던 그 멍하고 장난감 빼앗긴 아이마냥 속상함 가득한 얼굴이 떠올라 작게 미소를 지으며 샤워를 하고는 옷을 편하게 갈아입고 대리님의 방에 노크를 했다.
"ㅇㅇ씨예요?"
"네, 저 왔어요."
"들어와요, 딱 맞춰서 왔네."
뭔가 데자뷰같다. 어제는 내가 샤워를 마치고 가운을 두른 상태였는데, 오늘 밤은 완벽하게 반대로 대리님이 가운을 입은 채 머리를 털고 있다. 아마 미리 시켜두신 건지 탁자 위에는 와인과 프랑스식 안주...? (사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과자같이 생겼는데 왠지 엄청 비싸보이는 음식) 가 담겨있다.
그 앞으로 가서 자연스레 의자에 앉으니 내 앞으로 와서 앉은 대리님도 곧바로 내 와인잔에 술을 따라낸다.
"몇 주 동안 고생 많았어요. 이제 다 끝났다. 한국 가서 연말정산 마치고 나면 우리도 좀 쉬겠네요, 그쵸?"
"응, 우리 이제 완전 여유로워요. 으아, 저 솔직히 진짜 불어 못 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미팅 때랑 오늘 놀러 갈 때랑 다 대리님 덕에 구경도 잘 하고,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진짜."
"자, 짠 해요 짠. 내일 아침 일찍 공항 가야하니까, 오늘은 술만 마셔요. 저번에 늦잠자서 반차 쓰고 혼나는 거 보고... 내가 진짜 미안해 죽는 줄 알았는데. 괜히 알람을 그 시간에 맞췄나 싶기도 했고."
자연스레 짠, 하며 잔을 부딪힌 뒤 와인을 한 모금 삼키다, 이어지는 말에 사레가 걸려 급하게 잔을 내려놓고 켁켁대니 화들짝 놀라서는 손을 뻗어 냅킨으로 내 입가를 톡톡 두드려 닦아준다.
그 행동에, 평소같으면 얼굴이 새빨개져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고있었을테지만 아직도 와인을 들이킬 때 들었던 그 말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아 여전히 멍한 표정이 된 채로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고있었다. 한 5초정도가 지났을까. 내 눈 앞으로 손을 휘휘 저어보이는 대리님의 행동에 누군가 얼음, 땡! 하고 외친 것 마냥 눈을 크게 떴다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대리님, 지금 제가 생각하는 게,"
"응. 맞아요."
"......"
"허리 많이 아팠던 것 같아서 내가 얼마나 미안했는데... 다음 날 챙겨주지도 못하고, 미안해요."
"...와, 와아... 진짜..."
"...아니, 근데 그 날은 진짜... 네가 그렇게 얼굴 새빨개져서 단추 풀고, 막... 어? 유혹하는데."
"......"
"거기에 내가 안 넘어가면 그게 더 이상하지."
"...미친, 아, 성ㅇㅇ 진짜..."
확인사살 끝. 내 인생도 끝. 더 이상 이렇게 쪽팔려서 못 살 것 같다.
술은 한 잔 밖에 마시지 않았는데 이미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미치겠네,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볼 것 같은데. 누구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린 나와 눈을 마주치려고 애를 쓴다.
"...보지마요. 그냥 술만 마셔주면 안 될까요 대리님? 저 지금 진짜 창피해 죽을 것 같아요..."
"왜요, 내가 보고싶어서 보는 건데. 그것도 하지말래. 그리고, 왜 오빠라고 안 불러요? 저번에는 잘만 불러주더니."
"제가 언제 잘 불러줬어요! 몇 번 하지도 않았는데... 자꾸 보지 말라니까요, 저 진짜 아, 아 너무 창피해..."
"나도 양보 안 해요. 오빠라고 해주지도 않는데."
"...아, 미치겠네."
일부러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기라도 할 생각인지, 자꾸만 내 쪽으로 몸을 숙여오는 대리님 덕에 얼굴을 가린 두 손을 겨우 내리고 앞에 남은 술을 한 번에 들이켰다. 이건 뭐, 술이라도 취해있는 게 훨씬 나을 듯 하다. 와인은 원래 원샷하는 게 아니라지만, 지금 나한테는 그걸 신경 쓸 여유같은 게 없다. 어떻게든 이 오ㅃ, 아니. 대리님의 시선을 피하는 게 먼저니까. 안 그럼 진짜 붉어진 볼이 터져서 죽어버릴 것 같다.
손을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눈은 맞추지 않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내 두 손을 잡아 깍지를 낀다.
"아까 말 하는 거 보니까, 눈치 챈 것 같던데. 대답해줘요."
"...뭘요?"
"오늘은 되게 묘한 사이에 데이트했지만, 다음에 올 때는 진짜 내 여자친구 돼서 오기."
"......"
"자, 보기를 줄게요. 일번, 허락의 의미로 볼뽀뽀. 2번, 승낙의 의미로 입뽀뽀. 3번, 여자친구 된 기념으로 키스?"
"...보기 그게 끝이에요?"
"아니요. 4번, 나랑 신혼여행 여기로 다시 오겠다는 의미로, 저번 회식 날 밤 재연하ㄱ,"
"아, 알았어요. 그만."
"골랐어?"
원래 눈치가 엄청 빠르고, 날 놀리는 걸 즐기는 건 알고있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또 틈을 주면 금방 나를 부끄럽게 만들만한 이야기를 해올 게 뻔해 최대한 눈을 맞추지 않으려 노력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큭큭대고 웃으며 내 손을 잡아온다.
"알았어, 그럼 보기 하나 더 줄게요."
"...이상한 거면 안 해요."
"5번, 오늘 마지막 밤이니까 내 방에서 같이 자고가요. 재워줄게."
"...재워주는 거 맞죠? 내일 우리 아침비행기예요."
"알아요, 아침 비행기니까 얌전히 잠만 자자고. 다른 건 나중에 둘이 여행와서 해요."
"...박지민 변태."
"뭐, 변태?"
"에? 아뇨, 졸리다고. 가서 자요, 오빠."
그 말만 하고는 대리님 앞에 있던 와인잔까지 내가 비워내고 서둘러 침실로 들어가 내 방인 것 마냥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총총 걸어들어가는 내 뒤로 큭큭대는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모른 척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30초 쯤? 혼자 누워있었더니 방문이 열리고 대리님이 들어왔다. ...아 괜히 아까 오빠라고 불렀나. 쪽팔려 죽겠네.
이불 속에 파묻힌 채 눈만 빼꼼 내밀고있는데 내 옆자리로 자연스레 들어와 날 끌어당겨 안는 대리님을 올려다보니 내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이불을 잘 덮어주고 토닥인다.
"...그만 쳐다보고 얼른 자. 안 그럼 2,3,4번도 다 실천할거야."
어째 억울해야 할 사람은 나인 것 같지만 싫지 않은 기분에 그냥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
눈을 느리게 감고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니 귓가에 들리는 달달한 목소리가 나를 꿈나라로 초대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고.
"Bonne nuit, Mon amant. fais de beaux reve."
(잘 자, 내 애인. 좋은 꿈 꿔.)
****봄처녀의 사로아***
(Ctrl+F를 이용하시면 빠르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0124/0239/0309/0320/0404/0609/0806/0808/0894/090/0911/1013/1024/1122/1158/1230/1234/10월의 봄/3x8/414/4556778/520/5982/61/665/6817/6번탄소/74/777/7777777/7월7일/814/8800/99.3/92X/#세벽세시/#침쁘#/*******/♡심슨♡/♡율♡/♡틸다♡/♥여지♥/♥슈가형♥/가글/가나/가내수공업/가온/가위바위보/가을/간장밥/감동감/강여우/개나리/개쥬아/고고싱/고구마/고려대학교18학번/고룡/골드빈/골룸/곪망고/곰더리/곰씨/곰지/공주님93/광어회/굥기놀이/굥기윤기/굥기굥디/구구콘/구름/국대/귤/귀요미/근육토끼/금사과/긍응이/기디/김석진사랑해요/김태태/까르보나라/까만색/깜장콩/깡통/꼬북이/꽃길/꽃잎/꾜잉호잉/꾸기/꾸깃꾸깅/꾸꾸리/꾸꾸리/꾸물밍/꾸앙/꾸야아/꾸잉/꾸쮸뿌쮸/꾸호잉/꾹피치/꾼고구마/꿀떡맛탕/뀨기/뀨뀨/뀰/끼랑까랑/낑깡/나스/나의별/낙화유수/날개없는지민/낰낰/너는꽃나는벌/녹차/누삐/늘봄/니냐니뇨/ㄷㄱ/다래끼/다름/다소/다소다/다홍빛/닥터자르트/단미/달/달꾸/달롱이/달리기/달빛/댐므/덩율곰/델리만쥬/도레미미/도로/도리는 어디에/도손/독자52/돌고돌아서/동물농장/동휘/됴♡ㅏ/됼됼/두부두부/두뷔두뷔둡/두비두밥/둘리여친/둘셋/둥이/들꽃/디셈버/딘시/딩동/땅땅이/또또/또또치/또룩/또비또비/똥잠/뜌/띠리띠리/라면은너구리/라프/레드/레몬사탕/레몽자몽/레이첼/레인보우샤벳/레티/롱롱/루이비/룬/룰루랄라/리쥬/마쁘니/마카롱/말랑/망개떡볶이/망개떡짐니/망개똥/망개몸이/망고빙수/망무망무/망생호웅뷔/망토/매직레인/매직핸드/먹고쥭자/메기/메론/멜랑꼴리/명탐정코코/모끌/모찌/모찌섹시/모찌한찌민/모카/몽쉘/무리/뮤즈/므앙고/미니마니모/미스터/미자/민가마니/민들레들레/민설탕수육/민윤기♥/민윤기다리털/민천재/민탄전/민트자몽/민트초코/민트향/밍뿌/바나나똥/바나나칩/바너바너/바순희/바카0609/박붕붕/박여사/박지민다리털/박침침/박하사탕/밤비/방소/뱁새☆/버뚜/벚꽃이진☆/베네/베리베리퐁퐁/베칸트/별/보컬 몬스터/복숭아꽃/복숭아숭아/복슝/봄소/봉봉아달료라/부농이/부띠끄/부산의바다여/부엉이/붕붕이/뷔라일라일라/뷔밀병기/뷔뷔빅/뷔주얼/뷔타민V/비데/비타민/빠다뿡가리/빡찌/빨주노초파남보라/빵/뽀로로/뾰로롱♥/뿌까/뿌리염샥/뿌요뿌요/삐약규/삐요/사랑현/사로아/사연/사탕/산와모니22/산타/살구잼/새벽공기/새벽별/새싹/새우튀김/샤군/샤랄라/서나안서나/서유윤/서프라이즈파티/석진이쟈나/세계최고멋진/소뿡/소이빈/솔랑이/솜구/솜나무/쇼니/수까맛/수분선/수액맞는민윤기/순별/숭아/숭아숭아/슈가공기/슈가나라/슈가라뗴/슈멬이/슈퍼침침/슈프림/슙슙슈룹슙/스노우볼/스누피/스타일/스트롱붸리/스프라잍/시큐리티/신소키/썸타/쏨사탕/쓰프링/ㅇㅂㅇ/ㅇㅅㅇ/아꾹/아디다스/아띠아띠/아리랑/아이/아침7시/안녕엔젤/안락/알빱/알콩달콩/암무씨/암호닉을뭘로신청할까나리~/야미/야쓰야쓰/양양/여름겨울/여름밤/여름처녀/여연/연고/연이/열매달이레/열원소/열하나/영샤/예쁜이/예찬/오드리에/오레오/오빠미낭낭/오아시스/오전정국/오츠카레/오하요곰방와/오허니/오호라/올레/올옵/와와/와조스키/왕바람개비/요2/요거트/요거트맛젤리/요랑이/요정국/우두부/우리사이고멘니사이/우와탄/웃음망개짐니/웅떡웅떡/워류/원형/유메/유무민/유바바/유은/유자차/유자청/유자쿠마/윤기와윤리/윤기의 봄/윤기의모찌함/윤기자몽/윤듀/윤부/윤부기인/윤치명/율예/융기가흉기를/융기야/융기얌/으아이/은봄/이상해씨/인생꾹팅/입술사이/자라/자몽더쿠/자몽선키스트/자몽에이드/자몽자몽몽/자몽톡톡/자몽쿠키/잠만보/잭팟/쟈가워/전아장/정국아/정국아! 새우깡!/정국찡/정꾸야/제티♥/조남자/조붱/종구부인/주지스님/쥬르주스/쥬씨망고/쥰/즁이/즌증구기/지니/지원/진진/짐절부절/짐쮸/짐침침/짜몽이/짜요/쩐느/쩐쩡꾹/쪼꼬망개/쫑냥/쭈꾸미/찌미나/찌밍찌민/찐홉쓰/참기름/창가의토토/책가방/천년의 사랑/천상계/천재민윤기/천하태태평/청록/청보리청/청포도/체리방울/체리에이드/체리쥬빌레/총총총/추억/침침럽/침침럽뷰/침침보고눈이침침/침침이융기/침침이의하루/카모마일/캉탄/커몬요/커피좋아하는토끼/컨디션/컨태/코주부원숭이/코코몽/콩콩/쿠마몬/쿡/큐울/큐큐/크림새우깡/크왕/텅스텐/태남매/태태요정/태태쟁이/태태현/탱수니/탱탱/테형이/토깽이/토끼풀/트리/특별한너/팅커벨/파송송/파티/팬케이크/포스틱/포카리/포포/퐁퐁/푸늘/푸우/플럼/플레인요거트/피터/하늘/하늘아래/하울/한빛/할라/핫탱/해늘/해리포터/해큐/햇/허쉬초콜릿/헤융/헬헬/호구오즈/호두마루/호박고구마/호비/호비붕붕카/호비홉/호빗/홀수짝뚜/홉스/화양연화/회전초밥/효우/흑슙흑슙/흥흥/흩어지게해/흰색/Blossom/Chim, in it!/eeggg/JWY/Kuky/milky/MSG/pp_qq/R.MIN/Rosebud
***
안녕하세요, 봄처녀입니다.
일주일만이네요! 오늘은 지민이 8ㅅ8
엘리시아도 곧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새작으로도...? ㅎㅎ
아 그리고 암호닉에 관련해서 누락되셨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모두 이 곳이 아닌 [암호닉 확인] 글에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없다고 말씀하시기 전에 기간내에 신청하셨는지, 양식을 지키셨는지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
이제 사로아의 번외도 끝났으니, 정말 메일링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정국이 편과 함께, 저와 함께 달려와주신 암호닉 여러분들을 위한 선물 예쁘게 준비해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