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끝나고 박지민의 움직임이 멎을 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팔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소름이 돋아 급하게 박지민의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보니 음악은 정확히 3분 17초짜리였다. 지난 3년을 박지민이 어떻게 보내왔는지가 너무나도 잘 보이는데, 겨우 3분 17초라는 이 짧은 시간 안에 다 표현해냈다는 것이 놀랍고 또 놀라웠다.
무용이란 걸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지민이의 것은 다른 이들의 그 무엇과는 달랐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오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방이 천적들뿐인 위험한 곳에서 두려움과 절망 속에 태어난 작은 알은 비록 이곳에서 가장 약한 존재이나, 온갖 풍파를 이겨내며 애벌레가 되어 제 몸을 키우는 방법을 배운다. 다른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괜찮다. 애벌레는 그 시련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번데기가 되니까. 스스로 제 몸을 감싼 채 기나긴 나날들을 하루하루 보내며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번데기는 마침내 나비가 되어 이 작고 어두운 곳에서 드넓은 하늘로 비상(飛上) 한다. 팔랑팔랑, 자알 날아간다.
박지민(朴智旻), 지혜가 하늘에 닿기를.
참으로 딱 알맞은 이름이 아닌가요? 보세요, 저기 나비 한 마리가 저 하늘 끝에 닿으려 하고 있잖아요.
지민아. 넌,
이 기나긴 시련을 어떻게 버텨온 거니?
" 박지민. "
" 왜? "
" 나 지금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거든, 아무 생각이 안 나. "
" ...... "
" 괜찮아. 너 머리 복잡하게 만들려고 보여준 거 아니니까, 그냥 편하게 생각해. 저기 화장실 있는데 나는 발에 흙 묻은 거 좀 씻고 올게. "
아까 가지런히 벗어놓은 양말과 신발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직 어린아이인데. 왜 너는, 그리고 나는 험한 가시밭길을 걸어와야 했을까. 설령 남은 시간 꽃길만 계속된다 하더라도 여린 맨발에 이미 깊숙하니 박혀버린 가시를 빼낼 방도는 없을 테지. 그래도 우리는 계속 걸어갈 거다.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니까. 남겨진 자들의 비명과 신음소리 가득한 나락일지, 아닐지. 아니었으면 좋겠다.
" 성이름, 또 멍 때리고 있지. "
아, 긴장 풀리니까 몸이 나른해졌어. 좀 누워야지 안되겠다. 성이름 무릎 좀 빌려줘. 씩 웃으며 내 무르팍에 누워버리는 지민이가 전혀 밉지 않았다. 내게 네 모든 것을 보여준 것에 대한 보답은 이걸로 대신할 수밖에 없겠구나. 복슬복슬 강아지마냥 귀여운 박지민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어주었다. 그걸 또 좋다고 웃어주는 네가, 나는 마냥 좋은 것 같다.
지민아. 내가 널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떡하지?
" 있잖아, 내가 이 춤을 너한테 왜 보여준지 알아? "
" ...아니. "
" 내가 너 생각하면서 만들었어. 그냥, 나중에라도 혹시 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이 춤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 "
" 언제 다시 만날 줄 알고 그랬어? "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나도 모르게 삐딱하게 나오는 말이 참으로 밉다.
요놈의 입, 입이 방정이야.
"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
" 박지민. "
" 정 안되면 죽은 후 천국에서라도 너에게 꼭 보여줄 생각이었어. 주인공한테 돌려주는 건데 시기가 중요해? 지금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
이렇게 아래에서 올려다보니까 성이름 못생겼네. 나 참, 내가 이런 애가 뭐 예쁘다고 피 땀 눈물 흘려가며 멋진 작품 만들어줬나 몰라.
근데, 있잖아.
사실 구라야. 너 진짜 예뻐.
낯 뜨거운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지민이는 이내 기지개를 펴더니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다 할 말이 있는지 입을 들썩이다 헛기침을 몇 번 하였다.
다음은, 그 두 눈에 나를 오롯이 담기 시작했다.
" 이삐야. "
아, 지민아.
" 이삐. "
나 사실 지금까진 실감이 안 났었어.
이렇게 너를 보고 있다가도, 갑자기 네가 사라져버릴까 봐 무서웠어.
아니구나. 비로소 온전히 안심할 수 있겠구나.
" 얼굴 만져봐도.. 되나? "
" 응. "
어릴 적 네가 불러주던 '이삐' 한마디가 얼마나 듣고 싶었는지 몰라.
이제야 다시 들어보네.
" 이삐야. "
" 응. "
"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 우리, 사귈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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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갑니다. 며칠 글을 올리지 못 할 것 같네요 ㅜㅡㅜ 죄송해요. 자 드디어 커플이 되는 걸까요?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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