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호의 의식의 흐름 #4]
이홍빈. 그 녀석과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 나는 녀석의 조언 그대로 떡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슨 떡을 사야하지.
찬찬히 눈으로 떡들을 빤히 보다가 나는 111호와 비슷한 새하얀 백설기를 집었다,
다른 화려한 색감의 떡들보다는 그 남자에게는 하얀 백설기가 훨씬 어울려 보였다.
구석의 떡집에서 빌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나는 그 남자가 나의 444호 벨을 누르는 어색한 광경이 싫어 일회용 접시를 하나 샀고 오늘의 내가 기특해 좋아하는 과자도 몇 봉 샀다. 나의 보금자리로 가는 길은 가로등이 몇 개 켜진 한적한 곳이었고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나는 괜히 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늘 이홍빈의 이상한 말 몇마디를 제외하고는 하루의 마무리가 제법 마음에 드는 날이었다.
나는 평소와 같이 아침에 남자가수의 캔디송을 들으며 강제적인 기상을 하는 중이었다.
힘겹게 일어나자마자 111호 그 남자에게 줄 일회용 접시위의 백설기가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뭘봐. 111호 전리물 백설기.”
백설기에게 시비를 걸어서일까. 나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백설기를 어떻게 줄 것인가. 111호의 초인종을 누를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남자가 나올때를 노릴 것인가.’
나는 이 쓸데없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며 백설기와 눈싸움을 하기도 잠시 밖에 나갈 모든 준비는 다 끝나있었다. 백설기에 대한 생각은 까맣게 잊은 채 우리집 444호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긴 복도를 긴 다리로 휘적거리듯 내 앞을 지나가는 111호 남자를 봤다.
내 평생 가장 빠른 반응속도로 나는 그에게 외쳤다.
“111호 주민님. 잠시만!”
내 목소리에 남자는 놀란 듯 움찔거렸고 그 순간을 포착한 나는 그 남자에게 선전포고하듯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요. 가면 대머리”
나는 남자가 당황한 순간을 틈타 집안에서 백설기를 들고 나왔고 그 남자의 손에 쥐어 주었다.
남자는 칠흑같은 머리를 슥 넘기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물어왔다.
‘이게 뭐냐. 병신아’
위의 말은 남자가 직접한 말은 아니었지만 내 자의적 해석으로는 그 남자의 눈빛은 그랬다.
“아, 이사온지 좀 되었지만. 인사. 그리고 우리 이웃인데 인사는 정력적으로 합시다. 까딱거리는 걸로 지나치기에는 나름 이웃이지 않습니까?”
어릴 때 웅변대회에 나갔을 때 배운 실력으로 나는 남자 앞에서 호소력 있게 말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두 손으로 백설기를 꼭 쥐고 있을 뿐이었다.
“통성명이라도 합시다. 전 구보하에요”
남자는 내 이름을 듣고는 그저 끄덕거릴 뿐이었다.
“111호 주민님 이름 말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나는 대답없는 남자의 말에 빠르게 끝맺음을 하듯 말했다. 난 나름의 행동을 다 했다고 생각했고 그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열쇠로 문을 잠그었다. 속으로는 차라리 이홍빈한테 자세한 대사까지 물어볼 걸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고 뒤에서 어떠한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아 뒤를 돌았다.
뜻 밖의 상황으로 111호 그남자는 그 자리를 백설기와 함께 지키고 있었다. 그는 조용한 3음절을 내뱉고는 백설기와 함께 다시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래. 아직까지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는 그가 말한 3음절은
“.....정택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