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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고나니 느껴지는 허전함에 경이 멈칫했다. 지호의 동작도 경을 따라 그대로 멈추었다.
혼란스러운 표정의 경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어..ㅇ..뭐지..이상해.."
"그래요? 괜찮아. 아파서 그런건가봐요. 조금 더 잘래요?"
지호를 바라보던 경이 대답없이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한참동안 옆에 앉아 불을 끄고 잠들 때 까지 조잘조잘 말을 걸어주는 편안함에 다시금 잠에 빠져들었다.
비를 맞아서일까, 경이 잠들고 나서 한동안 열이 끓어올랐다. 자는동안 본인도 모르는 채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안쓰러웠다.
침대위에서 딱딱히 막대기마냥 누워있던 경이 조심스레 눈꺼풀을 밀어올렸다. 오래 감고 있어 뻑뻑하고 흐릿한 시야로 들어오는 사람이 손을 내밀어 얼굴에 흐르는 것을
닦는다. 그 손을 쥐어오자 다른 손을 뻗어 머리칼을 쓸어넘겨준다.
"울지 마요. 잠깐만 기다려줄래요?"
뒤돌아 어디론가 가려는 지호를 꼭 잡고 놔주지 않는다. 내내 꿈속에서 맛본 차가움은 간절하게 온기를 원하고 있었다.
잡힌 손을 살짝 힘을 주어 끌어당기자 딸려와주는 남자를 끌어안고 조심스레 부볐다.
순간 호흡을 멈춘 남자를 모른 척 했다.
"죽 가질러 가는거에요"
"..."
"응? 착하지"
그 자리에서 살짝 굳은 남자가 팔을 떼곤 눈을 맞추며 웃어왔다.
"잠시면 되요.조금만."
팔을 내리자 어느 새 달칵- 문이 닫힌다. 며칠 전과 다를 바 없이 병실은 삭막했다. 다른 거라곤 창문 사이에 비쳐 들어오는 빛뿐이었다.
하늘이 구름하나 없이 파랬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잠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기분좋게 손을 타고 따라왔다.
시선을 느끼곤 뒤를 도니 언제 갔다 온 건지 남자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공연히 부끄러움에 삐쭉 비틀린 표정을 지었다.
"이리 와요."
대답을 하지 않는 경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뭐 잊은거 없어요?"
"..이름이, 뭐에요?"
"하도 안물어보길래 알고 있는줄 알았어요. 우지호. 그쪽이랑, 동갑이에요."
"내가 몇살인건 어떻게 알아요?"
"건너건너 알고 있었어요. 어느정도는..?"
대뜸 동갑이라며 뱉는 지호의 말에 갑자기 경계하는 눈초리를 띄었다 급히 감춘다. 싸해지는 공기에 지호가 화제를 전환하고자 입을 열었다.
"죽, 식기 전에 먹어요. 또 귀찮다고 그러지 말구요.먹여줄까요?"
"내가 먹을거에요."
조심조심 죽 한그릇을 비워가고 지호가 경이 있는 침대 위에 조심히 앉았다.
내일쯤이면 그냥 퇴원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럼 가야죠. 쓸데없이 병원비 버릴수는 없으니까. 단호하시네요.
쿡쿡 웃는 웃음이 장난기를 가득담았다. 의아해진 표정의 경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잉? 애 으서여?"
"죽을 볼가득 무는게 귀여워서요. 놀리는거 아니에요."
한참을 웃으며 대화하던 남자가 금세 하루가 흘러가는 하늘을 보더니 내일 퇴원 할 때 도와주겠다며 말하고는 병실을 나섰다.
오늘은 잘때까지 못 있어줘서 미안해요. 잘자요
지호가 문을 나선 후에야 조심스레 손을 올렸던 경이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급히 손을 내렸다.
오늘 밤은, 혼자서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공연히 들뜬 마음에 이불끝을 끌어올려 잡은 경이 눈을 꼭 감았다.
정말 퇴원수속때 도와줄 것이없는데도 지호가 와선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잠깐 들어왔다 가라는 경의 말을 덥썩 받아물곤 들어왔다.
못말리는 능글맞음에 경이 설핏 웃었다.
"원룸이네요?"
"네. 뭐.. 혼자사는데 큰 집은 필요 없으니까요."
침대 가까이에 있는 액자를 집어들곤 신기하단 듯 사진한번 얼굴한번 번갈아 쳐다보는 지호에 액자를 뺏다시피 손에 쥐곤 눈이 가늘어졌다.
뭐에요 진짜, 왜요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이거랑 비교했잖아요..
목소리가 갑자기 기어들어가는 경을 보곤 또다시 웃는 지호다.
이사람, 웃음이 원래 많은건가?
"나 커피도 안주고 그냥 내 쫓을 거에요?"
"뭐 먹을건데요"
"막 모카라떼? 이런건 없죠? 요새 스틱으로 파는거"
"보기보다 까다로우시네요. 있어요. 그거. 근데 생긴건 아메리카노만 마시게 생겼는데."
모카라떼를 들고 조용히 방을 둘러보던 지호가 경을 바라봤다.
"근데, 무슨일하세요?"
"작가지망생이에요. 지금은, 이렇게 아르바이트로 살지만."
알바 장소, 멀어요? 글쎄요. 멀다기엔 그닥멀지 않고, 가깝다기엔 또 가깝진 않으니까 어정쩡하죠. 이런건, 왜 물어요?
"만난지 얼마 안되서 이런제안 하긴 뭐하지만, 나 집 넓은데, 들어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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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각글이 연재가 되버렸네요. 분량이 조금 짧죠?
사정이 생겨서, 필명을 바꿔서 오게 됬네요. 신알신 하신 분들 죄송합니다. 근데..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강친님, 미노님,코너킥님,마가레뜨님,뀰님,말랑님 그리고 저번편에 덧글 달아주신분들 감사해요.
상황이 우울했떤! 상태에서 글을 쓰다 보니 제가더 우울해지네요. 독자분들은, 그래도 글 읽으면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 흐흐 지금은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