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망고8ㅅ8
베란다에 진열되어 있는 화분의 꽃향기를 맡아보기도 하고 푹신푹신한 쇼파에 앉아보기도 했다. 주인 없는 집에 혼자 있는 게 이렇게 따분하고 지루한 일이었다니, 하며 거실 중앙에 위치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과연 전정국이 이 넓은 집 안 전체를 돌아다녀 본 적이 있긴 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 의문을 가진 지도 벌써 4년째. 그 말은 즉, 전정국과 내가 알고 지낸지 4년이나 됐다는 이야기다. 전정국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다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고, 그의 흑역사 또한 나의 N드라이브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혹시 내가 약점을 잡히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이 N드라이브는 절대 지워져선 안된다.
전정국의 평생 잊지 못할 흑역사를 떠올리면서 헛웃음을 치고 있었을 즈음,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현관 문이 열렸다. 신발을 벗으며 천천히 들어오는 전정국을 빤히 쳐다보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까 급하게 가버린 전정국 때문에 할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지만 피곤하니까 제발 말 걸지 마-, 라고 써져 있는 듯한 그의 표정에 하고 싶은 말을 꾸욱 삼켰다.
" 전정국- "
거실에 멀뚱이 서있는 내가 보이지도 않는건지 제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려 하는 그였다. 나의 작지 않은 외침에 방 문 손잡이로 손을 뻗던 그의 행동이 마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뚝, 하고 멈췄다. 막상 전정국의 시선이 내게 향하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말들이 뒤엉켜서 사고회로가 끊기는 것 같았다.
" ...아, 그, 이모, 여행가신거 알고 있었어? "
" 어. "
간결하고 간결하면서도 너무 간결한 대답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멍청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자, 일시정지였던 그의 행동이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쾅, 하고 굳게 닫혀버린 전정국의 방 문을 한참 쳐다봤다.
이모의 여행 여부에 대해 물어본 이유는, 포스트잇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나의 작은 소망 때문이었다.
이 넓은 집에 나와 전정국만 두고 여행을 가버린 이모가 야속했지만 나를 본 체 만 체하는 전정국의 몰상식한 태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침대 옆 옷장에 걸려있는, 빳빳히 다려진 교복이 눈에 들어왔다.
" 일단 교복은 오케이. "
노랗게 내 이름이 새겨진 교복 마이와 그 옆의 여자 옷들을 보니, 이모의 얼굴이 아른아른거렸다. 밉긴 미운데, 이렇게 예쁜 옷들을 사 놓으면 내 마음이 흔들리잖아요 이모.
엄마 친구 아들 전정국 X 엄마 친구 딸 너탄
부제: (내가 아는 전정국과 내가 모르는 전정국)
....야, 하아, 진짜, 무슨 잠이 이렇게 많아, 미치겠네.
얼굴에 정통으로 내리 쬐는 햇빛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하얗다 못해 투명할 정도인 천장이 아-, 여기 전정국네 집이었지.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 눈 뜬 거 맞지. 전학 첫 날 부터 지각할래, 아님 빨리 일어날래. "
" ......졸려. "
옷 장을 가득 채운 옷들을 구경하느라 새벽 2시에 잠이 들었으니 당연히 잠이 오지 않을 수가 없다.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켜 느릿느릿 눈을 비비는 내 행동에 죽어나는 건 정국이었다. 이제 일어나는가 싶었지만 다시 침대에 누워버리는 날 보며 머리를 쓸어넘기던 정국은 결국 방에서 나가버린다.
*
" 전학 첫 날 부터 지각은 처음이라서 좀 당황스럽긴 한데, 사정이 있던 거 같으니까 오늘은 넘어가줄게. "
나긋나긋한 남준쌤의 목소리가 자장가로 들리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에 취해 등교 시간이 되었던 것도 몰랐던 나는, 내가 옷을 입는 건지 옷이 나를 입는 건지 모를 정도로 허둥지둥 교복을 입고 집에서 나왔다.
어렴풋이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한데-, 꿈이었는지 진짜였는지 잘 구별이 가지 않아 답답할 노릇이다.
" 다음부터 늦으면 안되는 거 알지? "
네에-. 짧게 대답을 하고 남준쌤의 뒤만 졸졸 따랐다. 낯선 학교에 낯선 선생님, 이제는 낯선 친구들을 만날 차례였다. 심장이 쿵쿵거리는 게 학교까지 뛰어와서 그런 건지, 새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 때문인 건지 잘 모르겠다.
2학년 7반.
복도 끝, 그늘이 져서 팻말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남준쌤한테 내가 반년 동안 지내야 할 반이 몇 반인지 듣고 온 후였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복도까지 들려왔고, 머쓱해하던 남준쌤은 교실 앞 문을 당차게 열었다. 나의 등장으로 다소 산만했던 분위기는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차즘 가라앉기 시작했다.
" 자자, 다들 집중. "
" 네- "
"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어. 1학기 말에 전학와서 아쉽긴 하지만 친하게들 지내라. "
" 에이, 선생님! 전학생 소개 안해요? "
" ....어, 그래. 해야지 소개. "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남자아이가 역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 소개를 보챘다.
" .....김여주, 내이름이야 "
" 설마 끝? "
" 쓰읍. 김태형 그만 자리에 앉아, 여주도 빈자리 가서 앉고. "
새로운 학교에 설렘이 가득했지만 전정국과 같은 반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니까 마음속 어딘가에서 실망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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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가 이상해요 마무리가.....9ㅅ9
빨리 글 올리고 싶었는데 집이 아니라서 집에 오자마자 끄적여서 올려봅니당ㅠㅠ
아! 그리고 생각보다 댓글을 많이 달아주셔서TT 이번화도 포인트는 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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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친딸들 ♥ |
0309 김후군 늬집엔정국이없지 노츄컴트루아개춰뿰링컴트루 땅위 라봉 몽글 베네핏 쁘니야 아듀 옐몽글 잼잼 정꾸꾸까까 찌몬 키친타올 한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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