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먹자 김밍구 01
W.봉틴
킁킁..
라면냄새
아맞다 아까 김민규 왔었지 ,
민규의 해맑은 인사에 괜히 신경질적으로 다시 이불을 뒤집어 썼던 나다.
" 먹는걸로 알아들을게 "
하며 내방을 나가는 너를 보니 아까 낸 신경질에 괜스레 미안해졌다.
부엌에서 가스 불켜는소리가 들리고
라면봉지 뜯는 소리가 들린후 몇분뒤,
맛있는 냄새가 솔솔 방문으로 들어왔다.
냄새를따라 무거운 몸을 이끌고 퉁퉁 부은눈을 비비며 방문을 나섰다
"일어났어 ? 와 타이밍봐 딱 다끓였다 먹자 "
부엌엔 뭐 언제나 그랫듯 김민규가 서있었다.
배고픔도 잊고 얼마나 잤는지 ..
앞접시와 수저까지 예쁘게 세팅해놓은 식탁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 잘먹겠습니다"
습관이 되어 김민규에게 유일하게 쓰는 존댓말이다.
"야 근데 너 눈봐.. 떠지냐 ? 보여 ? 소세진데 그냥 ? 아 나 소세지 먹고싶다, 떼먹을까 요거 꽁짜야 ?"
퉁퉁부은 내눈을 보며 놀려대는 김민규덕에 오랜만에 피식 웃었다.
내웃음이 좋은지 더 재잘거리며 온갖 개그를 해대는데
참 이런날엔 너무 고마웠다, 민규가 있어서
*
그렇게 한창 추억에 젖어있다가
툭 하고
어깨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야 뭐해 학교 안갈꺼야 ? 아침부터 멍 심하게 때리네 ?"
여전히 나 챙겨주는건 정말 김민규 밖에 없구나
"어 ? 어 .. 가야지 내리자"
버스에 내려 조금 같이 걷다 아까 버스안에서 했던 생각에 문득
"야 김민규 오늘 자습째고 나랑 우리집가"
"뭐래 이게 .. 고삼되더니 이제 현실도피 이런거야 ? 외면 ?"
"나 라면먹구싶어 니가 끓여준거 ! 나중에 연락해 진짜 자습안째기만 해봐 .. "
"어 .. 야 잠깐만 갑ㅈ..."
민규의 어벙벙한 표정을 뒤로한채 각자의 학교를 향했다 .
민규 시점
오늘따라 칠봉이 표정이 춥다.
표정만큼이나 쌀쌀한 날씨에 두툼하게 껴입고 뒤뚱거리는 니가 너무 귀엽다.
니가 왜 84번 버스를 매일 놓치는지,
오늘 창문을 바라보며 무슨생각에 그리 깊이 젖었는지 다 짐작이 간다.
너는 모르겟지
그냥 눈치없는 새끼로만 보이겟지 너에게 난 항상 ,
그래도 니가 좋아서
혹시나 이렇게 가까운 우리 사이가 조금이라도 뒤틀릴까봐 ,
매번 모르는척을 하는 내속은 니가 상상조차 할수없을 만큼 엉망이다.
이런속을 알리없는 너는 내게 아무렇지 않게 마치고 집에 오란다.
정말 내가 남자로 보이지는 않나보다.
*
내게 칠봉이가 여자로 보였던건 이년전 그날 아침 ,
칠봉이가 원우형을 볼생각에 설레이던 그날 아침
그날 아침도 항상 그러하듯
나는 너네 집 엘리베이터 앞에서 널 기다렸고
문이 열리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설레였다.
그날 처음으로 니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 후론 콩깍지가 씌었는지 항상 예뻣고 물론 지금까지도,
그렇게 예뻣던 그날 아침 너와 같은 학교에 갈수없다는 사실빼곤 모두 행복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 그 짧은길에
오직 너밖에 보이지 않았다 .
버스에 올라탄 넌 내가아닌 다른사람을 바라보며 설레했다.
그제서야
아 내가 진짜 바보같은짓을 했구나 ,
아직까지도 인생에 최대의 후회가 뭐냐 묻는다면 ,
원우형을 칠봉이에게 소개시켜준것
소개라는 표현도 우습지만 그냥 둘 사이를 가까워지게 한것,
일년동안 원우형을 보며 행복해하던 널 항상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마음 한켠이 너무 쓰라렸지만
그저 니가 웃으니 좋았다. 바보같이
그다음해 원우형의 연애소식을 듣고 세상을 잃은듯 살아가던 널 항상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지난해 보다 더 쓰라리고 아팠다
니가 슬퍼하는 모습에, 바보같이
그다음해, 이제 좀 덤덤해진것같아 아무렇지도 않게 84번 버스를 보며
안타냐고 물었던 오늘 아침
넌 여전히 그사람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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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의식의 흐름이라 쿸 똥글입니당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보고 지울래요 T.T ..
읽어주시는분 있다면 정말 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