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호찡] [낑깡] [8월의 겨울] [봄꽃] [열시십분] [여름밤] [호시 부인] [디케이] [쑤하진] [아니아니] [슝] 캔버스와 물감 [물감 열 방울] 결국 우리는 그날 급식실을 가지 못 했다. 내 말에 부승관이 웃음 지음과 동시에 권순영이 들어왔었고, 나는 '미안, 너무 늦었지?' 라며 머쓱하게 웃음을 지은 체 말하던 권순영과 눈이 마주쳤다. "왜 울어" 그리고 권순영은 내 앞에 무릎을 굽힌 체 앉아있었다. 아까 전과는 다른 굳은 얼굴로 나와 눈을 맞추는 권순영의 행동에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누가 울렸어?" 침착하고 가라앉은 목소리와 다르게 얼굴을 감싸오는 손길이 다정했다. 아까 전 일로 달아올랐던 볼 위로 차가운 손이 내려앉았다. 엄지손가락이 눈가를 살살, 쓸어내렸다. '붉어졌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는 권순영의 말에 왠지 모르게 메마른 입술을 윗니로 꾹, 눌러내렸다. "부승관이 그랬어" 차가운 손에 식혀진 볼이 다시금 달아오를 것만 같을 때쯤 이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승관이 그랬어', 그런 이지훈의 말에 눈가를 쓸어내리던 손길이 멈추어 눈 밑을 약하게 누르고 떨어져 내렸다. '뭐라고?' 이지훈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되묻는 권순영과 함께 시선을 돌리자 어이없다는 듯 웃어 보이는 이지훈과 놀란 듯 눈이 커다래진 체 이지훈을 바라보는 부승관의 모습이 보였다. "표정 풀어, 안 좋은 쪽으로 울린 거 아니야"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이지훈의 모습에 나 역시 급히 입을 열었다. '맞아, 그런 거 아니야' 나의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려오는 권순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니야?" "응, 그런 거 아니야" 자신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나를 보고는 한 손으로 자신의 눈 위를 덮어 잠시 눌러내리더니 이내 손을 떼어내고는 옅게 웃어 보였다. "그럼 다행이다" 이후 아까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이지훈과 그런 이지훈의 말에 크게 동의하는 부승관의 모습에 나는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 '늘, 항상, 걱정했어. 내가 너한테 너무 과하게 대했을까, 혹여 무심결에 실수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네가 날 싫어하지 않을까' '친구라고, 여기지 않을 줄 알았어' 아까 전 잔뜩 젖은 목소리로 띄엄띄엄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던 승관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만 불안해한 게 아니었다. 자신만 친구로 여긴 것이 아니었다. 승관 역시 자신과 같았다. 그 사실 하나로 속 안에 가득 차 있던 불안감은 따뜻한 태양 아래 눈이 녹 듯 사라졌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온전한 친구였다. "부승관 눈 부었어" '완전 못생겼다' 세 사람의 소란 틈으로 끼어든 내 목소리에 나에게로 시선이 꽂혀오자 나는 그저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웃어 보였다. "야 너도 지금 눈 주변 빨갛거든! 너도 못생겼어!" "부승관 너 솔직히 찔려서 그렇게 소리치는 거지?" 나의 말에 부승관을 제외한 2명에게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자 부승관은 부루퉁, 입술을 내밀더니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그런 부승관의 모습에 이지훈이 부승관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장난스러운 말을 던지자 이내 부승관은 '아 몰라, 오늘은 어차피 급식 별로였어! 매점 갈래!' 라며 새침하게 말을 남기고는 교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런 부승관의 행동에 이지훈 역시 '오늘 급식 먹기는 틀렸어' 라며 부승관의 뒤를 쫓아갔다. "우리도 가자" "아, 응 얼른 따라가자" "세봄아" 그런 둘의 모습에 가자며 말하는 권순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걸음을 옮기려 하자 행동을 멈추게 하듯 다시금 권순영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불안해 하지마, 모두 다, 분명히 네 친구야" "그리고 안 못생겼어, 예뻐" '불안해 하지 마' 그 한마디에 아무 말없이 권순영을 바라보자 이내 권순영은 살포시 자신의 눈을 접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예뻐', 아까 부승관이 장난으로 못생겼다며 말하던 것에 대한 말인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참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권순영은. 참, 다정한 사람 그리고 그날 부승관이 그랬다는 말에 잔뜩 굳어진 무서운 표정을 하고 이지훈을 바라봐, 부승관이 그렇게 열심히 이지훈의 설명에 동조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였다. - 이제 좀 간질간질 두근두근해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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