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먹자 김밍구 03
W.봉틴
남자로 안보이냐고 ?
저번에 민규가 한말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
그땐 당황해서 장난으로 받아쳤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민규가 남자로 느껴졌던적 ..?
그냥 요즘들어 키가 부쩍 큰거 ? 체격이 커진거 ?
너무 오래봐왔기 때문에, 한번도 이런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던중 에이 이런생각 해봤자 뭐하겠어, 하며 그냥 생각을 접었다.
*
그생각도 잊혀질 즈음 ,
평소처럼 밤늦게까지 독서실에 있던 날이었다.
원래 그래도 열두시쯤이면 집으로 가는데 , 아직 할게 많이 남아 새벽한시 조금 넘어 독서실을 나섰다.
평소처럼 이어폰을 귀에꼽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일층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리고,
독서실 엘리베이터문이 열리자마자
문앞엔 왠 민규가 지친표정으로 쪼그려 앉아있었다.
문이 열리고 나오는 내모습에 마치 주인을 반겨주는 애완견 마냥 벌떡 일어서서 씨익 웃었다.
"뭐야 왜이렇게 늦게와 ~"
"그러는 넌 뭔데 왜 여깃냐 .. 안추워 ? 여기서 뭐해.."
"너 기다렸지, 걱정되서 "
생각지도 못했다. 뭐 걱정된다는 말을 저렇게 태연하게도 하는지,
가끔씩 늦은날엔 데리러 오거나 한 적은 있지만
혼자 이렇게 아무 연락도 없이 무작정 걱정되서 기다렸다니 ..
"아니 그럼 연락을 하지 뭐이렇게 무작정 기다려 .. 나 독서실 아니었음 어쩌려고"
"독서실 아닐리가 있냐, 내가 너 독서실 들어가는건 봤는데 나오는건 못봤거든 -"
"와 이정도면 그냥 스토커 아니냐 ???! "
"씁 , 험하디 험한 세상에 데리러 왔구만 스토커라니 너무하네 진짜"
"뭐가 험해 .. 집까지 오분밖에 안걸리구만 "
"오분안에 무슨일날지 어떻게알고 , 빨리 가자 늦었어 그리고 지금 밖에 비오는건 아냐 ? 너 또 우산없지 ?"
뭐이렇게 나에대해 모르는게 없을까 얜 ,
"야 왜 근데 우산이 하나야"
"원래 우리집엔 우산 하나밖에 없어 빨리가 그냥"
하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민규이다.
우산 하나를 쓰고 같이 걸으니 왠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에
"아니 그 우리반에 승관이라고 걔 있지 , 걔가 저번에 .."
하며 별 쓸데 없는 얘기를 꺼내니 민규는 응, 응 하며 대답만 꼭꼭 잘한다.
평소라면 아무리 붙어있던 눈이 마주치던 어색한 기운이라곤 찾아볼수도 없던 우리사이에 자꾸 이상한 기류가 흘러
했던말 또하고 주저리 주저리 혼자 괜히 아무렇지 않은척 재잘댓다. 괜히 내가 의식해서 그런가 싶어 민규를 보니
평소와 다름없는 눈빛으로 그냥 날 내려다 보는데 왜 오늘따라 다정하게 느껴지는지..
"근데 너 키 원래 이렇게 컸냐 .."
아까부터 내려보는 시선이 신경쓰여 걸음을 멈추고 민규를 올려다 보았다.
"넌 언제부터 작았냐 아유 진짜 귀여워 죽겠네.."
빗소리에 묻혀 끝이 흐리게 들렷지만 들은것같다.
순간 볼이 화끈거려 고개를 푹 숙였고 , 머리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왜, 부끄러워 ? 못살아 진짜 "
하며 민규가 그 큰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었다.
부끄러워서 차마 민규 얼굴은 못쳐다보겠고, 분위기는 어색해 죽겠고, 빨리 집이나 가는게 답이라고 생각되어
고개를 푹 숙인채 민규 팔을 잡아 끌었다.
민규는 기분이 좋은지 자꾸 피식피식 웃는 소리만 들리고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로 밤길을 걸었다.
사실상 민규네 집이 더 먼저라 , 그냥 민규 먼저 들여보내고 우리집까진 모자쓰고 뛰어가려했는데,
엘리베이터 타는모습까지 봐야 안심이 된다며 고집부리는 민규덕에 부끄러움이 배가되어 빠른걸음으로 아파트 현관에 도착했다.
"됬지 ? 이제 빨리 가 .."
"아니 너 엘리베이터 타는거 보고 "
하 평소엔 일층에 잘만 있던 엘리베이터가 왜 오늘같은날은 하필 꼭대기에 있을까 ..
"야 김밍구 있잖아 아니 .. 아니다"
"사람 궁금하게 왜 말을 하다말어 , 뭔데 말해줘"
"요즘 나한테 왜이렇게 잘해줘, 응 ? 사람 복잡하게 .."
"뭐래 - 야 난 진짜 평소랑 똑같거든, 나 19년동안 너한테 잘해줬는데 왜 그걸 이제알아"
"아 그런가 .. "
생각해보니 틀린말은 아닌것같다 , 민규가 언제 나한테 못해줬던적 있었던가 ..
마침 반가운 엘리베이터가 왔고 ,
" 나 간다 이제 진짜 됬지 ? 빨리 들어가 "
" 올라가는거 보고갈래"
"오늘따라 왜그러냐 진짜 .. 간다 "
하고 엘리베이터 문 닫힘 버튼을 누른 순간
"칠봉아 잘자 좋은꿈꿔 "
하고 민규가 씨익 웃었다.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에서 정말 벙찌고 심장이 쿵쾅댓다 . 아 진짜 왜이러지
내가 아무리 외로워도 쟤 김민규야 .. 내가 쟤한테 왜 설레 , 뭐래 안설렛어
복잡한 마음으로 애써 부정하며 그렇게 그날 밤 잠을 설쳤다. 민규생각에
민규시점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어디서부터 나온 용기인지는 모르겟지만
몰래한 뽀뽀 이후로 대담해 졌달까 , 자꾸 나도 모르게 내 진심이 툭툭 나왔다.
그렇게 진심을 내뱉을때마다 나도 당황하지만 놀라고 부끄러워하는 칠봉이가 너무 귀여워서
자꾸 이렇게 마음을 드러내나 보다.
친구사이가 어긋날까 조마조마 하던 내 걱정관 달리
칠봉이가 싫은내색이 없어 보여 다행이다.
이대로만 다가가면 너도 내마음을 알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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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 여주가 슬슬 민규맘을 알아채기 시작했어요 ㅜㅜ
민규의 돌직구도 시작되고 !
심장 뿜뿜 !!!!!
오늘도 읽어주시는분들 감사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