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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문 댜댜 민형도령 왕왕이 이불킥 안돼 수진리 로로 봄날 길성이 제이스 봄날 딱풀 약간
아
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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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한 일은 아가씨를 위한 선물을 서랍장 안 속 고이 넣어두는 것이었다. 나의 비밀스러운 몸짓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동영이 장난스럽게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나는 얼굴을 붉히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얼마 못가 동영에게 다 털어놓고 말았다. 저녁식사는 이미 끝이 나 아가씨에게 준비한 것을 줄 수 있는 길을 찾던 찰나에 동영이 꼬깃꼬깃 접혀진 종이를 주었다.
“ 지나가던 길에 주웠다, 아마 책의 한 부분이 찢어진 것 같더라. ”
“ 아가씨 책인가요? ”
“ 글쎄- 나인께 여쭈어보니 아가씨는 지금 서재에 있다던데. 핑계 삼기에 좋지 않겠어? ”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면서 미소가 흘러나왔다. 동영을 꽉 끌어안자 싫다고 하면서도 나를 토닥여주는 동영이 좋았다. 동영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주머니에 그것을 넣고 방을 나왔다. 고요 속에 잠긴 분위기 속에서 서재로 향하는 복도를 눈앞에 두고 나는 잠시 멈추었다. 동영이 준 구깃한 종이를 펼쳐 보았다.
[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자유를 선언하는 슬픈 총성이 들려온다.
요괴들의 아우성 속에서 소년의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싶어라.
기쁨의 눈물로 얼싸안고 노래하고 싶어라. ]
소녀와 소년이 등장하는 구절을 보아하니 아가씨께 읽어주던 책이 떠오른다. 긴 생각 없이 다시 접어 손에 쥐고 텅 빈 복도를 걸었다. 복도를 거닐때 마다 나의 구두 소리가 잔잔히 허공에 맴돌았다. 문 앞에 다다르자 다시 긴장감이 치고 올라왔다. 아까 동영에게 고맙다며 방을 뛰쳐나오던 나는 어디 가고, 살짝 걸음을 옮겨 벽에 기대어 손에 움켜진 종이만 바라보았다.
그때 문이 열렸다. 이번엔 서재의 문이 아니었다. 반대편 복도 끝에서 끼익- 하고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오며 누군가 나타났다. 고개를 숙이며 걸어오던 이는 나를 마주하고 폴짝 뛰면서 놀랐다.
“ 엄마야, 얘! 애 떨어질 뻔 했잖아. ”
“ .... ”
“ 어딜 쳐다봐! 진짜 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만큼 놀랐다는 뜻이지. 그나저나 너 설마 계속 여기 있었니? ”
“ 아니, 방금 왔어. 그런데 너가 나온 문은 어디로 통하는 문이야? ”
복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말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는지 주위만 두리번거리다 나를 올려다보았다. 굳이 말을 해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가 직접 들어가 보면 그만이였으니까.
“ 알려주면 지금 들어가 볼 거야? ”
“ 알려주지 않아도 갈거야. ”
“ 어휴... ”
복희는 머리를 조아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 조심하는 게 좋을거야. ’ 하곤 잰걸음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나는 복희가 아예 없어진 걸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어디로 통하는지 모를 비밀의 문으로 다가갔다. 바로 앞에는 아가씨의 방으로 향하는 문도 있다. 점점 쌓여만 가는 궁금증에 대뜸 문을 열었다. 주위를 잠시 확인한 후 서재의 맨 끝 쪽에 난 문인 것을 알아챘다. 아직 누가 있는지 모르기에, 혹시 부인이라도 마주칠까 책장의 옆에 숨어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아가씨의 목소리에 잠시 멈추었다. 가만히 듣자 하니 일어로 낭독을 하고 계신것 같다. 아가씨가 책을 낭독하는지, 시를 낭독하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청아한 목소리가 딱딱한 서재도 아름답게 메꾸어감은 것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어느새 책장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았다. 아가씨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참 좋다.
“ ...거기 누구더냐. ”
잠시 잠에 들었던 나는 고개를 꾸벅이다 화들짝 놀라 그만 머리를 벽장에 찧었다. 그 소리에 낭독을 하다만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떨군 모자를 급하게 눌러쓰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쉽사리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 얼른 나오지 못할까. ’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지엄한 그 목소리에 그제야 주춤 걸음으로 허리를 숙이고 밝은 불빛 아래의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하얀 소복을 차려입은 아가씨와 눈이 마주치자 더 아래로 머리를 조아렸다.
“ 외출을 나갔다고 들었는데, ”
“ 바, 방금 막 도착하였습니다. ”
“ 헌데 왜 서재로 발걸음을 했느냐. ”
“ 아가씨께 드릴게 있어서.. ”
아가씨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겉옷 안주머니에서 종이봉지에 쌓인 장갑을 꺼냈다. 책을 덮고 가까이 오라는 아가씨의 손짓을 보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갔다. 아가씨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어서 그런지 입술이 바짝 말라 왔다. 아가씨에게 준비한 것을 건네며 잠깐 손과 손이 스쳤다. 거칠게 와닿는 아가씨의 손에 눈길이 갔다. 추운 곳에 오래 계시기라도 한 건지 여쭙고 싶었으나 먼저 입을 뗀 아가씨에게 가로막혔다.
“ 장갑을 사느라 돈을 다 써버린 것은 아닌가 모르겠네.. ”
“ 아닙니다 아가씨. 경성에 나간다고 동영이 준 돈과 제가 모은 돈으로 산 것입니다. ”
“ 너무나 곱고 예쁘다. 고맙지만 나는 너에게 준 것이 없구나. ”
“ 답례를 바라고 산 것이 아니라 온전히 아가씨께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샀습니다. ”
아가씨는 옅은 미소를 띠시며 장갑을 만져보고 껴보며 좋아하였다. 그런 아가씨를 보며 나도 같이 웃어보았다. 행복했다.
“ 그래, 경성은 어땠니? 나도 나가본지 꽤 오래되어 궁금하구나. ”
“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또 복희와 국밥이란 것을 먹었는데 아가씨께도 드리고자 사 오려던 것을 그만 깜빡하고.. ”
“ 나중에 함께 먹으러 가자꾸나. ”
“ 정말입니까? ”
“ 그래, 우리 둘이서 가자. ”
“ 그럼 약혼을 올리기 전에 가야 할까요? ”
너무 현실적인 나의 물음 때문이었을까. 아가씨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 죄송합니다.. ’ 입에 담아선 안 될 말들을 내뱉어 아가씨에게 근심만 안겨준 것 같아 죄송했다. 입을 실로 묶어놔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때에 아가씨가 손을 뻗었다.
“ 그것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가능하단다. ”
자상한 아가씨의 눈빛에 오늘 하루의 피곤이 싹 가셨다.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이 쌓인 곳으로 가더니 이내 한 권을 들고 다시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방석을 하나 꺼내어 옆자리에 놓고 손으로 두드렸다.
“ 이리 앉지 않으련? ”
“ ...네? ”
“ 너도 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어보란 말이다. ”
나는 머뭇거리다 아가씨의 바로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의 옷깃에 스치며 다가온 아가씨의 옷깃에 책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일어를 읽지 못하는 내가 멀거니 책만 바라보자 아가씨가 먼저 책을 읽었고 아가씨가 멈추면 그것을 따라 했다. 느리지만 또박또박 아가씨를 따라 책을 읽어내려갔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으나 멀리서 우러르기만 했던 아가씨의 숨결까지 느껴지는 이 순간이 꿈속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 어때? ”
“ 좋아요. ”
“ 뭐라구? ”
“ 아, 아.. 책이요. ”
“ 일어를 읽을 줄도 모르면서 책의 내용이 좋은지 어찌 아니? ”
나를 다 꿰뚫었다는 듯한 아가씨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머릿속으로만 되뇌던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나 역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온화한 눈빛의 아가씨에게 완전히 홀려버렸다. 이리도 영민한 아가씨는 언제 아가씨를 보내게 될지모른다는 생각에 요즘 밤마다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리는 나를 아실까. 혹여 알아주신다면 항상 아가씨의 옆에 그림자처럼 머무르며 살 수 있을까, 속으로 넋두리를 한다는 게 이내 목구멍으로 차올랐다.
“ -해요. ”
“ 응? ”
“ 좋아..해요. ”
매일 밤을 절망과 환희 속을 오가며 지새운 날들이,
아가씨가 잠에 들 때까지 눈 뜬 체 보내온 나의 새벽들이 모두 아가씨를 위해 바쳐온 것이라 아깝지 않아요
“ 많이 좋아해요. ”
당신을 몰래 마음에 품은 것이 죄라면 어떠한 벌도 달게 받을 자신있어요
“ 아가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