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
그대를위한잡채 1978 세일러문 민형도령 댜댜 딱풀 길성이 이불킥 로로 안돼 수진리 왕왕이 봄날 약간
아 가 씨 :: 1 1 짝- 깊고도 날카로운 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주변은 금세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소녀의 앞에 선 시녀는 발갛게 부어오른 볼을 짚고 이마를 바닥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 그런 시녀를 서슬퍼런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소녀는 자신의 부름에 시녀가 고개를 들자마자 다시 뺨을 내리쳤다. “ 내 아비와 어미 없이 자란 슬픔을 너와 나누어야 할 이유가 없다. ” “ 주... 죽을 죄를... ” “ 당장 이 자리에서 이년의 혀를 잘라야 속이 편하겠구나. ” 서랍장을 뒤져 녹슨 쇳가위를 들고 시녀에게 다가가는 소녀를 늙은 유모가 막아섰다. 시녀는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어린 나이의 소녀는 이미 가시 돋친 장미와도 같았다. 한바탕 소동이 일고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소녀의 앞에 유모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 아가씨, 어찌 이리도 화가 가득 차 계십니까. 아랫것들에게 너무 괘념치 마시옵소서... ” “ 유모..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 “ ..... ” “ 부인 앞에서 무슨 말인지도 모를 히라가나를 읽으며 시녀들에게 부모 없는 아이로 무시당하고 살다가, 그렇게 살다가 죽는 거야? ” “ 아가씨-.. ” “ 나는 싫어, 부인한테 맞는 것도 싫고 히라가나도 싫어. 이제는 유모도 싫어지려고 해. ” 소녀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소녀의 옷을 적셨다. 유모도 눈가에 눈물을 맺힌 체 고개를 숙였다. 멀리서 둘을 바라보던 민석은 자신의 손수건을 꼭 쥐어 조심스럽게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에게 손수건을 쥐여주자 소녀가 눈을 떠 민석을 바라보았다. 민석은 소녀에게서 다시 멀찌감치 떨어져 서있었다. 소녀가 안정을 되찾고 민석을 남긴 체 유모를 방에서 내보냈다. 소녀와 함께 남겨진 민석이 소녀의 눈치를 볼 때쯤 소녀의 음성이 들렸다. “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냐. ” “ 김 민석이라 합니다. ” “ 어찌 감히 나에게 손수건을 내밀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구나. ” “ 아가씨의 설움이 너무도 딱해 보였습니다. ” 소녀가 민석의 앞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며 조소를 띄었다. 하지만 민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석의 구두코까지 다가와 자신보다 큰 키를 올려다보는 처지였지만 소녀 역시 굴하지 않고 민석을 노려보았다. 한낱 자신의 허리께에도 못 미치는 키의 작은 여자아이였다. 그러나 민석은 그에게서 풍기는 우아함과 살기에 살짝 소름이 끼쳤다. 어쩌다 소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었을까. “ 당돌하구나. ” “ ...그러기에 저라면 아가씨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 “ 뭐라고? ” “ 아가씨를 이 지옥 속에서 꺼내드릴 수 있다. 이 말입니다 ” “ 자칫하다 죽음을 부를 수 있다, 말 조심하거라. ” “ 두렵지 않습니다. ” “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니.. 이해가 가질 않구나. ” “ 그런 다짐조차 없이 아가씨의 곁을 지킬수도 없겠지요. ” 소녀는 작게 떨었다. 민석의 흐트러짐 없는 맹세에 조금씩 어두운 기색이 걷혔다. 소녀는 정말 민석이라면 자신을 구해줄 것 같다 생각했다. 민석은 천천히 한 쪽 무릎을 꿇어 앉았다. 소녀와 눈을 마주했다. “ 제가 감히 아가씨를 도울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 * * * 시간이 흐르고 소녀는 조금 더 성숙해졌다.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라 그런지 몰라도, 소녀는 유모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말을 하지 못하다시피 아꼈고 소녀가 충격으로 실어증에 빠졌다는 시녀들의 소문이 삽시간으로 퍼졌다. 소녀는 자신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을 알고 있었다. 유모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복희가 항상 참새처럼 소녀의 옆에서 재잘거렸기 때문이다. 시끄럽기도 하지만 조용하고 숫기없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과 달리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복희가 마음에 들어 계속 옆에 남겨두었다. “ 아가씨, 민석 오라버니와 아가씨는 남매인가요? ” “ 누가 남매라고 하더니. ” “ 아뇨 제 생각이에요. 아가씨와 오라버니 둘 다 불러도 대답도 없고, 말없이 웃기만 할 때가 많아서요. ” 소녀는 복희의 말에 가만히 미소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이 왔구나. 나지막이 읊조리는 소녀의 옆에서 의복을 개던 복희는 ‘ 또또 혼잣말. ’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똑똑똑 소리와 함께 민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녀의 손짓에 복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민석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복희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소녀는 민석이 아닌 민석의 옆에 서있는 소년에게 눈길이 갔다. “ 새로 들어온 소복입니다. ” “ ...안녕하십니까. ” “ 전에 말했던 그 아이인 건가. ” “ 맞습니다. ” “ 이름이 무엇이냐. ” “ 민형이라 합니다. ” 소년의 목소리가 바람 앞 촛불처럼 흔들렸다. 소녀는 소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바닥만 보던 소년이 슬쩍 고개를 들다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어깨를 떨며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앞으로 이 아이가 아가씨를 보좌할 것입니다. ” “ 여..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여 아가씨를 모시겠습니다. ” “ 그래, 고맙다. ” 소년이 용기내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소녀도 소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비로소 소녀와 소년의 첫 만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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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도 날카로운 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주변은 금세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소녀의 앞에 선 시녀는 발갛게 부어오른 볼을 짚고 이마를 바닥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 그런 시녀를 서슬퍼런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소녀는 자신의 부름에 시녀가 고개를 들자마자 다시 뺨을 내리쳤다.
“ 내 아비와 어미 없이 자란 슬픔을 너와 나누어야 할 이유가 없다. ”
“ 주... 죽을 죄를... ”
“ 당장 이 자리에서 이년의 혀를 잘라야 속이 편하겠구나. ”
서랍장을 뒤져 녹슨 쇳가위를 들고 시녀에게 다가가는 소녀를 늙은 유모가 막아섰다. 시녀는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어린 나이의 소녀는 이미 가시 돋친 장미와도 같았다. 한바탕 소동이 일고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소녀의 앞에 유모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 아가씨, 어찌 이리도 화가 가득 차 계십니까. 아랫것들에게 너무 괘념치 마시옵소서... ”
“ 유모..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
“ ..... ”
“ 부인 앞에서 무슨 말인지도 모를 히라가나를 읽으며 시녀들에게 부모 없는 아이로 무시당하고 살다가, 그렇게 살다가 죽는 거야? ”
“ 아가씨-.. ”
“ 나는 싫어, 부인한테 맞는 것도 싫고 히라가나도 싫어. 이제는 유모도 싫어지려고 해. ”
소녀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소녀의 옷을 적셨다. 유모도 눈가에 눈물을 맺힌 체 고개를 숙였다. 멀리서 둘을 바라보던 민석은 자신의 손수건을 꼭 쥐어 조심스럽게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에게 손수건을 쥐여주자 소녀가 눈을 떠 민석을 바라보았다. 민석은 소녀에게서 다시 멀찌감치 떨어져 서있었다.
소녀가 안정을 되찾고 민석을 남긴 체 유모를 방에서 내보냈다. 소녀와 함께 남겨진 민석이 소녀의 눈치를 볼 때쯤 소녀의 음성이 들렸다.
“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냐. ”
“ 김 민석이라 합니다. ”
“ 어찌 감히 나에게 손수건을 내밀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구나. ”
“ 아가씨의 설움이 너무도 딱해 보였습니다. ”
소녀가 민석의 앞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며 조소를 띄었다. 하지만 민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석의 구두코까지 다가와 자신보다 큰 키를 올려다보는 처지였지만 소녀 역시 굴하지 않고 민석을 노려보았다. 한낱 자신의 허리께에도 못 미치는 키의 작은 여자아이였다. 그러나 민석은 그에게서 풍기는 우아함과 살기에 살짝 소름이 끼쳤다. 어쩌다 소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었을까.
“ 당돌하구나. ”
“ ...그러기에 저라면 아가씨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
“ 뭐라고? ”
“ 아가씨를 이 지옥 속에서 꺼내드릴 수 있다. 이 말입니다 ”
“ 자칫하다 죽음을 부를 수 있다, 말 조심하거라. ”
“ 두렵지 않습니다. ”
“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니.. 이해가 가질 않구나. ”
“ 그런 다짐조차 없이 아가씨의 곁을 지킬수도 없겠지요. ”
소녀는 작게 떨었다. 민석의 흐트러짐 없는 맹세에 조금씩 어두운 기색이 걷혔다. 소녀는 정말 민석이라면 자신을 구해줄 것 같다 생각했다. 민석은 천천히 한 쪽 무릎을 꿇어 앉았다. 소녀와 눈을 마주했다.
“ 제가 감히 아가씨를 도울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
* * *
시간이 흐르고 소녀는 조금 더 성숙해졌다.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라 그런지 몰라도, 소녀는 유모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말을 하지 못하다시피 아꼈고 소녀가 충격으로 실어증에 빠졌다는 시녀들의 소문이 삽시간으로 퍼졌다. 소녀는 자신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을 알고 있었다. 유모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복희가 항상 참새처럼 소녀의 옆에서 재잘거렸기 때문이다. 시끄럽기도 하지만 조용하고 숫기없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과 달리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복희가 마음에 들어 계속 옆에 남겨두었다.
“ 아가씨, 민석 오라버니와 아가씨는 남매인가요? ”
“ 누가 남매라고 하더니. ”
“ 아뇨 제 생각이에요. 아가씨와 오라버니 둘 다 불러도 대답도 없고, 말없이 웃기만 할 때가 많아서요. ”
소녀는 복희의 말에 가만히 미소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이 왔구나. 나지막이 읊조리는 소녀의 옆에서 의복을 개던 복희는 ‘ 또또 혼잣말. ’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똑똑똑 소리와 함께 민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녀의 손짓에 복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민석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복희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소녀는 민석이 아닌 민석의 옆에 서있는 소년에게 눈길이 갔다.
“ 새로 들어온 소복입니다. ”
“ ...안녕하십니까. ”
“ 전에 말했던 그 아이인 건가. ”
“ 맞습니다. ”
“ 이름이 무엇이냐. ”
“ 민형이라 합니다. ”
소년의 목소리가 바람 앞 촛불처럼 흔들렸다. 소녀는 소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바닥만 보던 소년이 슬쩍 고개를 들다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어깨를 떨며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앞으로 이 아이가 아가씨를 보좌할 것입니다. ”
“ 여..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여 아가씨를 모시겠습니다. ”
“ 그래, 고맙다. ”
소년이 용기내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소녀도 소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비로소 소녀와 소년의 첫 만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