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01
보라색 꽃이 피었습니다.
사실 당신이 오기 전, 마피아 게임은 시작되었고 게임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들의 역할이 적힌 카드와 게임설명서를 받았습니다.
시스템 오류가 나기 전이죠.
당신은 의사입니다. 누구를 지키시겠어요?
" 첫 판부터 죽기 싫으니까 나. "
[SYSTEM: 의사가 '민윤기'님을 지키셨습니다.]
-
당신은 경찰입니다. 누가 마피아인지 궁금하신가요?
" 일단.. 누가 누군지 알아야... "
경찰인 당신께만 특별히 게임 참가자들의 기본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민윤기씨? "
[SYSTEM: '민윤기'님의 직업은 마피아가 아닙니다.]
" 아.. 찍었는데 아쉽네요. "
-
[SYSTEM: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마피아인 전정국은 마피아의 상징인 'm'이 새겨진 칼을 들고 복도를 돌아다닙니다.
이 상황이 흥미로운지 김남준의 방 손잡이도 장난식으로 격하게 돌리며요.
모든 방문을 확인해 봤는데 1층의 김석진의 방문이 열려있네요.
본인이 죽을 기회를 만들다니 웃긴 일이다 싶어 정국은 웃습니다.
" 절망에 눈 감으세요. "
자던 중 갑자기 마피아의 위협을 받은 석진은 비명 지를 새도 없이 그대로 영원한 잠을 잡니다.
아아, 흰 셔츠에 피가 왕창 튀어버렸어요.
이대로 본인의 방에 들어가면 나 잡아가소 하는 격일테니 근처 쓰레기통에다가 버리죠.
카드가 보이네요.
[당신은 시민입니다]
정국은 쓰레기통에 구겨진 카드 마냥 얼굴을 구깁니다.
사실 거사를 치르기 전 정국은 미리 마피아 하우스를 둘러보며 조사를했어요.
1층에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죠. 그는 2층에 올라가서 샤워를 합니다.
그런데 간과한 점이 있네요. 복도에 남은 그의 발자국. 2층 전체의 복도를 닦는건 시간이 오래걸리고, 그렇다고 그냥 남길 수도 없어요.
" 내 발자국 무늬를 바꾸면 되잖아. "
다시 석진의 방으로 갑니다.
그의 흉부에 꽂혀있던 칼을 빼냅니다. 석진의 피가 엄청나게 넘쳐흐르네요. 침대시트를 적실정도로요.
신발 밑창 돌기부분을 깎아냅니다. 그러고는 다시 원상태로 꼽습니다.
" 쓰읍, 아 뭔가 좀 아쉬운데. "
정국은 손가락을 들어 메세지를 남깁니다.
[슈퍼맨은 죽었다]
사건번호 02
despair
김석진 사망.
두 번째 날, 그의 사망으로 인해 게임 참가자들은 혼돈에 빠집니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용의자가 한 명 더 늘어나니 사건은 복잡해졌죠.
남준은 이 게임에 대항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불신은 또 다른 절망을 낳을거라 생각했죠.
남준은 각 참가자들끼리의 간단한 대화 후 더 깊은 대화를 나눠봐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통해서 이 끔찍한 살인을 막겠다고 다짐했어요.
먼저 막내인 정국을 방으로 부르네요.
정국은 허리 뒤춤에 마지막으로 남은 마피아 칼을 숨겨두고 순진한 어린양 표정으로 들어갑니다.
5시 30분
" 형 저 왔어요. "
"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리 여기 나가고싶다 하지만 탈출방법이 살인이라는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
"그럼요. 탈출이다 뭐다 해도 제일 중요한 건 생명이죠. 나가서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 역시 그렇지? 아까부터 너는 나랑 말이 잘 통한다니ㄲ... "
" 그런데 그렇게 생각 안 하는 사람도 있을걸요. "
" ...........뭐? "
"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까요? 본인의 모친이 살인을 저질렀는데 계속 보고만 있던 사람. "
" .......... "
" 그런 사람은 살인이 언제 어디든 일어나도 눈 한번 깜짝 안 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
" ...........너, 뭔가 이상하ㄷ "
" 사형수 김남준씨. 어머니 얼굴은 뵙고 뒈지셨나? "
6시.
남준은 그 순간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어쩌면 그가 이 게임의 흑막이라는 것 까지 파악했을 지도 몰라요.
그의 행동은 매우 민첩했습니다. 티비 케이블 선을 뽑아 정국의 목에 재빨리 감습니다.
정국은 목을 조여오는 고통에 이성을 잃을 뻔 했지만 허리 뒤춤에 있는 마피아의 칼을 들어
남준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찌릅니다.
그가 칼을 들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남준은 고통에 몸이 저절로 숙여지고 힘이빠져 한쪽 무릎을 꿇게 됩니다.
정국은 꽃병을 들더니 그대로 남준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꽃병 유리가 찢어진 종이마냥 힘없이 산산조각이나며 바닥에 후두두둑 떨어집니다.
남준은 나머지 참가자들에게 정국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했지만
생각에만 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이 서서히 감기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거든요.
아직 그의 숨이 붙어있네요. 아직 죽을 수 없다는 의지인가요.
뭐, 오히려 정국의 입장에서는 다행이죠.
해가 진 뒤에 시체가 나와야 하니까요.
아직 해가 지지 않았거든요.
6시 40분
[SYSTEM: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6시 50분
남준은 서서히 눈을 뜹니다.
"의외네. 기습을 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는데."
7시 00분 김남준 사망.
" 절망에 눈 감으세요. "
남준에게 속삭이던 정국은 살인도구로 썼던 케이블선을 바닥에 놔둡니다.
숨을 고르고 있던 도중 복도에서 누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불길한 예감에 정국은 신발을 챙겨 옷장으로 숨습니다.
겸사겸사 옷장에 있던 흰 옷들로 팔에 묻은 죽은 자의 피를 대충 닦습니다.
그리고는 옷장에 있던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복도에서 걸어오던 누군가는 문을 똑똑이더니 잠시후 김남준의 방문을 열고 들어오네요.
남준의 방에 들어온 그 누군가는 남준의 시체를 본 듯
구역질을 하다 헐레벌떡 문을 박차고 나갑니다.
정국은 이틈에 빨리 나가기로 합니다.
이대로 자신의 방에 무사히 도착한다면 자신의 계획은 완벽해집니다.
하지만 그 계획은 무너져요.
누군가가
7시 05분
봤거든요.
하지만 괜찮을 거예요.
사건번호 03
살리는 자와 죽이는 자
경찰 김남준 사망.
자신이 죽인 참가자의 역할을 알게 된 정국은 웃음을 터뜨립니다.
-
[SYSTEM: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탈출하셔야죠.
" 탈출이고 뭐고... 난 못해요. "
.......
" ...........사람을 죽이는 게임이라니. "
재미있잖아요?
"그냥 보내주세요. 이곳에서.. "
"나는 이미 죽었잖아요."
-
"박지민."
" 왜 오셨어요. 하루만 지나면 게임 끝나는데. "
" 그렇다고 자살시도를 하냐 미친새끼야. "
" 내가 죽으면 형도 그렇고 다른사람들이 탈출하기 더 쉬울 거예요 "
"개소리하네."
" 지금도 형 찌를까봐 무서워요."
" ..........."
"진심이에요. 지나쳐주세요."
" ............ "
" 나만 사라지면 다 행복할 수 있어요. "
지민은 손잡이에 'm'이라는 마크가 새겨진 칼을 바들거리는 손으로 잡습니다.
그리고 심호흡을 몇번하다 칼날을 손목에 가까이 댑니다.
바닥에 쨍하며 떨어지는 차가운 칼날의 소리가 방을 울렸습니다.
피가 번져 맑은 물에 빨간 잉크를 떨어뜨린 듯 윤기의 하얀 발등이 붉은 빛으로 번져갑니다.
" 그래. 니가 죽으면 다 편해질 수 있다고? 그게 제일 잔인한 생각이야 새끼야. "
" ................ "
" 니가 원해서 마피아 됐냐? 니가 원해서 이 게임 참가했어? "
" 형, 발..... "
" 박지민. 김남준이 한 말 잊었냐. "
" ........... "
" 다 같이 나갈 수 있어. "
" ..........."
" .....회의실로 애들 불러. "
" 이제 부터 탈출게임 시작이다. "
[SYSTEM: 의사가 '박지민'님을 지키셨습니다.]
-
세 번째 날이 밝았어요. 게임 참가자들은 회의실에 모였어요.
"그... 그 여자애는 어딨어?"
"몰라. 또 사라졌어."
" 그럼 남준이 형은? "
"............"
"죽었잖아요. 김석진 형이랑, 경찰 김남준형이요."
"그래서.. 왜 우리를 부르신거에요?... 그리고 왜 카드까지 들고오라고.."
조용하던 분위기에서 눈치를 보는 호석의 목소리가 울립니다.
윤기는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회의실 탁자 위에 던집니다. 그리고 선명하게 보이는 카드안의 글씨.
[당신은 의사입니다]
그의 행동에 모두들에게 무거운 침묵만이 존재하자 윤기는 상관쓰지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갑니다.
" 너네도 꺼내. "
"............"
" 무섭냐? "
" 형, 이렇게 막 알려 줘도 돼요? "
" 안 될게 뭐가 있어. "
잠시 침묵을 이어가다 호석이 카드를 뒤집습니다.
그 모습에 태형도 배시시 웃으며 그의 행동을 따라하네요.
[당신은 시민입니다]라는 두 개의 카드가 윤기의 카드 옆에 가지런히 놓입니다.
그 모습에 어이없어하며 웃는 정국 옆에 멍하니 앉아있는 지민이 침을 꿀꺽 삼킵니다.
" 진작 이렇게 깠으면 다 끝날 거였는데. "
윤기가 정국을 보며 말합니다.
"남은 사람은 세명이야. 지금 현장에 없는 걔. 걔도 마피아일 수가 있다고요."
정국의 떨리는 목소리가 회의실을 채웁니다.
정국의 말이 끝나자 지민은 덤덤한 얼굴로 카드를 꺼냅니다.
[당신은 마피아입니다.]
지민의 행동에 다들 놀란 듯 몸이 굳습니다.
그러나 지민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m'이 새겨진 두 자루의 칼 또한 탁자 위에 올립니다.
" 까기 싫으면 까지 마. 전정국. "
몇 초 동안의 침묵 뒤 윤기의 낮은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립니다.
" .....나 의심해요? "
" 의심은 아니고 확신. "
" 하, 씨발. 지금 사라진 그년이 마피아라고는 생각 못해요? "
" '죽었잖아요. 김석진 형이랑, 경찰 김남준형이요.' "
" .....맞는 말이잖아요. 둘 다 죽었잖아. "
" 그렇지. 니가 방금 김태형한테 말한 내용이야. "
" 어떻게 알았냐. 김남준이 경찰인 거. "
정국은 윤기의 말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원래 없었던 것 처럼.
-
" 어차피 나는 또 나타나게 되어있으니까. "
" 그 아이도. "
" 아, 이제 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