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윤기 : 남준 = 2 : 0.5
[크리스마스가 좋은 이유가 뭐에요. 라고 그녀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넸었다. 처음 만나면 하는 ‘안녕하세요.’ 라는 흔하고 식상한 인사가 아니었다. 광장에 있는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잔뜩 젖어 있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헛소리라도, 실없는 소리라도,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밝은 갈색 머리와 옆으로 길게 찢어졌지만, 순한 인상을 풍기는 눈과, 울지 않으려 깨물었던 아랫입술. 그날따라 심하게 불었던 바람 때문에 살짝 붉어진 볼, 목에 둘렀던 초록색 목도리. 그 옆을 무심코 지나다, 그녀의 모습이 아이러닉하게 크리스마스트리와 어울려 내 눈에 들어왔었다.
그런 내 물음에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 지는 날이잖아요.’ 라며 내게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해 주었다.
이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실연을 당하고도 크리스마스가 좋은 그녀와 그런 그녀가, 여자에게는 별 관심을 갖지 않던 내 눈에 들어와 그녀를 좋아하게 된 나.]
소설은 소설이기는 한 가 보다.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거리는 첫 만남을 나눈 소설 속 두 남녀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꼴린다. 사장님이 내 옆에 놓고 간 딸기 스무디를 한 모금하며 책을 덮었다. 달다. 로맨스 소설이 읽고 싶긴 했지만, 민 작가님과 친해지고 싶어 서점에 들려 책을 사고 출근을 하긴 했지만…. ‘실화가 바탕이 된 화제의 로맨스 작!’ 라는 카피를 보니 곱고 순수한 맘으로 책이 읽히지는 않는다. 실화라…. 전혀 그렇게 안 보였는데, 꽤나 달달한 연애를 한 모양이다. 더군다나, 여자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다니. 나한테는 잘만 장난치면서? 아, 그거랑은 다른 건가. 남자친구의 전 연애를 질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하자,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굴렸다. 아, 맞아. 나는 크리스마스 때 뭐 하면서 지냈더라. 빨대를 잘근잘근 씹으며 회상을 했다.
“이 상한다.”
“아, 다녀오셨어요.”
씹히고 있던 빨대를 내 입에서 빼며 내 이마를 살짝 딱밤을 때리는 사장님을 흘기다 인사를 했다. 요즘 따라 외출이 잦아지셨다. 그 덕에 잘 차려 입은 사장님 모습을 보지만, 손님들이 많아질 때는 너무 바빠져서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어딜 그렇게 가는 거냐고 물어도 ‘알바는 몰라도 되는 사장님의 사생활이야.’ 라는 똑같은 말만 남기시고는 나가버리곤 했다.
내 입에서 빠져버린 빨대를 다시 가져와 스무디를 먹으며 사장님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사장님은 그런 내 시선을 무시하더니, 꿀이 떨어지다 못해 흘러 넘쳐, 끈적끈적해져 버릴 것만 같은 민 작가님의 책을 가져간다.
“어? 나 이거 알아.”
“읽어 보셨어요?”
“응. 꽤 읽을 만하던데?”
“에? 현실감이 없잖아요.”
“소설이잖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잖아요. 어떻게 이런 연애가 현실에 존재해요?”
“할 수도 있지, 알바야. 아직 제대로 된 사랑을 안 해 봤구나. 현실에서는 손이 오그라들고, 온 몸이 간지러운, 그런 말이랑 행동들은, 사랑이면 다 용서가 되는 거야.”
“…잘 아시나 봐요?”
대학에서 강의를 하 듯, 물 흐르듯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사장님에게 물었다. 저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듯 한 발언 같은데 말이야. 내 말에 입을 꾹 다물어버린 사장님을 잠자코 쳐다보았다. 왜 말을 잇지를 못하는데.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연애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 해 보는 게 좋은 거야.”
“좋겠네요. 그런 연애도 해 보고. 난 언제쯤 해 보려나.”
투덜거리며 다 먹어서 바닥이 보이는 컵에 꽂혀 있는 빨대를 휘적거렸다. 사장님을 흘깃 보자, 책 어느 부분을 펴 읽고 계신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셔서 그러나. 훅훅 넘어가는 종이들을 보며 감탄을 했다. 되게 빨리 읽으시네.
“뚫어지겠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책에서 눈을 떼곤 씩, 웃으며 내게 책을 돌려주신다. 그리곤 입고 있던 옷이 불편하다며 갈아입고 온다고 카페 구석으로 향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고는 책을 펼쳤다. 평소 같았으면 설렌다고 발을 동동거리면서 읽었을 로맨스 소설인데, 오늘은 왜 그렇지 못하는 거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뱉고 읽다만 부분을 곳을 찾았다. 프롤로그까지 읽었던 것 같은데….
“주문하시겠어요?”
“아, 레몬치즈타르트…”
“어제 제가 깜빡하고 만들지 않아서 손님께서 원하시는 타르트는 없네요. 혹시 다른 거 괜찮으시나요?”
“그럼 오렌지타르트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머릿속에서 민 작가님은 지워버리고 가상의 남자를 만들려고 노력하며 책을 읽어가고 있었다. 책에서 가상의 남자가 연애를 하지 않은 채 무료하게 살아가는 장면들을 읽으며, 왠지 모르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점점 책에 빠져 들고 있었는데 사장님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손님을 맞는 듯, 주문을 하시겠냐고 묻는 걸 보니 내가 책을 읽는 동안 손님이 오셨나보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으니 민 작가님이 살짝 굳은 표정으로 사장님께 주문을 한다. 영업시간에 딴 짓을 하다 손님 온지도 모른 알바생이라니. 사장님한테 혼날 각오를 해야겠다. 고개를 살짝 틀어 사장님을 바라보니, 민 작가님께 빙긋 웃으며 타르트를 건네신다. 기분 안 좋으신 게 아닌 건가?
김칫국을 막!!! 사발째 드링킹...
♥우리 알바생들♥ |
땅위 / 유딩/ 주니 / 인삼홍삼 / 베네 / 쫑냥 / 청포도 / 민솔트 / 단짠단짠 / 본드 / 푸른 / 너만보여 / 그때쯤이면 / 토토오 / 동태양 / 바다코끼리 / 뿌쾅 / 몽마르뜨 / 또비또비 / 뚝아 / 사고뭉치 / 항상 늘고 있는 우리 알바생들 덕분에 신이 납니당!!ㅎㅎㅎ 혹시 암호닉 제가 빠뜨렸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여!!!ㅠㅠㅠㅠ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 받고 있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