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커플
10
거의 종일을 울었더니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양쪽 눈이 한껏 부푼 빵처럼 퉁퉁 부어버린 나는 가만히 식탁 앞에 앉아 민윤기 씨가 차려주는 저녁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인덕션 앞에서 냄비에 라면을 넣던 민윤기 씨가 기가 찬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 사는 집에 이렇게 먹을 게 없는건 처음 보…."
구박하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던 민윤기 씨는 나를 향해 몸을 돌리다가 나를 쳐다보곤 하던 말을 멈추고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어요."
"눈 부은 거 봐라."
"씨, 웃지 마요."
내 말에 민윤기 씨는 계속해서 피실 피실 웃음을 흘리며 어, 어, 하고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다시 몸을 돌려 냄비 안을 휘젓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잘 익은 라면이 담긴 냄비를 내 앞 식탁에 내려놓았다.
"자."
"저녁 해준다고 하길래 기대했는데 겨우 라…."
투정 부리려다 말고 고개를 들어 민윤기 씨의 표정을 보니, 특유의 언짢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그다. "뭐." 라고 말하고 있는 그의 표정에 나는 "아니에요." 하는 말과 함께 입을 꾹. 그는 라면을 작은 접시에 덜어 내게 내밀었고, 나는 오랜만에 맡는 자극적인 향기에 취해 얼른 라면을 입 안으로 후루룩 삼켰다.
우물우물 거리며 열심히 라면을 먹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 입 안에 있는 라면을 꿀꺽 삼키곤 민윤기 씨를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민윤기 씨, 스케줄 없어요?"
"갑자기 왜."
"아니, 안 바쁜가 해서요. 여기 자꾸 이러고 있어도 돼요?"
"어. 오늘 없어, 스케줄."
짧은 그의 대답에 아아, 하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라면을 한 입 후루룩 하며 말했다.
"라면 잘 끓이시네요."
맛있다는 칭찬의 의미를 담아 말하며 민윤기 씨를 바라보는데, 민윤기 씨는 어느새 젓가락을 식탁 위에 놓곤 날 지그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왜 봐요."
"잘 먹길래."
"너무 잘 먹어서 좀 돼지 같은가?"
"찔리긴 한가봐?"
"아, 이 사람이, 진짜."
"웬일로 살찌는 거 걱정 안 하고 먹네."
그의 말에 활발하게 움직이던 내 젓가락이 느려졌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시무룩한 목소리로 답했다.
"좀 찌면 어때요. 어차피 스케줄도 없는 걸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해보려고 했는데도, 말을 하다보니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내 눈물샘은 그렇게 울고도 마르질 않은 건지 또 다시 눈물을 만들어 냈고, 금세 눈물이 다시 그렁그렁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내 모습에 민윤기 씨가 당황한 듯 말했다.
"야, 울어? 또?"
"히잉."
"종일 달래놨더니 또 우네, 이게."
"씨이…. 맛있게 잘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서 이러는 거잖아요."
"스케줄 얘기는 내가 안 꺼냈거든?"
괜히 민윤기 씨 탓으로 돌려보는데 눈가에 고여있던 눈물이 또르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다시금 서러운 마음에 코를 훌쩍이며 울자 민윤기 씨가 당황한 듯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옆에 놓여있던 티슈를 몇 장 뽑아서 내게 건넸다.
"그만 울어라, 좀."
"히이잉."
"눈 그만큼 부었는데 더 부을 데가 어딨다고 자꾸 울어."
하지만 자꾸 새어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는걸.
또 다시 터져버린 울음바다에 나는 우느라, 민윤기 씨는 나를 달래느라 저녁 식사도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도 이미 힘이 빠질대로 다 빠졌던 나는 한바탕 더 이어졌던 눈물바다에 이제 정말 울다 지친 상태였다. 내가 지친게 민윤기 씨 눈에도 보인 건지 민윤기 씨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할 거 없음 빨리 자."
"그럴까요…?"
그런 그의 말에 그게 좋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곤 쇼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터벅터벅 무거운 몸을 움직여 침실로 가는데, 내 걸음을 따라 민윤기 씨가 내 침실로 같이 들어오는게 느껴졌… 엥? 민윤기 씨는 왜 따라 들어오는 거지…?
순간 당황한 내 머릿속이 빠르게 움직였다. 어떻게 해야하나, 하면서도 나는 천천히 침대로 올라갔다. 왠지 어색한 상황에 괜히 흐음, 하는 의미 없는 소리를 내며 천장을 바라보는 자세로 가만히 누워 이불을 가슴 언저리까지 올려 덮었고, 민윤기 씨는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벽에 기대어 선채로 내가 누운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왠지 따갑고도 낯설어서 나는 괜히 목을 한 번 가볍게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
"어… 그런데요, 민윤기 씨."
"왜."
"안 가요…?"
내 물음에 민윤기 씨가 몸을 기댄 벽에 머리도 가볍게 콩, 하고 기댄 뒤 비스듬하게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 자는 거 보고."
"왜요?"
"뭐가?"
"그… 왜 저 자는거 보고 가냐고 묻…."
말을 하다 말고 이런 거 물어보면 또 인상쓰며 혼내려나 싶어서, 이런 거 물으면 안 되는 건가 싶어서 입을 꾹 다물고 민윤기 씨의 표정을 살피는데 민윤기 씨는 별다른 표정이 없다. 조금 전처럼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그가 말했다.
"걱정."
짧은 단어가 끝남과 동시에 나와 눈이 마주친 민윤기 씨. 민윤기 씨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고, 민윤기 씨의 말을 들은 내 눈은 조금 커져 있었다. 나와 눈을 맞춘 민윤기 씨가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곤 말을 이었다.
"신경 쓰여서."
꼭 영화의 한 장면처럼 민윤기 씨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정적 속에서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얼굴에 열이 오르며 빨개지는게 느껴져서 나는 얼른 획 시선을 피해버렸다.
뭐야, 나, 왜, 얼굴, 빨개진, 거야! 왜, 왜!
"아, 그…."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우물쭈물 하고 있다가, 다시 힐끔 민윤기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민윤기 씨…."
"왜, 또."
"그, 저어… 그렇게 서 있으면 힘들잖아요. 여기, 침대 끝에라도 좀 앉아 있으면, 어, 음…."
하. 그냥 조용히 있을 걸. 말을 마치자마자 저런 말은 왜 했나 싶어서 밀려드는 후회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더듬거리는 내 말에 민윤기 씨는 기가 찬다는 듯 잠깐 나를 바라보았다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못 이기는 척 침대에 가볍게 걸터 앉았다. 나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걸터앉은 그 덕분에 민윤기 씨와 나는 조금 더 가까운 거리가 되었다.
"이제 좀 자라. 잠드는 거 보면 갈 거니까."
"네에…."
그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눈을 감았다. 자야지, 하고 숨을 고르며 어둠에 익숙해지고 있을 때 즈음, 문득 느껴지는 누군가의 시선. 눈을 감고 있어서 볼 순 없지만 따가운 시선 덕분에 민윤기 씨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정도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의 시선이 따갑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그리고 그 시선이 느껴지자마자, 나는 조금 전처럼 얼굴이 빨개지… 아니, 왜 자꾸 빨개지냔 말이야.
"저…."
"왜."
"그렇게 자꾸 쳐다보면 저 못 자요."
"자라니까 자꾸 입 움직이지."
오히려 혼내는 그의 말에 입을 꾹.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잠깐 입을 꾹 다물었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내일 저 눈 완전 퉁퉁 붓겠다, 그쵸…."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윤기 씨가 "씁." 하는 소리를 냈다. 그의 말에 나는 다시 입을 꾹.
눈을 감고 있으니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전부였다. 방 안에는 나와 가까운 곳에 앉은 민윤기 씨가 부스럭거리는 작은 소리와 시계소리, 우리 둘의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몸이 점점 나른해지고 잠에 서서히 빠져가고 있던 중, 갑작스럽게 내 눈 위로 차가운 무언가가 얹어졌다. 이마까지 반쯤 덮어진 것은 다름아닌 민윤기 씨의 손이었다. 놀라서 움찔하는 나와는 다르게 손은 꽤나 다정하게, 아프지 않게 내 눈 위에 살포시 올려졌다.
"손 되게 차갑다…."
반쯤 잠에 든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웅얼거리는 내 목소리에 민윤기 씨가 다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부은 거 좀 가라앉으라고."
눈을 감고 들으니 그의 목소리가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차올랐다. 그렇게 나는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손을 느끼며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더니 시계는 벌써 점심 때를 가리키고 있었다.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아서 겨우 찬물로 세수를 마치고 마주한 거울 속의 내 눈은 완전 붕어 두 마리의 입과 다름 없었다.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질끈 올려 묶곤 물을 한 잔 마시기 위하여 부엌으로 나왔다. 한 쪽 눈을 비비며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꺼내려는데, 평소의 휑한 냉장고와는 다르게 무언가 먹을거리가 가득한 냉장고의 모습에 순간 벙찐 얼굴로 냉장고 안을 바라보았다.
"헐…."
이게 다 뭐지? 누가 가져다 놓은 거지? 매니저 오빤가? 우렁각시도 아니고, 자고 일어났더니 음식이…. 의아한 표정으로 냉장고를 바라보던 나는 일단 물통을 꺼내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 그러던 중에 내 눈에 들어온, 냉장고 문에 붙여진 포스트잇 한 장.
「세끼 다 먹어라」
누가 썼는지 적혀있진 않았지만 무심한 저 말투를 읽자마자 내 머리엔 절로 민윤기 씨가 떠올랐다. 세상에… 이걸 다 사서 넣어주고 간 거야? 음성지원이 되는 민윤기 씨의 메모를 빤히 바라보던 내 입가엔 배시시 웃음이 피어올랐다. 아, 뭐야아. 이러면 저 너무 감동받잖아요.
민윤기 씨의 당부 아닌 당부와 함께 점심 겸 저녁을 챙겨먹은 뒤 티비를 켰다. 뭘 볼까 싶어서 채널을 돌리다가, 문득 영화 속의 민윤기 씨가 궁금해서 예전에 민윤기 씨가 찍었던 영화를 하나 구매했다. 줄거리는 대충 들어본 적이 있는 영화였다.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남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
영화가 시작되고, 쿠션을 품에 꼭 껴안은 나는 금세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 속 민윤기 씨는 지금과 별로 다를바가 없었다. 다만 조금 더 어린 티가 나긴 했다. 지금이 조금 무뚝뚝한 느낌이라면 저 때의 민윤기 씨는 조금 더 서글서글한 느낌. 캐릭터가 착하고 순한 캐릭터라 더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옆에 놓아두었던 젤리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같이 있어줄 거죠?'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요.'
침대에 함께 누워 다정하게 속삭이는 두 사람, 여자 주인공의 사랑스러운 대답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여자 주인공에게 입을 맞추는 민윤기 씨. 그런 그들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허, 하는 소리를 냈다. 저런 키스신은 진짜로 찍는 걸까? 입을, 막, 이렇게, 움직이고, 막….
무슨 변태가 된 기분이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여자 주인공에게 닿았다 떨어지는 민윤기 씨의 입술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화장을 따로 한 것도 아닐 텐데 저렇게 분홍색 입술이 있을 수가 있나? 다시 한 번 이어지는 키스신에서도 나는 이상하게 민윤기 씨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꿀이 떨어지는 눈빛으로 여자 주인공을 바라보는 민윤기 씨의 모습. 나는 어느새 민윤기 씨와 마주보고 있는 여자 주인공에 나를 대입하고 있었다. 민윤기 씨가 날 저렇게 사랑스럽게 봐준다고 생각하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하…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짧게 내쉬며 쿠션으로 얼굴을 푹 파묻었다.
"민윤기 씨…."
보고 싶다. 이상하게도 민윤기 씨가 보고 싶었다.
안녕하새오! 커플링이애오!
끊기 애매해서 10화는 여기까지!
11화 금방 올게요 약속해요 자 손가락 걸고 약속 합시다 지금
포인트 설정 안 하는거 깜빡해서 저번 편은 10포인트가 되었어요 죄송해요 ㅠㅜㅠㅠ..♡
암호닉 신청 받고 있습니다!
댓글도 추천도 다 감사해요! 댓글도 좋은데 추천 진짜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 마치 얼굴책의 좋아요 버튼 같달까..
그거 알아요? 여러분이 댓글 써주시면 전 그 댓글을 읽고 읽고 또 읽어여 시험공부 하듯..
그만큼 소중하다구요....♡
암튼 오늘도 제가 좋아하는 윤기에 치이고 가시길 바랍니당당
혹시나 암호닉에 없으면 둥글게 둥글게 꼭 말씀해 주세용!
♡민윤기의 애기들♡
개나리 룬 땅위 왼쪽 컨버스 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
흑설탕융기 류아 도리도리
유딩 캔디 슙디 링링 착한공 진진자라 이요르
어깨 꽃소녀 민트양 꾹슈링 사랑해 한빛 피까츄
여생 단미 뉸기찌 비빔면 찡긋 루이비 굥기 깡태콩
꾹끄다스 달고나
빅히트전정국 물망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