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너는 기름 등잔 타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어.
너무 고요한 나머지 그 작은 소리에도 귀가 울려.
그 익숙한 소리에 귀가 울려.
"운아."
그냥 불러봤어.
"예."
그의 대답이 들려.
처음 만난 날 부터 그는, 저녁 때가 되면 네 등잔에 불을 붙여주었어.
앞 못보는 너는, 그가 너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런데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저녁 때 마다 네 등잔의 기름은 작은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어.
이제 그는 네가 앞을 보지못한다는걸 모르지 않을텐데...
너는 화를 냈어.
농락당했단 생각과 함께 시작된 화는, 곧 눈물로 바뀌었어.
그동안 마음 속에 묻어둔 서러움들을 그의 앞에서 모두 쏟아내었지.
한참을 울었어.
네 눈물이 서서히 가라앉고
미친 사람처럼 울다가 정신이 들어 창피함이 몰려오기 시작했을때,
그는 네게 말했어.
"숨지 마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