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권순영X검사 너봉_完
"떨려요?"
"아뇨 그냥, 재판은 진짜, 몇번을 해도 적응이 안되네요."
한손에 파일을 가득 들곤 연신 심호흡을 해대는 내가 신경쓰였는지 물어오는 최검에 고개를 휙 저었다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두요. 누구랑 같이 재판 들어가는건 처음이라. 좀 떨리네요."
이내 문이 열리고 법정에 들어간다. 피부로 닿아 그대로 느껴지는 묵직함, 그에 어딘가 위축되는 듯 한 느낌이다. 법정의 차가운 공기는 사람을 긴장시키기엔 충분한 환경. 변호사석에는 이미 권변호사가 앉아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는 권변호사에 어딘지 서운한 느낌이였다. 그에 반해 권변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최검사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하다.
"괜찮아요 최검사님?"
하고 묻자 권변호사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내게 돌리는 최검사다.
"오늘, 이겨야 해요, 아니 이길겁니다."
하고 권변호사를 향해 이야기하자 고개를 들어올리고 피식 웃는 권변이다.
"검사, 발언하세요."
재판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뱉는다. 법정은 금방 조용해지고 그 누구의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입을 열었다.
"피고인 이재영은 대한그룹의 부사장으로 불법 성매매 여성인 정유나양을 5차례 칼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정유나양은 사건 현장에서 숨이 끊긴 상태로 동료 여성에 의해 발견되었고 사망 시점은 사건 당시로 보입니다. 이에 형법 제250조 1항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 21조에 따라 살인과 성매매 혐의로 피고인을 기소하는 바입니다."
"변호인, 공소 사실을 인정합니까?"
하고 판사가 묻자 여유롭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입을 떼는 권변호사.
"피고인 이재영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합니다. 1심 때와 같이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합니다."
뻔뻔스럽게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무죄를 주장한다는 것이였다. 고개를 돌리며 피식 웃자 그 모습을 본건지 덩달아 입꼬리를 올리며 발언을 시작하는 권변호사다.
"기소 사실을 부인합니까?"
"예, 피고인 이재영은 피해자를 칼로 찌른 적이 없습니다. 또한, 1심에서 검사측에 의해 증거로 제출되었던 칼이 피고인 이재영의 것이라는 증거도 없습니다."
뻔뻔하기가.
허, 하고 어이없다는 티를 내뱉고는 손을 살짝 들어 말했다.
"판사님 반론해도 되겠습니까?"
"검사측, 반론하세요."
발언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구하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증거물로 제출한 칼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의 복부에 그대로 꽃힌 채로 발견된 이 칼에는 피고인의 지문이 너무도 선명하게 찍혀있습니다. 국과수에 지문을 의뢰한 결과 피해자의 지문보다는 피고인의 지문이 훨씬 많이, 여러번 찍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칼을 쥐고 찌른 사람은 피고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바입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증거물을 보며 무어라 말을 주고 받던 판사들이 이내 권변호사에게 물었다.
"변호사, 이에 대해 반론 할 것 있습니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가리키며 말하는 권변이다.
"예. 재판장님, 1심때도 말씀 드렸지만 피고인과 피해자는 생전에 연인 사이였습니다. 피고인이 작별을 고하자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저 칼로 본인의 몸을 찌른 것입니다. 피해자의 사건 현장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슴팍, 옆구리, 배는 모두 본인이 직접 찌를 수 있는 부위입니다."
끝까지 저런 허무맹랑한 로맨스 스토리로 끌고 가겠다 이거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판사님, 이의있습니다."
"검사측, 변호사의 발언이 모두 끝난 후 발언하세요."
나의 행동을 저지하는 판사에 이를 바득 갈고는 자리에 앉아 권변호사가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봤다.
"아마 검사측에서는 배꼽의 왼쪽 윗부분에 칼을 돌려 뺀 자국을 증거로 들겁니다. 맞죠?"
하며 이쪽을 보곤 눈썹을 한번 까딱, 하는 권변호사에 화를 삭히려는 듯 책상을 팍, 치는 최검사다. 그런 최검사에게 웃음을 한번 지었다가 말을 이어가는 권변이다.
"사건의 정황을 하나하나 말씀 드리기엔, 재판이 지루해질 것 같아서. 자, 검사측에서 증거로 제시할 '칼을 돌려 빼낸 자국'. 이건 아무래도 설명을 좀 드려야 할 것 같아, 피고인이 직접 발언 하는 것을 허락해주십시요 재판장님."
무슨 꿍꿍인거야, 본인이 아닌 피고인에게 직접 발언 기회를 돌리는 권변호사에 잠깐 나사가 하나 빠진 듯 멍하게 있었다. 어쩜, 무슨 속셈인지 가늠도 안가.
"피고인의 발언을 허락합니다."
그러자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하기 시작하는 피고인이다.
"일단 저는, 사건의 피해자인 정유나양과 연인 사이였습니다. 회사 사정으로 인해 유나양에게는 이별을 고한 상태였고 제가 뒤를 돌아 현장에서 나가려고 할 때, 유나양은 탁자 위의 칼을 집어 자신의 가슴팍을 찔렀습니다."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겠다, 이거야 지금? 무슨 저런 되도 않는 연기를 재판에서까지...! 화가 치밀어오른 듯 자리에서 일어난 최검사가 피고인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판장님...!"
"피고인의 발언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검사측은 자리에 앉아 순서를 지키세요!"
하고 호통치는 재판장에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는 최한솔 검사. 그러자
"계속 이야기 해도 됩니까?"
하며 웃으며 이야기하는 꼴이 꼭 권변호사를 보는 듯 했다.
"하여튼, 유나양은 두차례 더 자신의 몸을 찔렀고 그에 놀란 나머지 제가 유나양의 배에 박힌 칼을 돌려서 빼냈습니다. 그리곤 구급차를 부르려는 찰나에, 다시 한번 본인의 배를 찔렀고,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숨이 끊긴 유나양을, 그대로 두고 현장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저는 아직도 유나양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 빠져있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119에 연락만 했더라도, 그녀는 살아있을지도 모릅니다."
하며 눈물을 삼키려는 듯 한 제스쳐를 취하는 피고인이다. 잘도 짰네. 배우 해도 되겠어.
"여기까지입니다. 이 점, 참작해주십시오."
하곤 정장 자켓을 탁탁 털고는 자리에 앉는 권변호사다.
"검사, 반론하세요."
하는 재판장에 곧장 판사를 향해 걸어가 유에스비를 보이며 말하는 최검.
"판사님, 증거 제출해도 되겠습니까?"
잠시 다른 판사들과 의논을 하더니 이내 허락하는 판사다.
"증거 제출을 허락합니다."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큰 화면과 연결된 노트북에 유에스비를 꽃아넣고 영상을 재생한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피해자 정유나양이 살해당한 그날, 그 시점의 영상입니다. 이게 왜 증거인지 잘 모르시겠죠?"
잠시 술렁거리는 법정 내부에 최검은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영상의 한부분을 가리키며 이야기한다.
"여길 봐 주시죠. 두명의 사람 형체가 있죠."
주머니에서 레이저 포인터를 꺼내들고는 화면의 아래쪽을 비춘다.
"위쪽에 있는 사람의 팔부분을 잘 봐주십시오. 위에서 아래로 칼을 휘두르는 모양새죠. 곧 있으니 아래의 인영이 움직임을 완전히 멈춥니다. 그런데도 칼은 두어차례 더, 움직입니다."
잠깐 고개를 끄덕이더니 변호측을 보고 이야기하는 판사다.
"변호측, 반론하겠습니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나를 보고 물어오는 그.
"예. 검사님, 그 증거, 어디서, 어떻게 나온 영상이죠?"
뜬금없이 그건 왜
"성매매 여성이 일하던 곳에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입니다."
"영상 속에서 움직이는 저 형태가 사람이라는 것도 확신하십니까? 어떻게요?"
또 무슨 억지를 부리려고, 이번 증거는 확실하다고.
"사람이 아니고서야, 저런식으로 마디가 움직이는 동물은 없습니다."
"동물이 아닐지도 모르죠. 영상을 다시 축소시켜주시겠습니까?"
그러자 축소되는 화면을 가리키며 말하는 권변호사다.
"창문에 비치는 모습이 사람의 모습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경로가 불확실한 영상이니만큼, 조작 가능성도 있구요."
우리가 증거를 조작했다는 말을 하려는거야?
"지금 검사측에서 영상을 조작했다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프로젝터 화면 앞에 있던 최검사가 인중을 구기며 쏘아붙이자,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권변이다.
"아뇨, 그런 말은 안했습니다. 단지, '그럴 수도 있다' 라는 가능성을 제기한거죠. 그렇다면 다시 영상을 확대해보겠습니다. 아직도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십니까? 창문의 배경이 남색이라 잘 보이지 않습니다. 또 검사측에서 '사람이 비친 모습이다' 라고 주장하는 저 형상은 적어도 제 눈엔 검은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검사측에서 피고인이 칼로 피해자를 찔렀다고 주장하는 저 형상에서, 칼의 형태는 보이지 않습니다. 화질도, 음질도 좋지 않고 조명또한 어두워서 저 형상이 사람인지 아닌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는 상황에서. 저 영상의 주인공이 만일 피고인이 아니라 그저 밖을 지나가는 개였다면?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였다면? 그렇다면 죄없는 피고인이 살인죄라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무기징역, 아니 어쩌면 사형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죄 없는 사람이 감옥에 수감된다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적어도 재판의 역할이 그런 사람을 구제해 주는 것 아닙니까? 판사님, 이점 참작해주십시오."
와- 소리가 났다. 진짜, 어떻게 저걸 저런식으로. 칼은 날이 굉장히 얇고, 화질이 좋지 않아 창문에 비쳤다고 하더라도 칼의 모습은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웠다.
그러니까, '피고인이 피해자를 죽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라는 전제 하에 영상을 본다면 당연히 창문에 작게나마 비치는 모습이 살인사건이라는 것을 알 수있다. 그러나 이곳은 법정. 피고인이 정말 살인자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한 시점에서 창문에 비친 모습은 그저 움직이는 검은 덩어리인 것 뿐이다.
"판사님, 이의있습니다."
하고 일어나는 최검에 허락의 뜻으로 고개를 한번 끄덕인 재판장에 침착하게 입을 떼는 그.
"판사님, 아시다시피 얼마 전 피고인 이재영씨는 회사 내 성매매 사건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이 재판과 함께 성매매 사건 조사중에 있습니다. 물론 오늘의 이 재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건이긴 하나, 사내 성매매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의 말에 의하면 피고인 이재영씨는 이번 사건 이외에도 여러번, 성매매를 했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점을 두고 보았을 때, 그저 여성을 성욕구 해소물로 이용하는 '성매매' 소비가 어찌보면 간헐적인 피고인이 성매매여성과 사랑에 빠졌고 그녀와 교제했다? 그런데 사랑하던 여성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도 모르는 채 사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다른 성매매 여성들과 음란스러운 자리를 가졌다, 그것도 회사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던 하지 않았던, 어딘가 이상합니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가 어렵죠. 그러다가 어떤 사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피고인과 상당히 닮은 부분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 오해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는 거지만 변호측에서는 피고인이 '살인을 하지 않았다'라는 전제 하에 재판에 참여한다면 저는 물론 그 반대이니까요."
하며 피고인에게 웃음지어보이는 최검이였다.
"권순영 변호사님, *게리 리언 리지웨이라고. 아십니까?"
*1980년대 미국의 악명높은 연쇄 살인마. 사이코패스로 유명하다.
하니 어깨를 으쓱하더니 곧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권변호사다.
"법조계에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꽤 유명한 사건이죠. 여기 피고인과 참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판사님, 증거 제출해도 되겠습니까?"
하며 PCR-L 검사 결과지를 판사에게 갖다내는 최검. 의아한 표정으로 파일을 열어본 재판장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그 옆의 판사들도 이내 표정이 굳으며 법정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재판장의 주의에 이내 조용해진 법정에서, 최검사는 입을 열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 이번 재판의 피고인, 그러니까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기소된 이재영씨가 PCR-L검사에 응한 결과, 40점 만점에 38점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라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제가 리지웨이를 언급한 이유가 짐작 가실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는 10여년의 시간동안 40여명의 매춘부들을 살해했습니다. 그 또한 유복하게 자랐습니다. 참 많이 닮았죠. 그렇지 않습니까 피고인?"
하고 이야기하며 권변호사를 여유로운 미소로 바라보자 잠깐 이를 바득, 갈더니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장님, 검사측은 지금 무고한 피고인을 연쇄살인범에 비유해가며 마치 이번 사건의 범인인양 기정 사실화하고 있습니다!"
하고 외치는 권변이였다.
"변호사측은 자리에 앉아 발언 순서를 지키세요."
하고 엄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오는 재판장에 후- 하고 숨을 뱉어내더니 차갑게 날 한번 보고 마는 권변호사였다. 이미 재판 결과가 많이 기운 듯 한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구나. 결정적 한방이 나왔는데도 어째서 저렇게까지 저자를 변호하는걸까.
"이 정도 증거까지 나왔으면 아실텐데, 기정 사실화가 아니라 그냥 '사실'이라는거. 이만하겠습니다."
하고 자리에 앉는 최검에 살짝 웃으며 엄지를 들자 따라 웃는 최검이다.
"변호사측, 최후 변론 하겠습니까?"
"아니요, 안하겠습니다. 결과는 뻔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재판을 포기한 듯한 권변호사에 당황한 것은 피고인 뿐만이 아니였다. 갑자기 무슨 이유로? 그쪽에서 그렇게 나와버리면 결과는 패소일게 당연하잖아
벙찐 채 그를 멍하게 바라보고있자, 그 또한 표정 없이 내 눈을 들여다봤다. 그러다 이내 싱긋, 올라가는 입꼬리다. 뭐가 그렇게 웃길까
그에겐 첫번째 패소였고 나에겐 첫번째 승소였다.
다음엔 꼭 이기라며 날 지나쳐가는 권변호사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도 허할까, 왜 이렇게 허망할까
축하를 받았다. 윤검사에게도, 같은 사무실의 검사들에게도, 최검사에게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완벽한 승리에 탕비실 앞 그 자리가 내 자리로 고정 된 것은 물론이요, 청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와 악수까지 했더랬다.
이후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권변호사가 변호사를 그만 두었다고 하는 말도 있고, 외국으로 진출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한가지 확실한건 다시는 법정에 서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였다.
시기도 어쩜, 딱 첫 패소 이후로 그러냐. 알 수 없는 감정이 한동안 나를 둘러쌌다. 어쩐지 죄책감 같은 것도 들고.
직장이 바뀐 탓에 자취방을 다시 구해야만 했다. 차라리 잘 된걸지도 모른다. 전에 살던 자취방은 강남이라 월세 단칸방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만만치 않은 비용이였다.
그렇게해서 살게 된 곳은 어느 산동네였는데, 20년 전까지만 해도 판자로 바람만 겨우 막아 살던 빈민촌이였단다. 지금도 썩 좋아보이는 형태는 아니였지만, 여자 혼자 살기엔 적당했다. 월세값까지, 어쩜.
중앙지검에서 일을 시작한지도 반년이 훨씬 지났다. 가끔 살인 사건을 맡는 날에는 권변호사가 슬핏슬핏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 뿐이였다. 바빠서 그랬을까, 아니면 법정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그 미소를 잊고싶어서 그랬을까. 놀라울만큼 완벽히 잊었다.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토요일이였다. 해가 참 밝았고 날씨가 꽤 쌀쌀했다. 숨만 쉬어도 입김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산동네라 그런지 길고양이들이 참 많았다. 그곳에 사는 이들에겐 고양이 울음소리와 굶어죽은 고양이 시체들,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 엉망으로 만드는 고양이들이 그저 처리할 수 없는 골칫덩이였으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탓일까, 검찰청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는 길에 그들에게 육포따위를 던져주는 것이 어쩐지 힘이 되곤 했었는데, 무슨 일인지 그날은 처음보는 예쁜 고양이 한마리가 내 무릎 위로 올라와 앉았다. 털도 깨끗하고 가지런하고 넉살도 좋은것이 아무래도 누가 키우는 고양이인 듯 했다.
뿌듯한 미소를 애써 감추며 부드럽게 고양이 털을 쓰다듬는데, 누군가의 기척에 금방 내 무릎팍에서 뛰어내려 기척의 주인공에게로 뛰어가 다리에 얼굴을 부비는 고양이였다.
고개를 들자 보이는 얼굴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얼굴이였다. 그는 당황한 표정이였고 나는 그런 그가 어쩌면 그리웠다.
우연은 언제나 사람을 놀라게 한다. 그렇기에 우연이라고 부르는 거고.
그건 우연이였을까, 아니면 필연이였을까.
나는 여전히 그 순간을 인연이라고 믿는데.
그 순간이 너무도 벅찼던 이유를, 이유 모를 기쁨이 차오른 이유를 내게 물어온다면 난 그저 그날따라 속도 없이 부드럽게 내리쬐던 태양을 탓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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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2 1121 1123 8801 8월의겨울 9월의봄 구름 권쑤녕 권호시 그래비티 기순영결 꼬브기 꼬꼬애비 낭낭 낭만 눈누난나 눠예쁘다 느림의미학 도리도리 독짜님 둡돌고래 뜌밥 라넌큘러스 란파 러브니 림음 메타몽 몽마르뜨 물민 민트양 벌스 빙구밍구 붐바스틱 뿌아리 석고상 세대주 세봉달 세븐틴틴틴 수거함 수녕수녕해 수녕텅이 수수녕 순부 순영바 슈멬이 쑤뇨 쑤하진 스코 아날로그 아움 애정 왕건 울밍구 이지훈오빠 조아 쟈몽 조히 주르륵 지르미 쥬 처캐럿뿌 천사영 철조망 쿠파 쿱애호 토마스 피카츄 필소 한솥 햄찌의시선 호시오빠 호시탐탐
변호사 권순영이 이렇게 끝나네요. 첫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도 많은 사랑 주셔서, 다음 글에 만족을 못하시면 어쩌나, 항상 고민하면서 글 썼었는데, 언제나 따뜻하게 격려해주시고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씀해 주셨던 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댓글 하나하나 몇번이고 읽으면서 정말 뿌듯했어요. 처음엔 암호닉을 받아도 되나, 싶다가도 제 글 읽어주시는 분들이 너무 감사해서 한분한분 외우려 노력했어요.
별거 아닌 글을 이렇게 좋아해주시고, 매일 읽어주셔서 다시한번 너무 감사해요. 결말 보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원하시던 결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본편이 완결났으니 차기작을 준비(연재...?)하면서 번외편으로 남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해요. 순영이와 태영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한솔이는 어땠는지, 여주와 순영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오늘 하루가 제 글로인해 행복한 날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변호사 권순영을 사랑해주셨던 분들께 다시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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